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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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
역주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

1560년(명종 15)에 평안도에서 간행된 것으로 관음보살의 6자 주문을 암송하면 무량 공덕을 얻는다는 내용의 불교 언해서이다. 이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은 16세기 중엽의 국어사 연구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김무봉

1955년 충북 추풍령 출생

동국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저·역서〉

『염불보권문의 국어학적 연구』(공동)

『아미타경언해의 국어학적 연구』(공동)

『한산 이씨 고행록의 어문학적 연구』(공동)

『불교문학과 불교언어』(공동)

『불교문학 연구의 모색과 전망』(공동)

『훈민정음, 그리고 불경언해』

『역주 금강경언해』(공동)

『역주 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

『역주 법화경언해 권5』

『역주 원각경언해 권6』

『역주 육조법보단경언해 상, 하』

『역주 불설아미타경언해·불정심다라니경언해』

『역주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

『역주 상원사중창권선문·영험약초·오대진언』

『역주 석보상절 제20』

『역주 칠대만법·권념요록』

『역주 백련초해』(공동)

역주위원

  •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 : 김무봉(동국대학교 명예교수)

  • 교열·윤문·색인위원

  •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 : 김홍범, 홍현보, 하지희
  •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세종고전국역위원회

  • 위원장 : 한무희
  • 위원 : 강병식, 김구진, 김승곤, 남문현, 박충순, 이근영, 최홍식

『역주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을 내면서

우리 세종대왕기념사업회는 1968년 1월부터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을 국역하기 시작하여 실록의 한문 원문 901권을 완역하였고, 『증보문헌비고』, 『국조인물고』, 『매월당집』, 『동국통감』 등 수많은 국학 자료의 번역 사업을 벌여 오고 있다. 아울러 1990년 6월부터는 ‘한글고전 역주 사업’의 첫발을 내디디어, 『석보상절』 권6·9·11의 역주에 착수, 지금까지 매년 꾸준히 그 성과물을 간행하여 왔다. 이제 우리 회는 올해로 한글고전 역주 사업을 추진한 지 30주년이 되었고, 올해로서 한글고전 79종 192책을 역주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그동안 900책이 넘는 한문고전의 국역본과 학술 간행물이 말해주듯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고전 국역·한글 문헌 역주 간행 기관임을 자부하는 바이다. 우리 고전의 현대화는 전문 학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매우 유용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우리 회가 고전 국역 사업을 수행하는 목적은 우리 고전을 알기 쉬운 현대어로써 한글로 번역하여, 우리 조상의 문화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새 겨레문화 건설에 이바지함에 있으므로, 앞으로도 이 사업이 끊임없이 이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회가 2020년 말까지 역주하여 간행한 정음 문헌과 책 수는 다음과 같다.

석보상절(4책), 월인석보(17책), 능엄경언해(5책), 법화경언해(7책), 원각경언해(10책), 남명집언해(2책), 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1책), 금강경삼가해(5책), 육조법보단경언해(3책), 선종영가집언해(2책), 불설아미타경언해/불정심다라니경언해(합본), 진언권공/삼단시식문언해(합본), 목우자수심결언해/사법어언해(합본),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1책), 상원사중창권선문/영험약초/오대진언/수구영험(합본), 사리영응기(1책), 몽산화상육도보설언해(1책), 칠대만법/권념요록(합본), 불설대보부모은중경(1책), 별행록절요언해(1책), 지장경언해(2책), 십현담요해언해(1책),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1책), 구급방언해(2책), 구급간이방언해(5책), 분문온역이해방/우마양저염역병치료방(합본), 언해태산집요(1책), 언해두창집요(1책), 간이벽온방/ 벽온신방/신선태을자금단(합본), 마경초집언해(2책), 분류두공부시언해(25책), 백련초해(1책), 삼강행실도(1책), 이륜행실도(1책), 동국신속삼강행실도(6책), 오륜행실도(5책), 정속언해/경민편(합본), 여씨향약언해(1책), 번역소학(3책), 소학언해(4책), 논어언해(2책), 중용언해(1책), 대학언해(1책), 맹자언해(3책) , 시경언해(6책), 서경언해(2책), 주역언해(6책), 여사서언해(2책), 여소학언해(2책), 효경언해(1책), 여훈언해(1책), 가례언해(4책), 종덕신편언해(3책), 연병지남(1책), 병학지남(1책), 화포식언해/신전자취염초방언해(합본), 명황계감언해(2책), 윤음 언해(2책), 어제상훈언해(1책), 어제훈서언해(1책), 어제내훈언해(2책), 명의록언해(4책), 속명의록언해(1책), 천의소감언해(2책), 오륜전비언해(6책), 천주실의언해(2책), 경신록언석(1책)

이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聖觀自在求修六字禪定)』은, 1560년(명종 15)에 간행된 고전적이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불교 관련 문헌이자, 언해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당시의 국어 연구에 도움이 되는 국어사 자료이기도 하다.

이번에 우리 회가 역주한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의 저본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귀중본으로, 이를 영인하여 부록으로 실었다. 이 자리를 빌어 국립중앙도서관에 감사드린다. 우리 회에서 역주 간행함에 있어, 역주해 주신 동국대학교 김무봉 명예교수님과, 역주 사업을 위하여 지원해 준 교육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이 책의 발간에 여러 모로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20년 11월 일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일러두기

1. 역주 목적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후, 언해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어 우리 말글로 기록된 다수의 언해류 고전 등 한글 관계 문헌이 전해 내려오고 있으나, 말이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어서 옛 우리말을 연구하는 전문학자 이외의 다른 분야 학자나 일반인들이 이를 읽어 해독하기란 여간 어려운 실정이 아니다. 그러므로 현대어로 풀이와 주석을 곁들여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이 방면의 지식을 쌓으려는 일반인들에게 필독서가 되게 함은 물론, 우리 겨레의 얼이 스며 있는 옛 문헌의 접근을 꺼리는 젊은 학도들에게 중세국어 국문학 연구 및 우리말 발달사 연구 등에 더욱 관심을 두게 하며, 나아가 주체성 있는 겨레 문화를 이어가는 데 이바지하고자 함에 역주의 목적이 있다.

2. 편찬 방침

(1) 이 『역주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의 저본으로는,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을 사용하였다.

(2) 이 책의 편집 내용은 네 부분으로 나누어, ‘한문 원문·언해 원문·현대어 풀이·용어 주해’의 차례로 조판하였는데, 특별히 한문 원문이 한자 독음만으로 되어 있는 문장과 한글 구결을 단 한문 구결문을 쌍행으로 만들어 나란히 배열해 두고 있어, 독자의 편리를 위해 독음문과 구결문을 각각 묶었다. 원전과 비교하여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각 쪽이 시작되는 글자 앞에 원문의 장(張)·앞 「ㄱ」·뒤 「ㄴ」 쪽 표시를 하였는데, 부득이 구결문에 쪽 표시를 하였다.

〈육자선정 1ㄱ쪽〉

〈쪽표시 보기〉

1ㄱ셩관ᄌᆞᄌᆡ구슈뉵자션뎌ᇰ이라

聖觀自在求修六字禪定

안여의륜집겨ᇰ호니 운호ᄃᆡ 약인이 셔ᇰᄎᆔᄎᆞ법문쟈ㅣ ᄆᆡ일 이시예 블가져ᇰ신구ᄒᆞ고 젼심가디ᄒᆞ야 귀의삼보ᄒᆞᄋᆞ와 여법고ᇰ야ᇰᄒᆞᄋᆞᆸ고 지심건쳐ᇰ 관음보살과 텬뇨ᇰ과 팔부과 호법션신과ᄅᆞᆯ ᄒᆞᄋᆞᆸ노니 유원ᄂᆡ림ᄒᆞ샤 즈ᇰ아드ᇰ원ᄒᆞ샤 텨ᇰ아여법계유져ᇰ으로 도ᇰ입법문ᄒᆞ야 긔보살ᄒᆡᇰᄒᆞ야 즈ᇰ보살과ᄒᆞ쇼셔 ᄒᆞ니라

按如意輪集經호니 云호ᄃᆡ 若人이 成就此法門者ㅣ 每日 二時예 不假1ㄴ淨身口ᄒᆞ고 專心加持ᄒᆞ야 皈依三寶ᄒᆞᄋᆞ와 如法供養ᄒᆞᄋᆞᆸ고 至心虔請 觀音菩薩과 天龍과 八部과 護法善神과ᄅᆞᆯ ᄒᆞᄋᆞᆸ노니 惟(唯)願來臨ᄒᆞ샤 證我等願ᄒᆞ샤 聽我與2ㄱ法界有情으로 同入法門ᄒᆞ야 起菩薩行ᄒᆞ야 證菩薩果ᄒᆞ쇼셔 ᄒᆞ니라

(3) 현대어로 옮기는 데 있어서 될 수 있는 대로 옛글과 ‘문법적으로 같은 값어치’의 글이 되도록 하는 데 기준을 두었다.

(4) 원문 내용(한문 원문과 언해문)은 네모틀에 넣어서 현대 풀이문·주석과 구별하였으며, 원문 가운데 훼손되어 읽을 수 없는 글자는 □로 표시하였다.

(5) 현대어 풀이에서, 옛글의 구문(構文)과 다른 곳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보충한 말은 〈 〉 안에 넣었다.

(6) 찾아보기 배열순서는 현행 맞춤법에 따랐다.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 해제

김무봉(동국대학교 명예교수)

Ⅰ. 머리말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聖觀自在求修六字禪定)』은 1560년(명종 15)에 간행된 고전적이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불교 관련 문헌이자, 언해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당시의 국어 연구에 도움이 되는 국어사 자료이기도 하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의 귀중본인데, 안병희(1977) 이후 일반에 알려지게 되었다. 주001)

안병희(1977), 안병희(1992, 재수록:396~406) 참조.
1994년에는 한국서지학회 간행의 학회지 『서지학보』 14집에 책 전체를 영인·공개하여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경란(2005) 등의 단편적인 논의만 있었을 뿐, 학계에서 폭넓게 다루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이 책의 역주(譯註)를 맡게 되어, 이미 발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간단한 해제를 붙이고자 한다. 남경란(2005)에서는 이 책 외에 이 책의 번각본으로 보이는 1567년 간행본이 있고, 그 책에는 1560년 판의 결락(缺落) 장(張)인 44장과 45장이 모두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 책을 볼 수가 없어서, 역주 대상의 책은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으로 했다. 따라서 이 해제에서는 1560년 간행본을 중심으로 소개를 할 것이다. 그 외 1908년 간행본 1본이 더 있다고 하였으나, 주002)
남경란(2005:126~148) 참조.
그 책은 체제가 다른 것이어서 논외로 한다.

이 책은 제목에서 시사하고 있는 바와 같이 여섯 자(字) 진언의 염송(念誦)으로 신앙생활을 하면, 그 결과 무량한 공덕을 얻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곧 청정한 몸가짐과 마음으로 이 진언을 염송하면 보살과(菩薩果)를 증(證)할 것이라는 결과 제시를 통해, 동기 제공을 하는 등 여섯 글자 주문(呪文)의 효험(效驗)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선정에 드는 방법, 진언을 섭수(攝受)하여 얻는 효과, 진언을 지성으로 염하면 공덕이 끝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 등을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비유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밀교적 성격이 짙은 불서이다. 진언 여섯 자 각 글자의 의미, 이 진언 염송의 효험, 진언 염송을 통한 미래의 준비 등 신앙생활에 대해 권장하는 내용 순(順)으로 되어 있다. 그 진언이 바로 ‘관음보살육자대명왕신주’라고 하는 ‘옴마니반몌훔(唵嘛呢叭𡁠吽)’이다. 깊은 의미까지는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일반에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진언(眞言) 주003)

진언(眞言):
<정의>진언(眞言)은 불교에서 종교적 신험(神驗)을 얻기 위하여 외우는 주문(呪文)이다. 신비(神秘)한 주어(呪語)가 된다고 하여 신주(神呪)라고도 한다. 산스크리트어 ‘mantra’를 번역해서 주(呪), 신주(神呪), 밀언(密言) 등으로 부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일본 등의 불교에서는 그 뜻을 번역하지 않고 범어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번역을 하지 않는 이유는 원문 전체의 뜻이 한정(限定)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과 밀어(密語)라고 하여 다른 이에게는 비밀히 한다는 뜻이 있다. 이것을 외우고 그 문자를 관하면 그 진언에 응하는 여러 가지 공덕이 생겨나고, 세속적인 소원의 성취는 물론 성불할 수 있다고도 한다. 흔히 짧은 구절을 ‘진언(眞言)’이나 ‘주(呪)’라 하고, 긴 구절로 된 것을 ‘다라니(陁羅尼)’, 또는 ‘대주(大呪)’라고 한다. ‘다라니(陁羅尼)’라고 할 때는 범문(梵文)을 번역하지 않고 음(音) 그대로 읽거나 외우는 것으로 한정해서 이르기도 한다. 총지(摠持) 또는 능지(能持)로 옮긴다. 곧, 모든 악법(惡法)을 막거나 버리고 선법(善法)을 지킨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불교에서 진언(眞言), 곧 주(呪)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특히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나, 이 책의 주된 대상이 되는 ‘관세음보살육자대명왕진언(觀世音菩薩六字大明王眞言)’ 곧 ‘옴마니반몌훔(唵嘛呢叭𡁠吽)’ 등은 일반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표적인 주문에 속한다.
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가지는 소중한 가치 중 하나는 15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료가 드문 편인 16세기 국어사 자료로써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책은 체제가 독특하여 시선을 끈다. 구결 현토 문장의 구성을, 한글 독음만으로 되어 있는 문장 한 줄과 한자가 포함된 문장인 원문 구결문 한 줄을 쌍행으로 만들어 나란히 배열해 두고 있는 점이다. 이는 당시 국어 발음의 실제 모습이나 사용된 한자 각각의 현실 발음, 소리와 소리가 이어질 때 나타나는 음운 현상, 불교 용어의 국어 발음 등을 비교적 소상하게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던 내용은 1548년(명종 3) 간행의 『십현담요해』 언해본이 일반에 알려지기 전까지는 책 전체에 방점이 없는 가장 오래된 문헌으로 정리되기도 했었다는 점이다. 주004)

『십현담요해』(언해본)은 2009년 ‘성철 큰스님 열반 16주기 추모 학술회의’를 통해 처음 공개된 바 있다.
또한 이 책의 뒷부분에 해당하는 26장부터 번역문의 끝인 40장까지는 구결문이 없이 본문 원문과 본문 독음문이 쌍행으로 있고, 그 뒤에 언해문이 있는 특이한 구성으로 되어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번역문인 언해문을 오로지 한글만으로 표기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지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이다.

어떻든 이 책은 판형이 그다지 넓거나 크지 않고, 책의 장수도 많지 않은 데에다 활자의 크기가 판광에 비해 큼지막하고, 거기에 더해 동일한 내용을 구결문과 독음문으로 나누어 두 줄로 배치하는 등으로 인해 실제 내용은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16세기 중엽의 국어사 자료이면서 당시 불교 신앙의 한 면을 살필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여기에서는 이미 알려져 있는 간단한 형태서지 및 국어사적 특징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Ⅱ. 형태서지 및 서지적 특성

이 책은 단권으로 된 목판본이다. 책 앞쪽의 1장에는 변상도가 있고, 그 다음에 이른바 왕실 축수문 패기(牌記) 1장이 있다. 본문은 모두 45장인데 44장 및 45장은 결락(缺落)이다. 46장의 앞면에 변상도 1장이 더 있고, 그 장차가 46장이어서 2장이 결락임을 확인할 수 있다. 주005)

남경란(2005:130)에서는 1567년에 간행된 번각본에 1560년 숙천부 간행의 책에서 볼 수 없던 44장 및 45장 두 장이 온전히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그 뒤에는 장차를 달리하여 1장 및 2장의 앞면에 책 간행지인 평안도 숙천부(肅川府)의 영리(營吏) 김은정(金殷鼎)이 서사(書寫)한 발문이 있다. 또한 2장 뒷면부터 3장 앞면까지 시주질이 있다. 시주 중에는 당시의 숙천(肅川) 부사를 비롯하여 발문을 서사한 김은정 등 많은 수의 시주자들이 열기(列記)되어 있다. 그러니까 전체 장수는 51장이고, 그 중 2장이 없어서 현전 49장이다.

이 언해본을 조성할 때 저본으로 했거나 그에 가까웠던 책은 이 언해본의 첫머리에서 거론한 ‘여의륜집경(如意輪集經)’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설화자(說話者)가 안찰했다고 하는 ‘집경(集經)’이 구체적으로 어떤 책인지는 특정하기가 어렵다. 책의 발문(跋文)에 의하면 언해의 저본은 호남후인(湖南後人) 둔세당(遁世堂)이 중국에서 구하여 온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 책이 이 ‘여의륜집경(如意輪集經)’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책이 더 있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또한 지금은 ‘여의륜집경(如意輪集經)’이라는 이름으로 전하는 책마저 없는 듯하여 확인이 어렵다.

부록 마지막 장인 3장의 뒷면 끝 행에 있는 다음의 기록이 이 책의 간행 연대를 또렷하게 보여 준다.

1) 嘉靖三十九年五月日肅川府館北開板藏于 寺

가정(嘉靖) 39년은 명종 15년이니 1560년이다. 평안도의 숙천부(肅川府)에서 아전(衙前)으로 있던 김은정이 발문을 서사하고, 부사(府使)가 대시주로 등재될 만큼 관아의 적극적인 지원에 의해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원본을 직접 접하지 못했다. 이미 소개된 내용과 서영(書影)을 통해 확인한 서지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 형태서지

책크기 : 세로 22.2㎝ * 가로 14.1㎝

서외제 : 聖觀自在求修六字禪定(새로 개장한 표지)

내제 : 聖觀自在求修六字禪定(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

판심제 : 판심서명은 없이 장차만 있음

판심 : 대흑구 상하내향 흑어미

판식 : 사주단변

반곽 : 세로 13.8㎝ * 가로 9.5㎝

행관 : 매면 무계 7행

매행당 글자 수는 일정하지 않음. 구결문과 구결 독음문은 13자~14자

언해문과 협주문은 23~24자이나 17자인 곳도 있는 등 출입이 큰 편임

 주표시 : 협주의 시작 부분에만 ○ 표시를 하고 작은 글자 두 줄로 썼음

 특기사항 : 26장 앞면 6행부터 40장 앞면 2행까지 구결문 없이 원문과 원문 독음문만 두고, 단락이 끝난 다음 이를 한글로 옮긴 언해문을 두었음

번역의 형식은 구결문의 한자에 한글 독음을 단 독음문을 오른쪽 한 행으로 만들고, 나란히 왼쪽 한 행에 한문 원문에 한글로 구결을 단 구결문을 두었다. 구결문의 본문은 큰 글자 한 행, 구결은 작은 글자 쌍행으로 하였다. 그렇게 하나의 대문이 완료되면 그 뒤에 행을 바꾸어서 중간 글자로 언해문을 두었는데 한글만으로 하였다. 이러한 형식의 책으로는 1496년에 간행된 『진언권공·삼단시식문』 언해본과 『야운자경서』(1577년 간행, 송광사판) 등이 있다. 주006)

안병희(1992:399) 참조.
그 내용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주007)
책에는 띄어쓰기가 되어 있지 않고, 한글 구결의 경우 작은 글자 2행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불가피하여 한 줄로 옮겨 쓰고 작은 글자로 적었다.

3) ㄱ. 안여의륜집겨ᇰ호니 운호ᄃᆡ 약인이 셔ᇰᄎᆔᄎᆞ법문쟈ㅣ 〈1ㄱ〉

ㄴ. 按如意輪集經호니 云호ᄃᆡ 若人이 成就此法門者ㅣ 〈1ㄱ〉

ㄷ. 여의륜집을 안찰호니 니샤 다가 사이 이 법문을 일올 쟤 〈2ㄱ〉

(3ㄱ)은 구결문의 한글 독음만 표기한 것으로 책에서는 구결문의 오른쪽에 두었다. (3ㄴ)은 구결문인데, 본문 원문은 한자로 썼으나 구결은 한글로 달되, 작은 글자 쌍행으로 표기하였다. 위치는 한글 독음문의 왼쪽이어서 읽는 순서로는 후순위이다. (3ㄷ)은 한글 언해문인데 모든 문장을 한글만으로 표기했다. 주목할 만한 내용은 위 제시문의 맨 뒤에 오는 주격조사 ‘ㅣ’를 본문에서는 한글 독음문과 구결문 모두 선행명사와 분리 표기를 한 데 비해 번역문인 언해문에서는 통합 표기를 했다는 점이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26장 앞면 6행부터 언해문의 끝인 40장 앞면 2행까지는 본문에 구결을 달지 않고 원문을 그대로 제시했다. 그리고 그 오른쪽 역시 구결 현토 없는 독음문을 배치하여 앞쪽 부분의 번역 양식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4) ㄱ. 옴ᄌᆞ렴텬도쥬ᇰᄉᆡᇰ죠ᇰ결파훼 마ᄌᆞ렴슈라도듀ᇰᄉᆡᇰ죠ᇰ결파훼 〈26ㄱ〉

ㄴ. 唵字念天道衆生種決破壞 嘛字念脩羅道中生種決破壞 〈26ㄱ, 26ㄴ〉

ㄷ. 옴 렴면 텬도애 날  일히 업시며 〈27ㄱ〉

  맏 렴면 슈라도 에 날  일히 업시며 〈27ㄱ〉

ㄹ. 옴자(唵字)를 염(念)하면 천도(天道)에 생겨날 씨를 일정히 없어지게 하며,

  마자(嘛字)를 염(念)하면 수라도(脩羅道) 중에 생겨날 씨를 일정히 없어지게 하며,

위의 (4ㄱ), (4ㄴ)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글 구결의 현토 없이 원문만을 제시했다. 그 다음에는 ‘옴마니반몌훔’ 각각에 해당하는 독음문 1행과 원문 1행이 모두 끝나면, 곧 도합 12행이 끝나면 (4ㄷ)과 같이 번역문인 언해문을 둔 것이다. (4ㄹ)은 역주서에서 현대어역한 내용이다.

이런 점 때문에 역주서에서는 단락별로 한글 독음문의 내용을 모아서 먼저 제시한 후 같은 대문에 해당하는 구결문을 두고, 또한 같은 대문에 속하는 언해문을 두는 순서로 제시하고 이를 현대어역한 후 그 밑에 주석을 두는 형식을 취했다.

Ⅲ. 국어학적 특성

앞에서 밝힌 대로 이 책은 16세기 중엽에 간행되었다. 다른 불경 언해본 책들과의 두드러진 차이점은 방점을 찍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또한 번역의 형식에서도 여타의 불경 언해서들과는 차이가 난다. 훈민정음 창제 직후인 15세기 중·후반 무렵에 간행되었던 책들과 16세기에 간행되었던 불경 언해서들에서 대체로 방점 표기를 유지해 왔던 점에 비추어 달라진 양상을 보인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보다 12년이나 앞서 1548년에 강화도 정수사에서 간행된 『십현담요해』 언해본에서 이미 방점 표기의 폐지가 전면적으로 행해졌다는 사실과 아울러 특기할 만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보이는 두드러진 변화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자음으로 끝나는 명사 말음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와 통합할 경우, 이전 시기에는 대체로 연철 표기를 해 왔으나 이 책에서는 분철 표기의 확대를 볼 수 있다. 또한 용언의 어간 말음이 자음인 경우,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를 만나면 대체로 연철 표기를 해 왔고, 이 책에서도 그 원칙이 지켜졌으나 어간 말음이 ‘ㄹ’인 경우에는 분철 표기한 예가 상당수 보인다. 결론적으로 형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보이는 내용이다.

2) 음운 중 ‘ㅿ’은 두 예에서만 보이고, ‘ㆁ’은 종성에서만 쓰였다. 각자병서는 ‘ㅆ’만 보인다.

3) 접속조사 ‘과/와’와 공동격조사 ‘과/와’는 선행명사의 말음과 관계없이 ‘과’만 쓰였다. 도구 부사격조사는 선행명사의 말음이 유음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오로’를 썼다. 겸양법 선어말어미의 사용에서도 변화가 보인다.

4) 진언이어서 대부분의 문장이 평서형으로 단조로운 편이다.

역주에서 비중을 두고 진행했던 몇몇 사항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역주를 수행하면서 당시의 일반적인 표기법에서 벗어났거나 번역에서 오류가 보이는 내용에 대해 가능한 한 역주에 반영하여 바로 잡으려고 하였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형태를 괄호 안에 넣어 표시를 해 두었다.

2) 형태 분석은 중세국어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의 범위 내에서 진행하였다. 문법 용어도 대체로 학교문법에서 사용하는 명칭들을 사용하였다.

3) 조사나 어미들 중 당시의 일반적인 문법 현상과 부합하지 않는 형태에 대해서는 이를 바로 잡아서 역주를 진행했다.

4) 이 책에는 그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어휘가 몇몇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는 앞뒤 문맥을 분석하여 합당한 의미를 찾고자 하였다.

5) 언해에서 사용한 어휘 중 현대에 이르러 의미의 변화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가능한 한 살려서 그대로 쓰고자 하였다. 굳이 용어를 쓴다면 ‘등량(等量)의 이식(移植)’에 비중을 두고자 했다.

6) 이 책은 불교 관련 문헌이어서 진언(眞言)과 관련된 전문용어나 불교관련 용어가 상당수 나온다. 이런 전문용어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쉽게 풀어서 옮겼다.

이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은 16세기 중엽의 국어사 연구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중세 한국어 연구 자료의 대부분은 15세기 문헌 자료이고, 16세기 자료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16세기 자료는, 15세기 자료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관판(官版) 일변도라는 한계는 넘어섰지만 현전 자료가 많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독특한 번역 양식도 그렇지만 상대적인 희소성으로 인해 국어사 자료로서의 가치는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 적절한 활용으로 국어사 연구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김무봉(2015), 『훈민정음, 그리고 불경 언해』, 역락.

남경란(2005), 「육자선정의 일고찰」, 『배달말』 37집, 배달말학회.

박진호(2009), 『십현담요해』 언해본에 대한 국어학적 고찰, 『성철대종사 소장 십현담요해 언해본의 의미』, 성철 큰스님 열반 16주기 추모 학술회의 자료집, 대한불교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안병희(1977), 「중세어 자료 ‘六字神呪’에 대하여」, 『이숭녕선생 고희기념 국어국문학논총』, 탑출판사. 안병희(1992), 『국어사 자료 연구』, 문학과 지성사(재수록).

하정용(2009), 해인사 백련암 소장 『십현담요해』에 대한 서지학적 고찰, 『성철대종사 소장 십현담요해 언해본의 의미』, 성철 큰스님 열반 16주기 추모 학술회의 자료집, 대한불교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대한불교종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2009), 『십현담요해』 언해본(영인자료), 성철 큰스님 열반 16주기 추모 학술회의 자료집.

주001)
:안병희(1977), 안병희(1992, 재수록:396~406) 참조.
주002)
:남경란(2005:126~148) 참조.
주003)
진언(眞言):<정의>진언(眞言)은 불교에서 종교적 신험(神驗)을 얻기 위하여 외우는 주문(呪文)이다. 신비(神秘)한 주어(呪語)가 된다고 하여 신주(神呪)라고도 한다. 산스크리트어 ‘mantra’를 번역해서 주(呪), 신주(神呪), 밀언(密言) 등으로 부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일본 등의 불교에서는 그 뜻을 번역하지 않고 범어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번역을 하지 않는 이유는 원문 전체의 뜻이 한정(限定)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과 밀어(密語)라고 하여 다른 이에게는 비밀히 한다는 뜻이 있다. 이것을 외우고 그 문자를 관하면 그 진언에 응하는 여러 가지 공덕이 생겨나고, 세속적인 소원의 성취는 물론 성불할 수 있다고도 한다. 흔히 짧은 구절을 ‘진언(眞言)’이나 ‘주(呪)’라 하고, 긴 구절로 된 것을 ‘다라니(陁羅尼)’, 또는 ‘대주(大呪)’라고 한다. ‘다라니(陁羅尼)’라고 할 때는 범문(梵文)을 번역하지 않고 음(音) 그대로 읽거나 외우는 것으로 한정해서 이르기도 한다. 총지(摠持) 또는 능지(能持)로 옮긴다. 곧, 모든 악법(惡法)을 막거나 버리고 선법(善法)을 지킨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불교에서 진언(眞言), 곧 주(呪)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특히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나, 이 책의 주된 대상이 되는 ‘관세음보살육자대명왕진언(觀世音菩薩六字大明王眞言)’ 곧 ‘옴마니반몌훔(唵嘛呢叭𡁠吽)’ 등은 일반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표적인 주문에 속한다.
주004)
:『십현담요해』(언해본)은 2009년 ‘성철 큰스님 열반 16주기 추모 학술회의’를 통해 처음 공개된 바 있다.
주005)
:남경란(2005:130)에서는 1567년에 간행된 번각본에 1560년 숙천부 간행의 책에서 볼 수 없던 44장 및 45장 두 장이 온전히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주006)
:안병희(1992:399) 참조.
주007)
:책에는 띄어쓰기가 되어 있지 않고, 한글 구결의 경우 작은 글자 2행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불가피하여 한 줄로 옮겨 쓰고 작은 글자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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