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욺에 서른 세 사람이 다 놀라 달아나는구나. 그린 병을 쳐서 부서뜨리고 돌아오니 푸른 산과 흐르는 물이 도로 옛날 같도다.【화병(畵甁)은 출요경(出耀經)에 이르시되, 남편이 (그림을) 그린 병(甁)에 똥을 가득이 담아 부리를 단단히 막고 아내에게 주고 이르되, 내 몸 본 듯이 가지라 하거늘, 아내가 받아 상완(賞翫)하더니, 남편이 쳐서 부서뜨려 보여서 말하되, 너는 내 몸을 보라 또 이 같을 따름이다 하니라.】
【주】 서른 세 사람은 삼십삼조사(三十三祖師)이니, 사자가 포효하자 서른 세 사람이 놀라 두려워하여 물러나 달아나 손발을 둘 곳이 없는 것이다. 33인뿐 아니라 삼세제불(三世諸佛)도 또 한바탕 부끄러워함을 면하지 못하시는 것이다. 사자는 불조(佛祖) 중의 한 사람이니, 향상(向上)의 일을 잡아 설(說)하는 까닭으로 불조(佛祖)가 다 놀라 달아나니라. 그림을 그린 병(甁)은 색신(色身)의 베 주머니이다. 쳐서 부서뜨리다 함은 베 주머니를 잃으며 가죽 주머니를 놓아 버리는 것이다. 돌아오다 함은 베 주머니를 잃자마자 범부(凡夫)로부터 성인(聖人)에 드는 것이다. 푸른 산과 흐르는 물은 내 집의 전지(田地)이니 도로 옛날 같다 함은 각별(各別)한 기특(奇特)이 없는 것이다.
Ⓒ 역자 | 이유기 / 2002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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