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 업고: 아버지가 없고. ‘업고〉없고’는 자음 첨가 현상으로 굳어지면서 ‘업다’와 동음충돌현상을 피해 나간 것이다. 이 밖에도 동음충돌을 피하려는 현상을 보면, 어느 한쪽에 음운 변동에 따라서 형태를 달리함으로써 동음이의 관계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 중세국어에서 ‘바회’는 ‘바위[巖]’라는 의미의 단어와, ‘바퀴’라는 의미의 단어로 쓰이었는데, 뒤로 오면서 각각 ‘바위’와 ‘바퀴’로 분화되어 충돌을 피하였다. 둘째, 어느 한쪽에 접사나 다른 단어가 덧붙음으로써 동음이의 관계를 피하는 방법이 있다. 중세국어에서 ‘’은 ‘바람’과 ‘벽’의 의미로 쓰이는 동음이의어였다. 벽이라는 의미를 가진 ‘’에는 벽이라는 말이 덧붙어 ‘바람벽’이 됨으로써 ‘바람’으로 남은 단어와 동음이의 관계를 피하였다. 셋째, 어느 한쪽이 다른 단어로 바뀜으로써 동음충돌을 피하는 방법이 있다. 중세국어에서 ‘부체’는 ‘문’과 ‘부채’라는 의미의 단어로 쓰이는 동음이의어였다. ‘문’이라는 의미의 ‘부체’는 후대에 오면서 사라지고, 대신 ‘문’이라는 말이 그 자리를 차지하였다. 이에 따라 ‘부채’만 남게 되어 동음이의를 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