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鄕로 주001) 본향(本鄕)로: 본향(本鄕)으로. ‘ᄋᆞ로’는 부사격조사. ‘본향’은 본디 살던 고장이니, 여기서는 불교적 인식의 범위에서 말하는 무생경계(無生境界)를 이른다.
도라가 주002) 도라가: 돌아가는. 도라가-[還]+ᄂᆞᆫ(관형사형어미).
놀애라 주003) 놀애라: 노래이다. 놀애[曲]+∅(서술격조사)+라(평서형 종결어미).
【本鄕 주004) 본향(本鄕): 본향(本鄕)은. ‘ᄋᆞᆫ’은 보조사.
無生境界ㅣ라 주005) 무생경계(無生境界)(ㅣ)라: 무생경계(無生境界)이다. 무생경계(無生境界)+(ㅣ)(서술격조사)+라(평서형 종결어미). * 반모음 [j] 다음에 서술격조사 ‘ㅣ’ 표기를 한 것은 선행명사가 한자로 적혔기 때문일 것이다. ‘무생(無生)’은 태어남이 없다는 뜻이다. 또한 남이 없으므로 멸(滅)도 없다고 하여 무생무멸(無生無滅)이라고도 한다. ‘경계(境界)’는 인식 작용의 대상. 곧 ‘대경(對境)’이다. 따라서 ‘무생경계(無生境界)’는 인식으로써 ‘무생무멸(無生無滅)’의 상태를 이른다.
】
Ⓒ 언해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본향(本鄕)으로 돌아가는 노래이다.【본향은 무생경계(無生境界)이다.】
Ⓒ 구결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가온 주006) 가온: 가운데의. 가운데. 가온ᄃᆡ[中]+ㅅ(관형격조사).
길헤 주007) 길헤: 길에서. 길ㅎ[路]+에(처소부사격조사).
뷘 주008) 뷘: 비어있는. 빈. 공연(空然)히. 뷔-[空]+ㄴ(관형사형어미).
님구 주009) 님구: 임금을. 님굼[王]+ᄋᆞᆯ(목적격조사).
셤기디 주010) 셤기디: 섬기지. 셤기-[事]+디(보조적 연결어미).
말오 주011) 말오: 말고. 말-[勿]+고/오(대등적 연결어미). ‘-오’는 [ㄹ] 다음에서 /ㄱ/ 약화를 반영한 표기.
막대 주012) 디퍼 주013) 다
本鄕로 주014) 본향(本鄕)로: 본향(本鄕)으로. ‘ᄋᆞ로’는 부사격조사.
차 주015) 차: 꿰뚫어. 득달같이. 막힘없이 빠르게. ᄉᆞᄆᆞᆾ-[透]+아(연결어미).
가라 주016) 가라: 가라. 가-[行]+라(명령형 종결어미).
Ⓒ 언해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가운데 길에서 공연(空然)히 임금을 섬기지 말고, 지팡이 짚고 모두 본향(本鄕)으로 득달같이 가라.
Ⓒ 역자 | 김무봉 / 2020년 12월 30일
[요해]說妙談玄도 猶是中路ㅣ며 趣向菩提도 即事空王이니 大凡디 學人이 橫拈柱杖며 倒握吹毛야 牙如劒樹며 口似血盆야 佛祖性命 一刀애 截斷야도 猶是
십현담요해언해:27ㄱ
鈍漢이온 況掠虛摸空야 佇思停機ㅣ녀 所以道호 登山須到頂이오 入海須到底ㅣ니라
Ⓒ 구결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微妙 주017) 미묘(微妙): 섬세하고 묘(妙)하다는 뜻이다. 또는 섬세하고 야릇하여 무엇이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상태를 이른다.
말
니며 주018) 니며: 이르며. 니ᄅᆞ-[說]+며(대등적 연결어미).
玄妙 주019) 현묘(玄妙): 도리(道理) 등이 헤아릴 수 없이 깊고 미묘(微妙)함을 이른다.
말도
올히려 주020) 가온 주021) 가온: 가운데의. 가온ᄃᆡ[中]+ㅅ(관형격조사).
길히며 주022) 길히며: 길이며. 길ㅎ[路]+이(서술격조사)+며(대등적 연결어미).
【가온 길 本鄕애 몯 갯 주023) 갯: 가 있는. 가는. 가-[行]+아(연결어미)#잇-[在]+ᄂᆞᆫ(관형사형어미).
라 주024) 라: 사이이다. ᄉᆞᅀᅵ[間]+∅(서술격조사)+라(평서형 종결어미).
】 菩提예 주025) 보리(菩提)예: 보리(菩提)에. ‘예’는 부사격조사. ‘보리(菩提)’는 불교 최고의 이상인 불타 정각의 지혜, 곧, 불과(佛果)를 말한다.
나감도 주026) 나감도: 나아감도. 나ᅀᅡ가-[趣]+옴/움(명사형어미)+도(보조사). 이 책에 성조(聲調) 표시인 방점(傍點)이 없지만, ‘나·ᅀᅡ·가-(거성)’의 어간 말음이 /ㅏ/여서 명사형어미 ‘-옴/움’이 통합된 [:감]은 성조(聲調)가 상성(上聲)으로 바뀐다. 중세국어 시기에는 /ㅏ, ㅓ, ㅗ, ㅜ/ 다음에 선어말어미나 어미 ‘오/우’가 결합되면, ‘오/우’는 나타나지 않고 성조(聲調)만 상성(上聲)으로 바뀌었다.
곧 뷘 님굼
셤교미니 주027) 셤교미니: 섬김이니. 섬기는 것이니. 셤기-[事]+옴/움(명사형어미)+이(서술격조사)+니(연결어미).
大凡디 주028) 홀 주029) 홀: 배우는. ᄇᆡ호-[學]+ㄹ(관형사형어미).
사미
막대 주030) 빗기 주031) 자며 주032) 자며: 잡으며. 잡-[拈]+ᄋᆞ며(대등적 연결어미).
吹毛釼 주033) 취모검(吹毛釼): 입김에 날아온 털 하나마저 칼날에 닿으면 단박에 베어질 정도로 잘 든다고 해서 지어진 칼의 이름이다. 여기서는 번뇌라는 무명초(無名草)마저 베어버릴 정도로 날카로운 칼이라는 비유로 썼다.
갓고로 주034) 자바 주035) 【吹毛釼 터리 주036) 터리: 털을. 터리[毛]+ᄅᆞᆯ(목적격조사).
해 주037) 해: 날에. ᄂᆞᆯㅎ[刃]+애(부사격조사).
다히고 주038) 다히고: 대고. 다히-[觸]+고(대등적 연결어미).
부러 주039) 부러: 불면. 불-[吹]+어ᄃᆞᆫ(연결어미).
벋 주040) 벋: 베는. 벋-[割]+ᄂᆞᆫ(관형사형어미).
갈히니 주041) 갈히니: 칼이니. 갈ㅎ[刀]+이(서술격조사)+니(종속적 연결어미).
學人이 一切 情量 주042) 정량(情量): 분별하는 마음, 상대에 맞추는 방편(方便)을 뜻하며, 인연에 이끌리어 제대로 볼 줄 모르는 것을 비판적으로 본 견해이다. 이것이 다한 곳에 도(道)가 있다고 한다.
그 로 주043) 로: 모습으로. 야ᇰᄌᆞ[樣子]+로(부사격조사).
베텨 주044) 베텨: 베어버려야. 베티-[斬]+어(연결어미)+ᅀᅡ(보조사).
受用 주045) 이 올니라 주046) 올니라: 옳게 되느니라. 옳-[是]+ᄂᆞ(직설법 선어말어미)+니라(평서형 종결어미).
】 어미 주047) 갈
즘게 주048) 며 주049) 며: 같으며. ᄀᆞᆮᄒᆞ-[如]+며(연결어미).
이비 주050) 핏 주051) 핏 : 피 동이. 피[血]+ㅅ(사잇소리)#도ᇰᄒᆡ[盆].
야
【이 주052) 이ᄂᆞᆫ: 이것은. 이[此]+ᄂᆞᆫ(보조사).
미 世間ㅅ 情量애 업닷 주053) 마리라 주054) 마리라: 말이다. 말[語]+이(서술격조사)+라(평서형 종결어미).
】 뿌(부)텨와 祖師ㅅ 목수 갈해 베텨도 올히려 鈍
모디온 주055) 모디(미)온: 몸인데. 몸[漢]+이(서술격조사)+곤/온(연결어미). ‘-온’은 서술격 다음에서 /ㄱ/ 약화를 반영한 표기. * 이 역주서의 저본인 『십현담요해』 언해본에서는 한자 ‘漢’을 이 예에서 보듯 ‘몯’으로 옮겼는데, 그 무렵에 간행된 어떤 책에서도 이런 어휘를 찾을 수 없다. 한 글자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예에서 ‘몯’으로 옮긴 점을 감안하면 원고본 작성자의 언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목판본이어서 탈획(脫劃)된 글자가 아닌가 하는 점과 의미의 상관성에 무게를 실어 여기서는 ‘몸’으로 바꾸어 역주했다.
며 업슨 것
아며 주056) 아며: 앗으며. 빼앗으며. 아ᇫ-[掠]+ᄋᆞ며(대등적 연결어미).
虛空
자바 주057)
머추며 주058) 머추며: 멈추며. 머추-[停]+며(대등적 연결어미).
조각 주059) 조각: 기(機)를. 으뜸을. 조각[機]+ᄋᆞᆯ(목적격조사).
두미녀 주060) 두미녀: 둠이겠느냐. 두-[佇]+옴/움(명사형어미)+이(서술격조사)+ᄯᆞ녀(반어적 의문형 종결어미).
그럴 주061) 닐오 주062) 닐오: 이르되. 니ᄅᆞ-[道]+오ᄃᆡ/우ᄃᆡ(연결어미).
뫼헤 주063) 올올덴(뎬) 주064) 올올덴: 오를진댄. 오를 때는. 올오-[登]+ㄹ덴(연결어미).
모로매
수개 주065) 수개: 꼭대기에. 정상(頂上)에. 수ᄂᆞᆯ개[頂].
오고 바래
드롤덴(뎬) 주066) 드롤덴: 들진댄. 들[入]+오/우(선어말어미)+ㄹ덴(연결어미).
모로매
며(미) 주067) 며(미): 맨 밑에. ᄆᆞᆺ[最](관형사)#밑[底]+ᄋᆡ(부사격조사). ‘밑’은 부사격조사에 ‘ᄋᆡ/의’를 쓰는 이른바 특이처격어이다.
갈 디니라 주068) 갈 디니라: 갈지니라. 갈 것이니라. 가-[到]+오우(선어말어미)+ㄹ(관형사형어미)#+ᄃᆞ(의존명사)+ㅣ(서술격조사)+니라(평서형 종결어미).
Ⓒ 언해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미묘(微妙)한 말 이르며 현묘(玄妙)한 말 하는 것도 오히려 가운데 길이며, 【가운데 길은 본향(本鄕)에 가지 못한 사이이다.】 보리에 나아감도 곧 공(空)한 임금을 섬기는 것이다. 무릇 배우는 사람이 지팡이를 비스듬히 잡고 취모검(吹毛釼)을 거꾸로 잡아, 【취모검(吹毛釼)은 털을 날에 대고 불면 (털이) 베어지는 칼이니, 학인(學人)이 일체의 정량(情量)을 그 모양으로 베어 버려야 수용(受用)이 옳게 된다.】 어금니가 칼 나무 같으며 입이 피 동이 같아서, 【이것은 마음이 세간의 정량(情量)에 없다는 말이다.】 부처와 조사(祖師)의 목숨을 한 칼에 베어 버려도 오히려 둔(鈍)한 몸인데, 하물며 없는 것 빼앗으며 허공을 잡아 뜻 멈추며 기(機)를 멈춰 둠이겠느냐! 그러므로 이르되 “산에 오를진댄 모름지기 꼭대기에 오르고, 바다에 들진댄 모름지기 밑바닥에 갈지니라.”
Ⓒ 역자 | 김무봉 / 2020년 12월 30일
Ⓒ 구결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구룸과 믈와
린 주069) 린 : 가린 곳에. 나뉜 곳에. ᄀᆞ리-[隔]+ㄴ(관형사형어미)#ᄃᆡ[時].
그 주070) 잇디 주071) 잇디: 있지. 잇-[住]+디(보조적 연결어미).
말라 눈
딘 주072) 뫼
기픈 주073) 기픈 ᄃᆡ: 깊은 곳에서. 깊-[深]+은(관형사형어미)#ᄃᆡ[處].
내
밧디 주074) 밧디: 바쁘지. 밧ᄇᆞ-[忙]+디(보조적 연결어미).
아니호라 주075) 아니호라: 아니하다. 아니ᄒᆞ-[非]+오/우(화자표시법 선어말어미)+라(평서형 종결어미).
Ⓒ 언해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구름과 물이 막힌 곳에 그대 있지 말라. 눈 내린 산 깊은 곳에서 나는 바쁘지 아니하다.
Ⓒ 역자 | 김무봉 / 2020년 12월 30일
[요해]
십현담요해언해:27ㄴ
一切語言知見聖賢位次 謂之雲水ㅣ오 如是諸法情量見解 蕩盡無餘야 一色이 全彰야 無可比方 謂之雪山이니 聖賢位次 妙語玄談애 君莫停機ㅣ어다 一色이 孤危야 魔外ㅣ 難窺야 得到大休歇田地라도 我亦不肯호리라 所以道호 依倚一物이면 便不中이라도다
Ⓒ 구결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一切ㅅ 말과 見解와
聖賢 주076) 성현(聖賢): 성인(聖人)과 현인(賢人)을 아울러 이른다.
位次 주077) 위차(位次): 위상(位相)과 품계(品階)에 따른 차례를 이른다.
구룸과 믈왜라 고
【구룸 믈와 닷 주078) 닷: 꺼림칙하다는. ᄭᅥᆲ-[難澁]+닷(연결어미).
마리라】 이러 주079) 이러: 이렇듯 한. 이러하듯 한. 이러ᄐᆞᆺᄒᆞᆫ[如此](관형사).
諸法 주080) 제법(諸法): 우주 사이에 있는 유형, 무형의 온갖 사물. 인연에 따라 발생하고 존재하는 차별의 현상을 이른다.
情量 주081) 정량(情量): 분별하는 마음, 상대에 맞추는 방편(方便)을 뜻하며, 인연에 이끌리어 제대로 볼 줄 모르는 것을 비판적으로 본 견해이다. 이것이 다한 곳에 도(道)가 있다고 한다.
見解 주082) 견해(見解):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의견과 생각을 이른다.
조히 주083) 조히: 깨끗하게. 깨끗이. 좋-[淨]+이(부사파생접미사).
러 주084) 더뎌 주085) 더뎌: 던지어. 더디-[投棄]+어(연결어미).
나 주086) 나: 남은. 남-[餘]+ᄋᆞᆫ(관형사형어미).
거시 업게 야
비치 주087) 젼혀 주088) 나타 주089) 가빌 주090) 가빌: 비유할. 비교할. ᄀᆞᄌᆞᆯ비-[譬喩]+ㄹ(관형사형어미).
히 업수 눈 딘 뫼히라 니
【눈 딘 뫼 싁싁 시라 주091) 싁싁 시라: 웅장한 것이다. 늠름한 것이다. 싁싁ᄒᆞ-[凜凜]+ㄹ(관형사형어미)#ᄉᆞ(의존명사)+ㅣ(서술격조사)+라(평서형 종결어미).
】 聖賢 位次 微妙
말와 주092) 말와: 말과. 말[語]+과/와(접속조사). 접속조사 ‘와’는 [ㄹ] 다음에서 /ㄱ/ 약화를 반영한 표기.
玄微
마래 주093) 그 주094) 그: 그대는. 그대가. 그듸[君]+∅(주격조사).
조각 주095) 조각: 기(機)를. 조각[機]+ᄋᆞᆯ(목적격조사). ‘기(機)’는 종교의 대상인 교법(敎法)에 대한 주체(중생)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두디 주096) 두디: 두지. 두-[停]+디(보조적 연결어미).
마롤 디어다 주097) 마롤 디어다: 말 지어다. 말-[莫]+오/우(대상표시법 선어말어미)+ㄹ(관형사형어미)#ᄃᆞ(의존명사)+ㅣ(서술격조사)+거/어(확인법 선어말어미)+다(평서형 종결어미).
비치
孤絶코 주098) 고절(孤絶)코: 고절(孤絶)하고. ‘고절(孤絶)’은 고고(孤高)한 절개가 더할 수 없이 뛰어남을 이른다.
어려워 주099) 어려워: 어려워. 위태로워. 어려ᇦ-[危]+어(연결어미).
外道ㅅ 주100) 외도(外道)ㅅ: 외도(外道)의. ‘ㅅ’은 관형격조사. ‘외도’는 불교(佛敎) 이외의 다른 종교를 이른다.
거시 주101) 거시: 것이. 것(의존명사)+이(주격조사). ‘외도(外道)의 것이’는 외도(外道)가.
엿우디 주102) 엿우디: 엿보지. 엿우-[窺]+디(보조적 연결어미).
몯야
주103) 쉴 해
갈 디라도 주104) 갈 디라도: 갈지라도. 가-[到]+오/우(대상표시법 선어말어미)+ㄹ(관형사형어미)#ᄃᆞ(의존명사)+ㅣ(서술격조사)+라도(연결어미).
내 즐기디
아니호리라 주105) 아니호리라: 아니할 것이다. 아니ᄒᆞ-[不]+오/우(화자표시법 선어말어미)+리(추측법 선어말어미)+라(평서형 종결어미).
그럴 닐오
거 주106) 븓들이면 주107) 븓들이면: 붙들리면. 븓들이-[被依]+면(연결어미).
맛디 주108) 맛디: 맞지. 맞-[適]+디(보조적 연결어미).
아니리라 주109) 아니리라: 않을 것이다. 아니ᄒᆞ-[不]+리(추측법 선어말어미)+라(평서형 종결어미).
Ⓒ 언해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일체의 말씀과 견해와 성현(聖賢)의 위차(位次)를 구름과 물이라 하고, 【구름과 물은 꺼림칙하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제법(諸法) 정량(情量) 견해(見解)를 깨끗이 쓸어 던져서 남은 것이 없게 하여, 한 빛이 온전히 나타나 비교할 곳이 없는 것을 눈 내린 산이라 한다. 【눈 내린 산은 웅장한 것이다.】 성현(聖賢)의 위차(位次)인 미묘한 말과 현묘한 말에 대해 그대는 기(機)를 두지 말지어다. 한 빛이 고절(孤絶)하고 위태로워 외도(外道)가 엿보지 못하여, 크게 쉴 곳에 갈지라도 나는 즐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르되 “하나에 붙들리면 맞지 않을 것이다.”
Ⓒ 역자 | 김무봉 / 2020년 12월 30일
십현담요해언해:28ㄱ
堪嗟去日레 顔如玉이러니 却歎廻來예 鬢似霜이로다
Ⓒ 구결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슬험 직다 주110) 슬험 직다: 슬퍼함 직하다. 슳-[悲]+엄(명사형어미)#직ᄒᆞ-(보조형용사)+다(평서형 종결어미).
갈 주111) 나랜 주112) 나랜: 날에는. 날[日]+애(부사격조사)+ㄴ(보조사).
주113) : 모습이. 야ᇰᄌᆞ[樣子]+ㅣ(주격조사).
졈더니 주114) 졈더니: 젊더니. 졈-[少]+더(회상법 선어말어미)+니(연결어미).
애다 주115) 애다: 애달다. 애달프다. 애ᄃᆞᆲ-[歎]+다(평서형 종결어미).
올
젠 주116) 귀미티 주117) 귀미티: 귀밑머리가. 귀밑[鬢]+이(주격조사).
셰도다 주118) 셰도다: 세었다. 하얗구나. 셰-[髮白]+도다(감탄형 종결어미).
Ⓒ 언해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슬퍼함 직하다고 간 날에는 모습이 젊더니, 애달프다. 올 때는 귀밑머리(살쩍)가 세었구나.
Ⓒ 역자 | 김무봉 / 2020년 12월 30일
[요해]始悟眞源 宛是初機러니 及乎悟了얀 方知本具ㅣ로다 白髮小兒ㅣ 初成正覺고 小兒白髮이 轉妙法輪이로다 法華經애 云호 佛이 出釋氏宮샤 去伽耶ㅣ 不遠샤 坐於道場샤 得阿耨菩提시니 然이나 成佛已來ㅣ 無量百千億那由他刦이라니 爲什麽如是오 古之今之며 今之古之로다
Ⓒ 구결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비서 주119) 비서: 처음에. 처음으로. 비ᄅᆞᆺ-[始]+어(연결어미).
眞實ㅅ 根源
아로려 주120) 아로려: 알고자. 알려고. 알-[悟]+오/우(선어말어미)+려(연결어미).
젠
젼혀 주121) 첫
根機ㅣ러니 주122) 근기(根機)ㅣ러니: 근기(根機)였는데. 근기(根機)+ㅣ(서술격조사)+더/러(회상법 선어말어미)+니(연결어미). ‘근기’는 교법을 듣고 닦아 증(證)하여 얻는 중생의 능력이다. 곧, 불교의 이상을 실현하여 부처나 성자가 될 근성(根性)을 이른다.
조히 주123) 조히: 깨끗이. 명료(明瞭)하게. 좋-[淨]+이(부사파생접미사).
아라 주124) 아라: 알고는. 깨닫고는. 알-[悟]+아(연결어미)+ᄂᆞᆫ(보조사).
젼혀 주125) 젼혀: 온전히. 전(全)혀. 젼혀[全](부사).
本來
잿도다 주126) 잿도다: 갖추고 있도다. 가졌도다. ᄀᆞᆽ-[具]+아(연결어미)#잇-[有]+도다(감탄형 종결어미).
머리 셴
아기 주127) 처 주128) 뿌(부)
텨 주129) 뿌(부)텨: 부처가. 부텨[佛]+∅(보격조사).
도외오 주130) 도외오: 되고. 도외-[成]+고/오(대등적 연결어미).
아기 머리
셰니 주131) 셰니: 센 이가. 머리 흰 사람이. 셰-[髮白]+ㄴ(관형사형어미)#이(의존명사)+∅(주격조사).
法 주132) 법(法): 범어로 ‘dharma’라고 한다. 제 성품을 가졌거나 물건의 알음알이를 내게 하는 물(物), 심(心), 선(善), 악(惡)의 모든 사상(事相)을 이른다. 여기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교법(敎法), 곧 불법(佛法)을 가리킨다.
펴도다 주133) 펴도다: 폈도다. 펴-[輪]+도다(감탄형 종결어미).
法華經 주134) 법화경(法華經):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약칭이다. 대승 불교에서 가장 널리 읽혀져 온 대표적인 경전의 하나이다. ‘대승경전의 꽃’ 또는 ‘모든 경전 중의 으뜸’이라고 한다.
에
닐오 주135) 닐오: 이르되. 니ᄅᆞ-[云]+오ᄃᆡ/우ᄃᆡ(연결어미).
뿌(부)톄
釋氏ㅅ 주136) 석씨(釋氏)ㅅ: 석씨(釋氏)의. ‘ㅅ’은 높임 대상의 명사 다음에 오는 관형격조사. ‘석씨’는 부처님의 종족인 샤키아족 곧, 석가씨족(釋迦氏族)을 이른다.
王宮 주137) 왕궁(王宮): 여기서의 왕궁(王宮)은 나중에 부처님이 된 시다르타 태자(太子)가 태어난 곳이라고 전하는 고대 인도의 가비라성(迦毘羅城)을 이른다. 히말라야산(山)의 산기슭에 있었다는 나라 궁성(宮城)을 가리킨다.
에
나샤 주138) 나샤: 나시어. 태어나시어. 나-[生]+샤(주체존대 선어말어미)+아(연결어미).
伽耶城 주139) 가야성(伽耶城): 고대 중인도 마갈다국의 도성(都城) 이름. 여기서는 석가모니가 성도한 곳인 불타가야(佛陀伽耶)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임. 현재 인도 비하루주 가야시의 남쪽 약 10km 지점에 있다고 한다.
으로미 주140) 으로미: 떨어짐이. 떨어진 것이. 버ᇰ을-[隔]+옴/움(명사형어미)+이(주격조사).
머디 주141) 머디: 멀지. 멀-[遠]+디(보조적 연결어미).
아니샤 주142) 아니샤: 아니하시어. 아니하여. 아니ᄒᆞ-[不]+샤(주체존대 선어말어미)+아(연결어미).
道場애 주143) 도량(道場)애: 도량(道場)에. ‘도량’은 ‘보리도량(菩提道場)’의 줄임말로 불도(佛道)를 닦는 곳을 이른다. 한자음 ‘도장’을 ‘도량’으로 발음하는 것은 ‘道場’의 중세국어 시기 독음 ‘됴’이 유음화된 것이다. 지금은 주로 사찰을 이른다.
안샤
阿耨菩提 주144) 아뇩보리(阿耨菩提):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이른다.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 미혹(迷惑)함을 여의고 깨달음과 지혜(智慧)가 원만하여 일체의 진상(眞相)을 모두 아는 부처의 경지(境地), 최상(最上)의 지혜를 이른다. 곧, 불과(佛果)의 지혜이다.
어시니 주145) 어시니: 얻으시니. 얻-[得]+ᄋᆞ시(주체존대 선어말어미)+니(연결어미).
십현담요해언해:28ㄴ
【阿耨菩提 뿌(부)텨 도닷 주146) 도닷: 된다는. 도ᄋᆡ-[成]+닷(연결어미).
마리라】 그러나 뿌(부)텨
외여신 디 주147) 외여신 디: 되신 지. 되신 것이. ᄃᆞ외-[成]+어(연결어미)#(이)시[在]+ㄴ(관형사형어미)#디(의존명사).
無量 주148) 무량(無量): 무량(無量)의. ‘무량’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뜻임.
百千億
那由他 주149) 나유타(那由他): 인도에서 말하는 아주 긴 시간으로 아승기(阿僧祇)의 억(億) 곱절이면서 불가사의(不可思議)의 억(億) 분의 일에 해당한다.
刦 주150) 겁(刦): 겁(劫). 천지(天地)가 한번 개벽(開闢)한 때부터 다음번에 개벽할 때까지의 동안이란 뜻으로 길고 오랜 시간을 이른다.
이라 니 엣디
이러뇨 주151) 이러뇨: 이러하냐. 이러한가. 이러ᄒᆞ-[是]+뇨(‘ᄒᆞ라’체의 설명의문형어미).
녜 주152) 이제며 주153) 이제며: 지금이며. 이제[今]+며(대등적 연결어미).
이제
녜로다 주154) 녜로다: 옛날이로다. 녜[古]+∅(서술격조사)+로다(감탄형 종결어미).
Ⓒ 언해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처음에 진실의 근원을 알고자 할 때에는 전(專)혀 첫 근기(根機)였는데, 명료히 깨달은 뒤에는 온전히 본래 갖추고 있도다. 머리 센 아기가 처음 부처 되고, 아기 머리 센 이가 법(法)을 폈도다. 법화경(法華經)에 이르되 “부처께서 석씨(釋氏)의 왕궁에서 나시어 가야성(伽耶城)과 떨어짐이 멀지 아니하여, 도량에 앉아 아뇩보리(阿耨菩提)를 얻으셨다.” 【아뇩보리(阿耨菩提)는 부처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부처 되신 지 무량(無量) 백천억(百千億) 나유타겁(那由他劫이라고 하니, 어찌 이러하냐? 옛날이 지금이고, 지금이 옛날이로다.
Ⓒ 역자 | 김무봉 / 2020년 12월 30일
撒手야 到家 人不識니 更無一物도 獻尊堂이로다
Ⓒ 구결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쏜(손) 주155) 러 주156) 러: 놓고. 떨치고. ᄠᅥᆯ-[撒]+어(연결어미).
지 주157) 가 주158) 가: 감을. 가는 것을. 가-[行]+옴/움(명사형어미)+ᄋᆞᆯ(목적격조사). 이 책에 성조(聲調) 표시인 방점(傍點)이 없지만, ‘·가-(거성)’의 어간 말음이 /ㅏ/여서 명사형어미 ‘-옴/움’이 통합된 [:감]은 성조(聲調)가 상성(上聲)으로 바뀐다. 중세국어 시기에는 /ㅏ, ㅓ, ㅗ, ㅜ/ 다음에 선어말어미나 어미 ‘오/우’가 결합되면, ‘오/우’는 나타나지 않고 성조(聲調)만 상성(上聲)으로 바뀌었다.
사미 주159) 사미: (다른) 사람이. 사ᄅᆞᆷ[人]+이(주격조사).
아디 몯니 다시
것도 주160) 것도: 한 것도. 한 사물도. ᄒᆞᆫ[一](관형사)#것(의존명사)+도(보조사).
아바님 주161) 아바님: 아버님께. 아버님[父]+ᄭᅴ(상대 부사격조사).
받올 주162) 받올: 받칠. 받[獻]+ᄌᆞᇦ(겸양법 선어말어미)+ᄋᆞᆯ(관형사형어미).
거시 업도다
Ⓒ 언해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손 떨치고 집에 가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니, 다시 한 것[事物]도 아버님께 바칠 것이 없도다.
Ⓒ 역자 | 김무봉 / 2020년 12월 30일
[요해]所得諸法이 盡是摸空捉影이며 所到家鄕이 無非撮電捫風이로다 紅顔老爺 將何奉獻고 雲山海月로 爲他供며 無底盃盂로 獻壽觴호리라
Ⓒ 구결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어돈 주163) 어돈: 얻은. 얻-[得]+오/우(선어말어미)+ㄴ(관형사형어미).
모 法이 다 虛空
자며 주164) 자며: 잡으며. 잡-[摸]+ᄋᆞ며(대등적 연결어미).
그르메 주165) 자본 주166) 자본: 잡은. 잡-[捉]+오/우(선어말어미)+ㄴ(관형사형어미).
거시며 주167) 거시며: 것이며. 것(의존명사)+이(서술격조사)+며(대등적 연결어미).
간 本鄕이
번게 주168) 쥐며 주169) 쥐며: 쥐며. 쥐-[撮]+며(대등적 연결어미).
주170) 잡 주171) 잡: 잡듯이. 잡듯. 잡-[捫]+ᄃᆞᆺ(연결어미).
호미 주172) 호미: 함이. 하는 것이. ᄒᆞ-+옴/움(명사형어미)+이(주격조사).
아닔 주173) 아닔: 아님이. 아니-[非]+ㄹ(동명사어미)+ㅅ(격조사).
아니로다 주174) 아니로다: 아니로다. 아니-[無]+로다(감탄형 종결어미).
져믄 주175) 늘근 주176) 아비 주177) 아비: 아비를. 아비에게. 아비[爺]+ᄅᆞᆯ(목적격조사).
므스거 주178) 므스거: 무엇을. 므스것[何]+ᄋᆞᆯ(목적격조사).
받오뇨 주179) 받오뇨: 받쳤느냐. 드렸느냐. 받-[奉獻]+ᄌᆞᇦ(겸양법 선어말어미)+ᄋᆞ뇨(‘ᄒᆞ라’체의 설명의문형어미).
구룸과 뫼콰 바와
오로 주180) 오로: 달로. ᄃᆞᆯ[月]+오로(도구 부사격조사).
供養 주181) 공양(供養): 불·보살에게 음식이나 재물 등을 바치는 일이다.
사며 주182) 사며: 삼으며. 삼-[爲]+ᄋᆞ며(대등적 연결어미).
믿 주183) 업슨 주184) 잔과
바리로 주185) 바리로: 바리. 바리[盂]+로(도구 부사격조사).
獻壽 주186) 헌수(獻壽): 잔을 바침. 장수(長壽)를 기원하는 의미로 수연(壽筵) 등의 연회에서 잔을 올리는 일을 말한다.
호리라
Ⓒ 언해 | 강화도 정수사 / 1548년(명종 3) 월 일
얻은 모든 법(法)이 다 허공을 잡으며 그림자를 잡은 것이며, 간 본향(本鄕)이 번개를 쥐며 바람을 잡듯 함이 아닌 것이 아니도다. 젊은 늙은 아비에게 무엇을 바쳤는가? 구름과 산과 바다와 달로 공양(供養)을 삼으며, 밑 없는 잔과 바리로 헌수(獻壽)하리라.
Ⓒ 역자 | 김무봉 / 2020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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