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게 나온 제호를 내가 늘 드리노라 하시니, 만약 보배 그릇만 아니면 담기가 어려우니라. 온 세상의 어느 사람이 이 맛을 아느냐? 한산이 손뼉 치고 풍간을 비웃으니라.【천태한산자는 모습이 여위어 시들고 베옷이 다 떨어지고 벚나무 껍질로 고깔 만들어 쓰고 나막신 끌고 끼니 때가 되면 국청사에 습득(拾得)에게 와 중의 먹던 찌꺼기 밥과 찌꺼기 나물을 얻어 먹더니, 당나라 여구공이 단구의 원이 되어 나가거늘 풍간선사께서 가 이르시되, “그대 임지(任地)에서 문수와 보현을 가 뵙도록 하라.” 공이 이르되, “이 두 보살이 어디에 계십니까?” 선사께서 이르시되, 국청사에서 밥 지으며 그릇 씻는 한산과 습득이 바로 그분이라 하시거늘, 공이 절 올리고 가니라. 후에 공이 천태산에 가 뵈오니, 한산이 여구의 손 잡고 웃고 이르되, “풍간의 수다이로다.” 하시니라.】
【주】 순수한 제호를 낸다 함은 설산의 흰 소가 비이초를 먹고 순수한 제호를 내나니, 일승법미를 비유하신 것이다. 손뼉을 쳤다 함은 이치가 지극히 깊어 말을 하여 알기가 어려운 것이라 오직 손뼉을 칠 따름이니, 이 맛을 안 곳의 소식을 나타내신 것이다. 또 한산이 이르시되, 풍간의 수다라 하시니, 그러면 이같이 따지고 생각하는 것도 또 헌사라 할 것이다.
Ⓒ 역자 | 이유기 / 2002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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