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도적기 바 타 급피 니니: 왜적이 밤을 이용하여 급하게 들어닥치니. ‘급피’는 ‘급히’에서 격음화를 거치고 혼철이 되어 ‘급히〉급피’가 되었다. 격음화 현상은 유기음화(有氣音化) 현상 또는 거센소리되기라고도 한다. 무기음 ㄱ, ㄷ, ㅂ, ㅈ 등이 앞뒤의 ㅎ을 만나서 ㅋ, ㅌ, ㅍ, ㅊ 등이 되는 현상이다. ‘자음+ㅎ’과 ‘ㅎ+자음’의 구조에서 모두 일어날 수 있다. 현대 국어에서는 ㅎ 받침의 명사가 사라졌으므로, 이 현상은 ㅎ으로 끝나는 어간이나 접미사 ‘하-’를 가진 어간과 ㄷ·ㅈ·ㄱ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통합되는 활용형에서만 나타난다[예 : 홀짝홀짝, 솔직히, 조코(좋+고), 조치(좋+지), 편코(편하+고) 등]. 그러나 중세국어 시기에는 곡용에서도 이 현상이 있었다[예 : 하콰(하+과), 하토(하+도)]. 중세국어 이전에는 ㅂ·ㄷ·ㅈ·ㄱ과 ㅎ이 통합할 때도 나타났다[예 : 자피다(잡-+히+다), 가티다(갇-+히+다), 마키다(막-+히+다) 등]. 유기음화 현상의 방언 분포를 보면 남부 방언에서 훨씬 활성화되었다. 가령 경상도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의 말이 거세게 들리는 까닭이 바로 이 유기음화에 따른 것이다. 예컨대, ‘-카다’의 경우가 그런데 행위를 이르는 ‘하다’와 통합되면서 소리가 유기음화로 변동한 것으로 보인다. 경음화와 더불어 유기음화는 소리를 강하게 만드는 그런 효과 있다. 이러한 현상이 심리적으로는 임진왜란 이후부터 영남 지방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바 그런 영향 관계로 풀이하는 이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