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금강경심경전(進金剛經心經箋)
이종찬(李鍾燦, 동국대 명예교수) 역
간경도감 도제조 추충좌익공신 대광보국숭록대부 의정부 우의정 남원부원군 신 황수신 등은 삼가 새로 만든 인자(印字)로 금강경(金剛經) 한 권, 심경(心經) 한 권을 번역하고 표구 장식하여 바치오니, 신(臣) 수신(守身) 등은 진실로 황공하여 머리를 조아려 아룁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진리의 도(道)는 시방(十方)에 두루하였으니, 불승(佛乘)이 가장 높은 것이고, 덕(德)은 온 나라에 흡족하니, 왕(王)은 그 중앙에 좌정하십니다. 대저 끝없는 인(仁)을 펴려 하신다면 반드시 먼저 무너짐이 없는 진리[法]에 의지해야 합니다.
성인(聖人) 박가범(薄伽梵)이 큰 수다라(修多羅)를 연설하여 오묘히 금강(金剛)에 비유하시어 반야(般若)라 이름하시고, 궁성으로 들어 걸식하여 장차 뜻을 원만한 성취에 펴시고, 땅에 엎드려 어깨를 드러내어 호념(護念)에 정성을 바쳐 색(色)·상(想)의 육입(六入)을 막고, 종(種)·현(現)의 두 의심을 끊으셨습니다. 아집[旣執]이 사라지니, 정(情)이 없어지고, 공(空)이 맑아지니 지혜가 돋아나, 32품의 글을 이루니, 남은 문품(門品)의 이치가 섭렵되어, 실로 여래의 정성스런 묘체의 말씀이요, 모든 부처의 올바른 뜻이었습니다.
높고 높은 지극한 도가 이 빛나는 왕조에 위탁함이 되고, 더구나 번역하여 선포하는 성대한 공덕은 성명(聖明)하신 임금님을 기다려서야 꼭 이루어집니다.
공손히 생각하건대, 주상(主上)께서는 하늘을 잇고, 진리를 본받아 열렬하신 문(文)이요, 영매하신 무(武)이십니다. 전하(殿下)께서는 일찍이 덕의 본바탕을 타고 나시어, 진승(眞乘)을 통달하여 복혜(福慧)하심은 세웅(世雄)과 같으시고, 성철(聖哲)하심이 대범(大梵)에 짝하십니다. 십선(十善)으로 사물에 베푸시니, 본받음이 많아 하늘에서 내리신 재질을 펴실 수 있습니다.
뭇 우매함을 깨우치시길 바라 신비의 의범(儀範)에서 발휘(發揮)하시고자 특별히 구결(口訣)을 내려 주시고, 번역(飜譯)의 자리로 위탁하셨으니, 이는 언어로 인해서 마음이 맑게 되기를 바라심이라, 마침내 중국문자(中國文字)를 언문(諺文)으로 번역하게 하셨습니다.
신(臣) 등이 외람되이 용렬한 자질로 높으신 명을 받아 조판(雕板)을 마쳐 인쇄하고 편집하였으니, 생각하기 어려운 가르침의 천명도 이 수승한 인연으로 되고, 끝없는 시간의 이음도 이 큰 업의 무궁함으로 축원합니다. 신(臣) 수신(守身)등은 진실로 황공하고 조심스러워 몸 둘 바를 모릅니다.
앞 건(件) 금강경(金剛經) 1권, 심경(心經) 1권에다 삼가 전문(箋文)을 써서 올리옵니다.
천순(天順) 8년(1464년) 4월 초7일
도제조 추충좌익공신 대광보국숭록대부 의정부 우의정 남원부원군 신(臣) 황수신(黃守身) 등 삼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