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언해두창집요를 내면서
우리 회는 1990년 6월 “한글고전 역주 사업”의 첫발을 내디딘 이래로, 〈석보상절〉 권6․9․11의 역주에 착수, 지금까지 매년 꾸준히 그 성과물을 간행하여 왔다. 이제 우리 회는 올해로서 한글고전 역주 사업을 추진한 지 스무 해가 되는 뜻깊은 해를 맞게 되었으니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한글 역주 간행 기관임을 자부하는 바이다. 우리 고전의 현대화는 전문 학자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매우 유용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이 사업이 끊임없이 이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까지 역주하여 간행한 문헌과 책수는 ≪석보상절≫ 2책, ≪월인석보≫ 8책, ≪능엄경언해≫ 5책, ≪법화경언해≫ 7책, ≪원각경언해≫ 10책, ≪남명집언해≫ 2책, ≪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 1책, ≪구급방언해≫ 2책, ≪금강경삼가해≫ 5책, ≪선종영가집언해≫ 2책, ≪육조법보단경언해≫ 3책, ≪구급간이방언해≫ 4책, ≪진언권공, 삼단시식문언해≫ 1책, ≪불설아미타경언해, 불정심다라니경언해≫를 묶어 1책 등 모두 53책이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에 굴곡이 심하여 애태울 때도 있었으나 우리 회의 굽히지 않는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역주자의 노력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원동력이 되어 오늘에 이른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가장 깊은 정신은 두말할 나위 없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이다. 그것은 세종의 철저한 애민정신과 자주정신이며 그 마음을 이어간 선각자들의 헌신적 노력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가 추진한 “한글고전 역주 사업”은 15세기 문헌을 대부분 역주하고 16세기 문헌까지 역주하는 데 이르렀다. 올해는 ≪월인석보≫ 권23․25, ≪구급간이방언해≫ 권7, ≪반야심경언해≫, ≪목우자수심결․사법어 언해≫, ≪간이벽온방․신선태을자금단≫, ≪우마양저염역치료방․분문벽온역이해방≫, ≪언해 두창집요≫ 등 8책을 역주하여 간행할 계획이다.
≪언해두창집요(諺解痘瘡集要)≫는 마마(천연두)를 치료하기 위한 의서이다. 조선왕조 세조 때 내의 임원준(任元濬)이 지은 ≪창진집(瘡疹集)≫을, 다시 고쳐서 선조 41년(1608)에 어의 허준(許浚)이 선조 임금의 명을 받아 마마의 치료를 목적으로 명나라의 방문(方文)을 당시의 우리말로 번역하여 내의원(內醫院)에서 간행한 책이다.
이 책은 의학사적 가치는 물론 국어사적으로 볼 때에도 매우 중요시되는 자료로서, 원간은 내의원에서 상하 2권 1책의 활자본으로 펴냈으나 후대에 2권 2책의 목판본으로 여러번 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우리 회에서 역주하여 출판하는 ≪역주 언해두창집요≫는 홍문각에서 1995년 영인한 서울대학교 규장각 일사문고본(목판본) 상하 2권 2책을 저본으로 하였다.
끝으로 이 한의서를 우리 회에서 역주 간행함에 있어, 역주해 주신 대구대학교 정호완 교수님과 역주 사업을 위하여 지원해 준 교육과학기술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이 책의 발간에 여러 모로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09년 9월 15일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박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