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초음. 자초, 일명 지치라는 약초로 만드는 처방. 지치에 대한 사연을 알아보도록 한다.
지치 : 지치는 그 뿌리에서 보라색 물감을 얻는 까닭에 우리 겨레와는 퍽 친숙한 식물이다. 지치는 노랑색과 붉은색 물감을 얻는 홍화, 파랑색 물감을 얻는 쪽과 함께 우리 선조들이 염료식물로 즐겨 가꾸어 왔다. 지치뿌리에서 얻은 보라색 물감을 자줏빛 또는 지치보라라 하여 특별히 귀하게 여겨 왕실이나 귀족들만 지치로 염색한 옷을 입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치가 염료로서보다는 약용으로서의 쓰임새가 훨씬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치는 놀랄 만큼 다양하고 뛰어난 효능을 지닌 약초다. 아마 단방 약재로서 지치보다 훌륭한 약효를 지닌 약초도 달리 없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약초를 캐며 살아온 채약꾼이나 민간의 노인들을 만나보면 오래 묵은 지치를 먹고 고질병이나 난치병을 고치고 건강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민간에서 오래 묵은 지치는 산삼에 못하지 않은 신비로운 약효를 지닌 것으로 인식되어 있는 것이다. 지치는 지초(芝草), 자초(紫草), 지혈(芝血), 자근(紫根), 자지(紫芝)들로 부르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각지의 산과 들판의 양지바른 풀밭에 나는데, 예전에는 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산 속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희귀해졌다. 지치는 뿌리가 보랏빛을 띤다. 그래서 자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굵은 보랏빛 뿌리가 땅속을 파고들면서 자라는데 야생 지치는 나사모양으로 한두 번 꼬이면서 자라고 재배한 것은 곧게 자란다. 오매 묵은 것일수록 보랏빛이 더 짙다. 잎과 줄기 전체에 횐빛의 거친 털이 빽빽하게 나 있으며 잎은 잎자루가 없는 삐침 꼴로 돌려나기로 난다. 줄기는 연한 녹색이고 잎은 진한 녹색이며 꽃은 5~6월에 피기 시작하여 7~8월까지 계속 핀다. 꽃은 횐 빛이며 작아서 거의 볼 수가 없다. 꽃이 지고 난 뒤에 둥글고 하얀 씨앗이 달린다. 지치는 신비로운 풀이다. 겨울철 눈 쌓인 산에 지치가 있는 곳 주변에는 눈이 빨갛게 물이 든다. 지치뿌리에서 뿜어내는 붉은 기운이 하얀 눈을 빨갛게 물들이는 것이다. 또 지치는 하늘과 땅의 음한(陰寒)의 기운을 받아 화생한 약초인 까닭에 여성의 자궁처럼 생긴 장소에 많이 난다.
① 인공재배법 : 지치는 모든 약초 가운데서 인공으로 재배하기가 가장 어려운 것이다. 야생 지치는 몇 백 년을 묵은 것도 간혹 발견되지만 사람이 재배하는 것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뿌리가 썩어 버린다. 산삼이나 지치는 사람의 땀 기운이 닿으면 뿌리가 썩어 버린다고 한다. 그런데 야생상태와 다름없이 지치를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먼저 야생 지치의 씨앗을 채집하되, 두터운 목장갑을 몇 겹 끼고 씨앗을 따 모아서 베자루에 담아 땅을 파고 묻어 보관한다. 이른 봄에 한 번도 농작물을 재배한 적이 없는 새 땅을 개간하여 밭을 일구어 씨앗을 뿌린다. 이때도 면장갑을 끼고 일해야 한다. 그리고 일체의 농약과 비료를 주어서는 안 되고 풀도 뽑아서는 안 된다. 이렇게 몇 년을 키우면 야생 지치와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 10년이 지나면 훌륭한 약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② 약효와 성분 : 지치의 약효에 대해서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여럿 전한다. 글쓴이가 어렸을 적에 같은 동네에 사는 어떤 사람이 산에 올라갔다가 3일 동안을 돌아오지를 않아 무슨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닌가 하고 가족들이 찾아 나섰다. 마침 산에서 내려오는 그를 만났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산에서 팔뚝만한 지치 하나를 캐어먹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가 이제 깨어나서 내려오는 중이라고 하였다. 그 뒤로 그 사람은 얼굴빛이 좋아지고 한겨울에 홑옷을 입어도 추위를 모를 만큼 튼튼한 체질로 바뀌어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 지치는 한방에서보다 민간에서 더 귀한 약으로 여겨 왔다. 50~60년 전만 해도 지치를 구하여 두고 오래 복용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특히 전라도 지방의 토호나 선비들은 가을 김장준비는 못해도 지치는 구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치를 귀한 보약으로 여겼다. 지금도 간혹 한문을 공부하는 숨은 유학자 중에 지치를 오래 복용하여 얼굴빛이 어린아이처럼 되어 건강하게 살고 있는 분을 만날 수가 있다. 지치는 피임효과가 있어 피임약으로도 쓸 수 있다. 북한에서 펴낸 〈약초의 성분과 이용〉을 보면 지치의 잎, 꽃, 씨, 뿌리의 추출물이 동물의 생식선 자극 호르몬을 중화하고 난소의 호르몬 기능을 억제하며 정자를 죽이고, 성기, 가슴 샘, 뇌하수체의 무게를 줄이고 성장발육을 억제한다고 하였다. 젊은 여성이 생리가 끝나는 날에서부터 열흘 동안 지치뿌리 가루를 한 번에 밥숟갈로 하나씩 하루 두 번 먹으면 임신을 하지 않게 된다. 또 폐경기에 다다른 여성이 지초를 오래 복용하면 늙지 않는다. 지치가 뇌하수체 호르몬, 특히 항체생성호르몬의 생성을 억제하여 노화를 방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치는 갱년기 질병의 치료에 매우 좋은 약이 된다. 지치의 약성은 매우 다양하다. 지치로 담근 술을 오래 마시면 정력이 놀랄 만큼 강해지고 비만증을 치료하는 데도 지초를 따를만한 것이 없다. 지치를 복용하면 포만감이 있어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으며, 살이 웬만큼 빠진 다음에는 다시 음식을 마음대로 먹어도 살이 찌지 않게 된다. 뱃속에 덩어리가 뭉쳐 있기 쉬운 40대 이후의 여성들에게 제일 좋은 건강 보조 식품이라 할 만한 것이 지치이다. 지치는 해독효과도 뛰어나다. 갖가지 약물중독, 항생제 중독, 중금속 중독, 농약 중독, 알 콜 중독환자에게 지치를 먹이면 신기할 정도로 빨리 독이 풀린다. 또한 심장의 기능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도 탁월하여 늘 가슴이 두근거리고 잘 놀라는 사람, 심장에 가끔 통증이 있는 사람, 현기증이 있는 사람한테도 좋은 효과가 있다. 악성빈혈환자도 6 개월쯤 꾸준히 먹으면 치유되고, 신장기능이 좋지 않아 손발이 자주 붓고 얼굴이나 허리 등에 군살이 붙은 사람도 지치를 꾸준히 먹으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③ 옛 문헌의 기록 : 지치는 약성이 차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특히 염증을 없애고 새살을 돋아나게 하는 작용이 뛰어나다. 갖가지 암, 변비, 간장병, 동맥경화증, 여성의 냉증, 대하, 생리불순 등에도 효과가 있으며 오래 복용하면 얼굴빛이 좋아지고 늙지 않는다. 몇 가지 옛 문헌에서 지치의 약성을 알아본다. “지치는 맛이 쓰고 성질은 차며 독이 없다. 명치 밑에 사기(邪氣)가 있는 것과 다섯 가지 황달을 치료하고 비위를 보하며 기운을 돕는다. 또 막힌 것을 잘 통하게 하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 배가 부은 것, 창만한 것, 아픈 것 등도 치료한다. 고약에 섞어 어린이의 헌데와 얼굴에 난 뾰두라지를 치료한다. 고방에는 지치를 드물게 썼는데 지금 의사들은 흔히 상한이나 돌림병을 치료하거나 홍역 때 발진이 잘 돋지 않는데 이것으로 약을 만들어 쓰고 있다.”〈향약집성방〉, “지치는 심포경, 간경에 작용한다. 혈분의 열을 없애고 독을 풀며 발진을 순조롭게 한다. 또한 혈을 잘 돌게 하고 대변을 잘 누게 하며 새살이 빨리 살아나게 한다. 예전에는 홍역의 예방과 치료에 주로 써 왔으나 지금은 홍역이 없으므로 피부 화농성 질환에 주로 쓴다. 또한 융모막 상피종, 변비, 오줌 누기 장애, 덴데, 언데, 상처, 습진, 자궁경부 미란 등에도 쓴다. 하루 6-12그램을 달여 먹는다. 외용약으로 쓸 때는 가루 내서 기름이나 기초제에 개어 바른다, 설사하는 데는 쓰지 않는다.”〈동의학사전〉, “지치는 청열 해독소염제로서 홍역의 예방과 치료 및 두창, 성홍열, 단독, 패혈증, 옹저, 악창 같은 일체의 급성염증과 화농성 질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화상, 동상, 습진에도 쓴다.”〈신씨본초학〉
④ 항암효과 : 지치를 중국에는 암 치료약으로 널리 쓴다. 특히 혀암, 위암, 갑상선암, 자궁암, 피부암 등에 지치를 달여 복용하게 하여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갖가지 암과 백혈병 치료에 지치를 쓰고 있다. 지치는 암 치료에 성약(聖藥)이다. 강한 거악생신작용, 소염, 살균작용으로 암세포를 녹여 없애고 새살이 돋아나게 한다. 지치로 암을 치료하는 민간처방을 소개한다.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 한 마리와 야생지치 2근을 넣고 거기에 소주 1말(18리터)을 붓고 뭉근한 불로 12시간 이상 달인다. 오래 달여서 건더기는 건져 버리고 달인 술 물을 한 번에 소주잔으로 하나씩 하루 세 번 먹는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물을 붓고 달여도 된다. 오리는 유황을 먹이지 않은 집오리를 써도 되지만 지치는 반드시 야생 지치를 써야 한다. 유황오리는 농약독, 공해독, 화공약독을 푸는 최고의 약이고, 지치 역시 갖가지 공해로 인한 독과 중금속독을 푸는 치고의 약재이다. 이 두 가지가 만나면 약성이 극대화되어 기적과 같은 치병효과가 일어난다. 오리와 거위는 구리나 유리를 소화시킬 수 있을 만큼 굳은 것을 삭이는 힘이 있으니 딱딱한 종양 덩어리도 녹여낼 수가 있는 것이다. 또 오리나 거위의 핏속에는 산이나 알칼리 효소에 파괴되지 않는 극미립자의 항암물질이 들어 있다. 지치 또한 막힌 것을 뚫고, 생혈(生血), 활혈(活血)하며 옹종을 삭여내는 힘이 지극히 강한데다가 보중익기(補中益氣)하는 작용까지 겸하였으므로 이 두 가지가 만나면 암 치료에 으뜸가는 약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⑤ 이용법 : 지치는 산중에서 수도하는 사람이나 절간의 스님들이 비밀리에 환골탈태하는 선약(仙藥)을 만드는 데 쓴다. 불사신방(不死神方)이라고 부르는 이 선약을 오래 복용하면 한 겨울에 홑옷만 입어도 추위를 타지 않고 몸이 따뜻해지며 어혈이 생기지 않고 피부가 잘 익은 대춧빛처럼 붉어지며 춥지 않으며 놀랄 만큼 기운이 솟구치게 된다. 이 선약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지치 4근(말린 것), 인삼 3근(말린 것), 부자 2근(경포부자를 오골계 뱃속에 넣은 다음 오골계를 털 채로 황토 흙으로 싸서 불에 구워서 법제한 것), 창출 1근(노랗게 볶은 것)을 한데 두고 가루를 내어 한 번에 밥숟갈로 하나씩 하루 2~3번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