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記】
又見禪學者호니 但知過量機의 不踐階梯야 徑登佛地之義고 不信此錄中에 有悟解後에 初入十信位之文니라 以故로 纔有自心開發處나 不知解行之深淺과 染習之起滅야 多有法慢야 所發言
별행록절요언해:70ㄴ
句越分過頭니라
Ⓒ 구결 | 미상 / 1522년(중종 17) 3월 일
· 參참禪션·
學·者:쟈 주001) 학자(學者): 여기의 ‘학자(學者)’는 ‘전문적인 연구자’가 아니라 ‘(참선을) 배우는 자’를 뜻한다.
· 보·니 오·직
過·과量大·대人 주002) 과량대인(過量大人): 도량(度量)이 일반인보다 뛰어난 근기(根機)를 지닌 사람. 근기(根機)란 교법(敎法)을 받을 수 있는 중생의 능력을 말한다.
·
주003) 과량대인(過量大人): ‘과량대인’의 중철이다. ‘ᄋᆡ’는 주어적 관형격 조사이다. 서술어 ‘오ᄅᆞ-’가 관형사형으로 나타남에 따른 것이다.
리 주004) 리: 다리[橋]. 여기서는 ‘계제(階梯)’의 번역이므로 ‘사다리’를 뜻한다. 중세국어에서 ‘ᄃᆞ리’는 [橋]를, ‘다리’는 [脚]을 뜻한다.
· :·디 아·니··야
즐·어 주005) 즐어: 질러서. 바로. 일찍. ‘경(徑)’의 번역으로서,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지름길로 바로’를 뜻한다. 즈르-[徑]+어(연결어미). 현대국어 ‘질러가다, 지름길, 지레(=미리)’의 ‘지르-’는 ‘즈르-’의 발달형이다. ‘즐어’의 관련 어휘로는 ‘즐어디다(=지레 죽다)’, ‘즐어업다(=夭亡하다)’ 등이 있다.
佛·불地·디 주006) 불지(佛地): 수행의 결과로서 도달하게 되는 최상의 깨달음의 지위.
예
오 주007) 오: 오른. 오-[登]+ㄴ(관형사형어미). 동사 어간에 시제표지가 결합하지 않으면 대개 과거 시제를 나타내지만, 여기서는 문맥으로 보아 ‘오른다고 하는’ 정도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들 주008) 들: 뜻을. [義]+을. 여기서는 ‘뜻만을’로 이해해야 한다. ‘오직 過量大人 리 디 아니야 즐어 佛地예 오 들 알오’의 원문이 ‘但知過量機의 不踐階梯야 徑登佛地之義고’인데, ‘但知’의 대상이 ‘過量大人~’이기 때문이다.
·알오 ·이
·어錄·록 주009) 어록(어錄): 종밀(宗密)의 『법집별행록』을 말한다. 한자어의 제1음절은 한글로, 제2음절은 한자로 표기한 드문 예이다.
中에 주010)
·안 주011) 後:후에 주012) 후(後)에: 후에야. ‘’는 ‘강조’, ‘단독’, ‘의무’ 또는 ‘당연’을 나타내는 보조사이다. 체언이나 조사, 어말 어미 뒤에 두루 통합된다. ‘-거’에서처럼 어말 어미로 쓰이기도 한다.
·처· 주013) 처: 처음으로. 처+. ‘’는 관형격 조사와 형태가 같은 특수처소부사격 조사이다.
十·십信·신位·위 주014) 십신위(十信位): 보살의 수행 계위(階位) 중 최초 단계. ‘십신위(十信位)’(67ㄴ)에 대한 주해를 참조할 것.
예
·드·니라 주015) 드니라: 들어가느니라. 들-[入]++니+라. 평서문 종결형식의 ‘-니-’는 사태에 대한 청자의 인지를 요구하는 선어말어미이다.
·혼 주016) 文문字: 주017) 문자(文字): 이 ‘문자’는 ‘글자’가 아니라 ‘글’을 뜻한다.
· 信·신티 아·니··니라 ·이런
젼·로 주018) 젼로: 까닭으로. ‘까닭’을 뜻하는 말에는 ‘젼(詮次)’와 ‘앛’이 있다. ‘젼’는 17·8세기까지 쓰였다.
: 주019) 제
아·론 주020) 아론: 안. ‘알다’의 과거 시제 관형사형은 ‘안’ 또는 ‘아론’으로 나타난다.
·고·디 주021) 고디: 곳이. 곧[處]+이. ‘곧’은 장소를 의미하는 의존명사로도 쓰이고, 사물이나 개념을 지시하는 의존명사로도 쓰인다.
이시·나 주022) 이시나: 있으나. 이시-[有]+으나. 어간 ‘이시-’는 모음어미 앞에서, ‘잇-’은 자음어미 앞에서 쓰였다.
아롬·과
行··괘 주023) 아롬과 행(行)괘: 앎과 행이. 마지막 접속항 뒤에도 접속 조사가 쓰인다.
기:프·며
여:틈 주024) 여틈: 옅음. 옅-[淺]+음(명사형어미). ‘녙-’이 ‘옅-’으로 변화하였고, 명사형 어미 ‘-옴/움’이 ‘-음/’으로 변화한 모습을 보여 준다.
·과
:더·러·운 주025) 더러운: 더러운. 더럽-[汚, 染]+은→더러〉더러운.
習·습氣·긔 주026) 습기(習氣): 번뇌와 업(業)의 결과로서 습관이 되어 버린 성벽(性癖).
生·며 滅·멸:호· ·아디 ·몯··야
·해 주027) 해: 많이. 하-[多, 大]+이(부사파생접미사). ‘해’의 수식 대상은 ‘이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문 ‘多有法慢야’의 구조에 이끌려, ‘해’의 위치가 앞으로 이동하였다.
法·법에
我·아慢·만心심 주028) 아만심(我慢心): 번뇌(煩惱)의 하나. 지나치게 자신을 믿고 거만한 마음. ‘법만(法慢)’은 자기가 얻은 법에 말미암아 일으키는 교만심이다.
·미 주029) 아만심(我慢心)미: ‘아만심이’의 중철이다. 아만심은 자만심(自慢心)과 비슷한 말이다.
이·셔 나·토·와 주030) 나토와: 드러내어. 낱-[現, 發]+오(사동접미사)+아(연결어미). ‘나토아’가 일반적인 표기인데, 모음 충돌을 막기 위해 반자음 [w]가 개입하였다.
니 ·말미 제 分분네 주031) 분(分)네: 분에. 분수에. ‘분에’의 중철이다.
너·므·며 제게 너·믄 주032) 너믄: 넘치는. 넘-[越]+은(관형사형어미). 동사 어간에 시제 표지가 없으면 과거 시제를 나타낸다. 그런데 ‘넘은’은 과거 시제로 이해되지 않는다. 이 ‘넘다’는 형용사이다. ‘넘다’가 ‘어떤 물체 위를 통과하다’를 뜻할 때에는 동사이고, ‘어떤 정도나 수준을 초과하다’를 뜻할 때에는 형용사이다.
별행록절요언해:71ㄱ
:마· ··니라
Ⓒ 언해 | 미상 / 1522년(중종 17) 3월 일
또 참선하는 학생들을 보니, 오직 과량대인(過量大人)의
(=이)
사다리를 밟지 않고 〈지름길로〉 질러서 불지(佛地)에 오른다는 뜻만 알고 이 어록
(법집별행록)
을 통해서 마음을 깨달은 후에야 처음으로 십신위(十信位)에 든다고 한 글을 믿지 아니하느니라. 이런 까닭으로 겨우 제 마음을 안 곳이 있으나 앎과 행(行)이 깊으며 옅음과 더러운 습기(習氣)가 생겨나며 사라짐을 알지 못하여 법(法)에 대한
아만심(我慢心)이 많이 있어서, 드러내어 하는 말이 제 분에 넘치며 제게(=제 처지에)
넘치는 말을 하느니라.
Ⓒ 역자 | 이유기 / 2017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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