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계관(法界觀)을 의지하건댄 이 열 문(門)이 있느니, 하나는 이(理)가 사(事)에 두루 미침이고, 【능히 주편(周徧)하는 이(理)는 성(性)이 분한(分限)이 없고, 소편(周徧)한 일은 분위(分位)가 다르니 하나하나의 일 중에 이(理)가 다 온전히 주편(周徧)한 것이다. 이는 나누어 주편(周徧)하는 것이 아니다.】 둘은 사(事)가 이(理)에 주편함이고, 【능히 주편(周徧)하는 사(事)는 이것이 분한(分限)이 있고 소편리(所徧理)는 분한(分限)이 없으니, 이 분한(分限)이 있는 사(事)가 분한이 없는 이(理)에 온전히 같은 것이다. 나누어 같은 것이 아니다.】 셋은 이(理)를 의지하여 사(事)가 됨이고, 【사(事)가 각별한 체(體)가 없어서 모름지기 진리(眞理)를 인해야 이루어져 있음을 득하느니, 많은 연(緣)으로 해서 일어남이 다 자성(自性)이 없는 까닭으로 성(性)이 없는 이(理)를 의지해야 사(事)가 비로소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넷은 사(事)가 능히 이(理)를 나타냄이고, 【사(事)가 이(理)를 잡음을 의지하므로 사(事)가 허(虛)하고 이(理)가 실(實)하니, 사(事)가 허(虛)하므로 모든 사(事) 중의 이(理)가 따로 나느니라.】 다섯은 이(理)로 사(事)를 빼앗음이고, 【사(事)가 이미 이(理)를 잡아 이루어지므로 사상(事相)이 모두 다하고 오직 하나의 진리(眞理)를 평등히 나타나게 하니, 진리를 여읜 밖에 편사(片事)도 가히 득할 것이 없는 까닭이다.】 여섯은 사(事)가 능히 이(理)를 숨김이고, 【진리가 연(緣)을 좇아 여러 사법(事法)을 이루느니, 그러나 이 사법(事法)이 이미 이(理)에 어긋나므로 사(事)가 나타나고 이(理)가 나타나지 못하게 하니라.】 일곱은 진리(眞理)가 곧 사(事)이고, 【무릇 이 진리가 반드시 사(事)의 밖이 아니니 이 법(法)이 무아(無我)한 진리인 까닭이다. 사(事)가 반드시 이(理)를 의지하느니 허(虛)하여 체(體)가 없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이 이(理)는 온 체(體)가 다 사(事)이라야 비로소 진리(眞理)가 될 것이다.】 여덟은 사법(事法)이 곧 이(理)고, 【연(緣)하여 일어나는 사법(事法)이 반드시 자성(自性)이 없으니, 자성(自性)이 없으므로 온 체(體)가 곧 진(眞)이니 그러므로 이르되, “중생(衆生)이 곧 여(如)라서 멸(滅)을 기다리지 아니한다.”라고 하니라.】 아홉은 진리가 사(事)가 아니고, 【사(事)에 즉(卽)한 이(理)가 사(事)가 아니니 진(眞)과 망(妄)이 다른 까닭이며 실(實)이 허(虛)가 아닌 까닭이며, 소의(所依)가 능의(能依)가 아닌 까닭이다.】 열은 사법(事法)이 이(理)가 아니니, 【모든 이(理)의 사(事)가 사(事)의 상례 이(理)가 아니니 성(性)과 상(相)이 다른 까닭이며, 능의(能依)가 소의(所依) 아닌 까닭이다. 그러므로 모든 체(體)가 모든 이(理)이고 사상(事相)이 뚜렷한 것이다.】 이제 ‘법계에 주편(周徧)히 가득하다.’라고 이르심은 정히 이것이 제2문 행상(行相)이니, 남은 문(門)의 의리(義理)를 겸하니 이르되, 이것이 이(理)에 즉(卽)한 제법(諸法)이 이(理)와 다르지 아니하므로 일일이 제 법계(法界)에 주편(周徧)하여 앞 문(門)의 체(體)를 숨기어 이(理) 중에 잡아 돌아감과 같지 아니하므로, 이것의 이름이 이(理)와 사(事)의 걸림(=막힘)이 없음이다. 이미 법계에 주편하므로 곧 동(動)과 정(靜)이 걸림(=막힘)이 없어서 일일이 주편한 것을 알 것이로다. ‘각성(覺性)이 둥글어 가[際]가 없으므로 육근(六根)이 주편히 가득함을 반드시 알 것이다.’라고 이르심은 앞의 문(門)에 이미 육근(六根) 등이 각성과 평등함을 나타내시니, 평등은 곧 분호(分毫) 만큼도 다름이 없을 것이니, 곧 각성과 다르지 아니하다. 각성이 둥글어 가[際]가 없으므로 육근이 또 둥글어 가가(=끝이) 없음을 반드시 알 것이니 그러므로 법계에 주편이 가득하니라(=가득한 것이다). 만약 ‘주편이 가득하지 아니하다.’라고 이르면 곧 이것이 가가(=끝이) 있음이니, 끝이 있으면 곧 각성과 다름이 될 것이니, 다르면 앞의 문(門)에 어긋나므로(=어그러지므로) 앞을 디디어(=이어) 이르시되, ‘둥글어 끝이 없는 까닭이라.’라고 하시니라(=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수능(首棱)에 이르시되, “성(性)이 견(見)인 각명(覺明)과 각(覺)이 정(精)인 명견(明見)이 청정(淸淨)·본연(本然)하여 법계에 주편이라.”라고 하시니라(=하신 것이다). 【‘성(性)이 견(見)이라.’라고 하심은 견(見)이 있으며, 각(覺)이 있음이 비록 각명(覺明)의 허물이나 체(體)는 실로 성견(性見)이고, 용(用)은 실로 각정(覺靜)이다.】 육진(六塵)으로부터 아래는 다 앞을 예(例)하여 알지니라(=알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