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번역소학

  • 역주 번역소학 권3
  • 번역소학 제3권
  • 내편(內篇)○제2편 명륜(明倫)○명장유지서(明長幼之序)
  • 명장유지서 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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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유지서 021


王制졔예 曰왈 父부之지齒치를 隨슈行며 兄之지齒치를 鴈안行고 朋븡友우 不블相踰유ㅣ니라
Ⓒ 구결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王制졔로 주001)
ᄀᆞ로ᄃᆡ:
말하되. 가로대. ᄀᆞᆮ-[曰]+오ᄃᆡ(연결 어미). 어간 ‘ᄀᆞᆮ-’의 존재는 ‘일ᄏᆞᆮ다(=가리켜 말하다. 칭송하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ᄏᆞᆮ다’는 ‘일훔[名]’을 통해 알 수 있는 재구형 ‘잃-[稱]’에 ‘-[曰]’이 결합한 것이다.
아 주002)
아:
아버지의. 아비+/의(관형격 조사). ‘ㅣ’로 끝나는 체언 뒤에 관형격 조사 ‘ᄋᆡ/의’가 결합하면 체언 말음 ‘ㅣ’는 탈락한다. ①어미+의→어믜 ②病ᄒᆞᆫ 이+ᄋᆡ→病ᄒᆞᄂᆡ.
나와 주003)
나와:
나이와. 나[齒, 年齡]+와(비교부사격 조사). ‘나이’를 뜻하는 명사가 15세기 문헌에서도 ‘나, 낳’ 두 가지로 나타난다. 현대 국어의 ‘나이’는 ‘낳[年齡](명사)+이(주격 조사)’인 ‘나히’가 명사화한 뒤에 ‘ㅎ’이 탈락한 것이다.
니란 주004)
ᄀᆞᄐᆞ니란:
같은 이는. ᄀᆞᇀ-[同]+ᄋᆞᆫ(관형사형 어미)+이(의존 명사)+란(대조와 차이의 보조사). ‘ᄀᆞᄐᆞᆫ’의 기원적 구조는 ‘(부사)+-+ㄴ’이다. 이 낱말은 오분석에 의해 복잡한 변화를 겪게 된다. 이를테면, ‘ᄀᆞᆮ+ᄒᆞ-+ㄴ’의 구조인 ‘’을 ‘-(형용사 어간)+’으로 오분석한 결과 어간 ‘-’이 형성되었으며, ‘니’를 ‘-(형용사 어간)+니’로 오분석한 결과 새로운 어간 ‘-’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중세 국어 시기는 이러한 변화의 과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공시태를 떠나서 본다면, ‘ᄐᆞ니’와 같은 경우는 다음 세 구조 중 어느 것인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①(부사)+-+니 ②-+니 ③-+니. 그러나 중세 국어 시기에는 형용사 어간 ‘ᄀᆞᇀ-’이 형성되었으므로 ②의 구조로 본다. 현대 국어 구어에서 ‘같네요’보다는 ‘같으네요’가 더 널리 쓰이는 듯한데, 그것은 ‘다’의 흔적이다. 말하자면 현대 국어에 ‘같다’와 ‘같으다’가 공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대 국어의 ‘(남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꼭) 맞다’를 뜻하는 ‘맛다’도 『석보상절』에 보인다. ¶舍利ᄅᆞᆯ 여듧 金壜애 녀ᄊᆞᄫᆞ니 맛ᄒᆞ더시니〈석보상절 23:51ㄴ〉. ‘-’의 어원을 고려하면, ‘맛-’의 ‘맛’ 역시 부사 ‘맞[合致]’일 가능성이 있다. 『석보상절』은 일반적인 언해서와 달라서 그 내용이 저경과 정확하게 부합하지는 않지만, 여기의 ‘맛ᄒᆞ-’는 저경의 ‘滿八金壜舍利便盡’의 ‘滿’과 관련됨이 분명하다. 〈참고〉 대열반경(大涅槃經) 후분(後分) 권하(卷下) 성구곽윤품(聖軀廓潤品) 제4, 대정신수대장경(12:911상).
뒤조

번역소학 권3:33ㄱ

주005)
뒤조차:
뒤쫓아. 뒤따라. 조사가 개입하지 않았으므로 합성어를 이룬 것으로 본다.
니며 주006)
ᄃᆞᆫ니며:
다니며. ᄃᆞᆮ-[走]+니-[行]+며. 비통사적 합성어이다. ‘ᄃᆞᆮ-’에는 ‘달리다’의 의미가 있으나, 합성어 ‘ᄃᆞᆫ니다’에는 그러한 의미가 없다.
의 나와 니란 그려긔 주007)
그려긔:
기러기의. 그려기[雁]+의(관형격 조사). ‘ㅣ’로 끝나는 체언 뒤에 관형격 조사 ‘ᄋᆡ/의’가 결합하면 체언 말음 ‘ㅣ’는 탈락한다. 『소학언해』(2:64ㄴ)에서는 ‘그려긔 하ᇰ녈ᄀᆞ티’가 ‘기러기 톄로’로 바뀌었다. 명사 ‘그려기’가 ‘기러기’로 변한 것이다.
녈 주008)
하ᇰ녈:
항렬(行列).
티 니고 버드란 주009)
버드란:
벗은. 벋[友]+으란(대조와 차이의 보조사). ‘으란’은 현대 국어 ‘일랑은’으로 발달하였다. ‘버드란’이 『소학언해』(2:64ㄴ)에서는 ‘벋은’으로 바뀌었다. 벋〉벗.
서르 주010)
서르:
서로.
내걷디 주011)
내걷디:
앞서서 걷지. 나-[出]+이(부사형 어미)+걷-[步]+디.
마롤 디니라
Ⓒ 언해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왕제(王制)」에서 이르되, 아버지의 나이와 같은 이는 뒤따라 다니며, 형의 나이와 같은 이는 기러기의 항렬같이 다니고, 벗은 서로 앞서 걷지 말지니라.
〈해설〉 출전 : 예기 왕제(王制). 주석(소학집설) : 진씨(陳氏)가 말하였다. “아버지의 연치(年齒)와 형의 연치(年齒)라는 말은 그 사람의 나이가 아버지와 같거나 혹은 형과 같다는 뜻이다. 수행(隨行)은 뒤를 따르는 것이고, 안행(鴈行)은 나란히 가되 조금 뒤처져서 가는 것이다. 친구가 나이가 서로 같으면 피차간에 서로 앞장서서 앞뒤가 생겨서는 안 되니, 나란히 걸어서 가지런해야 함을 말한 것이다.”(陳氏曰 父之齒 兄之齒 謂其人年 與父等 或與兄等也 隨行 隨其後也 鴈行 並行而稍後也 朋友年相若 則彼此不可不相踰越而有先後 言並行而齊也). 「왕제」는 『예기』 제 5편의 편명이다. 진씨(陳氏)는 진호(陳澔)이다.
Ⓒ 역자 | 이유기 / 2020년 12월 30일

輕任을 幷고 重任을 分분고 頒반白者쟈를 不블提뎨挈혈이니라
Ⓒ 구결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가야온 주012)
가ᄇᆡ야온:
가벼운. 가ᄇᆡ야ᄫᆞᆫ〉가ᄇᆡ야온.
지므란 주013)
지므란:
짐은. 짐일랑은. 짐+으란(보조사).
 주014)
ᄒᆞᆫᄃᆡ:
한데. 한 곳에. ᄒᆞᆫ[一]+ᄃᆡ[處所](의존 명사)+ᄋᆡ. 중세 국어에서는 시간이나 장소를 뜻하는 낱말들이 하향 이중 모음의 음절 부음 [j]로 끝나는 경우에는 그 뒤에서 부사격 조사 ‘애, 에, , 의’가 외현되지 않는다. ‘ᄒᆞᆫᄃᆡ’는 ‘함께’를 뜻하기도 하고 ‘한(같은) 곳에’를 뜻하기도 한다.
뫼호고 주015)
뫼호고:
모으고. 뫼호-[聚]+고. 15세기에 ‘뫼호-’와 ‘모도-’가 공존하였다. 한 문장 안에서 ‘뫼호다’와 ‘모도다’가 같은 의미로 쓰인 예도 있다. ¶믈읫 衆生이 됴며 구즌 이 모고 오직 貪며 앗가  머거 布施며 布施 果報 몰라 쳔랴 만히 뫼호아 두고 受苦 딕희여 이셔 빌 리 잇거든 츠기 너겨 모지마라 디라도 제 모맷 고기 바혀 내논 시 너겨 며  貪 無量 有情이 쳔랴 모도아 두고 제 도 오히려 아니거니〈석보상절 9:11ㄴ-12ㄱ〉. ‘뫼호다’는 후대에 ‘모호다’로 발달하였다.
므거운 주016)
므거운:
무거운. 므거ᄫᅳᆫ〉므거운.
지므란 호고 주017)
ᄂᆞᆫ호고:
나누고. ᄂᆞᆫ호-[分]+고.
반만 주018)
반만:
반쯤. 반(半)+만(보조사). ‘만’은 ‘단독’을 뜻하는 보조사로도 쓰이지만, 여기의 ‘만’은 ‘만큼’을 뜻하는 보조사로 보인다. 이 대목의 의미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정도로 늙기만 하여도 짐을 잡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019)
셴:
센. 셰-[白](형용사 어간)+ㄴ(관형사형 어미). ‘셰-’를 동사로 처리한 사전도 있고 형용사로 처리한 사전도 있는데, ‘셰-’에 동사 표지라 할 수 있는 ‘-ᄂᆞ-’가 결합한 예는 보이지 않는다. 다음 예문에서는 ‘셰다’가 형용사 ‘검다’와 접속되어 있다. ¶검거니 셰거니 一便도 져이고〈청구영언 진본 : 가마귀 검거라〉.
사 잡들에 주020)
잡들에:
잡거나 들게. 잡-[執]+들-[擧]+게(연결 어미). 비통사적 합성어이다. ‘-게’의 ‘ㄱ’이 ‘ㄹ’ 뒤에서 약화하여 유성 성문 마찰음 [ɦ]으로 실현된 것을 ‘ㅇ’으로 표기하였다. ‘잡들에 마롤 디니라’가 『소학언해』(2:64ㄴ)에서는 ‘잡드디 아닏ᄂᆞ니라’로 바뀌었다. 원문에 ‘挈’의 독음이 ‘혈’로 나타나 있는데 현대의 독음은 ‘설, 계’이다. 〈참고〉자ᄇᆞᆯ 혈〈유합 하 28ㄱ〉 불노 점치는 거북 지질 계, ᄭᅳ을 설〈자전석요 상 50ㄱ〉.
마롤 디니라 주021)
마롤 디니라:
말지니라. 현대 국어라면 ‘-게 하지 말-’이 쓰일 상황에서 ‘-에(게) 말-’이 쓰였다. 당시에는 두 가지 방법이 다 쓰였다. ¶①서리와 이슬로 여 사 오 저지게 마롤 디니라〈두시언해 초간본 15:44ㄴ〉 ②蛟龍로 여 얻게 디 말라〈두시언해 초간본 11:52ㄱ〉.
Ⓒ 언해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젊은이는〉 가벼운 짐은 한데 모아서 지고 무거운 짐은 나누어 져서, (머리카락이) 반(半)쯤 센 사람이 짐을 잡거나 들게 하지 말지니라.
〈해설〉 출전 : 예기 왕제(王制). 주석(소학집해) : 임(任)은 담(擔: 짐)이고, 병(幷)은 홀로 메는 것이고, 분(分)은 나누어 둘로 만드는 것이니, 가벼우면 젊은이가 혼자 메고 무거우면 나누어 메는 것을 말한 것이다. 반백(頒白)은 노인의 머리가 반쯤은 희고 반쯤은 검은 것이다. 제설(提挈)은 손으로 물건을 잡는 것이니, 잡지 않는다는 것은 젊은이가 대신한다는 것이다.(任擔也 幷獨任之也 分析而二之也 言輕則少者獨任之 重則分任之也 頒白老人頭半白黑者 提挈以手提物也 不提挈少者代之也).
Ⓒ 역자 | 이유기 / 2020년 12월 30일

君군子ㅣ 耆기老로애 不블徒도行며 庶셔人이 耆기老로애 不블徒도食식이니라
Ⓒ 구결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벼 주022)
벼:
벼슬. 벼슬〉벼ᄉᆞᆯ. ¶①벼슬 노 臣下ㅣ 님그믈 돕 百官 다릴〈석보상절 9:34ㄴ〉 ②成化 庚子애 엳 벼시니라〈속삼강행실도 효자 28ㄴ-29ㄱ〉.
던 사 주023)
사ᄅᆞᆷ:
사람. ‘벼ᄉᆞᆯ ᄒᆞ던 사ᄅᆞᆷ 늘그니’는 ‘君子ㅣ 耆老애’의 번역인데, 문법적 구조가 부적절하다. ‘셔ᅀᅵᆫ 늘그니’도 마찬가지이다. ‘기(耆)’는 60세를 뜻하고 ‘로(老)’는 70세를 뜻한다. 여기서는 ‘耆’와 ‘老’를 서술어로 번역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명사 ‘늘그니’로 번역하였다. 그 결과 원문의 구결과도 다른 번역이 되었고, 문법적 구조도 부적절한 번역이 되고 말았다. 『소학언해』(2:64ㄴ)에서는 ‘君子【이 군 벼슬 인 사이라】 ㅣ 늘금애 …(중략)… 샤ᇰ인이 늘금애’로 바뀌었다.
늘그니 거러 니디 아니

번역소학 권3:33ㄴ

庶셔人 주024)
셔ᅀᅵᆫ:
서인(庶人). 서민. ‘庶人’이 『소학언해』(2:65ㄱ)에서는 ‘샤ᇰ인’으로 바뀌었다.
늘그니 고기 업슨 주025)
업슨:
없는. 없-[無]+은. ‘없-’이 형용사이기 때문에 ‘-ᄂᆞ-’가 결합하지 않은 것이다.
밥 먹디 아니니라
Ⓒ 언해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벼슬을 하던 사람이 늙으면 걸어서 다니지 아니하며, 서민(庶民)이 늙으면 고기 없는 밥을 먹지 아니하느니라.
〈해설〉 출전 : 예기 왕제(王制). 주석(소학집설) : 오씨(吳氏)가 말하였다. “육십 세를 기(耆)라 하고 칠십 세를 로(老)라 한다. 도(徒)는 공(空: 다만)과 같다.” 방씨(方氏)가 말하였다. “도행(徒行)은 수레가 없이 다니는 것이고 도식(徒食)은 반찬이 없이 먹는 것이다.”(吳氏曰 六十曰耆 七十曰老 徒猶空也 方氏曰 徒行 謂無乘而行也 徒食 謂無羞而食也). 오씨(吳氏)는 『소학집해』의 찬자(撰者)인 명(明)나라 때의 오눌(吳訥: 1372~1457)이다. 자(字)는 민덕(敏德)이고 호(號)는 사암(思庵)이다. 방씨(方氏)는 송(宋)나라 때의 방각(方慤)이다. 자(字)는 성부(性夫)이며, 송(宋)나라 18진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 역자 | 이유기 / 2020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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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ᄀᆞ로ᄃᆡ:말하되. 가로대. ᄀᆞᆮ-[曰]+오ᄃᆡ(연결 어미). 어간 ‘ᄀᆞᆮ-’의 존재는 ‘일ᄏᆞᆮ다(=가리켜 말하다. 칭송하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ᄏᆞᆮ다’는 ‘일훔[名]’을 통해 알 수 있는 재구형 ‘잃-[稱]’에 ‘-[曰]’이 결합한 것이다.
주002)
아:아버지의. 아비+/의(관형격 조사). ‘ㅣ’로 끝나는 체언 뒤에 관형격 조사 ‘ᄋᆡ/의’가 결합하면 체언 말음 ‘ㅣ’는 탈락한다. ①어미+의→어믜 ②病ᄒᆞᆫ 이+ᄋᆡ→病ᄒᆞᄂᆡ.
주003)
나와:나이와. 나[齒, 年齡]+와(비교부사격 조사). ‘나이’를 뜻하는 명사가 15세기 문헌에서도 ‘나, 낳’ 두 가지로 나타난다. 현대 국어의 ‘나이’는 ‘낳[年齡](명사)+이(주격 조사)’인 ‘나히’가 명사화한 뒤에 ‘ㅎ’이 탈락한 것이다.
주004)
ᄀᆞᄐᆞ니란:같은 이는. ᄀᆞᇀ-[同]+ᄋᆞᆫ(관형사형 어미)+이(의존 명사)+란(대조와 차이의 보조사). ‘ᄀᆞᄐᆞᆫ’의 기원적 구조는 ‘(부사)+-+ㄴ’이다. 이 낱말은 오분석에 의해 복잡한 변화를 겪게 된다. 이를테면, ‘ᄀᆞᆮ+ᄒᆞ-+ㄴ’의 구조인 ‘’을 ‘-(형용사 어간)+’으로 오분석한 결과 어간 ‘-’이 형성되었으며, ‘니’를 ‘-(형용사 어간)+니’로 오분석한 결과 새로운 어간 ‘-’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중세 국어 시기는 이러한 변화의 과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공시태를 떠나서 본다면, ‘ᄐᆞ니’와 같은 경우는 다음 세 구조 중 어느 것인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①(부사)+-+니 ②-+니 ③-+니. 그러나 중세 국어 시기에는 형용사 어간 ‘ᄀᆞᇀ-’이 형성되었으므로 ②의 구조로 본다. 현대 국어 구어에서 ‘같네요’보다는 ‘같으네요’가 더 널리 쓰이는 듯한데, 그것은 ‘다’의 흔적이다. 말하자면 현대 국어에 ‘같다’와 ‘같으다’가 공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대 국어의 ‘(남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꼭) 맞다’를 뜻하는 ‘맛다’도 『석보상절』에 보인다. ¶舍利ᄅᆞᆯ 여듧 金壜애 녀ᄊᆞᄫᆞ니 맛ᄒᆞ더시니〈석보상절 23:51ㄴ〉. ‘-’의 어원을 고려하면, ‘맛-’의 ‘맛’ 역시 부사 ‘맞[合致]’일 가능성이 있다. 『석보상절』은 일반적인 언해서와 달라서 그 내용이 저경과 정확하게 부합하지는 않지만, 여기의 ‘맛ᄒᆞ-’는 저경의 ‘滿八金壜舍利便盡’의 ‘滿’과 관련됨이 분명하다. 〈참고〉 대열반경(大涅槃經) 후분(後分) 권하(卷下) 성구곽윤품(聖軀廓潤品) 제4, 대정신수대장경(12:911상).
주005)
뒤조차:뒤쫓아. 뒤따라. 조사가 개입하지 않았으므로 합성어를 이룬 것으로 본다.
주006)
ᄃᆞᆫ니며:다니며. ᄃᆞᆮ-[走]+니-[行]+며. 비통사적 합성어이다. ‘ᄃᆞᆮ-’에는 ‘달리다’의 의미가 있으나, 합성어 ‘ᄃᆞᆫ니다’에는 그러한 의미가 없다.
주007)
그려긔:기러기의. 그려기[雁]+의(관형격 조사). ‘ㅣ’로 끝나는 체언 뒤에 관형격 조사 ‘ᄋᆡ/의’가 결합하면 체언 말음 ‘ㅣ’는 탈락한다. 『소학언해』(2:64ㄴ)에서는 ‘그려긔 하ᇰ녈ᄀᆞ티’가 ‘기러기 톄로’로 바뀌었다. 명사 ‘그려기’가 ‘기러기’로 변한 것이다.
주008)
하ᇰ녈:항렬(行列).
주009)
버드란:벗은. 벋[友]+으란(대조와 차이의 보조사). ‘으란’은 현대 국어 ‘일랑은’으로 발달하였다. ‘버드란’이 『소학언해』(2:64ㄴ)에서는 ‘벋은’으로 바뀌었다. 벋〉벗.
주010)
서르:서로.
주011)
내걷디:앞서서 걷지. 나-[出]+이(부사형 어미)+걷-[步]+디.
주012)
가ᄇᆡ야온:가벼운. 가ᄇᆡ야ᄫᆞᆫ〉가ᄇᆡ야온.
주013)
지므란:짐은. 짐일랑은. 짐+으란(보조사).
주014)
ᄒᆞᆫᄃᆡ:한데. 한 곳에. ᄒᆞᆫ[一]+ᄃᆡ[處所](의존 명사)+ᄋᆡ. 중세 국어에서는 시간이나 장소를 뜻하는 낱말들이 하향 이중 모음의 음절 부음 [j]로 끝나는 경우에는 그 뒤에서 부사격 조사 ‘애, 에, , 의’가 외현되지 않는다. ‘ᄒᆞᆫᄃᆡ’는 ‘함께’를 뜻하기도 하고 ‘한(같은) 곳에’를 뜻하기도 한다.
주015)
뫼호고:모으고. 뫼호-[聚]+고. 15세기에 ‘뫼호-’와 ‘모도-’가 공존하였다. 한 문장 안에서 ‘뫼호다’와 ‘모도다’가 같은 의미로 쓰인 예도 있다. ¶믈읫 衆生이 됴며 구즌 이 모고 오직 貪며 앗가  머거 布施며 布施 果報 몰라 쳔랴 만히 뫼호아 두고 受苦 딕희여 이셔 빌 리 잇거든 츠기 너겨 모지마라 디라도 제 모맷 고기 바혀 내논 시 너겨 며  貪 無量 有情이 쳔랴 모도아 두고 제 도 오히려 아니거니〈석보상절 9:11ㄴ-12ㄱ〉. ‘뫼호다’는 후대에 ‘모호다’로 발달하였다.
주016)
므거운:무거운. 므거ᄫᅳᆫ〉므거운.
주017)
ᄂᆞᆫ호고:나누고. ᄂᆞᆫ호-[分]+고.
주018)
반만:반쯤. 반(半)+만(보조사). ‘만’은 ‘단독’을 뜻하는 보조사로도 쓰이지만, 여기의 ‘만’은 ‘만큼’을 뜻하는 보조사로 보인다. 이 대목의 의미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정도로 늙기만 하여도 짐을 잡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019)
셴:센. 셰-[白](형용사 어간)+ㄴ(관형사형 어미). ‘셰-’를 동사로 처리한 사전도 있고 형용사로 처리한 사전도 있는데, ‘셰-’에 동사 표지라 할 수 있는 ‘-ᄂᆞ-’가 결합한 예는 보이지 않는다. 다음 예문에서는 ‘셰다’가 형용사 ‘검다’와 접속되어 있다. ¶검거니 셰거니 一便도 져이고〈청구영언 진본 : 가마귀 검거라〉.
주020)
잡들에:잡거나 들게. 잡-[執]+들-[擧]+게(연결 어미). 비통사적 합성어이다. ‘-게’의 ‘ㄱ’이 ‘ㄹ’ 뒤에서 약화하여 유성 성문 마찰음 [ɦ]으로 실현된 것을 ‘ㅇ’으로 표기하였다. ‘잡들에 마롤 디니라’가 『소학언해』(2:64ㄴ)에서는 ‘잡드디 아닏ᄂᆞ니라’로 바뀌었다. 원문에 ‘挈’의 독음이 ‘혈’로 나타나 있는데 현대의 독음은 ‘설, 계’이다. 〈참고〉자ᄇᆞᆯ 혈〈유합 하 28ㄱ〉 불노 점치는 거북 지질 계, ᄭᅳ을 설〈자전석요 상 50ㄱ〉.
주021)
마롤 디니라:말지니라. 현대 국어라면 ‘-게 하지 말-’이 쓰일 상황에서 ‘-에(게) 말-’이 쓰였다. 당시에는 두 가지 방법이 다 쓰였다. ¶①서리와 이슬로 여 사 오 저지게 마롤 디니라〈두시언해 초간본 15:44ㄴ〉 ②蛟龍로 여 얻게 디 말라〈두시언해 초간본 11:52ㄱ〉.
주022)
벼:벼슬. 벼슬〉벼ᄉᆞᆯ. ¶①벼슬 노 臣下ㅣ 님그믈 돕 百官 다릴〈석보상절 9:34ㄴ〉 ②成化 庚子애 엳 벼시니라〈속삼강행실도 효자 28ㄴ-29ㄱ〉.
주023)
사ᄅᆞᆷ:사람. ‘벼ᄉᆞᆯ ᄒᆞ던 사ᄅᆞᆷ 늘그니’는 ‘君子ㅣ 耆老애’의 번역인데, 문법적 구조가 부적절하다. ‘셔ᅀᅵᆫ 늘그니’도 마찬가지이다. ‘기(耆)’는 60세를 뜻하고 ‘로(老)’는 70세를 뜻한다. 여기서는 ‘耆’와 ‘老’를 서술어로 번역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명사 ‘늘그니’로 번역하였다. 그 결과 원문의 구결과도 다른 번역이 되었고, 문법적 구조도 부적절한 번역이 되고 말았다. 『소학언해』(2:64ㄴ)에서는 ‘君子<원주>【이 군 벼슬 인 사이라】 ㅣ 늘금애 …(중략)… 샤ᇰ인이 늘금애’로 바뀌었다.
주024)
셔ᅀᅵᆫ:서인(庶人). 서민. ‘庶人’이 『소학언해』(2:65ㄱ)에서는 ‘샤ᇰ인’으로 바뀌었다.
주025)
업슨:없는. 없-[無]+은. ‘없-’이 형용사이기 때문에 ‘-ᄂᆞ-’가 결합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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