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節要】
即阻漑滌之用者 漑 喩雨大法雨야 滋潤群生야 生長道芽고 滌은 蕩除煩惱니 迷皆不能故로 阻也ㅣ니라 然이나 水之濕性이 雖動靜凝流나 而
별행록절요언해:75ㄴ
未甞變易者 貪嗔時예도 亦知며 慈濟時예도 亦知며 憂喜哀樂變動애 未嘗不知故로 云不變也ㅣ라 시니라
Ⓒ 구결 | 미상 / 1522년(중종 17) 3월 일
·곧 시·슬 用·이
버·으다 주001) 버으다: ①사라졌다. ②막혔다. 버-[阻]+다. ‘ㄷ’ 앞에서 ‘ㄹ’이 탈락한 것이다. 동사에 시제 표지가 없으면 과거를 나타낸다. 이 책에서는 ‘이ᇰ에(18ㄱ, 34, 86ㄱ), 버ᇰ으다(75ㄴ)’에서처럼 ‘ㆁ’이 음절 종성 위치에만 쓰였다. ‘ㆁ’이 탈락한 예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여기의 ‘버으다’는 ‘버ᇰ으다’의 오각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버다’는 ‘사이가 벌어지다’, ‘서로 멀리 떨어지다’, ‘무엇과 멀어지다’를 뜻한다. 이 책에서는 ‘阻(조)’를 ‘없다’로 언해하기도 하고(74ㄱ), ‘버다’로 언해하기도 하였다(75ㄴ). ‘없다’로 언해한 것을 고려하면 ‘버다’의 의미를 ‘사라지다’로 보아야 할 것이다. ‘버다’의 용례를 보인다. ¶東方로 이셔 버로미 十恒河沙 等 佛土 디나가 世界 이쇼〈석보상절 9:2ㄴ〉. 서르 버러 서르 여희어든[相去相離]〈원각경언해 하 3-1:120ㄴ〉. 살면 모 죽고 어울면 모 버는 거시니[生者必滅 會者定離]〈월인석보 2:15ㄴ〉.
:호· 주002) 호: 함은. -+옴(명사형어미)+(보조사).
漑·개·
저·져 주003) 저져: 적셔. 젖-[濕]+이(사동접미사)+어(연결어미).
불·울 주004) 불울: 불릴. 불-[潤]+우(사동접미사)+ㄹ.
·시니 주005) 시니: 것이니. (의존명사)+이(서술격조사)+니.
·큰
法·법雨·우 주006) 법우(法雨): 법(法)이 고갈한 중생을 자윤(滋潤)케 하므로 비에 비유한 것이다.
·
비·허 주007) 群군生·을 불·워 저·져 道:도理·리·의
:엄·삭·시 주008) 엄삭시: 싹이. 움이. 엄+삯+이. 한글 문헌에서 ‘엄’은 ‘芽, 苗, 萌, 萌芽’의 번역에 쓰였고, ‘삯’은 ‘芽, 牙, 苗’의 번역에 쓰였다. 그러므로 이 둘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芽’과 ‘牙’는 한글 문헌에서 구별된 것 같지 않다. ¶萌 움 草初生曰萌芽 芽 엄 아〈훈몽자회 하:2ㄴ〉. 芽 움 아〈유합 하:50ㄱ〉. 萌 움 ᄆᆡᇰ〈유합 하:56ㄴ〉. 芽 萌也〈자전석요 하:45ㄴ〉. 이 책의 용례를 제외하면 ‘엄삯’이 쓰인 가장 이른 시기의 용례는 『선가귀감언해』의 것이다. ¶말 이 엄삭시니〈선가귀감언해 56ㄱ〉.
나·타·나 주009) 나타나: 불필요한 말을 보탠 것이다. ‘장양(長養)홈’이 타동사이므로 문맥에도 맞지 않다.
長:養· 주010) :호· 가·비·고 滌·텩·근 ·시·슬 ·시니 煩번惱·노心심·을 시·서 ·더로·
가·비니 주011) 개(漑) 저져 불울 시니~장양(長養)호ᄆᆞᆯ 가ᄌᆞᆯ비고 척(滌)근 시슬 시니 번뇌심(煩惱心)을 시서 더로 가비니: 같은 구조의 두 절이 결합하였다. 그런데 이 부분의 원문에 결자(缺字)가 있다. ‘滌蕩除煩惱’는 ‘滌喩蕩除煩惱’를 잘못 쓴 것이다(『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신광사본, 15ㄴ 참조.). ‘유(喩)’ 자가 들어가면 두 절이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언해문에서는 ‘유’를 빠뜨리지 않고 ‘가ᄌᆞᆯ비니’로 언해하였다.
·어·즐··야 ·다 ·히 ·아·디 ·몯 닐·오· ·으다
·시·니라 주012) 버ᇰ으다 ᄒᆞ시니라: ‘ᄒᆞ시니라’는 원문에 없는 것이다. 『법집별행록』의 저자인 종밀(宗密)을 존대하기 위한 것인데, 지눌(知訥)을 존대하는 현상과 함께 이 책의 특징이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언해하지 않고, 언해자가 서술자(narrator)가 되어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목우자(牧牛子)ㅣ’(1ㄴ)와 ‘사ᄆᆞ시니라’(18ㄴ), ‘것히라 니’(60ㄱ)에 대한 주해를 참조할 것.
그·러나 ·므·릐 :젓 性이 비
별행록절요언해:76ㄱ
록 ·므리
·뮈어·나 주013) 뮈어나: 움직이거나. 뮈-[動]+거나. 이중모음의 음절부음 [j] 뒤에서 ‘ㄱ’이 약화한 것이다.
마니 잇거·나
얼·의어·나 주014) 얼의어나: 엉기거나. 얼거나. 얼의-[凝]+거나. 이중모음의 음절부음 [j] 뒤에서 ‘ㄱ’이 약화한 것이다.
흐르어·나 주015) 흐르어나: 흐르거나. 흐르-[流]+거나. 모음 ‘ㅡ’ 뒤에서는 ‘ㄱ’이 약화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흐르어나’는 ‘흐르거나’를 잘못 쓴 것이다. 74ㄴ에도 ‘흐르어나’가 보인다.
··야도
:잠도 주016) 잠도: 잠깐도. 조금도. 한자어 ‘잠’은 ‘잠간(暫間)’인데, 일반적으로는 ‘간’으로 나타난다. ‘조금도, 약간’의 뜻으로도 쓰인다.
變·변易·역디 주017) 변역(變易)디: 변하여 바뀌지. 변역+-+디. 어근의 무성자음과 어미의 무성자음 사이에서 ‘’가 탈락한 것이다.
아·니타 주018) 아니타: 아니하다. 아니한다. 아니+-+다. 어근 끝의 유성음과 어미의 무성자음 사이에서 ‘’의 모음 ‘ㆍ’가 탈락한 것이다.
·요· 주019) 요: 함은. -+옴(명사형어미)+. 명사형 어미 ‘-옴’이 ‘-’ 뒤에서는 ‘-욤’으로 교체된다. 이것은 ‘-’의 소급형이 ‘-’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의 명사형에는 ‘욤’ 외에 ‘홈’도 있었다. 바로 위의 ‘버으다 호’(75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貪탐嗔진 ·제도 주020) 제도: 때에도. 제[時]+Ø(부사격조사)+도(보조사). 시간이나 장소를 뜻하는 낱말들이 하향이중모음의 음절부음 [j]로 끝나는 경우에는 부사격조사 ‘애, 에, , 의’가 결합하지 않는다.
· ·알·며 慈悲비··야 ·· 주021) ·졔도 ·제도 · ·알·며 근심·며 깃·거·며 주022) 깃거며: 기뻐하며. -[喜](동사어간)+어(연결어미)+-+며. ‘깃브다’는 파생 형용사인데, 그 구조는 ‘-+브(형용사파생접미사)+다’이다.
슬·허·며 주023) 슬허며: 슬퍼하며. 슳-[悲](동사어간)+어+-+며. 형용사 ‘슬프다’는 파생 형용사인데, 그 구조는 ‘슳-+브(형용사파생접미사)+다’이다.
·즐겨·며 變·변··야 뮈·여 :뇨매 주024) 뇨매: 다님에. -[走]+니-[行]+옴(명사형어미)+애(원인 표시 부사격조사). 이 책에는 자음동화가 반영된 표기형 ‘니’(14ㄴ)도 보인다.
:잠도 ·아·디 주025) ·몯 · 주026) : 때가. ‘’를 표기한 것이다. [時]+Ø(주격조사).
:업슨 젼·로 닐:오· 變·변易·역 :업스니·라 ·시·니라 주027) 업스니라 ᄒᆞ시니라: ‘ᄒᆞ시니라’는 한문본에 없는 것이다. 언해자가 서술자로서 개입한 것이다. ‘버ᇰ으다 ᄒᆞ시니라’(75ㄴ)에 대한 주해를 참조할 것.
Ⓒ 언해 | 미상 / 1522년(중종 17) 3월 일
곧바로 씻는 작용이 사라졌다 함은, 개(漑)는 적셔 불리는 것이니, 큰 법우(法雨)를 뿌려 군생(群生)을 불려 적셔 도리의 싹이 나타나서 장양(長養)함을 비유한 것이고, 척(滌)은 씻는 것이니, 번뇌심을 씻어 덜어냄을 비유한 것이니, 미혹하여 다 능히 알지 못하므로 이르되, 사라졌다 하시니라. 그러나 물의 젖은 성질이 비록 물이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거나 얼거나 흐르거나 하여도 잠깐도 변하여 바뀌지 아니한다 함은 탐내고 화를 낼 때에도 또 알며 자비심을 내어 남을 제도(濟度)할 때에도 또 알며 근심하며 기뻐하며 슬퍼하며 즐겨하며 변하며 움직여 다님에 잠깐도 알지 못할 때가 없는 까닭으로, 이르되 변하여 바뀜이 없느니라 하시니라.
Ⓒ 역자 | 이유기 / 2017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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