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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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언해 학조(學祖) 발문


學祖 跋文
我佛如來之垂敎也 指萬化而歸一心 卽一心而明自性. 且性之爲體 湛寂虛玄 香絶名相 以大悲故 隨順機宣 乃彰名號 或稱眞如 或稱實相 或稱般若 或稱如來藏焉 一法千名 應緣立號 其實皆一道也. 聖人覺之 謂之菩提 群生昧之 謂之煩惱 聖人以其所覺 而闢其所昧 於是無像而像 現百千之容儀 無說而說 出大千之經卷 機分異類 說有殊途 要其所歸 無越乎三藏 示其所修 則不過戒定慧而已 戒者所以軌範身口 定慧者 所謂融治性情 自邇陟遐 何莫由斯道焉 弘治甲寅 我
成宗大王 方隆至治之時 奄葉臣民 一國遑遑 如喪考妣. 我 王大妃殿下 號攀躃踊 五內摧裂 凡所以追遠薦福者 無所不用其極 於是 擇經律論中 開人眼目者 印出飜譯 法華經楞嚴經各五十件 金剛經六祖解心經永嘉集各六十件 釋譜詳節二十件 又印漢字金剛經五家解五十件 六經合部三百件 以資冥釐 及至鍊祥 集三十三之淨侶 轉讀以落之遍施林泉之徒 皆得硏窮其義 演暢無言之旨 開闡普眼之經 不二門之廣闢, 導泣歧之迷客 法性海之汪洋拯 探月之癡猿 驅四生十類 共到常樂之鄕 我 先王在天之靈 乘此廓大之緣 無爲而爲卽 千差而踏着靈源 不成而成 當萬有而暗蹈大方 不離一塵 闊步如來廣大刹 則我 殿下追慕薦拔之能事畢矣 嗚呼至哉 若夫人人本有底一卷經 徒求諸文字語言之間 而不以心得 則不幾於磨甎作鏡 以指爲月耶 何況 我 殿下 作此殊因 普施法侶 用薦冥遊於大寂滅海 其爲願王 豈在語言文而已哉 所以包含遠大之旨 固不可得而思議 後之學者 當以此 爲警策焉 則斷知黃葉竟非錢矣
弘治八年 秋八月下澣 黃岳山人 學祖 敬跋
Ⓒ 저자 | 학조 / 1495년(연산군 8) 8월 일

반야심경언해 학조 발문[學祖跋]
이종찬(李鍾燦,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역
우리 부처 여래께서 가르침을 내리신 것은, 만화(萬化)를 가져다 일심(一心)으로 묶고, 일심(一心)에 나아가 자성(自性)을 밝히심이다. 자성(自性)의 본체(本體) 됨됨이는 담적(湛寂)하고 허현(虛玄)해서 이름이나 형상을 아득히 초절(超絶)한 것이지만, 큰 자비이기 때문에 사리의 올바른 기틀에 따라 이름을 붙여 밝히게 되니, 혹은 진여(眞如)라 하고, 혹은 적상(寂相)이라 하고, 혹은 반야(般若)라 하고, 혹은 여래장(如來藏)이라 하니, 하나의 법체(法體)에 천(千)의 이름이 인연 따라 불려 지게 된 실상은 모두가 한 진리[道]이다.
성인으로서 깨달은 것을 보리(菩提)라 하고, 군생(群生)으로서 어두운 것을 번뇌라 하니, 성인은 깨달은 것으로 어두움을 열어주시니, 이에 형상이 없으면서도 백천(百千)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나타나고, 말씀이 없으면서도 대천의 경권(經卷) 말씀으로 설하셨다. 기미[機]는 종류에 따라 나뉘고, 말씀도 길에 따라 다르지만, 귀결되는 요점은 삼장(三藏)을 초월하지 않고, 수행(修行) 방편으로 제시하심도 계(戒)·정(定)·혜(慧)에 지나지 않을 따름이다. 계(戒)는 몸이나 입에 대한 규범이요, 정(定)·혜(慧)는 성정(性情)을 다스리는 것으로 가까운 곳이거나, 먼 것이거나 어느 것인들 이 길로 가지 않음이 있겠는가.
성종 25년 갑인년(1494년, 홍치 7년), 성종대왕(成宗大王)이 융성히 정치하시다가 갑자기 신민(臣民)을 버리시고 떠나니, 한 나라가 황황(遑遑)하여 마치 부모를 잃은 것 같았습니다. 우리 왕대비전(王大妃殿)께서도 울부짖고 몸부림쳐 오장이 찢어지는 듯하시니, 추원(追遠)이 되고 천복(薦福)이 되는 것이라며 극진한 정성을 쓰시지 않음이 없으시어, 이에 경(經)·율(律)·논(論) 중에 사람의 눈을 띄울 수 있는 것을 가리어 번역 출간하게 하셨으니, 법화경(法華經)·능엄경(楞嚴經) 각각 50건, 금강경 육조해(金剛經 六祖解), 심경(心經), 영가집(永嘉集) 각각 60건, 석보상절(釋譜詳節) 20건이었다. 또 한자(漢字)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 50건도 인출(印出)하게 하니 여섯 경전[經] 합해서 300건이었다.
명복을 비는 자량(資糧)으로 삼아 연상기(鍊祥期)에 이르러 33인의 정려(淨侶)를 모아 돌려 읽게 하여 낙성하고, 임천(林泉)에 있는 승도(僧徒)에게도 두루 나누어, 누구나 그 뜻을 연구할 수 있게 하여 무언(無言)의 밀지(密旨)를 널리 펴내고, 누구나 볼 수 있는 경전을 열어 주셨다. 불이(不二)의 문이 널리 열려 길을 몰라 우는 나그네를 인도하고, 법성(法性)의 바다 넘실대어 물 밑의 달을 더듬는 어리석은 원숭이를 구제하셨다. 사생(四生)·십류(十類)를 몰아 항상 즐거운 고향에 이르게 하셨도다.
우리 선왕(先王)의 하늘에 계신 영체(靈體)도 이 넓고 큰 인연을 타시어 위(爲) 없는 위(爲)가 있어, 일천 계단으로 나아가 신령의 원천을 밟으시고, 이룸 없이 이루어져서 온갖 사물을 당하셔도 암암리에 이 크고 큰 대방(大方)의 불계[佛]를 밟으시어, 하나의 미진(微塵)을 여의지 않고도 여래의 광대한 찰토(刹土)를 활보하신다면, 우리 대비전하(大妃殿下)께서도 추모하시고 천복하시는 모든 일이 다할 것입니다.
아! 지극하도다. 만약 사람마다 원래 간직한 한 권의 경전을 한갓 문자(文字) 언어(言語) 사이에서만 찾고 마음으로 터득하지 못하면,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거나, 손가락 끝으로 달을 지적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지 않겠는가.
더구나 우리 대비전하(大妃殿下)께서 이 특수한 인연을 지어 법려(法侶)들에게 널리 보시하시고, 대적멸(大寂滅)의 바다에 노니시도록 복을 비셨으니, 원왕(願王)이 되게 하심이 어찌 언어와 문구에만 있겠는가. 원대(遠大)한 뜻이 포함되어 있음은 진실로 생각도 말할 수 없는 것이지만, 뒷날 배우는 이는 의당 이것으로 경책(警策)을 삼게 되면 황엽(黃葉)은 끝내 돈이 아님을 결단코 알 것이다.
연산군 원년(1495년, 홍치 8년) 추8월 하한(下澣) 황악산인(黃岳山人) 학조(學祖) 공손히 발(跋)하다.
Ⓒ 역자 | 이종찬 / 2009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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