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칠대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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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칠대만법
역주 칠대만법

1569년(선조 2) 경북 풍기(豊基)의 희방사(喜方寺)에서 간행된 1권 23장 분량의 국한 혼용의 목판본 불교 교리서이다. 다른 문헌에서 볼 수 없는 희귀어나 난해어들이 사용되고 있어 국어사 자료, 또 방언 자료로서도 평가 받는 자료이다.

김무봉

1955년 충북 추풍령 출생.

동국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문학석사, 문학박사.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저서〉

『염불보권문의 국어학적 연구』,

『아미타경언해의 국어학적 연구』 등 다수

『역주 금강경언해』(공동)

『역주 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

『역주 법화경언해 권5』

『역주 원각경언해 권6』

『역주 육조법보단경언해』

『역주 석보상절 권20』

『역주 불설아미타경언해·불정심다라니경언해』

『역주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

『역주 상원사중창권선문·영험약초·오대진언』

『역주 석보상절 제20』

『한국 교육 정책 현안과 해법』(공동)

역주위원

  • 칠대만법 ‧권념요록 : 김무봉

  • 교열·윤문·색인위원

  • 칠대만법‧권념요록 : 박종국, 홍현보
  • 편집위원

  • 위원장 : 박종국
  • 위원 : 강병식, 김구진, 김무봉
  • 김석득, 김승곤, 김영배
  • 나일성, 리의도, 박병천
  • 성낙수, 오명준, 이창림
  • 이해철, 임홍빈, 전상운
  • 정태섭, 조오현, 차재경
  • 최홍식, 한무희, 홍민표

『역주 칠대만법‧권념요록』을 내면서

우리 세종대왕기념사업회는 1968년 1월부터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을 국역하기 시작하여 447책을 펴내 전체 실록을 완역하였고, 『증보문헌비고』 40책 완간 등 수많은 국학 자료의 번역 사업을 벌여 오고 있다. 아울러 1990년 6월부터는 “한글고전 역주 사업”의 첫발을 내디디어, 『석보상절』 권6·9·11의 역주에 착수, 지금까지 매년 꾸준히 그 성과물을 간행하여 왔다. 이제 우리 회는 올해로써 한글고전 역주 사업을 추진한 지 23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를 맞게 되었다. 그동안 600책이 넘는 국역, 학술 간행물이 말해주듯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한글 국역·역주 간행 기관임을 자부하는 바이다. 우리 고전의 현대화는 전문 학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매우 유용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우리 회가 국역 사업을 벌이는 뜻은 바로 백성과의 소통을 통하여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한 세종대왕의 훈민정음(한글) 창제 정신을 이어받으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이 사업이 끊임없이 이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까지 역주하여 간행한 한글 문헌과 책 수는 다음과 같다. 『석보상절』 4책, 『월인석보』 17책, 『능엄경언해』 5책, 『법화경언해』 7책, 『원각경언해』 10책, 『남명집언해』 2책, 『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 1책, 『구급방언해』 2책, 『금강경삼가해』 5책, 『선종영가집언해』 2책, 『육조법보단경언해』 3책, 『구급간이방언해』 5책, 『진언권공, 삼단시식문언해』 1책, 『불설아미타경언해, 불정심다라니경언해』 1책,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 1책, 『목우자수심결·사법어 언해』 1책, 『신선태을자금단·간이벽온방·벽온신방』 1책, 『분문온역이해방·우마양저염역병치료방』 1책, 『언해두창집요』 1책, 『언해태산집요』 1책, 『삼강행실도』 1책, 『이륜행실도』 1책, 『정속언해‧경민편』 1책, 『상원사중창권선문‧영험약초‧오대진언』 1책, 『불설대보부모은중경언해』 1책, 『분류두공부시언해』(권10, 11) 2책, 『여씨향약언해』 1책, 『번역소학』(권6·7·8·9·10) 1책, 『소학언해』 4책, 『논어언해』 2책, 『대학언해』 1책, 『중용언해』 1책, 『맹자언해』(권1·2·3·4·5) 1책, 『연병지남』 1책 등 모두 90책에 달한다.

이제 우리가 추진한 “한글고전 역주 사업”은 15세기 문헌을 대부분 역주하고 16세기 이후 문헌까지 역주하는 데 이르렀다. 올해는 그 가운데 『칠대만법』과 『권념요록』 등 지난해에 이어 16세기 ~17세기 문헌을 중점적으로 역주할 예정이다.

『칠대만법(七大萬法)』은 조선조 선조 2년(1569)에 영주의 희방사(喜方寺)에서 간행된 불교 관련 한글 문헌이다. 경전은 아니지만 불서(佛書)이면서 국어사 자료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당시에 조성되었던 다른 불서들과는 간행 형식에서 차이가 있다. 이 책에는 한문 원문과 구결문이 따로 없다. 구결문이 없이 국문과 한문을 함께 써서 만든 이른바 국한 혼용의 책이다. 한자에는 독음(讀音)을 달지 않았다. 16세기 중·후반 문헌임에도 방점(傍點)은 찍지 않았다. 1권 1책의 목판본(木版本)으로 모두 23장이다.

『권념요록(勸念要錄)』은 불교 설화 11편이 수록되어 있는 언해본(諺解本) 불서(佛書)이다. 정토(淨土) 신앙에 기반을 둔 중요하면서도 요약된 글이라는 뜻에서 요록(要錄)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극락왕생(極樂往生)을 위해 마음에 새겨 두고 염불·기도하기를 권장하는 내용의 설화(說話)들이 수록되어 있다. 1권 1책의 목판본(木板本)으로 모두 35장이다. 현재 전하는 책은 조선조 인조 15년(1637)에 구례의 화엄사에서 펴낸 책이다. 한문 원문에 단락을 지어 한글로 구결을 달아 구결문을 만들고, 이를 한글로 옮긴 언해본(諺解本)이다. 이 책 역시 한자에 독음을 달지 않았다. 특기할 만한 내용은 언해문에 한자를 전혀 쓰지 않은 점이다.

우리 회에서 이 책을 역주·간행함에 있어, 역주를 맡아주신 동국대학교 김무봉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아울러 역주 사업을 위하여 지원해 주신 교육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 책의 발간에 여러 모로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2013년 12월 1일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박종국

일러두기

1. 역주 목적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후, 언해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어 우리 말글로 기록된 다수의 언해류 고전과 한글 관계 문헌이 전해 내려오고 있으나, 말이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어서 15, 16세기의 우리말을 연구하는 전문가 이외의 다른 분야 학자나 일반인들이 이를 읽어 해독하기란 여간 어려운 실정이 아니다. 그러므로 현대어로 풀이와 주석을 곁들여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이 방면의 지식을 쌓으려는 일반인들에게 필독서가 되게 함은 물론, 우리 겨레의 얼이 스며있는 옛 문헌의 접근을 꺼리는 젊은 학도들에게 중세국어 국문학 연구 및 우리말 발달사 연구 등에 더욱 관심을 두게 하며, 나아가 주체성 있는 겨레 문화를 이어가는 데 이바지하고자 함에 역주의 목적이 있다.

2. 편찬 방침

(1) 이 역주본의 저본은, 『칠대만법(七大萬法)』은 희방사본이며, 『권념요록(勸念要錄)』은 화엄사본으로, 홍문각에서 영인한 것을 사용하였고, 모두 이 책 뒤에 부록으로 실었다.

(2) 이 책의 편집 내용은 네 부분으로 나누어, ‘원문 구결문·언해문·현대어 풀이·옛말과 용어 주해’의 차례로 조판하였는데, 『칠대만법』은 처음부터 한문(구결문)이 없는 문헌으로서 국한혼용의 본문을 네모틀에 넣어 보였으며 각 쪽수를 맨 첫글자 앞에 밝혀 나타냈다.

〈보기〉

2장 앞쪽 -識곳 업스면 時節 가  2ㄱ모며

2장 뒤쪽 - 넷재 미니 2ㄴ내 모매 運動 거시오

(3) 현대말로 옮기는 데 있어서 될 수 있는 대로 옛글과 ‘문법적으로 같은 값어치’의 글이 되도록 하는 데 기준을 두었다. 다만, 현대말 풀이에서, 옛글의 구문(構文)과 다른 곳은 이해를 돕기 위하여 〈 〉 안에 보충하는 말을 넣었다.

(4) 띄어쓰기는, 한자 원문은 우리말 새김을 붙인 데를 띄었고, 언해문은 현대문법에 따라 띄어 썼다.

(5) 구결 원문과 언해문은 네모틀에 넣어서 현대문 풀이·주석과 구별하였다. 『권념요록』에 나오는 원문의 협주는 편의상 【 】 표 안에 두었고, 현대문에서도 똑같이 표시하였다.

(6) 찾아보기에서는, 1)한자용어를 풀이한 쪽수, 2)언해문의 옛한글을 전수조사한 쪽수, 3)언해문 중 한자와 결합한 옛한글을 전수조사한 쪽수를 나누어 기록하였다.

(7) 그밖의 것들은 현대 맞춤법을 따랐다.

『칠대만법』 해제

김무봉(동국대학교 교수)

Ⅰ. 머리말

『칠대만법(七大萬法)』은 조선조 선조 2년(1569)에 소백산(小伯山) 희방사(喜方寺)에서 간행된 불교 관련 한글 문헌이다. 경전은 아니지만 불서(佛書)이면서 국어사 자료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당시에 조성되었던 여타의 불서들과는 간행 형식에 다른 점이 있다. 15·16세기 무렵에 간행된 대부분의 한글 불서들은 경(經)의 원문에 한글로 구결을 달아서 구결문을 만든 후 이를 번역한, 이른바 언해 형식의 한글 문헌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원문을 따로 두지 아니했다. 구결문이 없이 국한문을 함께 써서 만든 이른바 국한 혼용의 책이다. 한글과 한자의 활자 크기도 동일하게 했다. 한자에는 독음(讀音)을 달지 않았다. 16세기 중·후반 문헌임에도 방점(傍點)은 찍지 않았다.

1권 1책의 목판본(木版本)으로 간기(刊記)와 시주질(施主秩)이 있는 맨 뒷장까지를 포함하여 모두 23장에 지나지 않는다. 시주질(施主秩)에 시주들이 12명이나 주001)

12명에 달하는 시주(施主)들은 모두 부부(夫婦)가 함께 참여하여 이름 밑에 양주(兩主)라는 표현이 들어가서 정확히는 24명이 되는 셈이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에 사찰에서 관행적으로 ‘양주(兩主)’라는 표현을 썼으므로 12명이라고 한 것이다.
될 정도로 다수가 동참한 것으로 보아 법보시(法布施)에 의한 저술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런데 작자 및 편찬자에 대한 정보는 없어서 미상이다. 다만 앞에서의 지적대로 구결문이 없이 본문만으로 이루어져서 장(張) 수가 적은 책임에 비해 전하는 내용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칠대’는 모든 법(法)의 체성(體性)을 일곱 종류로 나눈 것이다. 곧 만유(萬有) 생성의 요소인 지대(地大), 수대(水大), 화대(火大), 풍대(風大), 공대(空大), 견대(見大), 식대(識大) 등 7종(種)을 이른다. ‘만법(萬法)’은 우주 사이에 있는 유상, 무상의 온갖 사물, 곧 정신적, 물질적인 일체의 것을 이른다. 따라서 ‘칠대만법’은 ‘칠대(七大)’가 우주의 모든 것을 형성하는 근본 요소임을 설명하고 있다. 곧 이들의 조화(造化)로 우주 만물이 형성되며, 그것이 바로 불성(佛性)임을 설명한 책이다. 이의 설명을 위해 전체를 크게 세 장(章)으로 나누어 구성(構成)했다. 「진여세계(眞如世界)」, 「삼신여래(三身如來)」, 「성적등지(惺寂等持)」 등이다.

이 책은 동일한 판목에서 후쇄(後刷)한 책들이 몇 권 전한다. 알려진 대로 한국동란 때 『월인석보』 권 1의 판목과 함께 이 책의 판목도 소실(燒失)되었다. 소실되기 전까지 보관되어 있던 판목에서 쇄출한 후쇄본들 책들이 지금에 전하는 판본인 것이다. 주002)

현전하는 책으로는 동국대 도서관 소장본, 서울대 일사문고 소장본 1본 및 다른 1본, 영남대 도서관 소장본,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1본 등이 알려져 있다. 이 외에 『칠대만법(七大萬法)』의 이본(異本)에 대해서는 남경란(2005 : 371~373) 참조.
현재는 주로 1900년대에 쇄출된 책들이 유통되고 있다. 동일 판본의 책이어서 현전하는 책들의 내용에 별다른 차이는 없다. 그런데 판을 거듭하면서 완결(刓缺)과 마멸(磨滅)로 인한 탈각(脫刻)과 탈획(脫劃)된 글자가 늘어난 듯 인쇄 상태가 양호하지 않다. 처음부터의 오각(誤刻)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주003)
역주 작업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이다. 잘못 표기된 글자에 대해서는 (→) 표시를 해서 바로 잡았다. 화살표의 오른쪽이 교정(校訂)된 표기이다. 탈자(脫字)가 있는 경우에는 탈자 위치에 ( )를 하고 삽입을 했다.
아울러 한자를 독음(讀音)만으로 적은 것도 있고, 간행지의 방언형으로 보이는 어휘들이 다수 보여서 전체적으로 해독(解讀)이 어려운 편이다. 한편 이 책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어(稀貴語) 및 난해어(難解語)들이 매우 많아서 해독이 어렵기는 하지만, 고유어 어휘와 방언형에 대한 풍성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러한 어휘들로 인해 불교학 및 국어사 자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큰 책이다. 아래에서 형태 서지 및 어학적 특성 등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Ⅱ. 형태 서지 및 수록 내용

앞에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칠대만법(七大萬法)』은 동일한 판목에서 쇄출한 책들이 몇몇 전한다. 이 책들은 쇄출의 시기만 다를 뿐이어서 어떤 책이든 국어사 자료로서의 가치는 큰 차이가 없다. 책의 형태 서지 역시 대부분 비슷하다. 동국대 도서관 소장의 책은 크기가 세로 29.6㎝×가로 19.4㎝이고, 사주(四周)는 단변(單邊)이다. 반엽의 광곽(廣郭)은 세로 20.3㎝×가로 16.2㎝이다. 매면은 유계 9행이고 1행에 한 줄씩 썼다. 1행 당 글자 수는 행별(行別)로 차이가 있어서 대체로 17~20자 정도이다. 방점은 찍지 않았고, 한자에 독음도 달지 않았다. 글자의 크기는 한글과 한자 모두 같은 크기이다. 권두서명을 따로 두지 않고 바로 맨 앞의 장(章) 이름을 썼다. 다만, 권말에는 ‘七大萬法終章’이라고 하여 권말서명을 대신하는 표현을 둔 셈이다. 판심(版心)은 흑구(黑口) 상하내향흑어미(上下內向黑魚尾)이고, 판심서명은 ‘七大’이다. 아래쪽 흑어미 바로 위에 장차를 두었다.

내용의 구성은 모두 3개의 장(章)으로 나누어져 있다. 「진여세계(眞如世界)」, 「삼신여래(三身如來)」, 「성적등지(惺寂等持)」 등이다. 남경란(2005:369~395)에 의하면 내용들의 출전은 『능엄경(楞嚴經)』, 『화엄경(華嚴經)』,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 등이라고 한다. 편장(編章)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가) 「진여세계(眞如世界)」1장 앞면 1행 ~11장 앞면 2행

(나) 「삼신여래(三身如來)」11장 앞면 3행 ~18장 뒷면 2행

(다) 「성적등지(惺寂等持)」18장 뒷면 3행 ~23장 앞면 1행

각 장(章)마다 이름과 수록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진여세계

‘진여(眞如)’는 범어로 ‘Tathātā’라고 하는 대승불교의 이상(理想) 개념 중 하나이다. 곧 우주 만유에 보편(普遍)한 상주(常住) 불변의 본체로 우리의 사상 개념으로는 미칠 수 없는 진실한 경계를 이른다. 따라서 오직 성품을 증득(證得)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며, 거짓이 아닌 진실이라는 뜻과 변천하지 않고 여상(如常)하다는 뜻에서 진여(眞如)라고 한다. 세계(世界)는 범어로 ‘Lokadhātu’라고 한다. 여러 가지 뜻이 있으나 여기서는 심리적 경역(境域)으로서 인식의 대상이 되는 모든 범위를 가리키는 말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진여세계(眞如世界)’는 진실(眞實)하고 여상(如常)한 경역(境域)을 이르는 말이다.

이 장(章)에서는 법성(法性)의 세계와 진여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진여세계를 이루고 있는 칠대(七大)에 대한 설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진여세계를 형성하는 일곱 가지 요소, 곧 지대(地大)·수대(水大)·화대(火大)·풍대(風대)·공대(空大)·견대(見大)·식대(識大) 등 칠대에 대한 설명이 매우 자세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칠대가 우주만물을 형성하는 기본 요소임에 대해 밝힌 것이다.

2. 삼신여래

‘삼신여래(三身如來)’는 법신(法身), 보신(報身), 응신(應身) 등을 이른다. ‘법신(法身)’은 범어로 ‘Dharma-kāya’라고 한다. 법계(法界)의 이(理)와 일치한 부처의 진신(眞身)이다. 곧 빛깔도 형상도 없는 본체신(本體身)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원한 불(佛)의 본체나 부처의 교법을 이르기도 한다. ‘보신(報身)’은 인위(因位)에서 지은 한이 없는 원(願)과 행(行)의 과보로 나타나서 만덕(萬德)이 원만(圓滿)한 불신을 이른다. 흔히 자수용보신(自受用報身)과 타수용보신(他受用報身)의 2종으로 나눈다. ‘응신(應身)’은 중생을 교화(敎化)하려고 하는 부처가 중생과 같은 몸을 나타낸다고 하여 이렇게 부른다.

이 장의 내용은 법신, 보신, 응신 등의 삼신여래에 관한 설명으로 되어 있다. 법신은 진여의 몸으로 우주에 편재(遍在)하며 구체적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신은 법신에 의한 과보로 나타난 색신(色身)이며, 응신은 법신을 기반으로 하여 신통자재하게 나타난 화현(化現)의 몸이라는 것이다.

3. 성적등지

‘성적등지(惺寂等持)’에서 성(惺)은 깨닫는 뜻이고, 적(寂)은 고요하다는 뜻이다. ‘등지(等持)’는 범어로 ‘Samādhi’라고 한다. 정(定)을 닦으면 마음이 한 경계(境界)에 머물러 산란하지 않게 된다고 하여 이르는 말이다. 또한 평등(平等)하게 유지된다고 하여 등지(等持)라고 하는 것이다.

이 장에서는 깨달음의 두 가지 조건인 성(惺)과 적(寂)이 평등(平等)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어지러운 잡념(雜念)과 미혹한 무기(無記)의 두 가지 병폐(病弊)가 없어져 성성적적(惺惺寂寂)하며, 적적성성(寂寂惺惺)하여 아무데도 치우치지 않는 것을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설득이다.

책의 간행에 관련된 기사는 맨 뒷장인 23장 뒷면의 간기(刊記)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선조 2년(융경 3, 1569) 기사(己巳) 5월에 경상도 풍기 소백산 희방사에서 찍어내다[隆慶三年己巳五月日慶尙道豊基小伯山池叱方寺開板].’라는 기록이 그것이다. 주목할 만한 내용은 책 간행지 이름을 ‘喜方寺’가 아니라 ‘池叱方寺’라 쓴 점이다. 이는 지역 사람들이 부르는 절 이름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연세든 어른들은 얼마 전까지도 ‘喜方寺’라는 이름보다는 ‘짓방사’라는 이름을 더 즐겨 불렀다. ‘짓방사’는 ‘깃방사’의 구개음화 반영형이다. ‘깃-’은 한자 ‘喜’ 자(字)의 우리말 표현이다. ‘喜方寺’는 고유어 이름으로 ‘짓방사’이고, 이를 향찰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언제부터 이 이름으로 불렀는지 확인이 쉽지 않지만, [ㄱ] 구개음화와 관련하여 시사(示唆)하는 바가 있다.

Ⅲ. 어학적 특성

『칠대만법(七大萬法)』은 16세기 중·후반에 간행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점은 찍혀 있지 않다. 15세기 문헌에서 볼 수 있었던 표기나 음운현상이 그대로 유지되기도 하고 일부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한자에는 독음(讀音)을 달지 않았으나 일부 한자 어휘는 한글로 적어서 해독에 어려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체언과 조사의 통합 등 형태소 경계 표기에는 혼란의 양상이 나타난다. 어간 말음을 거듭 적는 이른바 중철 표기의 예가 상당 수 보인다. 특히 15세기 문헌에서 철저하게 지켜졌던 한자로 표기된 단어와 우리말 조사가 통합될 경우의 분철 표기가 문란해져서 한자로 적힌 한자어 다음에 선행 한자어 체언의 말음을 거듭 적는 표기가 매우 많이 보인다. 대표적인 형태가 자주 등장하는 어휘인 ‘만물(萬物)’이다. ‘萬物리’ 또는 ‘萬物를’ 같은 표기를 흔히 볼 수 있다. 어두자음군은 15세기에 보였던 ‘ㅅ’계, ‘ㅂ’계, ‘ㅄ’계의 글자들이 대부분 그대로 쓰였다. ‘ㅸ’의 사용은 ‘하 受苦 이리 업서〈16ㄱ〉’과 같은 구절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다. ‘ㅿ’과 ‘ㆁ’이 쓰이고 있으나, 앞선 시기에 ‘ㅿ’으로 쓰이던 글자가 ‘ㅅ’으로 바뀌어 표기된 예도 상당히 보인다. 이 책의 간행지인 경상 방언형이 반영된 것이다. ‘ㆁ’과 ‘ㅇ’은 구별해서 표기했으나 ‘ㆁ’이 들어가 있는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ㆁ’ 자를 음절 말에 두기도 하고, 음절 초에 두기도 하는 등 혼란한 양상을 보인다. 더〈19ㄱ〉~이〈22ㄴ〉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이 책의 여기저기에 등장하는 희귀어어와 난해어들이다. 아울러 자주 접하지 못했던 고유어들도 상당하다. ‘온고〈옹구, 13ㄱ〉, 갓어리〈계집질, 21ㄴ〉, 간완〈간들간들하는, 3ㄴ〉’ 등 적지 않은 수의 새로운 단어들이 보인다. 역주에서는 이러한 어휘들을 모두 찾아서 일일이 정리했다. 아울러 경상도 방언형으로 짐작되는 형태 및 어휘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어학적 특성은 그동안의 선행 연구들에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어서 그 논의에 미룬다. 구체적인 내용은 역주에서 정리했다. 선행연구로는 홍윤표(1984: 1~2), 김영신(1985: 83~116), 정성미(1996: 77~104), 남경란(2005: 369~395), 이옥희(2011: 69~93) 등이 있다.

Ⅳ. 맺음말

지금까지 『칠대만법』의 형태 서지, 책의 내용, 어학적 특성 등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이 책은 조선 중기에 간행된 한글 문헌 중에서 특별한 출판 형태를 보이는 문헌이다. 불서이지만 언해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국한 혼용의 문장을 구사한 것이다. 또한 16세기 중·후반에 간행된 책이면서도 방점을 표기하지 않은 점과 간행지의 언어가 반영되어 있는 점 등 15세기에 간행되었던 책들과는 많은 차이가 크다. 어휘 등에서 다른 문헌에서 볼 수 없는 희귀어나 난해어들을 상당수 접할 수 있었다. ‘칠대만법’의 내용 설명을 위해 비유를 자주 사용했는데, 비유에 당시의 일상이나 간행지 인근 마을의 생활과 관련된 것들이 있어서 새로운 어휘들이 많이 등장한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소중한 문헌이다. 불교학적 연구는 물론, 국어사 자료, 또 방언 자료로서도 귀중하다. 내용과 관련된 부분과 구체적인 언어 사실들은 역주에 자세하게 정리했다.

〈참고문헌〉

김영신(1985), 「칠대만법(七大萬法) 연구-어휘·그밖」, 『수련어문논집』 12, 수련어문학회, 83~116쪽.

남경란(2005), 「칠대만법의 저본과 국어학적 특성」, 『국학연구』 제7집, 한국국학진흥원, 369~395쪽.

김영배(1996) 외, 『염불보권문의 국어학적 연구』, 동악어문학회.

안병희(1979), 「중세어의 한글 자료에 대한 종합적 고찰」, 『규장각』 3, 서울대 도서관, 143~144쪽. 『국어사 자료 연구』(1992)에 재수록, 문학과지성사, 547쪽.

이옥희(2011), 「칠대만법에 실현된 16세기 후기 동남방언의 표기 및 음운적 특징」, 『우리말연구』 29집, 우리말연구회, 69~93쪽.

정성미(1996), 「칠대만법의 문법 자료에 대한 연구」, 『어학연구』 3집, 강원대학교 어학교육원, 77~104쪽.

홍윤표(1984), 「칠대만법 해제」, 『칠대만법·영험약초·권념요록』(영인본), 홍문각, 1~2쪽.

〈영인본〉

홍문각(1984), 『칠대만법·영험약초·권념요록』(영인본).

주001)
:12명에 달하는 시주(施主)들은 모두 부부(夫婦)가 함께 참여하여 이름 밑에 양주(兩主)라는 표현이 들어가서 정확히는 24명이 되는 셈이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에 사찰에서 관행적으로 ‘양주(兩主)’라는 표현을 썼으므로 12명이라고 한 것이다.
주002)
:현전하는 책으로는 동국대 도서관 소장본, 서울대 일사문고 소장본 1본 및 다른 1본, 영남대 도서관 소장본,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1본 등이 알려져 있다. 이 외에 『칠대만법(七大萬法)』의 이본(異本)에 대해서는 남경란(2005 : 371~373) 참조.
주003)
:역주 작업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이다. 잘못 표기된 글자에 대해서는 (→) 표시를 해서 바로 잡았다. 화살표의 오른쪽이 교정(校訂)된 표기이다. 탈자(脫字)가 있는 경우에는 탈자 위치에 ( )를 하고 삽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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