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 결(結)하심이다. 묻되, “세(世)와 출세법(出世法)의 두 상(相)이 다름이 있거늘 어찌하여 이 경(經)에 다 청정(淸淨)이라고 이르시느냐?” 대답하되, “앞에서 이미 말했거니와 이제 또 다시 새기느니, 이르되, ‘만약 범(凡)과 성(聖)을 대하여 고침은 곧 빼어남과 못함이 온전히 다르거니와, 만약 법계(法界)에 맞추어 볼진대 한가지로 다 이것이 환화(幻化)이니, 다 연(緣)을 따라 일어나 제 체(體)가 없는 까닭이다. 한 거울에 가지가지의 잡(雜)더러운 기와의 조각을 나타내고, 또 한 거울에 가지가지의 뛰어난 미묘한 보배를 나타내매 어리석은 아이는 알지 못하여 귀(貴)와 천(賤)이 멀리 다르거니와 지혜로운 자는 알새 한가지로 다름이(=다른 것이) 없음과 같다. 관지(觀智)가 온전히(=원만히) 밝아 심식(心識)이 깨끗한 이도 또 이와 같아서 세(世)와 출세(出世)와 성(聖)과 범(凡)이 일체 다 공(空)한 것을 보느니, 공(空)이 이것이 (곧) 각체(覺體)이다.’” 그러므로 아래의 글에 이르시되, “불세계(佛世界)를 보는 것이 공화(空華)와 같으며, 생사(生死)와 열반(涅槃)이 어제의 꿈과 같다.”라고 하시니, 오직 이(理)에 맞아 평등을 근거로 하므로 이름을 사뢰되 ‘성인(聖人)’이다. 만약 그 성(聖)을 중히 여기고, 범(凡)을 가벼이 여기며, 진(眞)을 즐기고, 망(妄)을 싫어하면 비록 닦아 익힌들 어찌 진실의 근원을 증(證)하리오. 그러나 위에 각(覺)이 원만히 밝은 까닭을 따라 옮으며 옮아 앞을 디디어(=앞의 말을 이어받아) 서로 붙어서(=의지하여) 세(世)와 출세간(出世間)의 제법(諸法)의 청정(淸淨)을 나타내시니, 이 5단(五段)에 이르러 법(法)을 벌림이 갖추어져 있으니, 남은 6과 7의 양단(兩段)은 오직 이 타신(他身)과 타계(他界)를 결(結)하여 통하심이고, 다시 딴 뜻은 없는 것이다. 5단(五段)이 서로 붙음은(=근거로 함은) 이르되, 마음이 본래 청정하거늘 불각(不覺)을 붙으므로(=근거로 하므로) 이름이 뢰야식(賴邪識)이고, 의(意)에 상응(相應)하므로 또 이르러 견진(見塵)이고, 현행(現行)에 일어 근(根)과 식(識)과 경(境)이 있고, 중(=가운데)에 능히 지을 이가 있을새 사대(四大)를 이른다. 이로부터 처(處)와 계(界)와 제유(諸有)의 유루(有漏)한 법이 구비되거든, 이것 등을 대하여 고쳐 닦음이 있으며, 증(證)이 있어 또 무루(無漏)한 인행(因行)과 과덕(果德)이 되니, 이제 이미 원만히 밝음을 알새 심(心)과 의(意)와 식(識)과 또, 변한 곳들이 옮고 옮아 청정(淸淨)하니 가죽이 있지 아니하면 터럭이 붙을 곳이 없느니라. 그러나 무루법(無漏法)을 만일 사람이 닦으며 증(證)함을 잡으면 인(因)을 먼저 하고 과(果)를 후에 하거니와 이제 법의 본말(本末)을 근거로 하므로, 과(果)를 먼저 하고, 인(因)을 후에(=뒤에) 하신 것이다. 【법의 본말(本末)을 의지함은(=의지하는 것은) 진실의 법리를(=에) 붙으면 본래 이것이 불(佛)이다. 그러나 여러 겁(劫)을 모르므로 구염(垢染)이 되느니, 모름지기 만행(萬行)을 닦아 익혀서, 누염(漏染)을 뒤집을 것이니라.】 또 논(論) 중에 근본(根本)이 멸(滅)할새(=없어지므로) 추(麤)한 염(染)이 따라서 멸(滅)함과 같으니라. 【논(論)에 이르되, “만약 인(因)이 멸하면 연(緣)이 멸하느니, 【논(論)에 근본무명(根本無明)이 인(因)이 되므로 업상(業相)과 전상(轉相)과 경계상(境界相)이 생기니라. 연(緣)은 경계상이니 뒤의 여섯 (가지) 추(麤)와 (함께) 일어나는 연(緣)이 되느니라.】 인이 멸하므로 상응을 아니한 마음이 멸하고, 【상응(相應)을 아니한 마음은 삼세(三細)이니, 세(細)하므로 심(心)과 심소(心所)의 상응한 추하고 현(顯)한 상(相)이 없으니 친히 무명인(無明因)을 의지하여 〈무명인부터〉 나므로 무명(無明)을 멸할 시절에 또 좇아(=따라) 멸하느니라.】 연(緣)이 멸(滅)하므로 상응한 마음이 멸한다.”라고 한 것이다(=하니라). 【상응한 마음은 여섯 〈가지〉 추(麤)의 앞쪽 넷이니, 그 상이 추(麤)하며 현(顯)하니 이것이 심(心)과 심소(心所)의 상응이니 친히 경계연(境界緣)을 의지하여 〈경계연부터〉 나므로 경계(境界)를 멸(滅)할 시절에 또 좇아(=따라) 멸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