역주 언해태산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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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해태산집요(諺解胎産集要)
  • 자식 낳은 뒤의 모든 증세[産後諸症]
  • 산후에 딸꾹질하는 증[咳逆]
  • 단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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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방 1


一方治産後咳逆壁鏡窠三五箇水煎熱呷卽止婦人大全
Ⓒ 편찬 | 허준 / 1608년 1월 일

 방문에 산후 피기 고티 납거주001)
납거:
납거미의.
납거미 : 납작한 잿빛 거미. 세종조의 정승 황희가 한 번은 곤혹스런 일이 있었다. 지금의 오키나와인 유구(琉毬)에서 친선의 의미로 공작을 보내왔는데, 녀석이 오자마자 오색영롱한 나래로 뭇사람들의 찬탄을 자아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도무지 먹이라고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급기야 몸져 누워버린 것이었다. 당시에는 과거를 통해 선발된 학자가 곧 관료요, 정치가였던 만큼 그들은 통치체제의 근간이기도 했지만 당대 최고의 지식인 그룹이기도 했고, 그 정점에 황희가 있었다. 따라서 공작의 먹이문제에 있어서도 당연히 학술적 해답을 찾아내야만 했으며, 또 공작 한 마리로 인해 유구국과 외교 의전상의 실수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고민을 하며 퇴청한 황 정승, 온갖 서책을 펼쳐 두고 공작의 먹이가 무언가에 대해 탐구하고 있던 차 아들을 찾은 노모 가로되, “황 정승, 무얼 그리 법석이오?” “네, 어머님. 이러저러 하여 이렇듯 찾고 있는 공작의 먹이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노친께서 그 즉시, “그래요? 예로부터 그 새는 납거미를 먹고 산다고 그럽디다.” 명쾌한 답이었다. 납거미란 어렸을 적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던 납작한 잿빛 거미다. 당대의 대학자이자 행정 총책임자요, 손꼽힐 정도로 슬기로운 재상인 황희의 지식이 노모의 일상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 앞에 무릎을 꿇었다. 보진 못했으되 세상 어디엔가 공작이란 아름다운 새가 있고, 그 새는 납거미를 먹고 산다는 것쯤 이미 구문으로 알고 있는 노모에겐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집 세히나 다시나 믈에 달혀 더우니를 마시면 즉시 근니
Ⓒ 언해 | 허준 / 1608년 1월 일

한 방문에 산후 딸꾹질 고치되 납거미 집 셋이나 다섯이나 물에 달여 더운 것을 마시면 즉시 그친다.
Ⓒ 역자 | 정호완 / 2010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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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납거:납거미의.
납거미 : 납작한 잿빛 거미. 세종조의 정승 황희가 한 번은 곤혹스런 일이 있었다. 지금의 오키나와인 유구(琉毬)에서 친선의 의미로 공작을 보내왔는데, 녀석이 오자마자 오색영롱한 나래로 뭇사람들의 찬탄을 자아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도무지 먹이라고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급기야 몸져 누워버린 것이었다. 당시에는 과거를 통해 선발된 학자가 곧 관료요, 정치가였던 만큼 그들은 통치체제의 근간이기도 했지만 당대 최고의 지식인 그룹이기도 했고, 그 정점에 황희가 있었다. 따라서 공작의 먹이문제에 있어서도 당연히 학술적 해답을 찾아내야만 했으며, 또 공작 한 마리로 인해 유구국과 외교 의전상의 실수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고민을 하며 퇴청한 황 정승, 온갖 서책을 펼쳐 두고 공작의 먹이가 무언가에 대해 탐구하고 있던 차 아들을 찾은 노모 가로되, “황 정승, 무얼 그리 법석이오?” “네, 어머님. 이러저러 하여 이렇듯 찾고 있는 공작의 먹이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노친께서 그 즉시, “그래요? 예로부터 그 새는 납거미를 먹고 산다고 그럽디다.” 명쾌한 답이었다. 납거미란 어렸을 적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던 납작한 잿빛 거미다. 당대의 대학자이자 행정 총책임자요, 손꼽힐 정도로 슬기로운 재상인 황희의 지식이 노모의 일상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 앞에 무릎을 꿇었다. 보진 못했으되 세상 어디엔가 공작이란 아름다운 새가 있고, 그 새는 납거미를 먹고 산다는 것쯤 이미 구문으로 알고 있는 노모에겐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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