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記】
唯空寂知也ㅣ니 若但說空寂고 而不顯知면 則何異虛空이리오 亦如圓顆瑩淨之瓷 團雖淨나 而無明性커니 何名摩尼ㅣ며 何能顯影리오
Ⓒ 구결 | 미상 / 1522년(중종 17) 3월 일
오·직 ·미
얼·굴 주001) 얼굴: 형체. 얼굴[顔]을 뜻하는 낱말은 ‘’이었다.
:업서 괴외·호:
히 주002) 녕녕히: 신령스럽게. 靈靈+ᄒᆞ-+이(부사형어미).
·아니 주003) 오직 미 얼굴 업서 괴외호 히 아니: 원문인 ‘唯空寂知也’보다 내용이 자세해졌다.
별행록절요언해:48ㄱ
다가갓 주004) 갓: 다만. 오로지. ‘공연히’, ‘헛되이’란 뜻을 나타낼 때도 있다. ᄒᆞᆫ[一]+갓[物]. ‘갓’은 의존명사로만 쓰였다. ¶그 잣 안햇 륫가시 절로 소리며〈석보상절 6:39ㄱ〉. 處容아비옷 보시면 熱病大神이아 膾ㅅ가시로다〈악학궤범 : 처용가〉.
空寂젹만 니고 靈知디
나토디 주005) 나토디: 나타내지. 드러내지. 낱-[現]+오(사동접미사)+디(보조적 연결어미).
아니면 엇뎨
虛허空과로 주006) 허공(虛空)과로: 허공과. 과(비교부사격조사)+로(부사격조사). 부사격 조사 ‘로’는 ‘비교의 기준점’을 나타낸다.
다리오 두렵고 주007) 두렵고: 둥글고. 두렵-[圓]+고. ‘무섭다’를 뜻하는 형용사는 ‘두립다’였다.
사긔 주008) 사긔: 사기(砂器). 원문의 ‘瓷ᄌᆡ’를 번역한 것인데, ‘ᄌᆡ’는 한자음 ‘ᄌᆞ’에 주격 조사 ‘ㅣ’가 결합한 것이다.
구스리 도렵고 주009) 도렵고: 둥글고. 도렵-[團]+고. ‘도렵다’는 ‘두렵다’와 의미가 같은 낱말인데, 용례가 아주 적다. ¶이스 도려오=露團〈두시언해 초간본 15:21ㄱ〉. 璧 도려온 옥 벽〈신증유합 상 25ㄴ〉.
비록 조나 주010) 조나: 깨끗하나. 좋-[淨]+나(연결어미). ‘둏다’는 현대국어의 ‘좋다’ 또는 ‘(병이) 낫다’를 뜻하고, ‘좋다’는 현대국어의 ‘깨끗하다’를 뜻한다. ‘좋다’는 ‘조다’와 공존하였다. ‘좋-+아’는 ‘조하’로 나타나고, ‘조-+아’는 ‘조야’로 나타난다. 현대국어에서 ‘좋네’의 오용으로 간주되는 ‘조흐네’가 널리 쓰이고 있는데, 이것은 ‘조ᄒᆞ다’의 발달형이다.
性이 업거니 엇뎨 일후미 磨마尼니珠쥬ㅣ며 주011) 엇뎨 일후미 마니주(磨尼珠)ㅣ며: 어찌 이름이 마니주이며. 원문은 ‘何名摩尼’이다. ‘名’은 ‘이름’이 아니라 ‘이름지음(命名)’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 원문의 정확한 의미는 ‘어찌 磨尼珠라 부르며’이다.
엇뎨 能히 그르메 주012) 그르메: 그림자. ‘그르메, 그리메’가 널리 쓰였고, 드물게 ‘그림제’도 쓰였다.
나리오
Ⓒ 언해 | 미상 / 1522년(중종 17) 3월 일
오직 마음이 형체가 없어서 고요하되 신령스럽게 아나니, 만약 다만 공적(空寂)만을 설하고 영지(靈知)를 나타내지 아니하면 어찌 허공(虛空)과 다르리오? 또 둥글고 맑은 사기 구슬이 둥글고 비록 깨끗하나 밝은 성질이 없으니 어찌 이름붙이기를 마니주(磨尼珠)라 할 수 있으며 어찌 능히 그림자를 나타내리오?
Ⓒ 역자 | 이유기 / 2017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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