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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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
역주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

당(唐)나라의 삼장법사(三藏法師) 현장(玄奘)이 한문으로 번역한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의 주해본인 『반야심경소현정기』에 세조가 정음으로 구결하고, 효령대군(孝寧大君)과 황수신(黃守身), 한계희(韓繼禧) 등이 번역을 하여, 목판본 1권 1책으로 간행

김무봉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사·석사·박사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논문〉

「중세국어의 동명사 연구」(1987)

「고어사전 미수록 어휘에 대하여」(1992)

「금강경 언해의 서지 및 어학적 고찰」(1993)

「중세국어의 선어말어미 -ㅅ-에 대한 연구」(1996)

「상원사어첩 및 중창권선문의 국어사적 고찰」(1996)

「고행록의 문법」(1998)

「15세기 국어사 자료 연구」(1999)

「장수경 언해 연구」(2001)

「조선시대 간경도감 간행의 한글 경전 연구」(2004)

「훈민정음 원본의 출판 문화재적 가치 연구」(2006)

「아미타경언해의 비교 연구 (Ⅱ)」(2009) 외.

〈저·역서〉

「염불보권문의 국어학적 연구」(공저, 1996)

「아미타경 언해의 국어학적 연구」(공저, 1997)

「세종문화사 대계」(공저, 1998)

「한산이씨 고행록의 어문학적 연구」(공저, 1999)

「몽산화상 법어약록 언해」(2002)

「법화경 언해 권5」(2002)

「원각경 언해 권6」(2005)

「불교문학 연구의 모색과 전망」(공저, 2005)

「육조법보단경언해 상」(2006)

「육조법보단경언해 하」(2007)

「불설아미타경언해·불정심다라니경언해」(2008)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2009) 외.

역주위원

  •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 : 김무봉

  • 교열·윤문·색인위원

  •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 : 박종국 홍현보
  • 편집위원

  • 위원장 : 박종국
  • 위원 : 강병식 김구진 김석득
  • 나일성 노원복 박병천
  • 오명준 이창림 이해철
  • 전상운 정태섭 차재경
  • 최기호 최홍식 한무희
  • 홍민표

〈역주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를 내면서

우리 회는 1990년 6월 “한글고전 역주 사업”의 첫발을 내디딘 이래로, 〈석보상절〉 권6·9·11의 역주에 착수, 지금까지 매년 꾸준히 그 성과물을 간행하여 왔다. 이제 우리 회는 올해로서 한글고전 역주 사업을 추진한 지 스무 해가 되는 뜻깊은 해를 맞게 되었으니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한글 역주 간행 기관임을 자부하는 바이다. 우리 고전의 현대화는 전문 학자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매우 유용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이 사업이 끊임없이 이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까지 역주하여 간행한 문헌과 책수는 ≪석보상절≫ 2책, ≪월인석보≫ 8책, ≪능엄경언해≫ 5책, ≪법화경언해≫ 7책, ≪원각경언해≫ 10책, ≪남명집언해≫ 2책, ≪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 1책, ≪구급방언해≫ 2책, ≪금강경삼가해≫ 5책, ≪선종영가집언해≫ 2책, ≪육조법보단경언해≫ 3책, ≪구급간이방언해≫ 4책, ≪진언권공, 삼단시식문언해≫ 1책, ≪불설아미타경언해, 불정심다라니경언해≫를 묶어 1책 등 모두 53책이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에 굴곡이 심하여 애태울 때도 있었으나 우리 회의 굽히지 않는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역주자의 노력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원동력이 되어 오늘에 이른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가장 깊은 정신은 두말할 나위 없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이다. 그것은 세종의 철저한 애민정신과 자주정신이며 그 마음을 이어간 선각자들의 헌신적 노력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가 추진한 “한글고전 역주 사업”은 15세기 문헌을 대부분 역주하고 16세기 문헌까지 역주하는 데 이르렀다. 올해는 ≪월인석보≫ 권23·25, ≪구급간이방언해≫ 권7, ≪반야심경언해≫, ≪목우자수심결·사법어 언해≫, ≪신선태을자금단·간이벽온방·벽온신방≫, ≪우마양저염역치료방·분문벽온역이해방≫, ≪언해 두창집요≫ 등 8책을 역주하여 간행할 계획이다.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般若波羅蜜多心經諺解)≫는 조선조 세조 10년(1464 년)에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간행하였다. 저본(底本)은 송나라의 사문(沙門) 중희(仲希)의 주해본(註解本)인 『반야심경약소현정기(般若心經略疏顯正記)』이다. 이 책은 당나라 현장(玄奘)법사의 한역(漢譯)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에, 역시 같은 당나라 승려 법장(法藏)이 약소(略疏)를 붙여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般若波羅蜜多心經略疏)』(702년)를 짓고, 여기에다 다시 송나라의 중희가 주해를 더하여 『반야심경약소현정기』(1044년)가 이루어진 바 있는데, 이 책이 바로 언해의 저본인 것이다. 『반야심경』은 인도에서 대승불교(大乘佛敎) 초기에 만들어진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경전 중 하나이다. 이본이 많고 주석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여 전 세계적으로 수십 종에 이른다.

주해본인 『반야심경소현정기』에 세조가 직접 정음으로 구결을 달고 효령대군(孝寧大君)과 황수신(黃守身), 한계희(韓繼禧) 등이 번역을 하여, 목판본 1권 1책으로 간행을 하였다. 그런데 언해가 이루어진 부분은 현장(玄奘)의 경 본문과 법장(法藏)의 약소이고, 중희의 주석(註釋)인 ‘현정기(顯正記)’ 부분은 제외되었다. 중희의 주석은 해당하는 경 본문의 언해문 다음이나, 약소 구결문과 약소 언해문 사이에 협주(夾註) 형식으로 실려 있을 뿐 언해하지는 않았다.

이번에 우리 회에서 역주한 반야심경언해는 동두천 소요산 자재암(自在庵) 소장본을 저본으로 하여 뒤에 영인하여 붙였다. 이 자리를 빌어 자재암 주지스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끝으로 이 원전을 우리 회에서 역주 간행함에 있어, 이 책의 해제와 역주를 하여 주신 동국대학교 김무봉 교수님과 역주 사업을 위하여 지원해 준 교육과학기술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이 책의 발간에 여러 모로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09년 12월 15일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박종국

일러두기

1. 역주 목적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후, 언해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어 우리 말글로 기록된 다수의 언해류 고전과 한글 관계 문헌이 전해 내려오고 있으나, 말이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어서 15, 16세기의 우리말을 연구하는 전문학자 이외의 다른 분야 학자나 일반인들이 이를 읽어 해독하기란 여간 어려운 실정이 아니다. 그러므로 현대어로 풀이와 주석을 곁들여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이 방면의 지식을 쌓으려는 일반인들에게 필독서가 되게 함은 물론, 우리 겨레의 얼이 스미어 있는 옛 문헌의 접근을 꺼리는 젊은 학도들에게 중세국어 국문학 연구 및 우리말 발달사 연구 등에 더욱 관심을 두게 하며, 나아가 주체성 있는 겨레 문화를 이어가는 데 이바지하고자 함에 역주의 목적이 있다.

2. 편찬 방침

(1) 이 역주본은 간경도감 원간 초쇄본(초간본)인 동두천 소요산 자재암본을 저본으로 하였고 이를 영인하여 뒤에 붙였다.

(2) 이 책의 편집 내용은 네 부분으로 나누어, ‘한자 원문(구결문)·언해 원문(방점은 없애고, 띄어쓰기함)·현대어 풀이·옛말과 용어 주해’의 차례로 조판하였으며, 경 원문·언해문을 약소 원문·언해문과 구별하여 알아보기 쉽도록 네모틀의 굵기를 달리하였다.

(3) 또 원전과 비교하여 찾아보는 데 도움이 되도록 각 쪽이 시작되는 글자 앞에 원문의 장(張)·앞[ㄱ]·뒤[ㄴ] 쪽 표시를 아래와 같이 나타냈다.

〈보기〉

제 30장 앞면이 시작되는 글자 앞에 : 30ㄱ一은 相違義니 下文에 云샤

제 30장 앞면이 시작되는 글자 앞에 : 30ㄴ二 不相礙義니 謂以色이 是幻色이라

(4) 현대말로 옮기는 데 있어서 될 수 있는 대로 옛글과 ‘문법적으로 같은 값어치’의 글이 되도록 하는 데 기준을 두었다.

(5) 현대말 풀이에서, 옛글의 구문(構文)과 다른 곳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보충한 말은 ( ) 안에 넣었다.

(6) 원문 가운데 두 줄로 된 언해문이나 협주는 편의대로 작은 글씨 한 줄로 이었으며, 한자 원문과 약소의 띄어쓰기는 정음 구결이 현토된 구결문을 중심으로 하였다.

(7) 찾아보기 배열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초성순 : ㄱ ㄲ ㄴ ᄔ ㄷ ㄸ ㄹ ㅁ ᄝ ㅂ ㅲ ㅳ ㅃ ㅄ ᄢ ᄣ ᄩ ㅸ ㅅ ㅺ ᄮ ㅼ ㅽ ㅆ ㅾ ㅿ ㅇ ᅇ ㆁ ᅙ ㅈ ㅉ ㅊ ㅋ ㅌ ㅍ ㅎ ㆅ

② 중성순 : 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ㆉ ㅜ ㅝ ㅞ ㅟ ㅠ ㆌ ㅡ ㅢ ㅣ ㆍ ㆎ

③ 종성순 : ㄱ ㄴ ㄴㅅ ㄴㅈ ㄴㅎ ㄷ ㄹ ㄹㄱ ㄹㄷ ㄹㅁ ㄹㅂ ㄹㅅ ᄚ ㅁ ㅁㄱ ㅯ ㅰ ㅂ ㅄ ㅅ ㅺ ㅼ ㅿ ㆁ ㅈ ㅊ ㅋ ㅌ ㅍ ㅎ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 해제

김무봉(동국대학교 교수)

1. 머리말

1.1.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은 당(唐)나라의 삼장법사(三藏法師) 현장(玄奘)이 번역한 한역(漢譯 : 唐 貞觀 23년, 649 A.D.) 불전(佛典)이다. * 이 해제의 작성에는 김영배 외(1995)의 도움이 컸다. 문법 항목은 그 책에 실려 있는 필자의 집필 부분을 그대로 가져 왔다. 주001)

물론 한역(漢譯) 『반야바라밀다심경』이 이 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명(題名)을 달리하고 내용이 조금씩 다른 책 수종(數種)이 현전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5세기 초에 구마라집(鳩摩羅什)이 한역한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 등의 책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뒤의 본론에서 다룰 것이다.
이 책은 인도(印度)에서 대승불교(大乘佛敎)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대승불교의 독특한 사상을 담고 있는 중요한 경전(經典) 중 하나이다. 현장은 육백 부(部)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대반야경』을 만들어 유통시켰다. 그리고 육백 부의 경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을 뽑아 간결하게 요약해서 다시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그 한 권의 책이 바로 이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이다. 14행(行) 54구(句) 260자(字)에 주002)
현장법사 한역(漢譯)의 『반야바라밀다심경』은 모두 260자(字)로 되어 있다. 제명(題名)은 첫 머리에 ‘마하(摩訶)’를 포함시킨 경우가 있는가 하면, 빼기도 하여 열 자(字), 또는 여덟 자(字)로 서로 다르다. 우리가 연구 및 역주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책인 1464년 간행의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般若波羅蜜多心經諺解)』에는 어디에도 ‘마하(摩訶)’를 쓰고 있지 않으므로, 이 논의에서의 제명은 갖추어 부를 경우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이라 하고, 줄여서 부를 때는 『반야심경(般若心經)』, 또는 『심경(心經)』이라 하기로 한다.
『대반야경』 육백 부의 정요(精要)를 모두 담은 것이다. 이 경전(經典)은 대부분의 불교 의식이나 법회에서 독송(讀誦)되고 있으므로, 불교 신자가 아니라고 해도 웬만큼은 알고 있을 정도로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에 담겨 있는 내용의 심오함으로 인해 중국에서는 구마라집(鳩摩羅什)의 한역(漢譯)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摩訶般若波羅蜜大明呪經)』(402~413 A.D.) 이후 이본(異本) 여러 책이 찬술되었다. 위에서 말한 현장(玄奘)의 책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렇듯 여러 종류의 한역 이본들이 조성된 것은 물론, 주석서(註釋書)의 저술도 잇달았다. 인도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이나 일본,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주석서들이 나왔다. 주003)

특히 중국에는 수십 종의 주석서가 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의 고승(高僧) 원측(圓測)에 의해 『반야심경소(般若心經疏)』가 만들어진 이후에 동일한 제명(題名)으로 원효(元曉)가 풀이한 주석서 등 몇몇 책이 저술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주004)
김영배(1995 : 93~94)에 의하면 원효의 『반야심경소(般若心經疏)』는 현재 전하지 않고, 원측의 『반야심경소(般若心經疏)』는 『만속장경(卍續藏經)』에 지은이가 당(唐)나라의 원측(圓測)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원측(圓測)’이 입당(入唐)해서 활동하였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중 일부만이 오늘에 전한다. 주005)
한역 이본 및 주석서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김영배(1995), 한정섭(1995), 혜담(1997) 등 참조.
이러한 바탕 위에서 일찍이 한문 경전의 국어역이 시도되었고, 그 최초의 번역본이 바로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般若波羅蜜多心經諺解)』인 것이다.

1.2. 한문본 『반야심경』을 우리 문자로 번역한 최초의 책인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般若波羅蜜多心經諺解)』는 조선 세조 10년(天順 8년, 1464 A.D.)에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간행되었다. 그런데 이 언해본의 저본(底本)은 엄밀하게 말해 현장의 『반야심경(般若心經)』이 아니고, 송(宋)나라의 사문(沙門) 중희(仲希)의 주해본(註解本)인 『반야심경약소현정기(般若心經略疏顯正記)』이다. 이 책은 당나라 현장(玄奘)법사의 한역(漢譯)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에 역시 같은 당나라의 법장(法藏) 현수(賢首)대사가 약소(略疏)를 붙여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般若波羅蜜多心經略疏)』(唐 長安 2년, 702 A.D.)를 짓고, 여기에다 다시 송(宋)나라의 중희가 주해를 더하여 『반야심경약소현정기(般若心經略疏顯正記)』(송 경력 4년, 1044 A.D.)가 이루어진 바 있는데, 바로 그 책이다. 주해본인 『반야심경소현정기』 주006)

『반야심경소현정기』라고 한 이 명칭은 언해본 책의 본문 첫머리에 있는 제명(題名)이다. 제명 바로 다음에 중희가 술(述)한 병서(幷序)가 나온다.
에 세조가 직접 정음으로 구결을 달고 효령대군(孝寧大君)과 황수신(黃守身), 한계희(韓繼禧) 등이 번역을 하여, 목판본 1권 1책으로 간행을 하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역주(譯註)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야심경언해』의 저본은 중희의 『반야심경약소현정기』인 것이다. 그런데 언해가 이루어진 부분은 현장(玄奘)의 경 본문과 법장(法藏)의 약소이고, 중희의 주석(註釋)인 ‘현정기(顯正記)’ 부분은 제외되었다. 중희의 주석은 해당하는 경 본문의 언해문 다음이나, 약소 구결문과 약소 언해문 사이에 협주(夾註) 형식으로 실려 있을 뿐 언해하지는 않았다.

1.3. 언해본의 간행 및 번역에 관련된 사항은 『반야심경언해』와 같은 시기에, 같은 간경도감에서 간행된 책인 『금강경언해』의 책머리에 동일하게 실려 있는 간경도감 도제조(都提調) 황수신(黃守身)의 ‘진금강경심경전(進金剛經心經箋)’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또한 『반야심경언해』의 끝에 실려 있는 한계희(韓繼禧)의 발문(跋文)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주007)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般若波羅蜜多心經諺解)』의 간행일은 ‘진전문(進箋文)’과 ‘심경발(心經跋)’이 서로 다르다. 이는 간행일이라기보다 각각 원고를 쓴 날이 될 것이다. 황수신(黃守身)의 ‘진전문’에는 ‘天順 八年 四月 初七日’로 되어 있고, 한계희(韓繼禧)의 ‘심경발’에는 ‘天順 八年 二月 仲澣’으로 되어 있다. 두 달 가까이 차이가 난다. 판밑 원고 작성은 2월 중한(仲澣)에 마무리 되었고, 간행은 4월에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반야심경언해(般若心經諺解)』는 세조 10년(1464) 간경도감에서 간행된 이후 그 후쇄본의 쇄출(刷出) 및 복각 간행이 몇 차례 이루어진 듯하다. 현재 원간 초쇄본으로 보이는 책 2본을 비롯하여 후쇄본 1종 및 복각본 2종이 전해지고 있다. 우리는 이 책들 중 1994년에 공개되어 보물 1211호로 지정된 바 있는 소요산(逍遙山) 자재암(自在庵) 소장본을 연구 및 역주의 대상으로 삼았다. 주008)

소중한 책을 발굴하여 일반에 공개하고, 필자 등으로 하여금 국어사적 연구와 역주(譯註)를 할 수 있게 해 준 당시 소요산 자재암(自在庵) 주지 법타(法陀)스님(현재 동국대 정각원장)께 여기에 적어서 감사의 뜻을 표한다.
이 책이 공개된 당시에 동악어문학회 연구진에 의해 역주 및 국어학적 논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주009)
김영배·장영길 편저(1995), 『반야심경언해의 국어학적 연구』, 동악어문학회 학술총서 3, 대흥기획.
그러나 이제 십여 년이 지나 다시 그때의 내용을 깁고 보태어 이 해제 및 역주를 하게 되었다.

이 논의의 제2장에서는 한문 경전의 성격 및 언해의 저본(底本)에 대해 살피고, 제3장에서는 판본 및 언해 체제 등에 대해 살필 것이다. 제4장에서는 표기법과 문법 등을 주로 논의할 것이다.

2. 한문본 『반야심경』의 성격 및 언해의 저본

2.1. 한역 『반야심경』으로는 아래 예문 (1)의 책들이 알려져 있다. 물론 ‘산스크리트어’로 된 책도 ‘Prajñā-pāramitā-hṛdaya-sūtra(프라즈냐 파라미타 흐릿다야 수우트라)’라는 이름으로 전한다고 한다. 한역본 『반야심경』은 대체로 7~9종이 전하는 것으로 소개되어 있으나, 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 중 8종을 가려 간행 연대순으로 그 목록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주010)

현전하는 한문본 『반야심경』의 목록 작성은 김영배(1995), 한정섭(1995), 혜담(1997) 등을 참고로 하였다. 하지만 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겹치는 부분만 종합해서 싣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다른 자료들을 참고해서 정리했다.

(1) ㄱ.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摩訶般若波羅蜜大明呪經) 구마라집 역 402~413년

ㄴ.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 현장(玄奘) 역 649년

ㄷ. 불설반야바라밀다심경(佛說般若波羅蜜多心經) 의정(義淨) 역 당대(唐代)

ㄹ. 보변지장반야바라밀다심경(普遍地藏般若波羅蜜多心經) 법월(法月) 역 738년

ㅁ.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 반야(般若)·이언(利言) 역 790년

ㅂ.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 지혜륜(智慧輪) 역 859년

ㅅ.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 법성(法成) 역 847~859년 (敦煌出土)

ㅇ. 불설성불모반야바라밀다경(佛說聖佛母般若波羅蜜多經) 시호(施護) 역 982년

이미 알고 있는 대로 이 책들 중 『반야심경언해』 경(經) 본문의 저본이 되는 책은 (1ㄴ)의 현장(玄奘) 한역본(漢譯本)이다.

2.2. 위에서 밝힌 대로 우리가 연구 및 역주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반야심경언해』 본문(本文)의 원전인 『반야바라밀다심경』은 당(唐) 현장(玄奘)이 한역한 책이다. 그런데 현장의 『반야심경』은 구성 형식이 다른 불교 경전들과 얼마간 차이가 있다. 곧 경전의 일반적인 체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경전의 체제는 대체로 서분(序分), 정종분(正宗分), 유통분(流通分)의 순으로 되어 있는데, 이 책에는 서분(序分)과 유통분(流通分)은 빠져 있다. 본문이라고 할 정종분(正宗分)만 있다. 그래서 내용도 입의분(入義分), 파사분(破邪分), 공능분(功能分), 총결분(總結分) 등 본문만 있는 구성이다. 이는 광본(廣本)과 약본(略本)의 두 종류 『반야심경』 중 약본(略本)을 저본으로 했기 때문이다. 주011)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의 성격이나 경전의 형식 등에 대해서는 혜담(1997) 참조. 이 책에 의하면 위 예문 (1)에 있는 한문본 중 구마라집의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과 현장의 『반야바라밀다심경』만이 약본(略本)이고 나머지는 광본(廣本)이라고 한다. 혜담(1997:17).

또 불교 의식(儀式)이나 법회(法會) 등의 독송(讀誦)에 쓰고 있는 『반야심경』의 제명(題銘)에 ‘마하(摩訶)’가 들어가 있는 점은 현장(玄奘)의 책과도 다른 점이다. 이는 현장본보다 먼저 한역된 구마라집 한역(漢譯)의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摩訶般若波羅蜜大明呪經)』에서 차용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주012)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혜담(1997:22) 참조.

이 경전의 명칭은 산스크리트본에 의하면 ‘Prajñā-pāramitā-hṛdaya-sūtra(프라즈냐 파라미타 흐릿다야 수우트라)’라 되어 있고, 이를 한역(漢譯)한 이름이 ‘般若波羅蜜多心經’이다. 산스크리트어 명칭과 한역 명칭을 종합하여 이를 우리말로 옮기면 ‘최상의 지혜를 완성하기 위한 핵심을 설한 경전’이란 뜻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주013)

김영배(1995:91~92), 혜담(1997:21~32) 참조. 그 외 경전의 내용에 관련된 사항은 무비(2005), 성법(2006), 성열(1990) 등 참조.
이에 대한 법장(法藏)의 견해는 『반야심경소현정기(般若心經疏顯正記)』 병서(倂序)에 잘 드러나 있다. 법장이 경의 내용을 중심으로 해서 생각의 일단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를 약소 구결문, 언해문, 현대어역의 순으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2) ㄱ. [구결문]

般若心經者 實謂曜昏衢之高炬ㅣ며 濟苦海之迅航이라 拯物導迷옌 莫斯ㅣ 爲最니라 然則般若 以神鑑으로 爲體오 波羅蜜多 以到彼岸으로 爲功이오 心 顯要妙所歸오 經은 乃貫穿言敎ㅣ니 從法就喩며 詮㫖爲目 故로 云호 般若波羅蜜多心經이라 시니라 〈6ㄱ:5~7ㄴ:3〉

ㄴ. [언해문]

般若心經은 眞實로 닐오 어드운 길흘 비취 노 홰며 受苦ㅅ 바 건네  라 物을 거리며 迷惑 引導호맨 이 더으니 업스니라 그러면 般若 神奇히 비취요로 體 삼고 波羅蜜多 뎌  가로 功 삼고 心 조외며 微妙호 간 고 나토고 經은 言敎 씨니 法을 브터 가뵤매 나가며  닐오로 일훔 이런로 니샤 般若波羅蜜多心經이라 시니라 〈8ㄱ:8~8ㄴ:5〉

ㄷ. [현대어역]

반야심경(般若心經)은 진실(眞實)로 이르되, “어두운 길을 비추는 높은 횃불이며, 수고(受苦)의 바다를 건너게 하는 빠른 배이다.”(라고 하니) 물(物)을 건지며 미혹(迷惑)을 인도(引導)함에는 이에서 더한 것이 없느니라. 그러면 반야(般若)는 신기(神奇)하게 비춤으로 체(體)를 삼고, 바라밀(波羅蜜多)은 저 가(언덕)에 감으로 공(功)을 삼고, 심(心)은 종요로우며 미묘(微妙)함이 간 곳을 나타내고, 경(經)은 언교(言敎)를 꿰는 것이니, 법(法)을 따라 견줌에 나아가며, 뜻을 이르는 것으로 이름을 지어 이르시되,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이라고 하신 것이다. 〈김무봉 역〉

2.3. 그러면 수십 종에 달하는 주해서들 중 법장의 ‘약소’와 중희의 ‘현정기’가 언해의 저본으로 선택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한계희(韓繼禧) 작성의 ‘심경발(心經跋)’에서 찾을 수 있다. 곧 법장의 ‘약소’가 ‘홀로 종지(宗旨)를 터득했음’과 중희의 ‘현정기’를 이용하여 ‘장소(藏疏)를 나누는 등 분절(分節)의 편의를 취했다’는 사실이다.

(3) ㄱ. [심경발 원문]

自譯此經逮唐 迄今造䟽著 觧代各有人, 法藏之註 獨得其宗. 上命孝寧大君臣補 率臣繼禧 就爲宣譯, 又得大宋沙門仲希所述顯正記 科分藏䟽 逐句□ 주014)

이 연구 및 주해의 대상인 자재암본 『반야심경언해』에는 해당 부분이 훼손되어 판독이 가능하지 않으므로 공란으로 처리한 것이다.
釋 極爲明備 據䟽分莭 釐入各文之下, 但希䟽據 本非今所行, 時有不同.

ㄴ. [심경발 번역문]

이 경전이 번역된 당나라에서 지금까지 주소(注疏)를 짓고 의해(義解)를 저술한 사람이 시대마다 있었지만, 법장(法藏)의 주소(註疏)가 홀로 그 종지(宗旨)를 터득하였다. 임금께서 효령대군(孝寧大君) 보(補)에게 명하셔서, 신(臣) 계희(繼禧)와 더불어 곧 번역 반포하게 하시고, 또 대송(大宋) 사문(沙門) 중희(仲希)가 저술한 현정기(顯正記)를 구하여 장소(藏疏)를 나누어 글귀마다 해석하니, 극히 소상하게 갖추어져 소(疏)에 따라 절을 나누고, 각기 본문(本文) 밑에 바로잡아 넣었으나, 중희가 저본으로 한 책이 지금에는 통행되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같지 않은 것이 있다. [이종찬 교수 번역]

또 ‘심경발(心經跋)’에는 『반야심경언해』의 간행 동기를 알 수 있는 언급이 있다. 이 발문을 통해 언해의 동기 등 저간의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곧 ‘승려들이 일상으로 대하면서도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을 왕이 민망히 여김’이라고 하였다.

(4) ㄱ. [심경발 원문]

惟. 我 主上殿下 以此經緇素常習 故特今敷譯, 盖忄悶 晨昏致誦 而不知其所以誦 即釋迦如來 哀此衆生 終日游相 而不知其相之意也. 其開覺人天 入佛知見之 㫖聖聖同揆. 鳴呼, 至哉.

ㄴ. [심경발 언해문]

아! 우리 주상전하께서 이 경이 승려들이 평소 늘 익히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펴서 번역하게 하셨으니, 대저 새벽 저녁으로 외우면서도 외워야 하는 까닭을 모름을 민망히 여기심이니, 곧 석가여래께서 이 중생들이 종일토록 상(相)에 노닐면서도 그 상(相)의 뜻이 무엇인지 알지 못함을 애석히 여김이다. 인천(人天)을 깨우쳐 부처님의 지견(知見)에 들게 하고자 하시는 뜻은 성인(聖人) 성인(聖人)이 같은 생각이시니, 아! 지극하시도다. [이종찬 교수 번역]

3. 판본 및 언해 체제

3.1. 현전하는 『반야심경언해』는 모두 네 종류이다. 크게는 원간본(原刊本)과 중간본(重刊本)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원간본을 다시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원간 초쇄본(初刷本)으로 구분되는 이른바 초간본(初刊本)이고, 다른 하나는 학조(學祖)의 발문이 첨부된 원간 후쇄본(後刷本)이다. 이 두 종류의 책은 원간본 및 원간본 계통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前者)의 간행 연대는 1464년(세조 10년)이고, 후자(後者)는 1495년(연산군 1년)이다.

중간본(重刊本) 역시 두 종류가 있는데 모두 복각본(覆刻本)이다. 하나는 명종(明宗) 8년(1553 A.D.)에 황해도 황주(黃州)의 토자비산(土慈悲山) 심원사(深源寺)에서 간행한 책이고, 다른 하나는 명종(明宗) 20년(1565 A.D.)에 전남 순창(淳昌)의 구악산(龜岳山) 무량사(無量寺)에서 간행한 책이다. 굳이 분류한다면 원간본 및 원간본 계통의 책은 중앙에서 간행되어 관판(官板)의 성격을 띠고, 중간본은 지방의 사찰판(寺刹板)이다.

네 종류의 판본에 대해 상술하면 다음과 같다. 주015)

이 목록의 작성에 김영배(1995)를 토대로 하고, 그 외의 사항은 필자가 관련 자료를 실사한 결과이다.

1) 원간 초쇄본

(가) 일사본(一簑本)

 간행연대 : 세조 10년(天順 8년, 1464 A.D.)

 간행처 : 간경도감(刊經都監)

 책크기 : 28㎝ ×19㎝, 반곽 21.2㎝×15.5㎝

 소장처 : 서울대 규장각 일사문고(一簑文庫)[고 1730-44] 소장

 편차 : 언해 본문 1~67장, 심경발 1~2장 등 합 69장

 기타 : 보물 771호, 일지사 영인 소개(1973)

(나) 소요산(逍遙山) 자재암본(自在庵本)

 간행연대 : 세조 10년(天順 8년, 1464 A.D.)

 간행처 : 간경도감(刊經都監)

 책크기 : 32.5㎝ ×19㎝, 반곽 21.8㎝×15.8㎝

 소장처 : 동두천시 소요산 자재암(自在庵) 소장

 편차 : 금강심경전 1~3장, 주016)

‘자재암본’에는 다른 책에서 볼 수 없는 ‘진전문(進箋文)’이 있다. 이 ‘진전문’은 같은 형식과 내용으로, 같은 해에 간행된 책인 『금강경언해』에도 실려 있다. 뒤에 있는 역주의 첫 머리에 이를 싣고, 이종찬 교수의 번역문을 함께 싣는다. 아울러 이 역주서의 뒤에 발문(跋文)도 번역해서 실었다. 이 번역은 김영배 외(1995)에도 실린 바 있다. 역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어려운 번역의 일을 흔쾌히 수락해 주신 이종찬 교수께 여기에 적어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이 ‘진전문’이 『금강경언해』에도 실리고, 또 두 책이 함께 간행되었음은 다음의 구절을 통해 알 수 있다. “... 臣黃守身等謹將新雕印翻譯金剛經一卷心經一卷糚潢投 ... (...신 황수신 등은 삼가 새로 만든 인자(印字)로 금강경(金剛經) 한 권, 심경(心經) 한 권을 번역하고 표구 장식하여 바치오니...)”.
조조관 1~2장, 언해 본문 1~67장, 심경발 1~2장 등 합 74장

 기타 : 보물 1211호, 동악어문학회 학술총서3(1995), 역주 및 영인 공개

2) 원간 후쇄본

(가) 홍치판본(弘治板本) 주017)

이 책의 간행과 관련된 사항은 책 말미에 첨부되어 있는 학조의 발문(跋文)에 상세하다. 같은 해에 원간본의 판목에서 다시 인출 · 간행된 『선종영가집언해』, 『금강경언해』 등의 책에도 동일한 발문이 매행(每行)의 글자 수만 달리한 채 수록되어 있다. 이 발문을 통해 당시에 간행된 책과 간행 부수 등을 알 수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於是 擇經律論中 開人眼目者 印出飜譯 法華經楞嚴經各五十件 金剛經六祖解心經永嘉集各六十件 釋譜詳節二十件 又印漢字金剛經五家解五十件 六經合部三百件...). 김영배 · 김무봉(1998) 참조. 역주서의 맨 뒤에 역시 원문과 함께 이종찬 교수님의 번역문을 싣는다.

 간행연대 : 연산군 1년(弘治 8년, 1495 A.D.)

 간행처 : 왕실(王室)

 책크기 : 25.5㎝ ×19㎝, 반곽 21.4㎝×14.8㎝

 소장자 : 고(故) 최범술(崔凡述) → 김민영(金敏榮) 주018)

필자는 홍치판 『반야심경경언해』를 김민영(金敏榮)님의 장서를 열람하던 중에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고(故) 최범술(崔凡述)님 구장본이었으나, 지금은 김민영님 소장으로 소장자의 이동이 있었다.

 편차 : 언해 본문 1~67장, 학조발 1~3장 등 합 70장

 기타 : 불서보급사 영인 소개(1972년)

3) 복각본 1

(가) 심원사판(深源寺板)

 간행연대 : 명종 8년(嘉靖 32년, 1553 A.D.)

 간행처 : 황해도 황주군 토자비산(土慈悲山) 심원사(深源寺)

 책크기 : 30.3㎝ ×18.8㎝, 반곽 21.5㎝×15.8㎝

 소장처 : 서울대 규장각(奎章閣) 소장

 편차 : 언해 본문 1~67장, 간기 1장 등 합 68장

4) 복각본 2

(가) 무량사판(無量寺板)

 간행연대 : 명종 20년(嘉靖 44년, 1565 A.D.)

 간행처 : 전남 순창군 구악산(龜岳山) 무량사(無量寺)

 책크기 : 28.5㎝ ×14.9㎝, 반곽 20.5㎝×14.9㎝

 소장처 : 고(故) 조명기(趙明基) → 모(某) 미술관(美術館) 소장

 편차 : 미상(공개하지 않음)

3.2. 이 네 종류의 책 중 우리가 연구 및 역주(譯註)의 대상으로 한 책은 초간본인 소요산 자재암본(自在庵本)이다. 자재암본의 자세한 형태서지는 다음과 같다.

 내제: 반야심경소현정기(般若心經疏顯正記)

 판심제: 진전문-金剛心經箋, 조조관 열함-雕造官, 본문-心經, 발-心經跋

 책크기: 32.5㎝×19㎝

 반곽: 21.8㎝×15.8㎝

 판식: 4주 쌍변

 판심: 상하 대흑구 내향 흑어미

 행관: 유계 8행, 본문은 큰 글자 매행 19자, 약소는 중간 글자 18자, 주해는 작은 글자 쌍행 18자, 언해는 작은 글자 쌍행 18·19자, 정음 구결은 작은 글자 쌍행.

이 책의 편찬 양식은 좀 독특한 편이다. 이는 중희의 현정기(顯定記)에 의해 장소(藏疏)를 나눈 후 글귀마다 해석하고, 소(疏)에 따라 분절(分節)해서 각각 본문(本文) 밑에 넣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 원문인 본문(本文)은 큰 글자, 약소(略疏)는 중간 글자, 중희의 주해는 본문 구결문 및 약소(略疏) 구결문과 언해문 사이에 쌍행의 작은 글자로 썼다. 물론 주해는 번역하지 않고, 한자 작은 글자로 적었다. 원문은 행(行)의 첫머리에서 시작하고, 약소는 한 글자 내려서 썼는데, 언해는 경 원문의 것과 약소의 것 모두 쌍행으로 현토된 정음 구결문 다음에 한자로 된 주해를 두고, 그 밑에 쌍행의 작은 글자로 적어 내려갔다. 언해문의 맨 앞부분에는 큰 ○표를 하여 구분하고, 한자 쌍행으로 된 주해의 맨 앞에는 작은 ○표를 두어 구분했다.

구성은 대체로 경 원문에 정음으로 구결을 단 구결문을 앞에 놓고, 그 뒤에 한문으로 된 쌍행의 주해를 둔 후, 주해 다음에 언해문을 배치하였다. 그러고는 다시 해당 원문에 딸린 약소 구결문을 두고, 약소 구결문 다음에 다시 한문 주해를 배치한 후 언해를 하였다. 경(經)에 대한 약소(略疏)가 아니고, 형식에 대한 설명의 방법으로 약소를 단 경우에는 주소(註疏)를 한 이가 설화자의 자격으로 개입(해설)을 하는데, 이 구절의 앞에는 △표를 하여 구분하는 등 자못 복잡하면서도 독자를 배려한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어려운 불교 용어나 한자어에 대한 풀이는 협주(夾註)의 형식을 취해서 이해를 도왔다. 협주의 시작과 끝에는 ‘【흑어미】’ 표시를 하여 구분했다. 다른 간경도감본들과 마찬가지로 협주가 끝나는 곳이 언해문의 마지막이면 마감하는 ‘ 】’ 표시를 생략했다.

이 책은 모두 74장으로 되어 있다. 맨 앞부터 진금강심경전(進金剛心經箋) 3장, 조조관(雕造官) 열함(列銜) 2장, 반야심경소현정기(般若心經疏顯正記) 병서(幷序) 1~14까지 14장, 언해 본문 15~67까지 53장, 심경발(心經跋) 2장 등이다. 판심서명도 부문마다 다르게 되어 있어서 ‘金剛心經箋 - 雕造官 - 心經 - 心經跋’ 등이다. 언해문은 다른 언해서들과 마찬가지로 한자와 정음을 함께 썼다. 한자에는 동국정운 한자음이 병기(倂記)되어 있다. 한자음을 포함하여 언해문에 방점이 있는데, 구결문의 쌍행으로 된 정음 구결에는 방점이 없다. 이는 정음 초기 문헌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후대의 것으로 분류되는 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4. 어학적 고찰

4.1. 표기법

『반야심경언해』는 같은 해에 간경도감에서 간행된 책인 『선종영가집언해』, 『아미타경언해』, 『금강경언해』 등에 견주어 볼 때 어떤 부분은 유사한 표기 양상을 보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변화된 표기 형태를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앞의 다른 세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대의 표기법에 가깝다.

이 책의 국어사 자료로서의 특징을 간단히 살피면 다음과 같다.

1) 방점표기

언해문에는 정음과 한자가 함께 쓰였는데, 한자에는 동국정운(東國正韻) 한자음을 병기(倂記)했다. 방점은 언해문의 정음과 동국정운 한자음에만 표기하고, 본문과 약소 구결문의 쌍행(雙行)으로 된 정음구결에는 표기하지 않았다. 정음 구결에 방점을 찍지 않은 문헌은 『활자본 능엄경언해』(1461년 간행) 이후에 간행된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간경도감본 전부는 방점이 없는 구결이 쌍행으로 되어 있다.

2) 한자음 표기

언해문의 한자에만 정음으로 독음(讀音)을 달았다. 동국정운 한자음이다. 하지만 구결이 달린 경(經)의 원문과 약소의 한자에는 한자음 독음이 없다. 한자음 독음이 언해문에만 달린 문헌은 『활자본 아미타경언해』(?1461), 『활자본 능엄경언해』(1461년 간행) 이후에 간행된 책들이다. 간경도감 간행의 언해본들은 전부 여기에 해당된다.

3) ‘ㅸ’

‘ㅸ’은 쓰이지 않았다. 이 책에는 겸양법 선어말어미의 쓰임이 없어서 ‘ㅸ’이 분포할 만한 환경이 드물기는 하지만, 어휘 내부에서는 물론 용언 활용형에서도 쓰임이 없다. 아래의 예에서와 같이 ‘ㅸ’은 이 문헌에서 ‘오, 우’로 바뀌어 실현되었다.

(1) ㄱ. 어드운〈8ㄱ〉, 즐거운〈24ㄴ〉, 더러운〈41ㄱ〉, 두려우며〈56ㄴ〉, 조외며〈8ㄱ〉 등

ㄴ. 외〈40ㄴ〉/ 외야〈67ㄱ〉, 오리〈62ㄴ〉

ㄷ. 셔욼〈66ㄴ〉, 글워리니〈67ㄱ〉

4) ‘ㆆ’

‘ㆆ’은 주로 한자음 표기에 사용되었다. 고유어 표기에서는 아래 (2ㄱ)과 같이 사이글자로 쓰인 예가 있을 뿐이다.『반야심경언해』보다 앞선 시기의 문헌에 보이던 관형사형어미와 명사 통합형 ‘-ㅭ+전청자형’ 표기는 이 책에서 ‘-ㄹ+전탁자형’ 표기로 바뀌었다.

(2) ㄱ. 다  사교미라〈11ㄴ〉 /  사교 이 마 心經일〈19ㄱ〉

ㄴ. 아롤 꼬디 아닐〈65ㄴ〉

ㄷ. 홀띠니〈30ㄴ〉, 아니홀띠니라〈65ㄴ〉

5) ‘ㅿ’

‘ㅿ’은 대부분의 출현 환경에서 그대로 쓰였다. 어휘 내부에서는 물론, 체언의 곡용과 용언의 활용 등 형태소 경계에서도 그대로 실현되었다. 이 문헌에는 (3ㄹ)과 같이 강세 보조사 ‘’의 쓰임이 빈번한 편이다.

(3) ㄱ. 처믄〈19ㄴ〉, 〈55ㄱ〉, 두번〈67ㄱ〉, 오〈62ㄱ〉

ㄴ. 〈34ㄴ〉 / 〈66ㄱ〉 / 〈57ㄱ〉

ㄷ. 니〈25ㄴ〉, 아〈34ㄴ〉, 지미니〈44ㄱ〉, 나가〈19ㄴ〉

ㄹ. -야〈28ㄱ〉, 브터〈34ㄱ〉

6) 각자병서(各自竝書)

이 문헌에 각자병서는 ‘ㄲ, ㄸ, ㅆ, ㆅ’이 보인다. ‘ㅃ, ㆀ, ㅥ’은 쓰이지 않았다. (4ㄱ), (4ㄴ)은 훈민정음 초기 문헌에 흔히 보이던 각자병서 표기이고, (4ㄷ) ~(4ㅁ)은 동명사어미 ‘-ㄹ’ 다음에서 실현된 각자병서 표기이다.

(4) ㄱ. 말미〈8ㄱ〉

ㄴ. 두르-[廻]〈11ㄴ〉, 드위-[飜]〈17ㄴ〉, -[引]〈41ㄱ〉

ㄷ. 아롤 꼬디〈65ㄴ〉

ㄹ. 홀띠니〈30ㄴ〉

ㅁ. 갈씨라〈66ㄱ〉, 뫼홀씨니〈23ㄱ〉, 두플씨니〈23ㄱ〉

7) 합용병서(合用竝書)

합용병서는 ‘ㅼ ㅽ ; ㅳ ㅄ ; ㅴ’ 등이 쓰였으나 ‘ㅺ, ㅻ, ㅶ, ㅷ, ㅵ’은 보이지 않는다. ‘ㅻ’은 다른 간경도감본에서도 그 예가 없으니 ‘ㅻ’을 제외한 그 외는 해당하는 어휘가 없는 공백이다. 목록은 다음과 같다.

(5) ㄱ. [ㅼ] 〈20ㄱ〉, ㅎ〈36ㄱ〉, 〈62ㄱ〉

ㄴ. [ㅽ] -[速]〈8ㄴ〉 / 리〈66ㄱ〉, 〈51ㄴ〉

ㄷ. [ㅳ] 건내-[速]〈62ㄱ〉, [義]〈29ㄴ〉

ㄹ. [ㅄ] -[用]〈21ㄴ〉

ㅁ. [ㅴ] -[貫穿]〈8ㄴ〉, [俱]〈36ㄴ〉

8) 종성표기

이 문헌의 종성표기는 훈민정음 해례의 종성 규정에 충실하다. 8종성 이외의 다른 예는 없다. 『금강경언해』 등 다른 간경도감본 문헌에 흔히 보이는 ‘ㅿ’이 여기서는 쓰이지 않았다.

(6) ㄱ. 긋-(〈긏-[斷]) : 긋니〈51ㄱ〉

 닛-(〈닞-[忘]) : 닛고〈63ㄴ〉

 -(〈-[愛]) : 오니〈63ㄴ〉

ㄴ. 낟-(〈낱-[現]) : 낟고〈34ㄱ〉

ㄷ. 깁-(〈깊-[深]) : 깁고〈12ㄱ〉

ㄹ. 숫(〈[炭]) : 숫 외〈40ㄴ〉

 닷-(〈-[修]) : 닷니〈51ㄱ〉

 업-(〈없-[無]) : 업디〈11ㄴ〉

이 책에는 공손법 선어말어미 ‘--’의 쓰임이 없어서 초성에 쓰인 ‘ㆁ’의 예는 드물다. 하지만 종성에 ‘ㆁ’이 올 경우에 분철하기도 하고 연철하기도 했다. 각각 하나씩의 예가 있다.

(7) ㄱ. 이 지츠로〈67ㄱ〉, 관(管) 대로니〈67ㄴ〉

9) 사이글자 표기

사이글자 표기는 대부분 ‘ㅅ’으로 단일화하였다. 그러나 아래 (8ㄴ)의 경우처럼 예외적으로 ‘ㅭ’이 쓰인 경우가 있다.

(8) ㄱ. 呪ㅅ 말(呪詞)〈64ㄱ〉, 經文ㅅ 〈33ㄴ〉, 菩提ㅅ 果德〈14ㄴ〉, 後ㅅ 卽說〈19ㄴ〉

ㄴ.  사교미라〈11ㄴ〉 /  사교〈19ㄱ〉

10) 한자음 표기 주019)

자세한 내용은 정우영(1995: 108 ~111) 참조.

『반야심경언해』에는 한자어를 정음만으로 표기한 예가 상당수 보인다. 이 어휘들은 훈민정음 초기 문헌부터 정음으로 많이 적혔던 예들인데, 당시에 이미 한자어라는 인식이 엷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녜’는 초기 문헌부터 자음동화(子音同化)된 형태로 적혔다.

(9) 녜(常例)〈7ㄴ〉, 간(暫間)〈8ㄱ〉, (將次)〈11ㄱ〉, (衆生,禽)〈65ㄴ〉

그런가 하면 같은 시기에 간행된 다른 문헌에는 정음으로 적혔으나, 이 책에서 한자로 적힌 예도 있다.

(10) 미혹(迷惑, 미혹)〈8ㄴ〉, 수고(受苦, 슈고)〈8ㄴ〉, 위-(爲-, 위-)〈19ㄴ〉, 중생(衆生, )〈21ㄴ〉, 지극(至極, 지극)〈17ㄴ〉, 진실(眞實, 진실)〈7ㄴ〉

4.2. 문법

1) 문법의 특성 요약

대부분의 초기(初期) 불경언해서(佛經諺解書)가 그러하듯 『반야심경언해』도 원문에 충실한 번역, 이른바 직역 위주 번역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 책의 경 본문 언해는 설화자가 독자에게 해설하는 형식을 취하고, 약소(略疏) 언해는 설화자가 독자에게 해설을 하거나 화자가 청자에게 경 본문의 대강을 밝히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문법 형태가 비교적 단조로운 편이다. 같은 형태의 곡용어미나 활용어미가 반복해서 출현하는가 하면, 종결어미는 주로 평서형의 ‘-니라’ 주020)

고영근(1987)은 평서형 종결어미의 설명에서 ‘-니라’를 ‘-다’보다 보수성을 띤 어미로 다루었다.
로 끝맺고 있다. 또 불교 용어 등의 한자 어휘에는 낯선 낱말들이 더러 보이나, 고유어에서는 이른바 희귀어나 난해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 책에는 경어법 선어말어미 중 존경법의 ‘-으시/으샤-’ 이외에 겸양법 선어말어미 ‘-/-, -/-, -/-’이나 공손법 선어말어미 ‘--, --’의 쓰임이 없고, 감동법 선어말어미는 ‘-도-’만 쓰이는 등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종결어미는 평서형 중심으로 되어 있으나, 의문형, 명령형, 감탄형 구성도 간혹 볼 수 있다. 연결어미는 나열의 ‘-고/오’, 병렬의 ‘-며’ 등이 주류를 이룬다. 약소(略疏) 언해는 항목 나열식 구성이 많아서 수사(數詞)의 쓰임이 활발한 편이고, 한자어를 중심으로 한 파생어의 산출은 매우 생산적이다. 여기에서는 단어의 형성, 품사, 체언의 곡용, 용언의 활용, 종결어미, 연결어미 등 『심경』의 문법적 특성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문법 사실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주021)

중세국어의 전반적인 문법 현상은 허웅(1975), 고영근(1987), 안병희 · 이광호(1990)를 참고하였다.

2) 단어의 형성

단일어는 제외하고 복합법과 파생법에 의해 이루어진 단어들의 구성방식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가) 복합어

합성어 중 복합어의 용례는 드문 편이다. 다만 동사 주022)

본고에서의 동사는 동작 동사(active verbs)는 물론이고 상태동사(qualitive verbs)까지를 포괄하는 술어이다.
의 경우에는 몇몇 예에서 다양한 합성 방법을 보여 주고 있다.

(1) ㄱ. 나가-[就]〈8ㄴ, 17ㄱ, 17ㄴ, 19ㄴ, 21ㄱ, 28ㄱ, 40ㄱ, 42ㄱ…〉, 흘러가-[流]〈12ㄱ〉, 내-[引出]〈41ㄱ〉, 건내-[超]〈62ㄱ〉

ㄴ. 몯얫-〈40ㄴ〉, 尙얫-〈66ㄴ〉, 두쇼〈29ㄱ〉

ㄷ. 모도잡-[統]〈17ㄴ〉, 니-[游]〈67ㄱ〉

ㄹ. 일훔짛-[爲号]〈25ㄴ〉

(1ㄱ)은 ‘동사어간 + 부동사어미 -아/어 + 동사어간’형의 복합동사인데, 약소문(略疏文)의 성격상 ‘就~釋’의 구문이 많아서 ‘나가-’의 출현이 빈번하다. (1ㄴ)은 파생동사어간 ‘몯-’와 ‘尙-’에 부동사어미 ‘-야’가 오고 여기에 존재사 ‘잇-[有]’이 합성된 것으로 완료상태를 표시한다. 주023)

복합동사 구성은 아니지만 ‘이시-’에서 ‘이’가 탈락한 ‘외야 실〈25ㄴ〉’ 구성도 보인다.
‘두쇼-’는 특이하게도 동사어간 ‘두-[置]’와 존재사 ‘이시-’의 ‘시-’가 합성한 것이다 주024)
‘두-’와 ‘잇-’이 합성한 용례로 ‘뒷 『석 9:11』, 뒷관 『월석21:118』, 뒷다 『법3:97』’ 등이 보이고, ‘두-’와 ‘시-’이 합성한 것으로는 ‘둣거니 『남명하:48』, 둣니 『박초상:65』’ 등이 보인다. 이기문(1972:146) 참조.
(1ㄷ)은 ‘동사어간 + 동사어간’형 복합동사이고 주025)
‘니-’와 같은 유형의 합성어로는 ‘걷니-[步]’, ‘니-[飛]’, ‘노니-[遊]’, ‘사니-[生]’ 등이 있는데, 이 책에 다른 용례는 없다. ‘니-’는 같은 시기에 동화되지 않은 ‘니-’로도 쓰였다.
(1ㄹ)은 ‘체언 + 동사어간’형 복합동사이다.

(2) ㄱ. 간[乍]〈8ㄱ〉

ㄴ. 두[再三]〈67ㄱ〉

ㄷ. 녀나[餘]〈62ㄱ〉

(2ㄱ)은 한자어에서 왔으나 한자어라는 의식이 엷어져 정음문자(正音文字)로 표기된 복합명사이고, (2ㄴ)은 수관형사끼리 결합하여 부정 수관형사가 된 것이다. (2ㄷ)은 좀 특이한 경우이다. 체언 ‘녀느[他]’와 ‘남다’의 관형사형 ‘나’이 결합하여 합성관형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주026)

여기에서 ‘녀나’은 ‘十餘’의 의미가 아니고 ‘다른[他餘]’의 의미로 쓰였으므로 이렇게 추정한 것이다. ‘十餘’의 의미로 쓰인 합성관형사는 ‘여라/여라믄’이었다(여라 『구급하:62』 / 여라믄 『박초상:2』). 허웅(1975:105, 115) 참조.

나) 파생어

파생어는 접두사에 의한 것은 드물고 주로 접미사에 의해 이루어졌다. 특히 ‘--’에 의한 동사형성이 활발하다.

(1) 둘찻〈12ㄴ, 40ㄴ〉, 세찻〈14ㄱ, 40ㄴ〉, 네찻〈14ㄴ〉, 다찻〈19ㄱ〉

기수사(基數詞)에 접미사 ‘-찻’이 붙어 관형사적인 용법에 쓰인 서수사(序數詞)이다. ‘나찻’은 중세국어 문헌에서 문증(文證)되지 않고 이 책에서는 이 경우에 ‘처’이 쓰였다.

(2) ㄱ. 글월〈67ㄱ〉

ㄴ. 처〈11ㄴ, 14ㄴ, 17ㄱ, 19ㄴ, 40ㄱ, 41ㄱ

접미사 ‘-월(〈-)’과 ‘-엄’에 의한 명사 파생어이다. (2ㄱ)은 명사 ‘글’에 접미사 ‘-’이 결합한 것이다. 같은 시기에 ‘글왈’로도 쓰였다. 이런 유형의 파생어에는 ‘빗발, 발, 긧발’ 등이 있다. (2ㄴ)은 관형사 ‘첫’에 접미사 ‘-엄’이 결합한 것인데, 동사어기에 ‘-암/엄’이 결합한 파생어는 ‘무덤, 주검’ 등에서 볼 수 있으나 관형사에 의한 것은 희소하다.

(3) 체언 어기에 ‘--’가 붙은 파생동사는 그 예가 상당수 보이나 한자어에 기울었다. 이는 『심경』이 직역 위주의 언해서이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나타나는 차례대로 보이면 다음과 같다. 주027)

중출(重出)인 경우에는 먼저 나오는 것 하나만을 제시한다. 나머지는 색인을 참조.

 引導-〈8ㄴ〉, 微妙-〈8ㄴ〉, 일훔-〈8ㄴ〉, 重-〈12ㄱ〉, 觀-〈14ㄴ〉, 至極-〈17ㄴ〉, 玄微-〈17ㄴ〉, 證-〈17ㄴ〉, 滅-〈19ㄴ〉, 爲-〈19ㄴ〉, 通達-〈20ㄴ〉, 自在-〈20ㄴ〉, 求-〈21ㄴ〉, 空-〈22ㄱ〉, 得度-〈22ㄴ〉, 現-〈22ㄴ〉, 麤-〈24ㄴ〉, 變-〈24ㄴ〉, 細-〈24ㄴ〉, 究竟-〈24ㄴ〉, 果證-〈24ㄴ〉, 得-〈24ㄴ〉, 노-〈25ㄴ〉, 因-〈25ㄴ〉, 疑心-〈27ㄴ〉, 取-〈29ㄴ〉, 斷滅-〈29ㄴ〉, 害-〈33ㄴ〉, 斷-〈33ㄴ〉, 實-〈33ㄴ〉, 顯-〈34ㄱ〉, 卽-〈34ㄴ〉, -〈34ㄴ〉, 住-〈36ㄴ〉, 平等-〈37ㄱ〉, 生-〈38ㄴ〉, 果得-〈41ㄱ〉, 減-〈44ㄱ〉, 增-〈44ㄱ〉, 緣-〈44ㄴ〉, 對答-〈53ㄱ〉, 正-〈59ㄱ〉, 等-〈59ㄱ〉, 能-〈59ㄱ〉, 結-〈59ㄱ〉, 讚歎-〈59ㄱ〉, 牒-〈59ㄴ〉, 神奇-〈59ㄴ〉, 虛-〈61ㄴ〉, 盛-〈63ㄴ〉, 一定-〈63ㄴ〉, 眞實-〈63ㄴ〉, 秘密-〈65ㄴ〉, 尙-〈66ㄴ〉, 靑白-〈66ㄴ〉, 簡略-〈66ㄴ〉

(4) 부사에 ‘--’가 붙는 파생동사의 예도 산견된다. 상태동사 어간형성일 경우가 많다.

 -〈11ㄴ〉, 몯-〈17ㄴ〉, 아니-〈14ㄴ, 28ㄱ〉,

 덛덛-[常]〈57ㄱ〉, -[齊]〈62ㄱ〉

‘’은 『용가』, 『월곡』 등에서 부사로 쓰인 예가 있다. ‘아니’는 같은 시기에 명사로도 쓰였는데, 이 책에도 용례(아니〈38ㄱ〉)가 보인다. ‘덛덛’과 ‘’은 어근이 불확실하지만 이 범주에 포함시킨다. 다만 ‘덛덛’은 체언으로 쓰인 한 예가 있다(덛더든 거슬 『능엄1:85』).

(5) 사동어간 형성은 동사어기에 접미사 ‘-기-, -이-, -ㅣ-, -오-, -우-, -호-’가 결합하여 이루어지는데 그 예는 다음과 같다.

ㄱ.  숨기고 (隱他고)〈34ㄴ〉

ㄴ. 秘密般若 기시니 (明秘密般若시니)〈19ㄴ〉

ㄷ. 일후믈 셰시니라 (立名시니라)〈17ㄱ〉

 等 正覺 뵈샤 나토시논 젼라 (示現等正覺故ㅣ라)〈62ㄴ〉

ㄹ. 닐오 般若 이 나토샨 法이오 (般若等은 是所顯之法이오)〈17ㄱ〉

ㅁ. 나 리고  일우 디니 (廢己고 成他義니)〈34ㄱ〉

ㅂ. 이 마초건댄 (准此컨댄)〈33ㄴ〉

사동어간 형성의 접미사 ‘-기-’는 선행동사의 어간 말음이 ‘ㅁ, ㅅ’일 때 나타나고, ‘-이-’는 어간 말음이 ‘ㅊ, ㅸ ; ㅿ, ㄹ’일 때 나타난다. 어간 말음이 ‘ㅿ’이면 반드시 분철하고 ‘ㄹ’이면 대부분 분철한다. 또 어간 말음이 모음일 때는 ‘-ㅣ-’로 나타난다. 이 책에서는 ‘셰-’와 ‘기-’의 쓰임이 흔하다.

(6) 피동어간 형성은 동사어기에 접미사 ‘-히-’가 결합한 ‘자피-(〈잡+히-)’가 있을 뿐이다. ‘-히-’는 선행동사의 말음이 ‘ㅂ, ㄷ, ㄱ, ㅈ’일 때 나타나서 유기음화 된다.

 둘흔 藏애 자표미오 (二 藏攝이오)〈11ㄴ〉

(7) 상태동사 어간 형성은 체언어기에 접미사가 붙은 형태와 동사어기에 접미사가 붙은 형태로 나뉘는데, 이 책에는 각각 하나씩의 용례가 있다. 동사에서 파생한 것으로는 동사어기에 접미사 ‘-브-’가 결합한 ‘저프-(〈젛+브-)’ 한 예(例)만이 눈에 띈다.

 밧긔 魔怨 저푸미 업스니 (外無魔怨之怖니)〈55ㄴ〉

상태동사 어간 형성 중 체언에서 파생한 것에는 체언어기에 ‘-외(〈-)’가 결합한 ‘조외-’가 보인다. 중세국어에서 ‘조[要] 『능엄2:95』’은 명사로 쓰였다. 어기의 끝 ‘ㄹ’은 ‘-’ 위에서 탈락되었다.

 要 조욀씨라〈8ㄱ〉

(8) 파생부사도 체언어기에 접미사가 결합한 형태와 용언어기에 접미사가 결합한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매우 생산적이어서 다양한 용례를 보인다.

ㄱ. 명사에 접사화한 조사 ‘-로’가 붙어서 파생된 것.

 實로〈8ㄱ〉, 眞實로〈8ㄱ〉, 젼로〈19ㄴ〉

ㄴ. 지시대명사 ‘이, 그, 뎌’에 연격(沿格)조사 ‘-리’가 결합하여 파생된 것.

 그리〈66ㄱ〉

ㄷ. 파생동사어간 ‘-’에 접미사 ‘-이’가 결합하여 파생된 것. 결합시에 ‘ㆍ’ 는 탈락된다. 이 책에는 한자어의 예만 보인다.

 神奇히〈8ㄴ〉, 微妙히〈17ㄴ〉, 秘密히〈19ㄴ〉, 正히〈27ㄴ〉, 純히〈41ㄱ〉, 永히〈57ㄱ〉, 究竟히〈57ㄱ〉, 能히〈62ㄱ〉

ㄹ. 용언어기에 접미사 ‘-이’가 결합하여 파생된 것.

 두려이[두렵-, 圓]〈8ㄱ〉, 져기[젹-, 少]〈12ㄱ〉, 기[-, 明]〈19ㄴ〉, 너비[넙-, 廣]〈19ㄴ〉, 티[-, 同]〈22ㄴ〉/히[-, 如]〈59ㄱ〉, 머리[멀-, 遠]〈24ㄱ〉, 니르리[니를-, 至]〈67ㄱ〉

 체언어기 ‘브즈런’에 접미사 ‘-이’가 결합하여 부사로 파생된 특이한 용례도 있다.

 브즈러니[브즈런-, 殷勤]〈67ㄱ〉

ㅁ. 동사어기에 접미사 ‘-오’가 결합하여 파생된 것.

 오로[올-, 全]〈34ㄴ〉, 도로[돌-, 還]〈49ㄴ〉

부사 ‘오로’는 같은 시기에 ‘올-’의 변이형 ‘오-’에서 파생된 ‘오로’가 쓰이기도 했다.

ㅂ. 동사어기에 접사화한 부동사어미 ‘-아/어’가 결합하여 파생된 것.

버거[벅-, 次]〈20ㄱ〉, :다[다-, 皆]〈23ㄱ〉, 비르서[비릇-, 方] 주028)

비르서[비릇-, 方]:
<분석풀이>‘비릇-’은 체언 ‘비릇’에서 영변화(零變化)에 의해 파생된 용언이지만 체언에 ‘-아/어’가 결합하여 파생된 부사가 없으므로 용언어기에서 파생된 것으로 본다.
〈34ㄱ〉

이 책에 그 용례가 많은 ‘:다’는 ‘다-’에 ‘-아’가 붙은 것인데 활용형과 형태상으로는 구별이 되지 않는다. 주029)

허웅(1975:81), 고영근(1987:159) 참조. 허웅(1975:81)에서는 활용형과 파생부사가 구분되는 것으로 ‘滅와 生괘 다 다아(滅生俱盡) 『능엄4:69』’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외에 동사어기가 그대로 부사로 파생된 이른바 어간형 부사 ‘초[초-, 具]〈12ㄱ〉, [-, 達]〈23ㄴ〉’도 보인다.

(9) 접사화한 부동사어미 ‘-어’에 의한 파생어로 조사 ‘-브터’도 있는데, ‘-브터’는 동사 ‘븥-[附]’에 ‘-어’가 결합하여 파생된 것이다. ‘-브터’는 흔히 대격조사와 결합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미 문법화한 (9ㄱ)과 아직 실사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9ㄴ)으로 나눌 수 있다.

ㄱ. 舍利子 色不異空브터 아랜 (從舍利子 色不異空下)〈19ㄴ〉

 이브터 아랜 (自下)〈24ㄴ, 63ㄴ〉

ㄴ. 義를브터 (依義야)〈17ㄱ〉, 브터 (於依他)〈44ㄱ〉

3) 체언

가) 명사

이 책에는 명사가 곡용할 때 명사어간이 자동적으로 교체하는 이른바 ‘ㅎ말음체언’들이 보이는데, 이 책의 ‘ㅎ말음체언’은 주로 ‘ㄹ’받침을 가진 명사와 모음으로 끝난 명사에서 두드러진다. 또 음절말 자음의 제약에 의해 자동적 교체를 하는 명사들도 보인다. 여기서는 곡용에 의해 어형이 바뀌는 명사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1) ㄱ. ‘ㅎ’말음체언의 예

 둘[二]〈7ㄴ〉, 길[道]〈8ㄴ〉, 나[一]〈11ㄴ〉, 세[三]〈14ㄴ〉, 네[四]〈11ㄴ〉, [等]〈34ㄱ〉, 우[上]〈48ㄱ〉, 안[內]〈56ㄱ〉

ㄴ. 자동적 교체를 하는 명사의 예

 [外]〈29ㄱ, 55ㄴ〉, 앒[前]〈17ㄴ, 53ㄱ〉, [邊]〈17ㄴ, 34ㄴ〉, 곶[花]〈67ㄱ〉, 짗[羽]〈67ㄱ〉

비자동적 교체를 하는 명사류는 ‘나모〈40ㄴ〉’가 쓰였을 뿐이다.

(2) 특이한 곡용을 하는 체언이 있다. 명사어간 말음이 모음 ‘이’인 경우인데, 속격조사 ‘의’를 만나면 어간 말음 ‘이’를 탈락시킨다.

ㄱ. 蹄 톳긔 그므리니〈7ㄴ〉

ㄴ. 아 어믜 일후믈 니니라〈25ㄴ〉

이러한 곡용을 하는 체언에는 ‘아비[父], 늘그니[老人]’ 등이 있다. 주030)

‘어미, 아비’는 소급형이 ‘엄, 압’이어서 속격형이 위 (2ㄴ)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겠으나, 공시적으로는 다른 어휘와 마찬가지로 ‘이’가 탈락한 형태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가 탈락하지 않은 채 속격조사와 결합한 예도 중세국어 문헌에 보이고(아비의 『법화2:138』), ‘톳기’의 속격형은 ‘톳 『두초24:25』, 『금삼 4:36』’로 나타나기도 한다.

(3) 의존명사는 보편성 의존명사의 예로 ‘곧〈8ㄴ〉’, ‘젼〈11ㄴ〉’, ‘이(믜우니〈63ㄴ〉, 오리〈62ㄱ〉)’, ‘〈51ㄴ〉’ 등이 있고, 서술성 의존명사로는 ‘〈62ㄱ〉’, 단위성 의존명사로 ‘번〈57ㄱ〉’ 등이 보인다. 부사성 의존명사의 예는 나타나지 않는다.

(4) 의존명사 ‘, ’는 계사나 조사와 결합하여 통사적 기능을 나타낸다.

ㄱ. ‘’는 동명사어미 ‘-ㄹ’에 후행하는데 계사나 주격조사 앞에서는 모음 ‘ㆍ’를 탈락시킨다. 이 책에는 주격조사와의 통합은 보이지 않는다. ‘, 시’가 ‘-ㅭ’의 영향으로 된소리가 되어 구결문의 ‘-ㄹ/ㄹ시’가 언해문에서는 모두 ‘-ㄹ/ㄹ씨’로 바뀐다.

 몯〈19ㄴ〉, 기실〈27ㄴ〉

 외실씨라〈24ㄴ〉, 브틀씨오〈54ㄱ〉

ㄴ. ‘’는 동명사어미 ‘-ㄴ, -ㄹ’에 후행하는데 ‘’와 마찬가지로 계사나 주격조사 앞에서는 모음 ‘ㆍ’를 탈락시킨다. ‘로’는 의존명사 ‘’와 구격조사 ‘-로’의 통합형이다.

 空혼디 아니니〈27ㄴ〉, 空〈23ㄱ〉

 브튼 업수미〈34ㄴ〉, 브툰디라〈44ㄱ〉

 이런로〈8ㄴ, 19ㄱ〉,

 홀띠니〈33ㄴ〉, 아롤띠니라〈59ㄴ〉

나) 대명사

이 책에서 인칭대명사는 단수에서 1인칭의 ‘나’, 2인칭의 ‘너’, 재귀대명사 ‘저’, 복수에서 1인칭 ‘우리’ 등이 보인다.

(1) ㄱ. ·내 숨고〈34ㄴ〉 / 나와〈34ㄴ〉

ㄴ. 네 宗〈27ㄴ〉

ㄷ. :제 空혼디 아니니〈27ㄴ〉

ㄹ. 우리 小乘 中에〈27ㄴ〉

중세국어 인칭대명사의 주격형과 속격형은 성조로 구별되었다. 1인칭의 주격형과 속격형은 모두 ‘내’인데 성조는 주격형이 거성, 속격형이 평성이었으며, 2인칭은 ‘네’인데 주격형은 상성, 속격형은 평성이었다. 재귀대명사는 ‘제’인데 곡용은 2인칭 ‘네’와 같았다. 따라서 (1ㄱ), (1ㄷ)은 주격형이고, (1ㄴ)은 속격형이다.『심경』에서는 위에 든 예 이외에 다른 형태의 인칭대명사 및 의문대명사의 용례는 보이지 않는다.

(2) ㄱ. 기픈 디 이 니신뎌〈8ㄱ〉, 이와 엇뎨 다료〈27ㄴ〉

ㄴ. 뎌의 疑心을 그츠시며〈29ㄴ〉, 뎌와 이왜〈62ㄱ〉

중세국어에서는 ‘이, 그, 뎌’가 그대로 지시대명사로 기능하였는데, 이 책에서 ‘그’가 대명사로 쓰인 예는 보이지 않는다. 그 밖의 지시대명사로 ‘예〈56ㄴ, 57ㄴ, 58ㄴ〉’, ‘이〈8ㄴ, 40ㄱ, 53ㄱ〉’, ‘뎌〈40ㄱ〉’ 등이 보인다.

다) 수사

서두에서 밝힌 대로 『심경』에는 항목 나열식의 설명이 많아서 수사의 쓰임이 활발한 편이다. 그 목록을 보이면 아래와 같다.

(1) ㄱ. 기수사(基數詞)

 나ㅎ〈11ㄴ〉, 둘ㅎ〈11ㄴ〉, 세ㅎ〈11ㄴ〉, 네ㅎ〈11ㄴ〉, 다〈12ㄱ〉, 여슷〈12ㄱ〉, 닐굽〈12ㄱ〉, 여듧〈12ㄱ〉, 아홉〈12ㄱ〉, 열ㅎ〈12ㄱ〉

ㄴ. 서수사(序數詞)

이 책에서 서수사는 한자로 적혔다. 다음에서 앞의 두 예(例)는 언해문, 뒤의 세 예(例)는 구결문의 예이나 주로 구결문에서 보인다.

第一〈25ㄴ〉, 第二〈24ㄴ〉, 第三〈13ㄱ〉, 第四〈14ㄴ〉, 第五〈18ㄱ〉

ㄷ. 기수사의 관형어적 용법

 〈17ㄱ〉, 두〈34ㄴ〉, 세〈29ㄱ〉, 네〈27ㄴ〉, 다〈47ㄱ〉

ㄹ. 서수사의 관형어적 용법 주031)

2절 나)항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나찻’은 중세국어 문헌에서 문증(文證)되지 않는다. 이 책에는 이 경우에 ‘처’이 쓰였다.

 둘찻〈12ㄴ〉, 세찻〈14ㄱ〉, 네찻〈14ㄴ〉, 다찻〈19ㄱ〉

ㅁ. 합성수사

 두〈67ㄱ〉

ㅂ. 한자어계 기수사

이 책에서 한자어계 기수사는 주로 관형어적 용법에 쓰였다.

二十萬〈8ㄱ〉, 一十四〈8ㄱ〉, 十二〈47ㄱ〉, 十八〈48ㄱ〉, 三〈48ㄱ〉, 十〈62ㄱ〉, 數千萬〈67ㄱ〉

4) 수식어

가) 관형사

관형사는 다시 성상관형사, 지시관형사, 수량관형사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는 그 목록만 제시한다.

(1) ㄱ. 성상관형사

 거즛〈8ㄱ, 33ㄴ, 44ㄴ〉, 엇던〈62ㄱ, 66ㄱ〉

ㄴ. 지시관형사

 이〈53ㄱ〉, 그〈24ㄴ, 25ㄴ〉, 뎌〈22ㄴ, 25ㄴ〉

 녀나 주032)

녀나:
<참조>합성관형사 ‘녀나’의 형성과정과 의미에 대해서는 주 26) 참조.
〈62ㄱ〉

ㄷ. 수량관형사

수량관형사는 수사와 같은 형태가 많은데, 전술한 수사 중 (1ㄷ), (1ㄹ), (1ㅁ)은 그대로 수량관형사로 기능하였다. 그 외의 것으로는 ‘첫〈49ㄱ〉’, ‘여러〈27ㄴ〉’ 등이 보인다.

나) 부사

부사는 성분의 의미를 제한하는 성분부사와 문장 전체의 의미를 제한하는 문장부사로 나눌 수 있다.

(1) 성분부사

성분부사는 후행 성분과의 의미 관계를 중심으로 다시 성상, 지시, 부정부사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책에 부정부사의 용례는 없다. 여기서는 몇몇 예만 제시한다.

ㄱ. 성상부사

 다〈8ㄱ〉, 믄득〈19ㄴ〉, 져기〈19ㄴ〉, 곧〈28ㄱ〉, 오로 주033)

오로:
<풀이>같은 시기에 ‘오로’와 수의변이형 ‘오로’가 함께 쓰였는데, ‘오로’는 형용사 ‘올-[全]’에서, ‘오로’는 ‘오-[全]’에서 각각 접미사 ‘오’에 의해 부사로 파생된 것이다. 후대 문헌에는 ‘오로’보다 ‘오로’가 더 많이 나타난다. 이 책에서 형용사는 ‘오-’이 쓰였고, 부사는 ‘오로’만 한 번 보일 뿐이다.
〈34ㄴ〉, 모다〈34ㄴ〉, 비르서〈36ㄴ〉, 마〈40ㄴ〉, 오직〈41ㄱ〉, 비록〈42ㄱ〉, 두루〈44ㄱ〉, 어루〈44ㄱ〉, 도로〈49ㄱ〉, 몬져〈51ㄱ〉, 일즉〈53ㄱ〉, 티〈22ㄴ, 53ㄱ〉 / 히〈59ㄱ〉, 너비〈66ㄱ〉

ㄴ. 지시부사

 엇뎨〈27ㄴ〉, 그리〈66ㄱ〉

ㄷ. 부정부사

 용례 없음.

(2) 문장부사

문장부사는 문장 전체의 의미를 한정하여 주는 기능을 가진 성상의 문장부사와, 의미와 관계없이 두 문장을 연결해 주는 접속의 문장부사로 나뉜다.

ㄱ. 성상문장부사

 實로〈8ㄱ〉, 眞實로〈8ㄱ〉, 반기〈24ㄴ, 33ㄴ〉

ㄴ. 접속문장부사

 이런로〈8ㄴ〉, 그러면〈8ㄴ〉, 〈28ㄱ〉, 다가〈33ㄴ〉, 비록〈42ㄱ〉, 그러나〈42ㄱ〉

5) 격조사

가) 주격조사

주격표지는 구결문과 언해문 모두에서 선행체언 말음의 음운론적 조건에 따라 ‘이, ㅣ, ∅’로 실현되었다. 다만 구결문에서는 주격조사 ‘∅’가 실현된 환경에서 ‘ㅣ’가 나타나는데, 이런 표기는 간경도감에서 간행된 불경언해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구결문에만 나타나는 점으로 미루어 독서의 편의를 위한 배려로 생각된다. 당시의 언해 관여자는 ‘∅’임을 인식하였으면서도 독서 능률 향상을 위한 표기상의 배려로 ‘ㅣ’표기를 취한 것으로 추정한다.

(1) ㄱ. 체언의 끝소리가 자음일 때 : ‘이’

 구결문 : 色이〈25ㄴ, 36ㄱ〉, 空이〈36ㄱ〉

 언해문 : 사미〈21ㄴ〉, 미〈67ㄱ〉

ㄴ. 체언의 끝소리가 ‘이’나 ‘ㅣ’ 이외의 모음일 때 : ‘ㅣ’

 구결문 : 空假ㅣ〈36ㄱ〉, 忠孝ㅣ〈66ㄱ〉

 언해문 : ·내〈34ㄴ〉, :제〈29ㄴ〉

ㄷ. 체언의 끝소리가 ‘이’나 ‘ㅣ’일 때, 구결문 : ‘ㅣ’, 언해문 : ‘∅’

 구결문 : 二諦ㅣ〈3ㄱ〉, 是二ㅣ〈37ㄴ〉

 언해문 : 二諦 녜 이시며〈7ㄴ〉 (二諦ㅣ 恒存며〈3ㄱ〉) 이 둘히 둘 아니 일후미 空相이라 시니라 (是二ㅣ 不二 名爲空相이라 시니라〈38ㄱ〉)

(1ㄴ) 언해문의 ‘:제(〈저+·ㅣ)’는 체언의 말음절 평성이 조사 ‘ㅣ’와 결합하여 상성으로 성조가 바뀐 것이다. 이러한 경우 체언의 말음절이 거성이거나 상성이면 아무런 변동도 일어나지 않는다. (1ㄷ)의 언해문에서도 고유어인 경우에는 체언의 말음절이 평성이면 앞에서와 같은 성조의 변동이 일어나는데 이 책에는 그러한 용례가 없다. 주034)

인칭대명사의 곡용에 따른 성조의 차이와 주격조사의 생략과 관계된 성조의 변동에 대해서는 안병희·이광호(1990:153~154, 162~164)를 참조할 것. 참고로 중세국어에서 주격조사의 생략으로 성조변동(평성→상성)이 일어난 명사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節], :[梨], :리[橋], 너:희[汝等], 고:래[鯨], 누:위[妹], 그:듸[2인칭 대명사 子, 公]
그런가 하면 (1ㄷ)의 환경에서 구결문은 ‘∅’인데 언해문에서는 ‘ㅣ’가 실현된 예외적인 표기(2ㄱ)도 눈에 띈다. 협주에서는 (1ㄷ)의 환경에서 ‘ㅣ’가 실현되었는데(2ㄴ), 체언과 용언을 구별하기 위한 의도적인 표기로 생각된다.

(2) ㄱ. 오 體ㅣ 空 아닌댄〈34ㄱ〉 (擧體非空인댄〈30ㄴ〉)

ㄴ. 知ㅣ 滅니〈28ㄱ : 협주〉

(1ㄷ)의 환경에서 구결문과 언해문 모두에서 주격조사가 생략된 것도 있다. 이는 구결 작성 단계부터 ‘ㅣ’를 표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3) 理 一十四行애 다니〈8ㄱ〉 (理盡一十四行니〈5ㄱ〉)

표기상의 주격조사 생략 외에 이른바 부정격(不定格) 조사(infinitive case)에 해당하는 예가 이 책에도 보인다. 특히 ‘없다[無]’ 앞에서 두드러진다. 주035)

이 책에는 ‘없-[無]’ 앞에서 주격조사가 생략된 구문이 많이 보이는데, (4ㄴ)의 경우는 주격조사가 생략된 구문으로 다루어도 문제가 없겠으나, ‘道업스며 果업숨히라〈34ㄱ〉, 得업다〈53ㄱ〉’와 같은 구문은 ‘없-’이 접사로서 앞의 명사와 결합한 파생어 구성이거나 ‘체언’과 ‘없-’이 복합한 복합어 구성이라고 해석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4) ㄱ. 因緣 젹디 아니야〈11ㄴ〉

ㄴ. 룜 업스실〈20ㄴ〉, 生滅 업스니라〈44ㄱ〉

보격조사가 생략된 구문도 보인다. 보격조사는 주격조사와 동일한 곡용을 하므로 이 논의에서 따로 다루지 않고 생략된 구문만을 제시하는데 그친다.

(5) ㄱ. 空 아니면〈34ㄱ〉

ㄴ. 숫 외 니라〈40ㄴ〉

나) 서술격조사

주격조사와 비슷한 곡용을 하는 것으로 서술격조사(계사)가 있다.

(1) ㄱ. 체언의 끝소리가 자음일 때 : ‘이-’

 구결문 : 是大神呪等이니라〈59ㄴ〉

 언해문 : 知覺이라〈59ㄱ〉

ㄴ. 체언의 끝소리가 ‘이’나 ‘ㅣ’ 이외의 모음일 때 : ‘ㅣ-’

 구결문 : 非幻色故ㅣ라〈30ㄴ〉

 언해문 : 오리 업슨 呪ㅣ라〈60ㄱ〉

ㄷ. 체언의 끝소리가 ‘이’나 ‘ㅣ’일 때 : ‘∅’

 구결문 : 敎義 一對니〈13ㄴ〉, 敎義 分二니〈15ㄱ〉

 언해문 : 二諦 眞諦와 俗諦라〈7ㄴ〉 / 般若 이 體니〈17ㄴ〉

서술격조사 경우는 주격조사와는 달리 (1ㄷ)의 환경에서 모두 ‘∅’이다.

(2) ㄱ. 宗 간 고 닐오 趣ㅣ니 (宗之所歸曰趣ㅣ니)〈14ㄱ〉

ㄴ. 예서 닐오매 知ㅣ라 (此云知라)〈58ㄱ〉

(2ㄱ)은 ‘∅’로 실현될 환경에서 ‘ㅣ’가 되었는데, 이는 ‘趣’의 동국정운 한자음 ‘·츙’에서 기인한다. (2ㄴ)은 표기상의 오류로 생각된다.

다) 대격조사

대격조사 ‘ㄹ’은 이형태로 ‘/을, /를’을 가진다. ‘/을’은 체언의 말음이 자음일 경우이고, ‘/를’은 체언의 말음이 모음일 때 나타나는데 ‘/을’, ‘/를’의 교체는 모음조화에 의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자음을 가진 음성모음 뒤에서 ‘’이 나타나고 ‘i, j’나 음성모음 뒤에서도 주로 ‘’이 쓰였다. ‘를’이 실현될 곳에는 대부분 ‘’이 나타나서 ‘를’은 (1ㄹ)의 두 용례뿐이다.

(1) ㄱ. 德〈12ㄱ〉, 障〈12ㄱ〉, 모〈24ㄴ〉

ㄴ. 悲願力을〈24ㄴ〉, 목수믈〈24ㄴ〉

ㄷ. 나〈34ㄱ〉, 어미〈25ㄴ〉, 後〈54ㄴ〉, 蹄〈7ㄴ〉

ㄹ. 義를〈17ㄱ〉, 有를〈29ㄴ〉

ㅁ. 고길〈7ㄴ〉, 톳길〈7ㄴ〉, 아랠〈46ㄱ〉

대격조사의 생략도 흔히 보인다.

(2) ㄱ.  이 經 사교매〈11ㄴ〉

ㄴ. 나 敎 니와샤미오〈11ㄴ〉

라) 속격조사

속격조사는 무정물(無情物)이나 유정물(有情物) 지칭의 존칭체언 뒤에 ‘ㅅ’으로 나타나고, 유정물 지칭의 평칭체언 뒤에는 ‘/의’와 ‘ㅣ’로 나타난다.

(1) ㄱ. 부텻 됴 德〈12ㄱ〉 / 菩薩ㅅ 깁고 너븐 行〈12ㄱ〉

ㄴ. 그믌 벼리라〈19ㄴ〉 / 세 가짓 般若로〈14ㄱ〉

ㄷ. 그 사 어미 노며 로미〈25ㄱ〉

ㄹ. 이 뎌의 아리라〈25ㄴ〉

ㅁ. 제 性이 本來 空야〈27ㄴ〉

속격조사도 생략된 예가 있는데, 이는 선행 체언 뒤에 속격조사가 나타나지 않는 명사구 구성의 형식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1ㅁ)의 ‘제’는 주격과 속격의 형태가 동일하나 성조는 서로 달라서 주격이면 상성, 속격이면 평성이 된다. (2)는 ‘이’나 ‘ㅣ’로 끝난 체언 뒤에서 속격조사가 생략된 예이다.

(2) ㄱ. 뎌 새 눈 〈25ㄴ〉

(2)ㄴ. 우리 小乘 有餘位 中에도〈27ㄴ〉 주036)

이 책에서 속격조사가 생략된 예는 위의 (2ㄱ), (2ㄴ)과 같이 ‘이’나 ‘ㅣ’로 끝난 체언 뒤에서만 보인다. 따라서 이는 부정격이라기보다는 표기상의 격조사 생략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15세기 국어에서 종속절의 주어는 속격형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명사를 가진 내포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안병희 · 이광호(1990:175)에서는 이러한 기능을 갖는 속격조사를 주어적 속격이라고 하였다.

(3) ㄱ. 마 나토온 고 닐오 宗이오〈14ㄱ〉

ㄴ. 宗 간 고 닐오 趣ㅣ니〈14ㄱ〉

이 책에는 속격의 자리에 주격을 쓴 것이 있다.

羽儀  이 지츠로 威儀 사씨라〈67ㄱ〉

마) 처격조사

이 책에서 처격조사 ‘애/에/예, /의’는 서로 상보적 분포를 이루고 있다. ‘애/에’는 선행 체언 말음절 모음의 종류에 따라서 나눠진다. ‘예’는 선행 체언 말음절 모음이 ‘이(i)’나 ‘ㅣ(j)’인 경우에 실현되었다. ‘/의’는 특수한 처격조사로 이를 취하는 명사는 대체로 정해져 있으나 동일한 명사가 ‘’와 ‘애’를 다 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런 용례는 보이지 않는다.

(1) ㄱ. 뎌 〈17ㄴ〉, 生死애〈36ㄴ〉

ㄴ. 세 性에〈44ㄱ〉,  念에〈36ㄴ〉

ㄷ. 位예〈62ㄱ〉, 智예〈20ㄴ〉

ㄹ. 알〈42ㄴ〉, 밧긔〈55ㄴ〉

중세국어의 처격조사는 처소, 지향점, 시간, 원인, 비교 등의 기능을 보인다.

(2) ㄱ. 처소 : 그 中에〈24ㄴ〉

ㄴ. 지향점 : 有에 나가〈8ㄱ〉

ㄷ. 시간 : 長安 二年에〈66ㄴ〉

ㄹ. 원인 : 나매 性은 增減 업스니라〈44ㄱ〉

ㅁ. 비교 : 空애 다니〈27ㄴ〉 주037)

중세국어에서 ‘다-[異]’는 주로 격조사 ‘애/에, 에셔, 게’와 보조사 ‘두고’를 지배하는 용언이었다. 용언의 특수한 지배에 대해서는 안병희 · 이광호(1990:324~326) 참조.
/ 凡夫에 디날씨오〈62ㄱ〉

처격의 하위부류라고 할 수 있는 여격은 이 책에 용례가 없다. 이 책에서 처격조사가 생략된 예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처격이 가지는 처소의 기능이 문법적 기능보다 앞서므로 생략될 경우 그 문장 성분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주038)

안병희·이광호(1990:181)에서는 처격조사가 생략되면 그 문장이나 말이 적격성(適格性) (well-formedness)을 잃게 된다고 하였다.

바) 구격조사

구격조사는 체언의 말음이 자음이면 ‘로/으로’, ‘모음’이나 ‘ㄹ’이면 ‘로’로 나타난다. 구격조사가 생략된 예는 보이지 않는데 이는 서술어와의 관계가 긴밀하여 생략이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1) ㄱ. 菩薩의 因行로〈14ㄴ〉,  닐오로〈8ㄴ〉

ㄴ. 眞空境으로 宗삼고〈14ㄴ〉, 이() 지츠로〈67ㄱ〉

ㄷ. 두 義로〈14ㄴ〉, 아래로〈21ㄴ〉, 令小菩薩로〈9ㄴ : 구결문〉

구격조사는 ‘도구격, 원인격, 향격, 자격격, 변위격’ 등으로 세분되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 ‘변위격’이라고 할 만한 예는 없다. 나머지를 순서대로 보인다.

(2) ㄱ. 도구격 : 管으로 하 보다 니〈67ㄴ〉

ㄴ. 원인격 : 聲聞身으로 得度얌 직니란〈22ㄴ〉

ㄷ. 향격 : 아래로 衆生 救샤 브트니〈21ㄴ〉

ㄹ. 자격격 : 두 義로 趣 사니라〈14ㄴ〉

사) 공동격조사

‘과/와’로 나타난다. 체언의 끝음절이 자음이면 ‘과’, ‘모음’이나 ‘ㄹ’이면 ‘와’이다. 서술어의 성격에 따라 ‘공동, 나열, 비교’의 기능을 갖는다.

(1) ㄱ. 공동 : 처믄 敎와 義와  對니〈14ㄴ〉

ㄴ. 나열 : 苦와 集과 滅와 道왜 업스며〈50ㄱ〉

ㄷ. 비교 : 色이 空과 다디 아니호〈34ㄴ〉 주039)

앞의 주 37)에서 ‘다-’는 격조사 ‘애/에, 에셔, 게’와 보조사 ‘두고’를 지배한다고 하였는데, 이 책에는 ‘이와 엇데 다료〈27ㄴ, 28ㄱ〉’형 구문과 ‘空이 色과 다-, 色이 空과 다-〈29ㄱ, ㄴ〉’형 구문이 많아서 ‘다-’가 주로 공동격 ‘과/와’를 지배한다.

나열의 공동격조사는 대체로 집단 곡용을 하지만 예외도 있다. (2ㄱ)은 집단곡용의 예이고, (2ㄴ)은 그렇지 않은 경우다.

(2) ㄱ. 나와 괘 다 잇 디니〈34ㄱ〉

ㄴ. 수뭄과 顯홈과 둘 업수미〈34ㄱ〉

비교의 공동격조사는 ‘-’ 앞에서 생략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주040)

중세국어에서 ‘-[如]’는 주로 주격조사 ‘이’를 지배하였는데, 이 책에서는 공동격 ‘과/와〈27ㄴ, 28ㄱ, 41ㄱ〉’를 지배하거나 조사가 생략된 ‘이 -〈11ㄴ, 26ㄱ, 51ㄱ, 53ㄱ〉’ 구문을 이룬다.

(3) ㄱ. 든 알 사굠 니라〈54ㄴ〉

ㄴ. 이 三科 사교미 조 對法等論 니라〈48ㄱ〉

아) 호격조사

호격조사 ‘하, 아’ 중 이 책에는 ‘아’가 단 한 차례 나올 뿐이다.

(1) 舍利子아〈25ㄱ〉

6) 보조사

이 책에서 보조사의 쓰임은 극히 한정적이다. 대조의 의미를 가진 보조사를 비롯한 몇몇 용례가 있을 뿐이다.

(1) 대조 : ㄴ (/은, /는)

가장 많은 용례를 보인다. 대격조사의 경우처럼 ‘는’이 실현될 환경에서 모두 ‘’이 나타나 언해문에는 ‘는’이 보이지 않고 구결문에만 단 한 번의 쓰임이 있다.

ㄱ. 아랜〈24ㄴ〉, 어민〈25ㄴ〉 / 아호〈12ㄱ〉, 摠〈14ㄱ〉 / 둘흔〈11ㄴ〉, 여들븐〈12ㄱ〉 / 이〈27ㄴ〉, 道〈7ㄴ〉 / 般若深邃는〈65ㄱ : 구결문〉

『심경』에서 대조보조사는 주로 ‘수사(數詞)’에 후행하여 설명 항목을 나누는 역할이거나 처격조사와 함께하여 처소 및 순서의 다름을 표현하는 기능을 한다.

ㄴ. 나 ~둘흔 ~세 ~네흔 ~다〈11ㄴ〉

  二藏內옌〈2ㄴ〉, 空中엔〈48ㄱ〉

(2) 역시 : 도

‘역시’의 의미를 나타내나 때에 따라서는 ‘강세’를 나타내기도 한다. 현대국어에서의 ‘도’와 형태, 용법이 같다.

ㄱ. 간도 空 아뇸 아닐〈8ㄱ〉

ㄴ. 곧 이 아논 空理도  得디 몯릴〈53ㄱ〉

ㄷ. 우리 小乘有餘位中에도〈27ㄴ〉

보조사 ‘도’는 (2ㄴ)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격의 위치에서 실현되면 대격조사가 생략되지만, (2ㄷ)처럼 처격조사를 지배할 때는 생략되지 않는다.

(3) 시발(始發) : 브터

접사화한 부동사어미 ‘-어’가 동사 ‘븥-[附]’에 후행하여 문법화(文法化)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에서도 다른 중세국어 문헌에서처럼 대격조사가 선행한 ‘브터’의 출현이 훨씬 많다.

ㄱ. 舍利子色不異空브터〈19ㄴ〉, 이브터〈24ㄴ, 63ㄴ〉, 假브터〈37ㄱ〉, 空브터〈37ㄱ〉 / 法을브터〈54ㄴ〉

(4) 강세 : 

현대국어의 ‘야’에 해당되는 조사로서 당시엔 광범위하게 쓰였으나 『심경』에는 부동사어미에 후행하는 예들만 보인다.

滅야〈28ㄱ〉, 滅코〈28ㄱ, 29ㄴ〉, 空인브터〈34ㄱ〉

(5) 양보 : (이)ㄴ

보조사 ‘ㄴ’은 계사의 활용형에서 온 것으로 생각된다. 고영근(1987:88)에서는 ‘비특수’ 보조사로 주어의 자리에 놓인다고 하였다.

空인〈36ㄴ〉, 色인〈36ㄴ〉, 呪힌〈59ㄴ〉

(6) 의문 : 고

해답이나 설명을 요구하는 의문문의 서술어로 체언이 나타날 경우 바로 체언에 연결되는 조사이다. 의문사에 호응하여 설명의문문을 만드는데, 이런 조사에는 ‘고’ 외에도 ‘가/아/오’ 등이 있다. 이 책에는 아래의 한 예(例)만이 보인다.

菩提 엇던 뎌  감고〈66ㄱ〉

(7) 같음 : 다히

체언이나 동명사에 연결된다. 같은 기능을 하는 보조사로 ‘다(다이)’가 있다.

理다히 아로미 일후미 如理知니〈59ㄱ〉

(8) 위치 : 셔

보조사 ‘셔’는 ‘위치, 출발점, 비교’의 뜻을 가지나 이 책에서의 용례 〈17ㄴ, 21ㄱ, 25ㄴ, 57ㄴ〉는 모두 ‘위치’를 나타내는 말로 쓰였다.

예셔 닐오매 等이라〈58ㄱ〉

7) 용언의 교체

가. 자동적 교체

용언어간의 교체는 대체로 곡용어간의 교체와 일치한다. 이 책에서 용언어간의 자동적 교체에 해당하는 예를 나타나는 순서대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여러 번 출현하는 경우는 처음 나오는 것만 보인다.

 [자음]

깊-[深]〈7ㄴ〉, 긏-[隔, 斷]〈7ㄴ〉, 닞-[忘]〈7ㄴ〉, 없-[無]〈7ㄴ〉, 낱-[顯]〈8ㄱ〉, -[進]〈8ㄱ〉, -[奪]〈8ㄱ〉, -[備]〈8ㄱ〉, 좇-[隨]〈8ㄱ〉, 두-[圓]〈8ㄱ〉, -[通]〈8ㄱ〉, 어-[昏衢]〈8ㄴ〉, 높-[高]〈8ㄴ〉, 븥-[依]〈11ㄴ〉, -[修]〈12ㄱ〉, 녈-[淺]〈22ㄱ〉, 둪-[覆]〈23ㄱ〉, -[連]〈25ㄴ〉, -[作]〈33ㄴ〉, 더-[垢]〈38ㄴ〉, -[欣]〈51ㄱ〉, 즐-[樂]〈63ㄱ〉, -[愛]〈63ㄴ〉, [憎]〈63ㄴ〉, 맞-[逢]〈63ㄴ〉, -[竟]〈63ㄴ〉

 [모음]

니-[謂]〈8ㄱ〉, -[速]〈8ㄴ〉, 흐르-[流]〈12ㄱ〉, 다-[異]〈22ㄱ〉

나. 비자동적 교체

자음어간의 비자동적 교체에 해당하는 ‘아쳗-[厭]〈51ㄱ〉’, ‘묻-[問]〈53ㄱ〉’ 등이 보이고, 모음 어간의 비자동적 교체인 ‘잇-/이시-’도 산견된다.

  二諦 녜 이시며〈7ㄴ〉

세히 잇니〈14ㄴ, 17ㄱ, 22ㄱ〉

‘두-[置]’와 ‘이시-’의 축약형이 ‘두쇼’로 나타난다.

  疑心을 두쇼〈29ㄱ〉

8) 종결어미

머리말에서 밝힌 대로 『심경』의 본문 언해는 설화자가 독자에게 해설하는 형식이다. 약소(略疏) 언해의 지문은 설화자가 독자에게 설명을 가하는 형식이고, 인용절은 경 본문의 대강을 밝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문장은 (니샤 “~-다/라”, -니라)형 구성이다. 이런 이유로 해서 인용문의 종결어미는 ‘-다/라’인 경우가 많고 모문의 종결어미는 ‘-니라’형이 주류를 이룬다.『심경』에 보이는 종결어미는 평서형, 의문형, 명령형, 감탄형의 네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평서형

ㄱ. 이런로 니샤 ‘般若波羅蜜多心經이라’ 시니라〈8ㄴ〉

ㄴ. 갓 空中에 알 諸法 업슬  아니라 뎌 空 아 智도  得디 몯릴 니샤 ‘知 업다’ 시니라〈51ㄴ〉

ㄷ. 니샤 ‘得 업다’ 시니라〈53ㄱ〉

ㄹ. 中論애 니샤 空ㅅ 義 잇 젼로 一切法이 이니라〈34ㄱ〉

ㅁ. 비르서 究竟이 외리라〈36ㄴ〉

평서형 종결어미 ‘-다’는 서술격조사 어간 ‘이-’나 선어말어미 ‘-오/우-, -과-, -니-, -리-, -더-’의 뒤에서 ‘-라’로 교체되었다. 이 책에서 대부분의 종결어미는 서법 형태소와 결합하여 ‘라’체의 부정법이나 직설원칙법을 표시하고 드물게 추측법을 보이기도 한다. 또 약소 언해 모문의 종결어미는 경 본문이나 경을 설한 주체에 대한 존대의 표시로 대부분 존경법의 선어말어미 ‘-시-’를 가지고 있다. 약소 언해의 인용절은 화자가 청자에게 일방적으로 진술하는 형식을 취하며 주로 부정법을 보인다. 이 책에는 겸양법이나 공손법의 선어말어미는 보이지 않는다.

(2) 의문형

ㄱ. 이와 엇뎨 다료 〈27ㄴ, 28ㄱ〉

ㄴ. 엇뎨 이 그레 一切 다 업다 시뇨〈53ㄱ〉

ㄷ. 엇뎨 이 空이 이 色 滅티 아니료〈53ㄱ〉

ㄹ. 엇던 젼로 오직 無等  니디 아니시뇨〈62ㄱ〉

ㅁ. 엇뎨 노며 기프닐 혜아리리오〈67ㄴ〉

ㅂ. 菩提 엇던 뎌  감고〈66ㄱ〉

(2ㄱ)-(2ㅂ)은 『심경』에 나오는 의문문 전부이다. 모두 의문사와 호응하는 1, 3인칭의 설명의문문인데, 경의 난해한 부분에 대해 어떤 상황을 설정하고, 자문(自問)하여 독백하는 형식이 많다. (2ㄱ)-(2ㅁ)은 선어말어미 ‘-니/리-’와 설명의 의문형어미 ‘-오’의 결합에 의한 의문문이고, (2ㅂ)은 체언 뒤에 의문 보조사 ‘고’가 결합한 의문문이다.

(3) 명령형

ㄱ. 다 업슨 디니 다 알 마초아 랑라〈34ㄴ〉

ㄴ. 두 번 브즈러니 야 略疏 내라 니〈67ㄴ〉

이 책에서 명령형은 그 용례가 적다. 모두 ‘라’체이다. 주어는 나타나지 않으나 앞뒤의 문맥에 의지하면, (3ㄱ)은 불특정의 청자이고 (3ㄴ)은 약소(略疏)를 한 법장(法藏)이다.

(4) 감탄형

ㄱ. 般若 기픈 디 이 니신뎌〈8ㄱ〉

ㄴ. 理 一十四行애 다니 이 알리로다〈8ㄱ〉

ㄷ. 이럴 알리로다 니샤〈59ㄴ〉

중세국어의 감탄형은 감탄법어미에 의한 것과 감동법 선어말어미에 의한 것이 있는데, 이 책에는 두 유형이 다 보인다. (4ㄱ)은 감탄법어미 ‘-ㄴ뎌’에 의한 감탄문이다. ‘-ㄴ뎌’는 동명사어미 ‘-ㄴ’과 의존명사 ‘’의 활용형이 화석화한 것이고, (4ㄴ), (4ㄷ)은 감동법 선어말어미 ‘-도-’에 의한 감탄형이다.

9) 연결어미

중세국어의 연결어미는 그 종류가 매우 많다. 이 책에도 여러 종류의 연결어미들이 눈에 띈다. 여기서는 『심경』에 보이는 연결어미들을 유형별로 제시하고 그 용례를 들어 본다. 주041)

연결어미의 패러다임은 안병희 · 이광호(1990)에서 가져 왔다.

(1) 나열의 어미 : -고/오

항목 나열식의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앞부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어미 중의 하나이다. ‘나열’의 의미를 가진다. ‘-고셔, -곤, -곡, -곰’ 등은 보이지 않는다.

ㄱ. 眞性 니고 ~敎 니니〈14ㄴ〉

ㄴ. 한 邪見을 헐오져 샨 젼오 ~空 迷티 아니케 샨 젼오〈11ㄴ〉

(2) 병행의 어미 : -며

선어말어미 ‘-리-’에 후행한 ‘-리며’나 보조사 ‘셔’에 선행한 ‘-며셔’, ‘-’ 등은 보이지 않는다. 같은 동작의 거듭됨을 나타낸다. 전항의 ‘-고’와 비슷한 빈도로 보인다.

ㄱ. 生티 아니며 滅티 아니며 더럽디 아니며 조티 아니며〈38ㄴ〉

ㄴ. 사 心藏이 읏드미며 외야〈17ㄴ〉

(3) 양태의 어미 : -아/어

주동사(主動詞)보다 선행한 동작의 양태를 나타낸다. ‘-악/억’이나 ‘-암/엄’은 이 책에 쓰이지 않았다.

ㄱ. 顯了로 기 니샤 智慧 아로 내야 煩惱障 滅케 시고〈19ㄴ〉

ㄴ. 뎌 들 거두어 敎 니와샤 알게 노라〈12ㄱ〉

(4) 원인의 어미 : -니, -ㄹ

뒷말에 대한 원인, 이유, 조건, 상황, 설명의 계속 등을 나타낸다. ‘-매, -/늘, -관’는 이 책에 쓰이지 않았다.

ㄱ. 舍利 이 새 일후미니〈25ㄴ〉 / 色과 과 다 펴시니〈48ㄱ〉

ㄴ. 二乘의 疑心이 이 둘헤 나디 아니 나가 사기시니라〈28ㄱ〉

(5) 조건의 어미 : -면, -ㄴ댄

조건이나 가정을 나타낸다. ‘-거/거든, -란’는 쓰이지 않았다.

ㄱ. 우흘 마초면 어루 알리라〈48ㄱ〉

ㄴ. 이 마초건댄 반기 닐오 色中엔 空이 업다 홀띠니〈33ㄴ〉

(6) 양보의 어미 : -나, -오/우, -ㄴ, -거니와, -니언

양보나 앞을 긍정하고 뒤를 부정하는 등의 의미를 가진다. ‘-ㄹ, -ㄹ션’은 쓰이지 않았다.

ㄱ. 緣 조차시나 말에 건난 宗 性이 두려이 차 다 나니라〈8ㄱ〉

ㄴ.  流 조초 더럽디 아니며〈42ㄱ〉

ㄷ. 見思惑을 그추〈40ㄴ〉

ㄹ. 五蘊이 다 空 비취여 보샤〈23ㄱ〉

ㅁ. 緣브터 닐어니와, 緣을브터 업거니와〈42ㄱ〉

ㅂ. 福 더을니언 구틔여 사기디 아니홀띠니라〈65ㄴ〉

ㅅ.  障이 다아도 더디 아니며 德이 차도 더으디 아니니라〈42ㄱ〉 둘히 잇디 아니야도〈44ㄱ〉

(7) 의도의 어미 : -려

의지나 의향을 나타낸다. 의도법 선어말어미 ‘-오/우-’를 수반한다.

ㄱ. 큰 菩提心 發케 호려 샨 젼오〈12ㄱ〉

(8) 원망(願望)의 어미 : -고져, -과뎌

원망이나 희구를 나타낸다. 이 책에는 스스로 동작이나 행동을 바랄 경우에 사용되는 ‘-고져’와 제3자의 동작이나 행동을 바랄 경우에 쓰는 ‘-과뎌’만 보이고 ‘-아져, -과여, -긧고’는 쓰이지 않았다.

ㄱ. 邪見을 헐오져 샨 젼오〈11ㄴ〉

ㄴ. 眞宗애 맛과뎌 노라〈66ㄱ〉

(9) 도달의 어미 : -게/에

어떤 동작이나 상태에 도달함을 나타낸다. 사역의 뜻도 가진다. ‘-긔/’는 쓰이지 않았다.

ㄱ. 一切 한 重 障 긋게 샨 젼오〈12ㄱ〉

ㄴ. 正見 내에 샨 젼오〈11ㄴ〉

(10) 부정 대상의 어미 : -디

부정의 대상임을 나타낸다. 현대국어 ‘-지’의 소급형이다. ‘-, -ㄴ동, -드란’은 쓰이지 않았다.

ㄱ. 因緣 젹디 아니야〈11ㄴ〉

ㄴ. 義 믄득 나토디 몯〈19ㄴ〉

(11) 긍정 대상의 어미 : -디위

긍정의 대상임을 강조하고 그 반대의 사태를 부정한다. ‘-디’가 ‘-디위, -디외, -디웨’ 등으로 바뀌었으나, 이 책에는 ‘-디위’만 쓰였다.

ㄱ. 宗 蘊中에 人 업수 일후미 蘊空이디위 蘊이 제 空혼디 아니니〈27ㄴ〉

이 책에 목적의 어미 ‘-라’, 한도의 어미 ‘-록’, 더해감의 어미 ‘-디옷, -ㄹ록’, 연속의 어미 ‘-라, -락, -ㄴ다마다’ 등은 쓰이지 않았다.

이 논의에서 선어말어미와 보조적 연결어미는 따로 다루지 않는다.

10) 어휘

『심경』에는 희귀어라고 할 만한 고유어는 별로 없다. 다만 아래의 두 어휘는 널리 쓰이지 않은 것이기에 따로 밝혀 둔다.

(1) ㄱ. 그 사 어미 : ·노며 로미(~聰悟~호미)〈25ㄴ〉

 : 영·노-(지혜- / 슬기-)

ㄴ. 蠡 죡·바기오〈67ㄴ〉

 죡박(쪽박)

이 책에도 다른 불경언해서와 같이 한자어가 한자어라는 의식이 엷어져 정음 문자로 표기된 것들이 있다.

(2) 녜[常例]〈7ㄴ〉, 간[暫間]〈8ㄱ〉, [將次]〈11ㄴ〉, 부텨[佛體]〈12ㄱ〉, [衆生]〈67ㄱ〉

5. 맺음말

5.1. 지금까지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 전반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책은 대승불교의 중요한 경전 중 하나인 한문본 『반야심경』을 우리 문자로 번역한 언해본이다. 저본(底本)인 한문본의 성격은 물론, 현전하는 언해본의 특성과 형태서지, 언해체제, 그리고 표기법과 문법 등 『반야심경언해』의 서지사항과 국어사 자료로서의 가치를 밝혔다.

『반야심경언해』는 조선조 세조 10년(1464년)에 간경도감에서 간행하였다. 언해본의 저본(底本)은 송나라의 중희(仲希)의 주해본이다. 이 책은, 당나라 현장(玄奘)의 한역(漢譯) 『반야바라밀다심경』에 역시 같은 당나라의 법장(法藏)이 약소(略疏)를 붙여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702 A.D.)를 짓고, 여기에다 송나라의 중희가 주해를 더하여 『반야심경약소현정기』(1044 A.D.)가 이루어 진 바 있는데, 바로 그 책이다. 주해본인 『반야심경소현정기』에 세조가 정음으로 구결을 달고 효령대군(孝寧大君)과 황수신(黃守身), 한계희(韓繼禧) 등이 번역을 하여, 목판본 1권 1책으로 간행을 하였다.

언해가 이루어진 부분은 현장(玄奘)의 경 본문과 법장(法藏)의 약소이고, 중희의 주석(註釋)인 ‘현정기(顯正記)’ 부분은 제외하였다. 중희의 주석은 해당하는 경 본문의 언해문 다음이나, 약소 구결문과 약소 언해문 사이에 협주(夾註) 형식으로 실려 있다.

5.2. 언해본의 간행 및 번역에 관련된 제반 사항, 곧 저본(底本)을 중희의 ‘현정기’로 한 이유와 언해의 목적, 그리고 간행 경위 등 전반적인 내용은 책 권두에 실려 있는 진전문을 통해 살필 수 있었다. 또한 『반야심경언해』의 끝에 실려 있는 한계희(韓繼禧)의 발문(跋文)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법장의 ‘약소’가 홀로 종지(宗旨)를 터득했음과 중희의 ‘현정기’를 이용하여 장소(藏疏)를 나누는 등 분절(分節)의 편의를 취했다는 사실이다.

『반야심경언해』는 세조 10년(1464) 간경도감에서 간행된 이후 그 후쇄본의 쇄출(刷出) 및 복각 간행이 두어 차례 이루어졌다. 현재 원간 초쇄본 2본을 비롯하여 후쇄본 1종, 복각본 2종이 전해지고 있다. 이 책들 중 연구 및 역주의 대상이 된 책은 1994년에 공개되어 보물 1211호로 지정된 소요산(逍遙山) 자재암(自在庵) 소장본이다. 현전하는 이본들 각각에 대해 형태서지를 밝히고 그 성격을 정리했다. 아울러 이 책은 경 본문, 약소, 현정기 등이 함께 배치(排置)되어 있어서 다른 언해본들에 비해 복잡한 양상을 띠는데 이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이는 중희의 현정기(顯定記)에 의해 장소(藏疏)를 나눈 후 글귀마다 해석하고, 소(疏)에 따라 분절(分節)해서 각각 본문(本文) 밑에 넣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언해 체제가 다른 언해본들보다 다소 복잡하게 보인다.

5.3.『반야심경언해』는 간경도감에서 간행된 언해불전으로 훈민정음 창제 초기 정음 표기의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헌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표기법과 문법을 분리해서 정리했다. 방점 표기와 한자음 표기 등을 보면 이 책이 다른 간경도감본들과 같은 체제와 형식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ㅸ, ㆆ’ 등이 쓰이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쓰인 점으로 보면, 간경도감본 초기의 문헌보다는 상대적으로 후기의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팔종성 표기는 훈민정음 해례 종성해의 규정에 충실하여 다른 문헌에서 팔종성 외에 흔히 쓰이는 ‘ㅿ’이 전혀 쓰이지 않은 점 등, 특기할 만한 사항이 있다. 또 ‘ㆆ’이 고유어 표기에 쓰이지 않았으면서도 사이글자에 용례가 있는 점도 이 문헌에서 특별한 점이다.

문법 항목에서는 이 책이 가지는 문체 및 언해상의 특성에 기인한 종결어미의 편중성을 밝히고, 경어법 선어말어미가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원인 등을 구명하였다. 이 책에는 경어법 선어말어미 중 존경법의 ‘-으시/으샤-’ 이외에 겸양법 선어말어미 ‘-/-, -/-, -/-’이나 공손법 선어말어미 ‘--, --’의 쓰임이 없고, 감동법 선어말어미는 ‘-도-’만 쓰이는 등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책의 구성이 설화자인 약소를 주소(註疏)한 이가 해설하는 형식을 취하는 문장 중심으로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외 이 책의 전반적인 문법 사항은 같은 해에 간행된 『선종영가집언해』, 『아미타경언해』, 『금강경언해』 등과 대체로 일치하며 상원사 ‘어첩’ 및 ‘권선문’과도 부합한다. 불경언해서가 대부분 그러하듯 이 책도 경 본문과 약소에 대한 풀이의 성격을 띠므로 체언과 보조사의 쓰임은 단조롭고, 이에 비해 용언, 특히 연결어미의 쓰임은 활발한 편이다. 한자어를 중심으로 한 파생용언의 형성은 매우 생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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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001)
:물론 한역(漢譯) 『반야바라밀다심경』이 이 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명(題名)을 달리하고 내용이 조금씩 다른 책 수종(數種)이 현전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5세기 초에 구마라집(鳩摩羅什)이 한역한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 등의 책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뒤의 본론에서 다룰 것이다.
주002)
:현장법사 한역(漢譯)의 『반야바라밀다심경』은 모두 260자(字)로 되어 있다. 제명(題名)은 첫 머리에 ‘마하(摩訶)’를 포함시킨 경우가 있는가 하면, 빼기도 하여 열 자(字), 또는 여덟 자(字)로 서로 다르다. 우리가 연구 및 역주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책인 1464년 간행의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般若波羅蜜多心經諺解)』에는 어디에도 ‘마하(摩訶)’를 쓰고 있지 않으므로, 이 논의에서의 제명은 갖추어 부를 경우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이라 하고, 줄여서 부를 때는 『반야심경(般若心經)』, 또는 『심경(心經)』이라 하기로 한다.
주003)
:특히 중국에는 수십 종의 주석서가 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004)
:김영배(1995 : 93~94)에 의하면 원효의 『반야심경소(般若心經疏)』는 현재 전하지 않고, 원측의 『반야심경소(般若心經疏)』는 『만속장경(卍續藏經)』에 지은이가 당(唐)나라의 원측(圓測)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원측(圓測)’이 입당(入唐)해서 활동하였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주005)
:한역 이본 및 주석서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김영배(1995), 한정섭(1995), 혜담(1997) 등 참조.
주006)
:『반야심경소현정기』라고 한 이 명칭은 언해본 책의 본문 첫머리에 있는 제명(題名)이다. 제명 바로 다음에 중희가 술(述)한 병서(幷序)가 나온다.
주007)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般若波羅蜜多心經諺解)』의 간행일은 ‘진전문(進箋文)’과 ‘심경발(心經跋)’이 서로 다르다. 이는 간행일이라기보다 각각 원고를 쓴 날이 될 것이다. 황수신(黃守身)의 ‘진전문’에는 ‘天順 八年 四月 初七日’로 되어 있고, 한계희(韓繼禧)의 ‘심경발’에는 ‘天順 八年 二月 仲澣’으로 되어 있다. 두 달 가까이 차이가 난다. 판밑 원고 작성은 2월 중한(仲澣)에 마무리 되었고, 간행은 4월에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주008)
:소중한 책을 발굴하여 일반에 공개하고, 필자 등으로 하여금 국어사적 연구와 역주(譯註)를 할 수 있게 해 준 당시 소요산 자재암(自在庵) 주지 법타(法陀)스님(현재 동국대 정각원장)께 여기에 적어서 감사의 뜻을 표한다.
주009)
:김영배·장영길 편저(1995), 『반야심경언해의 국어학적 연구』, 동악어문학회 학술총서 3, 대흥기획.
주010)
:현전하는 한문본 『반야심경』의 목록 작성은 김영배(1995), 한정섭(1995), 혜담(1997) 등을 참고로 하였다. 하지만 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겹치는 부분만 종합해서 싣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다른 자료들을 참고해서 정리했다.
주011)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의 성격이나 경전의 형식 등에 대해서는 혜담(1997) 참조. 이 책에 의하면 위 예문 (1)에 있는 한문본 중 구마라집의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과 현장의 『반야바라밀다심경』만이 약본(略本)이고 나머지는 광본(廣本)이라고 한다. 혜담(1997:17).
주012)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혜담(1997:22) 참조.
주013)
:김영배(1995:91~92), 혜담(1997:21~32) 참조. 그 외 경전의 내용에 관련된 사항은 무비(2005), 성법(2006), 성열(1990) 등 참조.
주014)
:이 연구 및 주해의 대상인 자재암본 『반야심경언해』에는 해당 부분이 훼손되어 판독이 가능하지 않으므로 공란으로 처리한 것이다.
주015)
:이 목록의 작성에 김영배(1995)를 토대로 하고, 그 외의 사항은 필자가 관련 자료를 실사한 결과이다.
주016)
:‘자재암본’에는 다른 책에서 볼 수 없는 ‘진전문(進箋文)’이 있다. 이 ‘진전문’은 같은 형식과 내용으로, 같은 해에 간행된 책인 『금강경언해』에도 실려 있다. 뒤에 있는 역주의 첫 머리에 이를 싣고, 이종찬 교수의 번역문을 함께 싣는다. 아울러 이 역주서의 뒤에 발문(跋文)도 번역해서 실었다. 이 번역은 김영배 외(1995)에도 실린 바 있다. 역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어려운 번역의 일을 흔쾌히 수락해 주신 이종찬 교수께 여기에 적어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이 ‘진전문’이 『금강경언해』에도 실리고, 또 두 책이 함께 간행되었음은 다음의 구절을 통해 알 수 있다. “... 臣黃守身等謹將新雕印翻譯金剛經一卷心經一卷糚潢投 ... (...신 황수신 등은 삼가 새로 만든 인자(印字)로 금강경(金剛經) 한 권, 심경(心經) 한 권을 번역하고 표구 장식하여 바치오니...)”.
주017)
:이 책의 간행과 관련된 사항은 책 말미에 첨부되어 있는 학조의 발문(跋文)에 상세하다. 같은 해에 원간본의 판목에서 다시 인출 · 간행된 『선종영가집언해』, 『금강경언해』 등의 책에도 동일한 발문이 매행(每行)의 글자 수만 달리한 채 수록되어 있다. 이 발문을 통해 당시에 간행된 책과 간행 부수 등을 알 수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於是 擇經律論中 開人眼目者 印出飜譯 法華經楞嚴經各五十件 金剛經六祖解心經永嘉集各六十件 釋譜詳節二十件 又印漢字金剛經五家解五十件 六經合部三百件...). 김영배 · 김무봉(1998) 참조. 역주서의 맨 뒤에 역시 원문과 함께 이종찬 교수님의 번역문을 싣는다.
주018)
:필자는 홍치판 『반야심경경언해』를 김민영(金敏榮)님의 장서를 열람하던 중에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고(故) 최범술(崔凡述)님 구장본이었으나, 지금은 김민영님 소장으로 소장자의 이동이 있었다.
주019)
:자세한 내용은 정우영(1995: 108 ~111) 참조.
주020)
:고영근(1987)은 평서형 종결어미의 설명에서 ‘-니라’를 ‘-다’보다 보수성을 띤 어미로 다루었다.
주021)
:중세국어의 전반적인 문법 현상은 허웅(1975), 고영근(1987), 안병희 · 이광호(1990)를 참고하였다.
주022)
:본고에서의 동사는 동작 동사(active verbs)는 물론이고 상태동사(qualitive verbs)까지를 포괄하는 술어이다.
주023)
:복합동사 구성은 아니지만 ‘이시-’에서 ‘이’가 탈락한 ‘외야 실〈25ㄴ〉’ 구성도 보인다.
주024)
:‘두-’와 ‘잇-’이 합성한 용례로 ‘뒷 『석 9:11』, 뒷관 『월석21:118』, 뒷다 『법3:97』’ 등이 보이고, ‘두-’와 ‘시-’이 합성한 것으로는 ‘둣거니 『남명하:48』, 둣니 『박초상:65』’ 등이 보인다. 이기문(1972:146) 참조.
주025)
:‘니-’와 같은 유형의 합성어로는 ‘걷니-[步]’, ‘니-[飛]’, ‘노니-[遊]’, ‘사니-[生]’ 등이 있는데, 이 책에 다른 용례는 없다. ‘니-’는 같은 시기에 동화되지 않은 ‘니-’로도 쓰였다.
주026)
:여기에서 ‘녀나’은 ‘十餘’의 의미가 아니고 ‘다른[他餘]’의 의미로 쓰였으므로 이렇게 추정한 것이다. ‘十餘’의 의미로 쓰인 합성관형사는 ‘여라/여라믄’이었다(여라 『구급하:62』 / 여라믄 『박초상:2』). 허웅(1975:105, 115) 참조.
주027)
:중출(重出)인 경우에는 먼저 나오는 것 하나만을 제시한다. 나머지는 색인을 참조.
주028)
비르서[비릇-, 方]:<분석풀이>‘비릇-’은 체언 ‘비릇’에서 영변화(零變化)에 의해 파생된 용언이지만 체언에 ‘-아/어’가 결합하여 파생된 부사가 없으므로 용언어기에서 파생된 것으로 본다.
주029)
:허웅(1975:81), 고영근(1987:159) 참조. 허웅(1975:81)에서는 활용형과 파생부사가 구분되는 것으로 ‘滅와 生괘 다 다아(滅生俱盡) 『능엄4:69』’를 제시한 바 있다.
주030)
:‘어미, 아비’는 소급형이 ‘엄, 압’이어서 속격형이 위 (2ㄴ)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겠으나, 공시적으로는 다른 어휘와 마찬가지로 ‘이’가 탈락한 형태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가 탈락하지 않은 채 속격조사와 결합한 예도 중세국어 문헌에 보이고(아비의 『법화2:138』), ‘톳기’의 속격형은 ‘톳 『두초24:25』, 『금삼 4:36』’로 나타나기도 한다.
주031)
:2절 나)항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나찻’은 중세국어 문헌에서 문증(文證)되지 않는다. 이 책에는 이 경우에 ‘처’이 쓰였다.
주032)
녀나:<참조>합성관형사 ‘녀나’의 형성과정과 의미에 대해서는 주 26) 참조.
주033)
오로:<풀이>같은 시기에 ‘오로’와 수의변이형 ‘오로’가 함께 쓰였는데, ‘오로’는 형용사 ‘올-[全]’에서, ‘오로’는 ‘오-[全]’에서 각각 접미사 ‘오’에 의해 부사로 파생된 것이다. 후대 문헌에는 ‘오로’보다 ‘오로’가 더 많이 나타난다. 이 책에서 형용사는 ‘오-’이 쓰였고, 부사는 ‘오로’만 한 번 보일 뿐이다.
주034)
:인칭대명사의 곡용에 따른 성조의 차이와 주격조사의 생략과 관계된 성조의 변동에 대해서는 안병희·이광호(1990:153~154, 162~164)를 참조할 것. 참고로 중세국어에서 주격조사의 생략으로 성조변동(평성→상성)이 일어난 명사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節], :[梨], :리[橋], 너:희[汝等], 고:래[鯨], 누:위[妹], 그:듸[2인칭 대명사 子, 公]
주035)
:이 책에는 ‘없-[無]’ 앞에서 주격조사가 생략된 구문이 많이 보이는데, (4ㄴ)의 경우는 주격조사가 생략된 구문으로 다루어도 문제가 없겠으나, ‘道업스며 果업숨히라〈34ㄱ〉, 得업다〈53ㄱ〉’와 같은 구문은 ‘없-’이 접사로서 앞의 명사와 결합한 파생어 구성이거나 ‘체언’과 ‘없-’이 복합한 복합어 구성이라고 해석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주036)
:이 책에서 속격조사가 생략된 예는 위의 (2ㄱ), (2ㄴ)과 같이 ‘이’나 ‘ㅣ’로 끝난 체언 뒤에서만 보인다. 따라서 이는 부정격이라기보다는 표기상의 격조사 생략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주037)
:중세국어에서 ‘다-[異]’는 주로 격조사 ‘애/에, 에셔, 게’와 보조사 ‘두고’를 지배하는 용언이었다. 용언의 특수한 지배에 대해서는 안병희 · 이광호(1990:324~326) 참조.
주038)
:안병희·이광호(1990:181)에서는 처격조사가 생략되면 그 문장이나 말이 적격성(適格性) (well-formedness)을 잃게 된다고 하였다.
주039)
:앞의 주 37)에서 ‘다-’는 격조사 ‘애/에, 에셔, 게’와 보조사 ‘두고’를 지배한다고 하였는데, 이 책에는 ‘이와 엇데 다료〈27ㄴ, 28ㄱ〉’형 구문과 ‘空이 色과 다-, 色이 空과 다-〈29ㄱ, ㄴ〉’형 구문이 많아서 ‘다-’가 주로 공동격 ‘과/와’를 지배한다.
주040)
:중세국어에서 ‘-[如]’는 주로 주격조사 ‘이’를 지배하였는데, 이 책에서는 공동격 ‘과/와〈27ㄴ, 28ㄱ, 41ㄱ〉’를 지배하거나 조사가 생략된 ‘이 -〈11ㄴ, 26ㄱ, 51ㄱ, 53ㄱ〉’ 구문을 이룬다.
주041)
:연결어미의 패러다임은 안병희 · 이광호(1990)에서 가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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