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밀주석】 器界ㅣ 空已復成며 情界ㅣ 滅已復生야 惑業이 襲習며 報應이 綸輪야 塵沙劫波애 莫之遏絶니라 上二句 正示輪廻之相시니라
Ⓒ 구결 | 세조(조선) / 1465년(세조 11)
원각경언해 상2의3:19ㄴ
器界
ㅣ 주002) ㅣ: ‘기계(器界)’는 ‘ㅣ’로 끝나는 체언인데, 이런 체언 뒤에서는 주격조사 ‘ㅣ’가 안 적히는 것이 일반적임.
空고 다시 成며 情界ㅣ 滅고 다시 生야
惑業 주003) 혹업(惑業): 탐(貪)·진(瞋)·치(癡) 등의 번뇌는 혹이고, 이 혹에 의해 선악의 행위를 짓는 것이 업이다.
이 襲習며 報應이 綸輪야
【이 中에 세 주004) 올며 올모미 이셔 흘러 옮 相 기니 주005) 세 주006) 곧 惑 주007) 혹(惑): 깨달음을 가로막는 체(體). 곧 번뇌.
과 業과 苦왓 세 道애 當니 닐오 惑 이 煩惱道 주008) 번뇌도(煩惱道): 혹도(惑道). 또는 번뇌. 우주의 진리와 낱낱 사물의 진상을 알지 못한 데서 일어나는 망심(妄心).
ㅣ니 곧 貪과 瞋과 癡와 等과 根과 隨왓 주009) 煩惱ㅣ오 주010) ㅣ오: -이고. ㅣ+오. 연결어미 ‘-고’가 /ㄱ/ 약화를 거쳐 ‘-오’로 교체된 것. /ㄱ/은 서술격 조사와 /ㄹ/ 및 하향이중모음의 음절부음 [j] 뒤에서 약화되어 ‘ㅇ’으로 표기됨. /ㄱ/이 약화된 ‘ㅇ’은 유성성문(후두)마찰음 [ɦ]을 표기한 것. 이 때의 ‘ㅇ’은 자음을 표기한 것이므로 연철되거나, 모음 /ㅣ/의 영향을 입어 ‘요’로 변화하지 않는다.
業은 곧 業道 주011) 업도(業道): 업(業). 몸·입·뜻으로 짓는 선악의 행업은 사람으로 하여금 6취(六趣)에 가게 한다고 하여 도(道)라고 이른다.
ㅣ니 닐오 善과 惡과 不動 等이라 報應은 곧 苦道 주012) 고도(苦道): 번뇌로 3업(三業)을 일으키고, 업(業)으로 3계(三界), 6도(六道)의 고과(苦果)를 받는 것.
ㅣ니 닐오 三界ㅅ 受혼 모미라 襲은 니믈 니니 곧 서르 닛논 주013) 닛논: 잇는. 계승하는. 닛-[繼]++오+ㄴ.
디오 주014) 習은 熏習 주015) 훈습(薰習): 우리의 몸과 입으로 표현하는 선악의 말이나 행동을 향이 옷에 베는 것에 비유한 말.
을 니니 곧 니겨 주016) 원각경언해 상2의3:20ㄱ
호 디니 닐오 後念이 前念을 習야 서르 니 주017) 올며 올마 無窮호미라 綸輪은 다 가뵤 주018) 자바 報應이 無盡 디 술윗 주019) 구우룸 주020) 구우룸: 구름. 구울-[轉]+움. ‘구울다’와 ‘그울다’가 공존함.
호 기니라】 塵沙 주021) 진사(塵沙): 티끌. 모래와 같이 수량을 알 수 없는 번뇌.
劫波애
그치눌러 주022) 그치눌러: 끊어 눌러. 긏-[止]+이+누르-[壓]+어. 사동사 ‘그치-’에 ‘누르-’가 바로 결합한 비통사적 합성어.
긋디 주023) 긋디: 그치게 하지. 긏-[止]+디. ‘긏-’은 자동사로도 쓰이고 타동사로도 쓰이는 이른바 능격동사(자타 양용동사)임.
몯니라
【劫波 예셔 주024) 닐오매 주025) 닐오매: 일컬음에. 일컫기로는. 니/니르-[謂]+옴+애.
時分이니 큰 劫과 져근 劫과 긴 時와 뎌른 주026) 時와 아래 주027) 刹那애 니르리 주028) 니르리: 이르도록. 이르기까지. 니를-[至]+이.
다 일후미 時分이라】 웃 주029) 두 句 輪廻ㅅ 相 正히
뵈시니라 주030) 뵈시니라: 보이신 것이다. 보-[見]+ㅣ+시+니+라.
Ⓒ 언해 | 세조(조선) 명찬 / 1465년(세조 11)
기계(器界)가 비었다가 다시 이루어지며, 정계(情界)가 멸(滅)하였다가 다시 생겨나서 혹업(惑業)이 습습(襲習)하며, 보응(報應)이 윤륜(綸輪)하여, 【이 중에 세 겹 옮으며 옮음이 있어서 흘러 옮는 상(相)을 밝히니, 세 겹은 곧 혹(惑)과 업(業)과 고(苦)의 세 도(道)에 해당하니, 말하자면 혹(惑)은 이것이 번뇌도(煩惱道)이니, 곧 탐냄[貪]과 화냄[瞋]과 어리석음[癡]과 같음[等]과 근(根)과 수(隨)의 번뇌이고, 업(業)은 곧 업도(業道)이니, 말하자면 선과 악과 움직이지 아니함 등이다. 보응(報應)은 곧 고도(苦道)이니, 말하자면 삼계(三界)의 수(受)한 몸이다. 습(襲)은 이음(계승함)을 말하니, 곧 서로 잇는 뜻이고, 습(習)은 훈습(熏習)을 말하니, 곧 익혀 배운다는 뜻이니, 말하자면 후념(後念)이 전념(前念)을 익혀서 서로 이어서 옮으며 옮아 무궁함이라. 윤륜(綸輪)은 다 비유함을 잡아 보응(報應)이 끝이 없는 뜻이 수레 바퀴가 구름과 같음을 밝힌 것이다.】 진사(塵沙) 겁파(劫波)에 끊어 눌러서 끊지 못하느니라. 【겁파(劫波)는 여기에서 말하기로는 시분(時分)이니, 큰 겁(劫)과 작은 겁(劫)과 긴 시(時)와 짧은 시(時)와 지난날의 찰나(刹那)에 이르기까지 다 이름이 시분(時分)이다.】 위의 두 구(句)는 윤회의 상(相)을 바로 보이시니라.
Ⓒ 역자 | 김무봉 / 2005년 1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