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십현담요해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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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십현담요해언해
역주 십현담요해언해

중국 선승(禪僧) 동안상찰(同安常察: ?~961)이 지은 7언 8구의 게송(偈頌)을 1475년 무렵에 김시습(金時習)이 저술한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를 언해한 자료이다. 중세 한국어 연구 자료가 대부분 15세기의 관찬 문헌인데 비해, 십현담요해 언해본은 16세기 자료라는 점에서 자료 가치가 높다.

김무봉

1955년 충북 추풍령 출생

동국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저·역서〉

『염불보권문의 국어학적 연구』(공동)

『아미타경언해의 국어학적 연구』(공동)

『한산 이씨 고행록의 어문학적 연구』(공동)

『불교문학과 불교언어』(공동)

『불교문학 연구의 모색과 전망』(공동)

『훈민정음, 그리고 불경언해』

『역주 금강경언해』(공동)

『역주 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

『역주 법화경언해 권5』

『역주 원각경언해 권6』

『역주 육조법보단경언해 상, 하』

『역주 불설아미타경언해·불정심다라니경언해』

『역주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

『역주 상원사중창권선문·영험약초·오대진언』

『역주 석보상절 제20』

『역주 칠대만법·권념요록』

『역주 백련초해』(공동)

역주위원

  • 십현담요해 언해 : 김무봉(동국대학교 명예교수)

  • 교열·윤문·색인위원

  • 십현담요해 언해 : 이창덕, 홍현보, 하지희
  •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세종고전국역위원회

  • 위원장 : 한무희
  • 위원 : 강병식, 김구진, 김승곤, 남문현
  • 박충순, 이근영, 최홍식

『역주 십현담요해 언해』를 내면서

우리 세종대왕기념사업회는 1968년 1월부터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을 국역하기 시작하여 실록의 한문 원문 901권을 완역하였고, 『증보문헌비고』, 『국조인물고』, 『매월당집』, 『동국통감』 등 수많은 국학 자료의 번역 사업을 벌여 오고 있다. 아울러 1990년 6월부터는 ‘한글고전 역주 사업’의 첫발을 내디디어, 『석보상절』 권6ㆍ9ㆍ11의 역주에 착수, 지금까지 매년 꾸준히 그 성과물을 간행하여 왔다. 이제 우리 회는 올해로 한글고전 역주 사업을 추진한 지 30주년이 되었고, 올해로써 한글고전 79종 192책을 역주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그동안 900책이 넘는 한문고전의 국역본과 학술 간행물이 말해주듯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고전 국역ㆍ한글 문헌 역주 간행 기관임을 자부하는 바이다. 우리 고전의 현대화는 전문 학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매우 유용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우리 회가 고전 국역 사업을 수행하는 목적은 우리 고전을 알기 쉬운 현대어로써 한글로 번역하여, 우리 조상의 문화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새 겨레문화 건설에 이바지함에 있으므로, 앞으로도 이 사업이 끊임없이 이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회가 2020년 말까지 역주하여 간행한 정음 문헌과 책 수는 다음과 같다.

석보상절(4책), 월인석보(17책), 능엄경언해(5책), 법화경언해(7책), 원각경언해(10책), 남명집언해(2책), 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1책), 금강경삼가해(5책), 육조법보단경언해(3책), 선종영가집언해(2책), 불설아미타경언해/불정심다라니경언해(합본), 진언권공/삼단시식문언해(합본), 목우자수심결언해/사법어언해(합본),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1책), 상원사중창권선문/영험약초/오대진언/수구영험(합본), 사리영응기(1책), 몽산화상육도보설언해(1책), 칠대만법/권념요록(합본), 불설대보부모은중경(1책), 별행록절요언해(1책), 지장경언해(2책), 십현담요해언해(1책),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1책), 구급방언해(2책), 구급간이방언해(5책), 분문온역이해방/우마양저염역병치료방(합본), 언해태산집요(1책), 언해두창집요(1책), 간이벽온방/ 벽온신방/신선태을자금단(합본), 마경초집언해(2책), 분류두공부시언해(25책), 백련초해(1책), 삼강행실도(1책), 이륜행실도(1책), 동국신속삼강행실도(6책), 오륜행실도(5책), 정속언해/경민편(합본), 여씨향약언해(1책), 번역소학(3책), 소학언해(4책), 논어언해(2책), 중용언해(1책), 대학언해(1책), 맹자언해(3책) , 시경언해(6책), 서경언해(2책), 주역언해(6책), 여사서언해(2책), 여소학언해(2책), 효경언해(1책), 여훈언해(1책), 가례언해(4책), 종덕신편언해(3책), 연병지남(1책), 병학지남(1책), 화포식언해/신전자취염초방언해(합본), 명황계감언해(2책), 윤음 언해(2책), 어제상훈언해(1책), 어제훈서언해(1책), 어제내훈언해(2책), 명의록언해(4책), 속명의록언해(1책), 천의소감언해(2책), 오륜전비언해(6책), 천주실의언해(2책), 경신록언석(1책)

이 『십현담요해 언해』는, 조선 세조 때의 문신 열경 김시습(金時習)이 1475년 무렵에 저술한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를 언해(언해자 미상)한 것이다. ‘십현담(十玄談)’은 10세기 무렵에 활동했던 중국 조동종(曹洞宗) 계통의 선승 동안상찰이 지은 7언 8구의 게송이다. ‘현담(玄談)’은 경론(經論)을 강의하기 전에 그 유래와 대의(大意)를 설명하는 말이다. 따라서 ‘십현담’은 동안상찰 선사가 선(禪)의 원리를 10 항목으로 나누어 설한 게송인 것이다. 십현담요해 언해본은 모두 44장의 목판본(木版本)이고, 불분권(不分卷) 1권의 책이다. 간기(刊記)에 따르면 조선 명종(明宗) 3년인 1548년에 강화도의 정수사에서 판각한 후 쇄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우리 회가 역주한 『십현담요해 언해』의 저본은 백련문화재단에 소장된 유일본으로, 이를 영인하여 부록으로 실었다. 이 자리를 빌려 백련문화재단에 감사드린다. 우리 회에서 역주 간행함에 있어, 역주해 주신 동국대학교 김무봉 명예교수님과, 역주 사업을 위하여 지원해 준 교육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이 책의 발간에 여러 모로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20년 11월 일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일러두기

1. 역주 목적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후, 언해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어 우리 말글로 기록된 다수의 언해류 고전 등 한글 관계 문헌이 전해 내려오고 있으나, 말이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어서 옛 우리말을 연구하는 전문학자 이외의 다른 분야 학자나 일반인들이 이를 읽어 해독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러므로 현대어로 풀이와 주석을 곁들여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이 방면의 지식을 쌓으려는 일반인들에게 필독서가 되게 함은 물론, 우리 겨레의 얼이 스며 있는 옛 문헌의 접근을 꺼리는 젊은 학도들에게 중세국어 국문학 연구 및 우리말 발달사 연구 등에 더욱 관심을 두게 하며, 나아가 주체성 있는 겨레 문화를 이어가는 데 이바지하고자 함에 역주의 목적이 있다.

2. 편찬 방침

(1) 이 『역주 십현담요해 언해』의 저본(底本)으로는, 백련문화재단에 소장된 『십현담요해』 언해본을 사용하였다.

(2) 이 책의 편집 내용은 네 부분으로 나누어, ‘한문 원문ㆍ언해 원문ㆍ현대어 풀이ㆍ〈해설〉과 용어 주해’의 차례로 조판하였는데, 특별히 원문에서 본문과 주해문의 구결문, 언해문을 다른 크기로 편집하여 가독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원전과 비교하여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각 쪽이 시작되는 글자 앞에 원문의 장(張)ㆍ앞 「ㄱ」ㆍ뒤 「ㄴ」 쪽 표시를 아래와 같이 나타냈다.

〈보기〉

제 4장 앞쪽이 시작되는 글자 앞에 : 그 사 受用호매 이셔4ㄱ야

제 4장 뒤쪽이 시작되는 글자 앞에 : 半靑4ㄴ半黃호 惣道我會了也호라

(3) 현대어로 옮길 때 될 수 있는 대로 옛글과 ‘문법적으로 같은 값어치’의 글이 되도록 하는 데 기준을 두었다.

(4) 원문 내용(한문 원문과 언해문)은 네모틀에 넣어서 현대 풀이문ㆍ주석과 구별하였으며, 원문 가운데 훼손되어 읽을 수 없는 글자는 □로 표시하였다.

(5) 현대어 풀이에서, 옛글의 구문(構文)과 다른 곳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보충한 말은 〈 〉 안에 넣었다.

(6) 찾아보기 배열순서는 현행 한글맞춤법에 따랐다.

『십현담요해』 언해본 해제

김무봉(동국대학교 명예교수)

Ⅰ. 한문본 『십현담』 과 『십현담요해』

이 역주서는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의 언해본을 저본(底本)으로 한 것이다. ‘십현담(十玄談)’은 10세기 무렵에 활동했던 중국 조동종(曹洞宗) 계통의 선승(禪僧) 동안상찰(同安常察: ?~961)이 지은 7언 8구의 게송(偈頌)이다. 율시(律詩) 형식으로 된 10수(首)의 현담인 것이다. 상찰(常察)은 중국 5대10국 시기의 승려이다. 지금은 강서성(江西省)의 성도(省都)가 된 남창시(南昌市)의 옛 지명 홍주(洪州)의 봉서산(鳳棲山) 동안원(同安院)에 주석하면서 후학들을 지도했다고 한다. 육조(六祖) 혜능(惠能) 이후 중국 선종(禪宗)의 양대 법맥 중 하나를 이끌었던 청원행사(淸原行思: ? ~740)의 6대 법손(法孫)으로 구봉도건(九峯道虔: ?~921)의 법맥을 이었다.

‘현담(玄談)’은 경론(經論)을 강의하기 전에 그 유래와 대의(大意)를 설명하는 말이다. 따라서 ‘십현담(十玄談)’은 동안상찰 선사가 선(禪)의 원리를 열[十] 항목으로 나누어 풀이한 게송이다. 이 게송에 대한 주해본(註解本)이 나중에 나왔는데, 대표적인 주해본으로는 첫째, 중국 법안종(法眼宗)을 개창한 청량문익(淸凉文益: 885~958)의 주(註)가 있다. 이 주석은 지금 ‘동안찰십현담청량화상주(同安察十玄談淸凉和尙註)’라는 이름으로 전한다. 이른바 ‘청량주(淸凉註)’이다. 둘째, 조선 세조 때의 문신 열경(悅卿)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이 저술한 주석이다. 이번 역주 대상 언해본의 저본이 된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이다. 1475년 무렵에 저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001)

십현담(十玄談) 및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의 저술과 편찬 경위 등은 물론, 형태서지에 대해서는 하정용(2009:7~38)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성철스님 강설본과 11본 이자(異字) 비교표’는 십현담(十玄談)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컸다.
김시습의 자(字)를 따서 ‘열경주(悅卿註)’, 또는 ‘경주(卿註)’라고 한다. 셋째,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 1879~1944)의 주석이다. 그는 김시습의 주석을 보고 뜻을 밝히는 데 김시습과 소견(所見)이 다른 바가 보여 주해한다고 했다. 주002)
한종만(2009:103~132) 참조. 그 논의에서는 청량문익, 설잠(雪岑) 김시습, 만해 한용운 등 3인의 주석을 비교 검토하여, 주해의 내용과 성격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최귀묵(2009:81~102)은 ‘십현담요해’에 나타난 김시습 글쓰기의 특징과 위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청량문익의 청량주와 김시습의 열경주를 비교하여, ‘십현담요해’에 대한 이해와 주해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비중 있게 다루었던 내용 등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동안상찰의 ‘십현담’은 오랜 기간 유통되는 과정에서 처음 풀이했던 원문의 시어(詩語)에 일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송본(宋本), 원본(元本), 명본(明本)을 거치는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시문의 내용 중 일부에 변개가 따랐던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현담의 배열 순서에도 일부 변동이 있었다. 하정용(2009: 33~34)의 ‘이자(異字) 비교표’를 보면 성철(性徹) 스님 강설본(講說本)을 포함한 12본의 이본 중 일부에 현담의 시어(詩語)가 약간씩 다르기도 하고, 배열의 순서에서도 이본별로 다른 경우가 있다. 십현담의 순서를 12본 중 동일한 명칭의 사용이 많은 차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앞의 5수는 종문(宗門)의 요지를 서술한 것이며, 뒤의 5수는 실천의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게송 이름에 빗금을 친 것은 12개의 판본에 다르게 나타난 게송 제목 중 많이 쓰인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대체로 속장경(續藏經)에 수록되어 있는 책들에 이자(異字) 출현의 빈도가 높고 현담의 순서 배치에도 변화가 많은 편이다.

1) ➀심인(心印) ➁조의(祖意)/조의(祖義) ➂현기(玄機) ➃진이(塵異) ➄연교(演敎)/불교(佛敎) ➅달본(達本)/환향곡(還鄕曲) ➆환원(還源)/파환향곡(破還鄕曲) ➇회기(廻機)/전위(轉位)/전위귀(轉位歸) ➈전위(轉位)/전위귀(轉位歸)/회기(回機) ➉일색(一色)/정위전(正位前)/전일색(前一色) 등이다.

이 중 언해본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2) ➀심인(心印) ➁조의(祖意) ➂현기(玄機) ➃진이(塵異) ➄불교(佛敎) ➅환향곡(還鄕曲) ➆파환향곡(破還鄕曲) ➇회기(廻機) ➈전위귀(轉位歸) ➉정위전(正位前), 그리고 뒤에 조주삼문(趙州三門)을 실었다. ‘조주삼문’에는 ➀문수면목(文殊面目) ➁관음묘창(觀音妙唱) ➂보현묘용(普賢妙用) 등이 있다.

박진호(2009:70)에는 본문에 해당하는 ‘십현담요해’ 부분과 부록으로 보이는 ‘조주삼문’은 언해의 체제, 번역 양상, 번역어 등에서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있다. 주003)

이 외에도 박진호(2009:39~79)에는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 언해본이 보이는 국어학적 특성 등 관련 내용 전반에 걸쳐 상세한 논의가 있고, 같은 책의 부록(2009: 133~191)에는 언해본 전문을 옮겨 실은 후 현대어역을 두어 이 역주 작업에서 도움 받은 바 크다.

Ⅱ. 언해본 『십현담요해』

십현담요해 언해본은 모두 44장의 목판본(木版本)이고, 불분권(不分卷) 1권의 책이다. 그 중 35장과 38장은 빠져 있어서[缺落] 실제는 42장만 전한다. 2009년 이 책이 처음 소개된 이후 다른 책의 출현에 대한 안내가 없어서 현재로서는 유일본이다. 44장 뒷면 10행의 간기(刊記)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어서 간행 연도를 알 수 있다.

3) 嘉靖卄七年戊申春中月日江華地麽利山淨水寺刻板

(가정 27년 무신 춘 중월 일 강화지 마리산 정수사 각판)

가정(嘉靖) 27년은 조선 명종(明宗) 3년인 1548년이다. 강화도의 정수사에서 판각(板刻)한 후 쇄출(刷出)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전하는 책이 초쇄본인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책은 성철(性徹)스님 구장본이었는데, 열반 후 남겨진 고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김시습이 저술한 한문본 ‘십현담요해’와 함께 발견되어 2009년 10월에 있었던 성철스님 열반 16주기 추모학술회의 발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언해본의 경우에는 박진호 교수의 국어학적 고찰과 더불어 언해 원문을 싣고 현대어역이 첨부되었다. 역주자는 원본을 직접 접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 책에 소개된 내용과 서영(書影)으로 서지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4) 서외제 : 十玄談, 판심서명 : 주004)

현재 필자가 접할 수 있는 책은 영인본(影印本)이어서 판심서명이 잘 보이지 않지만, ‘玄’ 자로 짐작되는 글자가 보이고, 청량문익의 주에도 판심서명은 ‘玄’ 자로 되어 있다.

책판의 크기[板匡] : 15.2㎝ * 25.0㎝

반엽의 사주 크기[半廓] : 12.1㎝ * 19.4㎝

변란(邊欄) : 사주단변(四周單邊)

매면(每面) : 무계(無界) 10행(行)

행별 글자의 구성 : 구결문 중 원문 단행(單行), 한글 구결, 언해, 협주 등 쌍행(雙行)

매행당 글자의 수 : 21자를 기본으로 하되, 22자에서 25자까지 늘어남

언해는 게송인 현담에 한글로 구결을 달아서 먼저 본문 구결문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한글로 옮긴 것이다. 그 다음에는 김시습이 요해한 주해에 역시 한글 구결을 달아 주해 구결문을 만든 후 이를 한글로 옮겼다. 위에서 밝힌 대로 구결이 달려 있는 구결문은 각 행별로 한 행에 한 줄씩 배치를 하였다. 반면, 언해문(諺解文), 협주문(夾註文), 그리고 구결문(口訣文)에 달려 있는 구결은 작은 글자를 써서 쌍행(雙行)으로 구성하였다. 협주의 시작과 끝에는 상하내향의 흑어미(黑魚尾)를 두었으나 협주로써 문단이 끝나는 경우에는 아래쪽 흑어미를 생략했다.

그런데 여기서 ‘십현담요해’ 언해본에 대해 밝혀 두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십현담요해’ 언해본은 김시습의 주석, 곧 열경주만을 대상으로 했고, 한문본에 있는 청량문익의 주는 제외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김시습의 한문본 ‘십현담요해’를 언해의 저본으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십현담의 본문에 해당하는 게송의 경우에는 김시습의 ‘십현담요해’에 있는 현담의 원문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언해본의 원고를 조성한 미상의 작성자가 송본(宋本) 이래의 여러 이본들을 참고하여, 그 나름 타당하다고 판단한 원문을 상정(想定)해서 언해의 대상으로 삼았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주005)

하정용(2009:29~36) 참조.

역주 작업을 할 때 늘 갈등이 되는 부분은 많은 언해서(諺解書)들의 내용 구성이 주로 원문과 주해로 되어 있는데, 그럴 때 원문은 원문대로 배열을 하고 주해문은 주해문대로 배열을 하는 것이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 데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단순한 해독에 머무르지 않고 이른바 가독성(可讀性)과 문식(文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방식을 채택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다. 어떤 방식이 독자를 위해 더 바람직한 방안인가 하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역주에서도 언해본에 있는 체제를 그대로 가져와서 원문과 주해를 저본 순서대로 옮기기로 했다.

언해본의 구성을 밝히면 다음과 같다.

5) ㄱ) 한자 ‘十玄談要解序’ : 1장 앞면 전체, 1장 뒷면 여백

ㄴ) 언해 서문(序文) : 2장 앞면 1행 ~8장 앞면 4행

ㄷ) 오파원류도(五派源流圖) : 2장 뒷면

ㄹ) 입제(立題: 언해본 수록 현담의 제목) : 8장 앞면 5행 ~8장 앞면 7행

ㅁ) 심인(心印) : 8장 앞면 8행 ~10장 앞면 3행

ㅂ) 조의(祖意) : 10장 앞면 4행 ~12장 앞면 7행

ㅅ) 현기(玄機) : 12장 앞면 8행 ~14장 뒷면 4행

ㅇ) 진이(塵異) : 14장 뒷면 5행 ~20장 앞면 1행

ㅈ) 불교(佛敎) : 20장 앞면 2행 ~26장 뒷면 4행

ㅊ) 환향곡(還鄕曲) : 26장 뒷면 5행 ~28장 뒷면 10행

ㅋ) 파환향곡(破還鄕曲) : 29장 앞면 1행 ~31장 앞면 9행

ㅌ) 회기(廻機) : 31장 앞면 10행 ~33장 뒷면 10행

ㅍ) 전위귀(轉位歸) 34장 앞면 1행 ~(35장 및 38장) 결락으로 불분명 주006)

현재 전해지는 『십현담요해』 언해본은 백련문화재단 소장의 책이 유일본인데, 35장 및 38장이 빠져 있어 전체 내용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38장이 없어져서 아홉 번째 현담인 전위귀(轉位歸)의 끝부분과 열 번째 현담인 정위전(正位前)의 시작 부분을 정확히 알 수 없다.

ㅎ) 정위전(正位前) 39장 앞면 1행 ~40장 앞면 6행, 40장 뒷면 여백

전체 10현담이 끝나면 41장 앞면부터 조주3문(趙州三門)이 시작되어 44장 뒷면 2행까지 이어진다. 조주3문은 문수면목(文殊面目), 관음묘창(觀音妙唱), 보현묘용(普賢妙用) 등이다. 맨 뒷장의 여백에 간행과 관련된 몇 가지 정보가 있다. 44장의 10행에 해당하는 끝줄에 간행 사실을 알 수 있는 간기(刊記)가 있고, 그 앞쪽 상단에 주상(主上)과 왕비(王妃)에 대한 이른바 왕실(王室) 축수문(祝壽文)을 두었다. 그 아래쪽에 각수(刻手)와 시주(施主)로 보이는 이들의 명단이 나온다.

Ⅲ. 언해본 『십현담요해』의 국어학적 특성

언해본의 특징 중 무엇보다 지적할 만한 내용은 이 자료가 16세기 중엽에 간행된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점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책 전체에 방점을 두지 않은 문헌 중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1560년에 평안도(平安道) 숙천부(肅川府)에서 간행된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을 꼽아 왔었다. 그런데 이 『십현담요해』 언해본은 그 책보다 12년이나 앞서 간행되었음에도 방점이 찍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중앙의 관판본(官版本)이 주류를 이루었던 15세기 간행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격식을 덜 중시하는 사각본(私刻本)인 데에다, 사찰 교육용으로 이용하려는 실용성이 중시되어 그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 외의 표기법 및 번역의 양상 등은 대체로 15·16세기의 일반적인 번역 방법이나 표기법을 따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어두의 일부 무성자음(無聲子音)에 각자병서(各字竝書)를 과도하게 썼다는 점과 전체적으로 중철 및 혼철 표기가 많이 보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어학적인 내용은 박진호 교수의 고찰(2009:39~79)에서 대부분 다루어져 여기서는 따로 정리할 내용이 많지 않다. 역주에서 비중을 두고 진행했던 몇몇 사항만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역주를 수행하면서 당시의 일반적인 표기법에서 벗어났거나 번역에서 오류가 보이는 내용에 대해 가능한 한 역주에 반영하여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였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형태를 괄호 안에 넣어 표시를 해 두었다.

2) 형태 분석은 중세국어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의 범위 내에서 진행하였다. 문법 용어도 대체로 학교문법에서 사용하는 명칭들을 사용하였다.

3) 조사나 어미들 중 당시의 일반적인 문법 현상과 부합하지 않는 형태에 대해서는 이를 바로 잡아서 역주를 진행하였다.

4) 이 책에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어휘가 몇몇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는 앞뒤 문맥을 분석하여 합당한 의미를 찾고자 시도하였다.

5) 언해에서 사용한 어휘 중 현대에 이르러 의미의 변화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가능한 한 살려서 그대로 쓰고자 하였다. 굳이 다른 표현을 쓴다면 ‘등량(等量)의 이식(移植)’에 비중을 두고자 했다.

6) 이 책은 현담(玄談)을 언해한 글이어서 선(禪)과 관련된 전문용어나 불교관련 용어가 상당수 나온다. 이런 전문용어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쉽게 풀어서 옮기려고 노력했다.

이 ‘십현담요해’ 언해본은 16세기 중엽의 국어사 연구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중세 한국어 연구 자료의 대부분은 15세기 문헌 자료이고, 16세기 자료는 상대적으로 적다. 16세기 자료는, 15세기 자료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관판(官版) 일변도라는 한계는 넘어섰지만 현전 자료가 많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 점에서 『십현담요해』 언해본의 국어사 자료로서의 가치는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그간 저본이 가지는 불교학 분야에서의 가치로 인해 국어학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진 면이 있다. 적절한 활용으로 국어사 연구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박진호(2009), 『십현담요해』 언해본에 대한 국어학적 고찰, 『성철대종사 소장 십현담요해 언해본의 의미』, 성철 큰스님 열반 16주기 추모 학술회의 자료집, 대한불교조계종 백련불교 문화재단.

최귀묵(2009), 『십현담요해』에 나타난 김시습 글쓰기의 특징과 위상, 『성철대종사 소장 십현담요해 언해본의 의미』, 성철 큰스님 열반 16주기 추모 학술회의 자료집, 대한불교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하정용(2009), 해인사 백련암 소장 『십현담요해』에 대한 서지학적 고찰, 『성철대종사 소장 십현담요해 언해본의 의미』, 성철 큰스님 열반 16주기 추모 학술회의 자료집, 대한불교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한종만(2009), 『십현담』 각 주석의 비교검토, 『성철대종사 소장 십현담요해 언해본의 의미』, 성철 큰스님 열반 16주기 추모 학술회의 자료집, 대한불교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대한불교종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2009), 『십현담요해』 언해본(영인자료), 성철 큰스님 열반 16주기 추모 학술회의 자료집.

주001)
:십현담(十玄談) 및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의 저술과 편찬 경위 등은 물론, 형태서지에 대해서는 하정용(2009:7~38)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성철스님 강설본과 11본 이자(異字) 비교표’는 십현담(十玄談)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컸다.
주002)
:한종만(2009:103~132) 참조. 그 논의에서는 청량문익, 설잠(雪岑) 김시습, 만해 한용운 등 3인의 주석을 비교 검토하여, 주해의 내용과 성격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최귀묵(2009:81~102)은 ‘십현담요해’에 나타난 김시습 글쓰기의 특징과 위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청량문익의 청량주와 김시습의 열경주를 비교하여, ‘십현담요해’에 대한 이해와 주해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비중 있게 다루었던 내용 등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되었다.
주003)
:이 외에도 박진호(2009:39~79)에는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 언해본이 보이는 국어학적 특성 등 관련 내용 전반에 걸쳐 상세한 논의가 있고, 같은 책의 부록(2009: 133~191)에는 언해본 전문을 옮겨 실은 후 현대어역을 두어 이 역주 작업에서 도움 받은 바 크다.
주004)
:현재 필자가 접할 수 있는 책은 영인본(影印本)이어서 판심서명이 잘 보이지 않지만, ‘玄’ 자로 짐작되는 글자가 보이고, 청량문익의 주에도 판심서명은 ‘玄’ 자로 되어 있다.
주005)
:하정용(2009:29~36) 참조.
주006)
:현재 전해지는 『십현담요해』 언해본은 백련문화재단 소장의 책이 유일본인데, 35장 및 38장이 빠져 있어 전체 내용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38장이 없어져서 아홉 번째 현담인 전위귀(轉位歸)의 끝부분과 열 번째 현담인 정위전(正位前)의 시작 부분을 정확히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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