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번역소학

  • 역주 번역소학 권3
  • 번역소학 제3권
  • 내편(內篇)○제2편 명륜(明倫)○명부부지별(明夫婦之別)
  • 명부부지별 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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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부지별 004


士昏혼禮례예 曰왈 父부ㅣ 醮쵸子애 命之지 曰왈 往迎爾相야 承我아宗事야 勖욱帥솔以이敬야 先션妣비之지嗣를 若약則즉有유常라 子曰왈 諾낙다 唯유恐不블堪감이언 不블敢감忘命호리

번역소학 권3:12ㄴ

다
Ⓒ 구결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士昏혼禮례 주001)
혼례예:
사혼례(士昏禮)에. 부사격 조사 ‘에’가 ‘예’로 교체된 것은 모음 충돌 회피가 아니라 순행 동화 현상이다. 이것을 모음 충돌 회피로 보면 ‘론어에(=論語에)’(3:6ㄴ)를 설명할 수 없다. 『소학언해』(2:46ㄱ)에는 ‘士昏禮’ 뒤에 ‘儀禮 篇 일흠이라’라는 협주가 달려 있다. 『번역소학』에는 협주가 전혀 없다.
로 아비라셔 주002)
아비라셔:
아비(아버지)가. 아비(아버지)는. 아비[父]+라셔(주격 조사). ‘아비라셔’가 『소학언해』(2:46ㄱ)에서는 ‘아비’로 바뀌었다. 이 ‘아비’는 ‘아비[父]+Ø(주격 조사)’이다. ¶그저긔 란타이라셔 큰 위어 히 〈장수경언해 31ㄴ〉. 비록 의고적이기는 하지만 현대 국어에서도 주격 조사 ‘라서’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
아리 친연라 주003)
친연ᄒᆞ라:
친영(親迎)하러. ‘아비라셔 아리 친연라 갈 제 술  잔 머기고’는 ‘父醮子’를 의역한 것이다. ‘-라’는 ‘의도’를 나타내는 연결 어미이다. 원문의 ‘親迎’을 ‘친연’으로 표기하였는데, 이 책(3:15ㄱ)에도 ‘친연’이 나타난다. ‘往迎’(3:12ㄱ)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다른 문헌에서 ‘迎’이 ‘연’으로 표기된 예가 있어서, ‘친연’을 오기로 속단하기 어렵다. ¶諸졔聖을 迎연逢와 오시게 코져 린댄〈진언권공 24ㄱ〉. ‘아ᄃᆞ리 친연ᄒᆞ라 갈 제’가 『소학언해』(2:46ㄱ)에서는 ‘아ᄃᆞᆯᄋᆞᆯ 醮【친영ᄒᆞᆯ 제 술 먹켜 보내ᄂᆞᆫ 례되라】 ᄒᆞᆯ 제’로 바뀌었는데, 여기서는 ‘친영’으로 적혀 있다.
갈 제 술  잔 머기고 로 주004)
가:
가서. 가-[往]+아(연결 어미).
도 주005)
도ᄋᆞᆯ:
도울. 도ᄋᆞ-[助]+ㄹ(관형사형 어미). 원문의 ‘相’은 ‘助’와 같다. 중세 국어에서는 ‘돕다’와 ‘도ᄋᆞ다’가 공존하였다. ¶①天心을 일우오리라 兵仗로 도시니다〈용비어천가 109장〉 ②法華ㅅ 後에 곧 涅槃 니르샤 律 도시고 常 니샤 마시니〈능엄경언해 1:18ㄴ〉.
사 주006)
사ᄅᆞᄆᆞᆯ:
사람을. 『소학언해』(2:46ㄱ)에서는 ‘이ᄅᆞᆯ’로 바뀌었다.
마자 주007)
마자:
맞이하여. 맞-[迎]+아(연결 어미).
주008)
내:
나의. 내가. 나[我]+ㅣ(관형격 조사). 인칭대명사의 주격 형태와 관형격 형태는 다음과 같이 성조에 의해 구별된다. ①‧내(주격), 내(관형격) ②:네(주격), 네(관형격) ③‧뉘(주격), :뉘(관형격) ④:제(주격), 제(관형격). 그런데 여기의 ‘내’는 관형격 조사를 취하였지만 주어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서술어가 명사형이나 관형사형을 취할 때에 그 주어에 관형격 조사가 쓰이는데, 여기의 ‘나’의 서술어가 관형사형인 ‘졔사홀’이기 때문에 관형격 조사가 쓰인 것이다. 『소학언해』(2:46ㄱ)에서는 ‘내’가 ‘우리’로 바뀌었다.
졔홀 주009)
졔ᄉᆞ홀:
제사(祭祀)할. 졔ᄉᆞ+ᄒᆞ-[爲]+오(선어말 어미)+ㄹ(관형사형 어미). ‘졔ᄉᆞ홀 이ᄅᆞᆯ’이 『소학언해』(2:46ㄱ)에서는 ‘조ᇰ묘ㅅ 일ᄋᆞᆯ’로 바뀌었다. 한자를 병기하지 않았으면서도 ‘ㅅ’을 ‘묘’의 종성으로 쓰지 않고 따로 적은 것이 특이하다.
이 니 주010)
니ᅀᅥ:
이어. 니ᇫ-[承]+어(연결 어미). 『소학언해』(2:46ㄱ)에서는 ‘니오ᄃᆡ’로 바뀌었다. 반치음이 탈락하고 ‘-어’ 대신 ‘-오ᄃᆡ’를 쓴 것이다. ‘-어’보다는 ‘-오ᄃᆡ’가 문맥에 부합한다.
힘 주011)
힘ᄡᅥ:
힘써. 힘[力]+ᄡᅳ-[用]+어(연결 어미). 원문의 ‘勖’은 ‘힘쓸 욱’이다.
오로 주012)
고ᇰ겨ᇰ오로:
공경으로. 삼감으로. 고ᇰ겨ᇰ(恭敬)+오로(부사격 조사). 『소학언해』(2:46ㄱ)에도 같이 적혀 있다. ‘오로’는 ‘ᄋᆞ로’의 ‘ㆍ’가 ‘ㅗ’로 교체된 결과이다. ¶①효도홈오로  님금을 셤기면 튱셩이오 공경홈오로  얼운 셤기면 공슌이라〈소학언해 2:31ㄱ〉 ②이러모로  우콰 아래 能히 서르 굳니이다〈소학언해 4:53ㄴ〉 ③스 업시 모로 자 이 다 아샤〈장수경언해 39ㄴ〉 ④네 이리 漢人손듸 글 호거니 이 네 모로 호다〈번역노걸대 상 6ㄱ〉.
주013)
ᄡᅥ:
[用]을 뜻하는 ‘ᄡᅳ-’의 활용형인 ‘ᄡᅥ’가 부사로 굳어진 것이다. [수단]이나 [도구]를 뜻하는 부사격 조사 ‘로’ 뒤에 쓰여서 복합 조사처럼 쓰이기도 하지만, 연결 어미 뒤에 쓰이기도 하고 부사 뒤에 쓰이기도 하므로 중세 국어에서는 완전한 조사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①이 眞實ㅅ 信 내요미니  法相 업슨 젼라〈금강경삼가해 4:39ㄴ〉 ②우리도 받  敎化 여루리라〈월인석보 25:3ㄱ〉 ③마 體 업수 알면 엇뎨  매 너기료〈능엄경언해 2:84ㄱ〉. ‘ᄡᅥ’는 다음과 같이 동사적 성격과 명사적 성격을 다 지닌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시혹 일후믈 金剛般若波羅蜜經이라 며 시혹 일후믈 摩訶般若波羅蜜經이라 논 그 디 이 시니라〈금강경삼가해 1:5ㄴ〉.
거느려 주014)
거느려:
거느려. 거느리-[帥]+어. 원문의 ‘帥’는 ‘거느릴 솔’이다.
업스신 주015)
업스신:
없으신. 돌아가신. 없-[死]+으시+ㄴ(관형사형 어미). ‘없다’에는 [死]의 의미도 있다. ¶漢昭烈이  업스실 제 後主 勅야 니샤(漢昭烈이 將終ᄒᆞ실ᄉᆡ 勅後主曰샤ᄃᆡ)〈內訓 1:31ㄱ〉. 그런데 이 언해는 오역이다. 원문의 ‘先妣’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뜻하지만, 고대(古代)에는 생존해 있는 어머니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였다(〈해설〉 참조). ‘업스신 어마님 일 니ᅀᅮᄆᆞᆯ’을 『소학언해』(2:46ㄱ)에서는 ‘어미를 니을이니(=어머니를 이으리니)’로 바로잡았다.
어마님 주016)
어마님:
어머님. 어마님〉어머님. ¶①그  어마니 이젯 내 어마님 摩耶ㅣ시고〈석보상절 11:22ㄴ〉 ②아님이 아바님  거슬오 어머님 료미 올니잇 고  셕슬 노티 아니커늘〈삼강행실도 동경대본 충신 31ㄴ〉.
니 주017)
니ᅀᅮᄆᆞᆯ:
이음을. 니ᇫ-[嗣]+움(명사형 어미)+ᄋᆞᆯ. 『소학언해』(2:46ㄱ)에서는 반치음이 소멸한 ‘니을이니(=이으리니)’로 나타난다.
주018)
네:
너는. 너[若]+이/ㅣ(주격 조사). ‘:네(상성)’는 주격 형태이고, ‘네(평성)’은 관형격 형태이다. ‘若’은 ‘너’를 뜻한다.
티 주019)
ᄒᆞᆫᄀᆞᆯᄀᆞ티:
한결같이. ‘ᄒᆞᆫᄀᆞᆯᄋᆞ티’로 적히기도 하였다. 17세기에는 ‘티’로 적힌 예가 나타난다. ‘ᄀᆞᆯ’은 [支]를 뜻한다. 15세기 문헌 중에서는 『능엄경언해』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데, 그 책에서는 ‘ᄒᆞᆫᄀᆞᆯᄋᆞ티’로 표기되어 있다. ‘ㄹ’ 뒤의 ‘ㄱ’ 약화 현상이다. ¶欲魔ㅣ 心腑에 드러 티 向야 欲 닐어 菩提道ㅣ라 야 〈능엄경언해 9:82ㄱ〉.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는 ‘ᄒᆞᆫ갓, 덛덛(常), 一定히, ᄒᆞᆫ 야ᇰ으로, ᄒᆞᆫ가지로, 一向(의), 一直’ 등이 있었다. ‘一向(의)’는 20세기 초까지 편지글의 안부를 묻는 말에서 널리 쓰였다. ¶기체후(氣體候) 일향(一向) 만강(萬康)하옵시고. ‘一定히’는 대개 ‘확정, 결정’의 뜻으로 쓰이는데, ‘한결같이, 반드시, 마치’의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책(4:2ㄴ)의 ‘일뎌ᇰ히’는 ‘안정되게’를 뜻하고 있다. ‘가지로’는 ‘같이. 함께’를 뜻하기도 하고 ‘한결같이’를 뜻하기도 한다. ‘네 ᄒᆞᆫᄀᆞᆯᄀᆞ티 ᄒᆞ라’가 『소학언해』(2:46ㄱ)에서는 ‘네 곧 덛덛홈을 두라’로 바뀌었다. ‘덛덛홈’은 ‘덛덛ᄒᆞ다’의 명사형이다. ‘덛덛’은 ‘常’ 즉 ‘불변(不變)’을 뜻한다. ‘덛덛ᄒᆞ다’의 형태적 계승형인 현대 국어 ‘떳떳하다’에서는 의미가 크게 변하였다.
라 아리 로 그리 호리다 주020)
호리ᅌᅵ다:
하리이다. 하겠습니다. ᄒᆞ-[爲]+오(화자 초점 표지)+리+ᅌᅵ+다. ‘-오-’는 화자가 주어이기 때문에 쓰인 것이다. 『소학언해』(2:46ㄱ-ㄴ)에서는 ‘호리ᇰ이다’로 바뀌었다.
오직 이를 주021)
이를:
이것을. 이 일을. 이[此]+를.
이긔디 주022)
이긔디:
감당하지. 이긔-[堪]+디. 『소학언해』(2:46ㄴ)에서는 ‘감다ᇰ티’로 바뀌었다.
몯가 주023)
몯ᄒᆞᆯ가:
못할까. 몯〉못.
젓솝거니와 주024)
젓솝거니와:
두려워하옵거니와. 두려워하옵지만. 젛-[恐](동사 어간)+솝(겸양 선어말 어미)+거니와(연결 어미). ‘-거니와’의 기원적 구조는 ‘거(확정법 선어말 어미)+니와(연결 어미)’이다. ‘-니’와 ‘와’가 결합한 것이 구조적으로 특이한데, 연결 어미 뒤에 조사가 결합한 것은 ‘이실ᄉᆡ니’에서도 보인다. 『소학언해』(2:46ㄴ)에도 같이 적혀 있다. ‘-ᄉᆞᆸ-’이 ‘-솝-’으로 적힌 것은 ‘ㆍ’와 ‘ㅗ’의 음운적 친근성 때문으로 보인다. ¶아로미 先後ㅣ 업건마 法化 돕소와 펴믈 爲〈법화경언해 2:175ㄱ〉.
잠도 주025)
잠ᄭᅡᆫ도:
감히. 절대로. 원문의 ‘敢’을 번역한 것이다. 『소학언해』(2:46ㄴ)에서는 ‘敢히’로 바뀌었다. 이 책에서는 ‘자ᇝ간’(3:5ㄴ, 17ㄴ, 20ㄴ, 45ㄱ)과 ‘잠ᄭᅡᆫ’(3:12ㄴ, 30ㄴ, 31ㄱ, 31ㄴ, 4:1ㄴ)이 비슷한 빈도로 나타난다. ‘잠ᄭᅡᆫ’은 한자어(暫間)인데, 대개 훈민정음 표기 ‘간’으로 나타난다. 본래는 시간적 의미를 지닌 낱말이지만, ‘조금, 절대로, 감히’ 등을 뜻하기도 한다. ¶이 명죵 사름미 잠간도 힘을 득디 몯리라〈지장경언해 중 19ㄱ〉. 이 예문의 원문은 ‘是命終人 了不得力’이다(지장경 벽송암판 중15ㄴ). 원문의 ‘了’는 ‘전혀, 절대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 두 예문의 ‘잠ᄭᅡᆫ’도 ‘조금’을 뜻한다. ¶①人間애 이셔 藥師瑠璃光如來ㅅ 일후믈 잠 듣 젼로〈월인석보 9:29ㄴ〉 ②잠 경셔와 긔 셥녑고 효이 읻더니 나히 열아홉의 지아비 일코〈동국신속삼강행실도 열녀 4:77ㄴ〉. 한편 ‘잠ᄭᅡᆫ’이 원문 ‘曾’의 번역어로 쓰인 예도 있다. ¶히 아  잠도 그츤  업스니 이 이 變易디 아니 디라(能知之心은 不曾間斷니 此是不變易義也ㅣ니라)〈법집별행록 36ㄴ-37ㄱ〉. 이 책(3:17ㄴ)의 ‘간도 셔 沐목浴욕디 아니며’에서도 ‘자ᇝ간’이 ‘잠깐’을 뜻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命을 닛디 주026)
닛디:
잊지. 닞-[忘]+디(보조적 연결 어미). ‘닞→닛’은 8종성 표기 규칙에 따른 것이다.
아니호리다 주027)
아니호리ᅌᅵ다:
아니하겠습니다. 아니(부사)+ᄒᆞ-[爲]+오(화자 초점 표지)+리+ᅌᅵ+다. ‘-오-’는 화자가 주어이거나 서술어일 때에 쓰이는 선어말 어미이다.
Ⓒ 언해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사혼례(士昏禮)」에서 말하기를, 아버지는 아들이 친영(親迎)하러 갈 때에 술 한 잔 먹이고 말하되, “가서 너를 도울 사람을 맞이해 와서, 내가 조상께 제사 올리는 일을 이어서 힘써 공경으로써 거느려, 돌아가신 어머니의 일을 이어받음을 너는 한결같이 하라.” 아들이 말하되,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직 이 일을 감당하지 못할까 두려워하옵지만, 잠깐도 명(命)을 잊지 아니하겠습니다.”
〈해설〉 출전 : 의례(儀禮) 사혼례(士昏禮). 주석(소학집설) : 진씨(陳氏)가 말하였다. “「사혼례」는 『의례』의 편(篇) 이름이다. 술을 따라 주되 서로 주고받지 않는 것을 초(醮)라 한다. 대개 아들에게 초(醮)하여 친히 아내를 맞이하게 한다. 상(相)은 돕는 것이니, 아내는 남편을 돕기 때문에 상(相)이라 한다. 종사(宗事)는 종묘의 일이다. 욱(勗)은 힘씀이고 솔(帥)은 창(倡, 선도함)이니, 마땅히 힘써 너의 공경(삼감)으로써 너의 아내를 선도하라는 것이다. 어머니를 선비(先妣)라 하는 것은 대개 옛날의 명칭이다. 어머니를 잇는다는 것은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맡았던 제사를 대신 지내는 것을 말한다. 약(若)은 ‘너’이고 유상(有常)은 시작과 마지막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락(諾)은 대답하는 말이고 감(堪)은 할 수 있음이다.”(陳氏曰 士昏禮 儀禮篇名 酌而無酬酢曰醮 盖醮子以親迎也 相助也 妻所以助夫 故謂之相 宗事宗廟之事 勗勉也 帥倡也 言當勉帥爾婦以恭敬也 母曰先妣 盖古稱也 先妣之嗣 謂婦代姑祭也 若爾也 有常始終不替也 諾應辭 堪能也). 진씨(陳氏)는 『소학증주(小學增註)』를 편찬한 진선(陳選: 1429~1486)이다. 『의례(儀禮)』는 13경(經) 중의 하나이며, 『주례(周禮)』, 『예기』와 함께 3례(三禮) 중의 하나이다. 모두 17편(篇)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혼례(士昏禮)」는 그 중 하나이다. ‘昏’ 자를 쓴 것은 혼례는 음양이 교차하는 저녁 무렵에 거행하기 때문이다. ‘수작(酬酌)’의 ‘수(酬)’는 손님이 주인의 술잔을 받아 마신 뒤에 다시 술을 부어 주인에게 권하는 것이고, ‘작(酌)’은 주인이 다시 손님에게 술을 따라 권하는 것이다(성백효 1993:129). 주석에서 ‘母曰先妣 盖古稱也’라 하였으므로, 언해문의 ‘업스신 어마님’은 오역이다.
Ⓒ 역자 | 이유기 / 2020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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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혼례예:사혼례(士昏禮)에. 부사격 조사 ‘에’가 ‘예’로 교체된 것은 모음 충돌 회피가 아니라 순행 동화 현상이다. 이것을 모음 충돌 회피로 보면 ‘론어에(=論語에)’(3:6ㄴ)를 설명할 수 없다. 『소학언해』(2:46ㄱ)에는 ‘士昏禮’ 뒤에 ‘儀禮 篇 일흠이라’라는 협주가 달려 있다. 『번역소학』에는 협주가 전혀 없다.
주002)
아비라셔:아비(아버지)가. 아비(아버지)는. 아비[父]+라셔(주격 조사). ‘아비라셔’가 『소학언해』(2:46ㄱ)에서는 ‘아비’로 바뀌었다. 이 ‘아비’는 ‘아비[父]+Ø(주격 조사)’이다. ¶그저긔 란타이라셔 큰 위어 히 〈장수경언해 31ㄴ〉. 비록 의고적이기는 하지만 현대 국어에서도 주격 조사 ‘라서’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
주003)
친연ᄒᆞ라:친영(親迎)하러. ‘아비라셔 아리 친연라 갈 제 술  잔 머기고’는 ‘父醮子’를 의역한 것이다. ‘-라’는 ‘의도’를 나타내는 연결 어미이다. 원문의 ‘親迎’을 ‘친연’으로 표기하였는데, 이 책(3:15ㄱ)에도 ‘친연’이 나타난다. ‘往迎’(3:12ㄱ)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다른 문헌에서 ‘迎’이 ‘연’으로 표기된 예가 있어서, ‘친연’을 오기로 속단하기 어렵다. ¶諸졔聖을 迎연逢와 오시게 코져 린댄〈진언권공 24ㄱ〉. ‘아ᄃᆞ리 친연ᄒᆞ라 갈 제’가 『소학언해』(2:46ㄱ)에서는 ‘아ᄃᆞᆯᄋᆞᆯ 醮【친영ᄒᆞᆯ 제 술 먹켜 보내ᄂᆞᆫ 례되라】 ᄒᆞᆯ 제’로 바뀌었는데, 여기서는 ‘친영’으로 적혀 있다.
주004)
가:가서. 가-[往]+아(연결 어미).
주005)
도ᄋᆞᆯ:도울. 도ᄋᆞ-[助]+ㄹ(관형사형 어미). 원문의 ‘相’은 ‘助’와 같다. 중세 국어에서는 ‘돕다’와 ‘도ᄋᆞ다’가 공존하였다. ¶①天心을 일우오리라 兵仗로 도시니다〈용비어천가 109장〉 ②法華ㅅ 後에 곧 涅槃 니르샤 律 도시고 常 니샤 마시니〈능엄경언해 1:18ㄴ〉.
주006)
사ᄅᆞᄆᆞᆯ:사람을. 『소학언해』(2:46ㄱ)에서는 ‘이ᄅᆞᆯ’로 바뀌었다.
주007)
마자:맞이하여. 맞-[迎]+아(연결 어미).
주008)
내:나의. 내가. 나[我]+ㅣ(관형격 조사). 인칭대명사의 주격 형태와 관형격 형태는 다음과 같이 성조에 의해 구별된다. ①‧내(주격), 내(관형격) ②:네(주격), 네(관형격) ③‧뉘(주격), :뉘(관형격) ④:제(주격), 제(관형격). 그런데 여기의 ‘내’는 관형격 조사를 취하였지만 주어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서술어가 명사형이나 관형사형을 취할 때에 그 주어에 관형격 조사가 쓰이는데, 여기의 ‘나’의 서술어가 관형사형인 ‘졔사홀’이기 때문에 관형격 조사가 쓰인 것이다. 『소학언해』(2:46ㄱ)에서는 ‘내’가 ‘우리’로 바뀌었다.
주009)
졔ᄉᆞ홀:제사(祭祀)할. 졔ᄉᆞ+ᄒᆞ-[爲]+오(선어말 어미)+ㄹ(관형사형 어미). ‘졔ᄉᆞ홀 이ᄅᆞᆯ’이 『소학언해』(2:46ㄱ)에서는 ‘조ᇰ묘ㅅ 일ᄋᆞᆯ’로 바뀌었다. 한자를 병기하지 않았으면서도 ‘ㅅ’을 ‘묘’의 종성으로 쓰지 않고 따로 적은 것이 특이하다.
주010)
니ᅀᅥ:이어. 니ᇫ-[承]+어(연결 어미). 『소학언해』(2:46ㄱ)에서는 ‘니오ᄃᆡ’로 바뀌었다. 반치음이 탈락하고 ‘-어’ 대신 ‘-오ᄃᆡ’를 쓴 것이다. ‘-어’보다는 ‘-오ᄃᆡ’가 문맥에 부합한다.
주011)
힘ᄡᅥ:힘써. 힘[力]+ᄡᅳ-[用]+어(연결 어미). 원문의 ‘勖’은 ‘힘쓸 욱’이다.
주012)
고ᇰ겨ᇰ오로:공경으로. 삼감으로. 고ᇰ겨ᇰ(恭敬)+오로(부사격 조사). 『소학언해』(2:46ㄱ)에도 같이 적혀 있다. ‘오로’는 ‘ᄋᆞ로’의 ‘ㆍ’가 ‘ㅗ’로 교체된 결과이다. ¶①효도홈오로  님금을 셤기면 튱셩이오 공경홈오로  얼운 셤기면 공슌이라〈소학언해 2:31ㄱ〉 ②이러모로  우콰 아래 能히 서르 굳니이다〈소학언해 4:53ㄴ〉 ③스 업시 모로 자 이 다 아샤〈장수경언해 39ㄴ〉 ④네 이리 漢人손듸 글 호거니 이 네 모로 호다〈번역노걸대 상 6ㄱ〉.
주013)
ᄡᅥ:[用]을 뜻하는 ‘ᄡᅳ-’의 활용형인 ‘ᄡᅥ’가 부사로 굳어진 것이다. [수단]이나 [도구]를 뜻하는 부사격 조사 ‘로’ 뒤에 쓰여서 복합 조사처럼 쓰이기도 하지만, 연결 어미 뒤에 쓰이기도 하고 부사 뒤에 쓰이기도 하므로 중세 국어에서는 완전한 조사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①이 眞實ㅅ 信 내요미니  法相 업슨 젼라〈금강경삼가해 4:39ㄴ〉 ②우리도 받  敎化 여루리라〈월인석보 25:3ㄱ〉 ③마 體 업수 알면 엇뎨  매 너기료〈능엄경언해 2:84ㄱ〉. ‘ᄡᅥ’는 다음과 같이 동사적 성격과 명사적 성격을 다 지닌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시혹 일후믈 金剛般若波羅蜜經이라 며 시혹 일후믈 摩訶般若波羅蜜經이라 논 그 디 이 시니라〈금강경삼가해 1:5ㄴ〉.
주014)
거느려:거느려. 거느리-[帥]+어. 원문의 ‘帥’는 ‘거느릴 솔’이다.
주015)
업스신:없으신. 돌아가신. 없-[死]+으시+ㄴ(관형사형 어미). ‘없다’에는 [死]의 의미도 있다. ¶漢昭烈이  업스실 제 後主 勅야 니샤(漢昭烈이 將終ᄒᆞ실ᄉᆡ 勅後主曰샤ᄃᆡ)〈內訓 1:31ㄱ〉. 그런데 이 언해는 오역이다. 원문의 ‘先妣’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뜻하지만, 고대(古代)에는 생존해 있는 어머니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였다(〈해설〉 참조). ‘업스신 어마님 일 니ᅀᅮᄆᆞᆯ’을 『소학언해』(2:46ㄱ)에서는 ‘어미를 니을이니(=어머니를 이으리니)’로 바로잡았다.
주016)
어마님:어머님. 어마님〉어머님. ¶①그  어마니 이젯 내 어마님 摩耶ㅣ시고〈석보상절 11:22ㄴ〉 ②아님이 아바님  거슬오 어머님 료미 올니잇 고  셕슬 노티 아니커늘〈삼강행실도 동경대본 충신 31ㄴ〉.
주017)
니ᅀᅮᄆᆞᆯ:이음을. 니ᇫ-[嗣]+움(명사형 어미)+ᄋᆞᆯ. 『소학언해』(2:46ㄱ)에서는 반치음이 소멸한 ‘니을이니(=이으리니)’로 나타난다.
주018)
네:너는. 너[若]+이/ㅣ(주격 조사). ‘:네(상성)’는 주격 형태이고, ‘네(평성)’은 관형격 형태이다. ‘若’은 ‘너’를 뜻한다.
주019)
ᄒᆞᆫᄀᆞᆯᄀᆞ티:한결같이. ‘ᄒᆞᆫᄀᆞᆯᄋᆞ티’로 적히기도 하였다. 17세기에는 ‘티’로 적힌 예가 나타난다. ‘ᄀᆞᆯ’은 [支]를 뜻한다. 15세기 문헌 중에서는 『능엄경언해』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데, 그 책에서는 ‘ᄒᆞᆫᄀᆞᆯᄋᆞ티’로 표기되어 있다. ‘ㄹ’ 뒤의 ‘ㄱ’ 약화 현상이다. ¶欲魔ㅣ 心腑에 드러 티 向야 欲 닐어 菩提道ㅣ라 야 〈능엄경언해 9:82ㄱ〉.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는 ‘ᄒᆞᆫ갓, 덛덛(常), 一定히, ᄒᆞᆫ 야ᇰ으로, ᄒᆞᆫ가지로, 一向(의), 一直’ 등이 있었다. ‘一向(의)’는 20세기 초까지 편지글의 안부를 묻는 말에서 널리 쓰였다. ¶기체후(氣體候) 일향(一向) 만강(萬康)하옵시고. ‘一定히’는 대개 ‘확정, 결정’의 뜻으로 쓰이는데, ‘한결같이, 반드시, 마치’의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책(4:2ㄴ)의 ‘일뎌ᇰ히’는 ‘안정되게’를 뜻하고 있다. ‘가지로’는 ‘같이. 함께’를 뜻하기도 하고 ‘한결같이’를 뜻하기도 한다. ‘네 ᄒᆞᆫᄀᆞᆯᄀᆞ티 ᄒᆞ라’가 『소학언해』(2:46ㄱ)에서는 ‘네 곧 덛덛홈을 두라’로 바뀌었다. ‘덛덛홈’은 ‘덛덛ᄒᆞ다’의 명사형이다. ‘덛덛’은 ‘常’ 즉 ‘불변(不變)’을 뜻한다. ‘덛덛ᄒᆞ다’의 형태적 계승형인 현대 국어 ‘떳떳하다’에서는 의미가 크게 변하였다.
주020)
호리ᅌᅵ다:하리이다. 하겠습니다. ᄒᆞ-[爲]+오(화자 초점 표지)+리+ᅌᅵ+다. ‘-오-’는 화자가 주어이기 때문에 쓰인 것이다. 『소학언해』(2:46ㄱ-ㄴ)에서는 ‘호리ᇰ이다’로 바뀌었다.
주021)
이를:이것을. 이 일을. 이[此]+를.
주022)
이긔디:감당하지. 이긔-[堪]+디. 『소학언해』(2:46ㄴ)에서는 ‘감다ᇰ티’로 바뀌었다.
주023)
몯ᄒᆞᆯ가:못할까. 몯〉못.
주024)
젓솝거니와:두려워하옵거니와. 두려워하옵지만. 젛-[恐](동사 어간)+솝(겸양 선어말 어미)+거니와(연결 어미). ‘-거니와’의 기원적 구조는 ‘거(확정법 선어말 어미)+니와(연결 어미)’이다. ‘-니’와 ‘와’가 결합한 것이 구조적으로 특이한데, 연결 어미 뒤에 조사가 결합한 것은 ‘이실ᄉᆡ니’에서도 보인다. 『소학언해』(2:46ㄴ)에도 같이 적혀 있다. ‘-ᄉᆞᆸ-’이 ‘-솝-’으로 적힌 것은 ‘ㆍ’와 ‘ㅗ’의 음운적 친근성 때문으로 보인다. ¶아로미 先後ㅣ 업건마 法化 돕소와 펴믈 爲〈법화경언해 2:175ㄱ〉.
주025)
잠ᄭᅡᆫ도:감히. 절대로. 원문의 ‘敢’을 번역한 것이다. 『소학언해』(2:46ㄴ)에서는 ‘敢히’로 바뀌었다. 이 책에서는 ‘자ᇝ간’(3:5ㄴ, 17ㄴ, 20ㄴ, 45ㄱ)과 ‘잠ᄭᅡᆫ’(3:12ㄴ, 30ㄴ, 31ㄱ, 31ㄴ, 4:1ㄴ)이 비슷한 빈도로 나타난다. ‘잠ᄭᅡᆫ’은 한자어(暫間)인데, 대개 훈민정음 표기 ‘간’으로 나타난다. 본래는 시간적 의미를 지닌 낱말이지만, ‘조금, 절대로, 감히’ 등을 뜻하기도 한다. ¶이 명죵 사름미 잠간도 힘을 득디 몯리라〈지장경언해 중 19ㄱ〉. 이 예문의 원문은 ‘是命終人 了不得力’이다(지장경 벽송암판 중15ㄴ). 원문의 ‘了’는 ‘전혀, 절대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 두 예문의 ‘잠ᄭᅡᆫ’도 ‘조금’을 뜻한다. ¶①人間애 이셔 藥師瑠璃光如來ㅅ 일후믈 잠 듣 젼로〈월인석보 9:29ㄴ〉 ②잠 경셔와 긔 셥녑고 효이 읻더니 나히 열아홉의 지아비 일코〈동국신속삼강행실도 열녀 4:77ㄴ〉. 한편 ‘잠ᄭᅡᆫ’이 원문 ‘曾’의 번역어로 쓰인 예도 있다. ¶히 아  잠도 그츤  업스니 이 이 變易디 아니 디라(能知之心은 不曾間斷니 此是不變易義也ㅣ니라)〈법집별행록 36ㄴ-37ㄱ〉. 이 책(3:17ㄴ)의 ‘간도 셔 沐목浴욕디 아니며’에서도 ‘자ᇝ간’이 ‘잠깐’을 뜻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주026)
닛디:잊지. 닞-[忘]+디(보조적 연결 어미). ‘닞→닛’은 8종성 표기 규칙에 따른 것이다.
주027)
아니호리ᅌᅵ다:아니하겠습니다. 아니(부사)+ᄒᆞ-[爲]+오(화자 초점 표지)+리+ᅌᅵ+다. ‘-오-’는 화자가 주어이거나 서술어일 때에 쓰이는 선어말 어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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