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부톄 주001) 부톄: 부처께서. 부텨[佛]+ㅣ(주격조사). 중세국어 시기에는 ‘부텨’에 주격조사 ‘ㅣ’가 통합되면 성조가 ‘평성(平聲)+평성(平聲)’인 ‘부텨’에서 ‘평성+상성인’ ‘부:톄’로 바뀌었는데, 이 책 전체에 방점을 표기하지 않아서 이 어휘에도 표시가 없다.
다
空王佛所애 주002) 공왕불소(空王佛所)애: 공왕불소(空王佛所)에. 허공(虛空)에. ‘애’는 처소부사격조사. ‘공왕불소’는 공왕불이 있는 장소, 곧 허공을 이른다.
자펴 주003) 자펴: 잡히어. 잡-[捕捉]+히(피동접미사)+어(보조적 연결어미).
잇니 주004) 잇니: 있느니. 잇-[有]+(직설법 선어말어미)+니(설명의 종속적 연결어미).
空王佛른 주005) 공왕불(空王佛)른: 공왕불(空王佛)은. ‘은’은 보조사이고, ‘른’은 중철 표기다.
虛空 주006) 허공(虛空): 허공(虛空)을. ‘’은 목적격조사. ‘허공’은 범어로 ‘Ākāśa’라 한다. 다른 것을 막지 않고, 다른 것에 막히지도 않으며, 물(物)과 심(心)의 모든 법을 받아들이는 당체(當體), 곧 공간(空間)을 이른다. 횡편(橫遍), 수상(竪常), 무애(無礙), 무분별(無分別), 용수(容受) 등의 뜻이 있다.
니니라 주007) 니니라: 이르니라. 말하니라. 니-[謂]+니라(‘라’체의 평서형 종결어미).
常녜 주008) 상(常)녜: 보통의. 한자 ‘常例’에서 온 말인데, 15세기에는 주로 한글 ‘녜’로 쓰였다. 일찍이 우리말화한 어휘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의 ‘常녜’는 특별한 표기이다.
虛空이 虛空
아니라 주009) 아니라: 아니라. 아니-[不]+∅(서술격조사)+라(설명, 이유의 종속적 연결어미).
쇠와 나모와 믈와 주010) 쇠와 나모와 믈와: 쇠와 나무와 물과. 쇠[鐵]+와(접속조사) 나모[木]+와(접속조사) 믈[水]+과/와(접속조사). ‘믈[水]’ 다음에 온 접속조사 ‘와’는 [ㄹ] 다음에서 [ㄱ] 약화를 반영한 표기이다.
칠대만법:14ㄱ
블와 과 주011) 블와 과: 불과 흙이. 블[火]+과/와 [土]+과(접속조사). ‘블[火]’ 다음에 온 접속조사 ‘와’는 [ㄹ] 다음에서 [ㄱ] 약화를 반영한 표기이다. 마지막 명사 다음까지 접속조사가 왔으나 주격조사는 생략되었다.
주012) : 한데. 한곳에. [一](수관형사)#(의존명사).
섯기여 주013) 섯기여: 섞이어. -[混]+이(피동접미사)+어(설명의 종속적 연결어미).
하 즈메 주014) 하 즈메: 하늘과 땅의 사이에. ‘즈메’는 ‘즈[間]+에(처소부사격조사)’로 분석된다.
뷘 업시 주015) 뷘 업시: 빈 땅이 없이. 뷔-[虛]+ㄴ(관형사형어미) [地] 없-[無]+이(부사파생접미사).
야 주016) 야: 가득하여. -[滿]+야(종속적 연결어미).
다(→)려 주017) 려: 더불어. 리-[與]+어(보조적 연결어미). ‘려’는 부사로 쓰임. ‘다려’는 ‘ᄃᆞ려’의 오각이다.
잇니
긔 주018) 四節리 주019) 사절(四節)리: 사철이. 네 계절이. 사절(四節)+이(주격조사). 한자로 쓰여진 선행 체언의 말음 ‘ㄹ’이 주격조사에 거듭 적혔다.
외며 주020) 외며: 되며. 외-[爲]+며(대등적 연결어미).
四方이
외야 주021) 외야: 되어. 외[爲]+아(조건, 이유의 종속적 연결어미).
내며 길우며 염글우며 주022) 내며 길우며 염글우며: 내며 기르며 여물게 하며. 내-[出]+며(대등적 연결어미) 길우-[使養]+며(대등적 연결어미) 염글우-[使實]+며(대등적 연결어미). ‘길우-’와 ‘염글우-’에서 ‘-우-’는 사동접미사.
초와 주023) 초아: 감추어. 초-[藏]+아(설명의 종속적 연결어미). 앞선 시기인 15세기에는 ‘초-’를 주로 썼으나 이 책을 비롯한 16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초-’를 썼다. ¶庫 쳔 초아 뒷 지비라〈석상 9:20〉. 초며 나토 가지로 며〈야운 67〉.
이러 주024) 이러 : 이렇듯 한. 이러-[如此]+(비유의 종속적 연결어미) -+ㄴ(관형사형어미). ‘-’이 부사적 기능이 강하여 ‘이러틋’은 부사로 쓰였다.
作用이 주025) 작용(作用)이: 작용(作用)이. ‘이’는 주격조사. ‘작용’은 역용(力用)이라고도 하는데, 불·보살이 중생을 제도(濟度)하거나 식(識)이 대상을 요별(了別)하는 일 등을 이른다.
몯 일 업스니 하 히
어그러워도 주026) 어그러워도: 너그러워도. 널찍해도. 어그-[寬/廣]+어도(가정의 종속적 연결어미). 종속적 연결어미 ‘-아도/어도’는 어미 ‘-아/어’에 보조사 ‘도’가 통합된 형태이다.
다 虛空애
모도자펴 주027) 모도자펴: 한데 묶이어. 포괄되어. 거느려져. 모도잡-[摠持]+히(피동접미사)+어(보조적 연결어미).
잇니
虛空곳 주028) 허공(虛空)곳: 허공(虛空)이. 허공만. ‘곳’은 단독보조사.
업스면 하 히며
智人이며 주029) 지인(智人)이며: 지인(智人)이며. 지혜로운 사람이며.
聖人이며 주030) 성인(聖人)이며: 성인(聖人)이며. ‘이며’는 접속조사. ‘성인(聖人)’은 불·보살이나 중생 제도를 위하여 출현한 성자(聖者)를 이른다.
부텨히 주031) 부텨히: 부처들이. 부텨[佛]+ㅎ(복수 접미사)+이(주격조사).
나 이실 히 주032) 나 이실 히: 나와 있을 땅이. 출현해 있을 땅이. 나-[出]+아(보조적 연결어미) 이시-[有]+ㄹ(관형사형어미) ㅎ[地]+이(주격조사).
업스니라 주033) 업스니라: 없느니라. 없-[無]+으니라(‘라’체의 평서형 종결어미).
Ⓒ 언해 | 소백산 희방사 / 1569년(선조 2) 5월 일
이제 부처께서 다 공왕불소(空王佛所)에 잡혀 있느니, 공왕불(空王佛)은 허공(虛空)을 이르니라. 보통의 허공이, 허공이 아니라 쇠와 나무와 물과 불과 흙이 한데 섞이어 하늘과 땅의 사이에 빈 땅이 없이 가득하여 더불어 있느니라. 그것이 네 계절[四節]이 되며 네 방위[四方]가 되어, 내며 기르며 여물게 하며 간직하여 이렇듯 한 작용이 못할 일이 없으니, 하늘과 땅이 너그러워도 다 허공에 한데 묶이어 있느니라. 허공이 없으면 하늘이며 땅이며 지혜로운 사람[智人]이며 성인(聖人)이며 부처들이 나와 있을 땅이 없느니라.
Ⓒ 역자 | 김무봉 / 2013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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