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번역소학

  • 역주 번역소학 권3
  • 번역소학 제3권
  • 내편(內篇)○제2편 명륜(明倫)○명군신지의(明君臣之義)
  • 명군신지의 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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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군신지의 006


번역소학 권3:6ㄱ

○曲곡禮례예 曰왈 賜果과於어君군前젼이어시든 其기有유核者쟈란 懷회其기核이니라
Ⓒ 구결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曲곡禮례예 주001)
곡례예:
곡례(曲禮)에. 부사격 조사 ‘에’가 ‘예’로 교체된 것은 모음 충돌 회피가 아니라 순행 동화 현상이다. 이것을 모음 충돌 회피로 보면 ‘론어에(=論語에)’(3:6ㄴ)를 설명할 수 없다.
로 님 주002)
님:
임금의. 님금+ㅅ(관형격 조사). 중세 국어에서는 관형격 조사 ‘ㅅ’과 ‘ᄋᆡ/의’가 구별되어 쓰였다. ‘ㅅ’은 무정 명사나 높임 명사 뒤에 쓰이고, ‘/의’는 높임의 대상이 아닌 유정 명사 뒤에 쓰였다. 이 대목은 원문과 언해문 모두 이해하기 어려운 면을 보여 주고 있다. ‘님그ᇝ 앏ᄑᆡ셔’의 피수식어가 없고, ‘주어시든’의 주어가 없기 때문이다. 『소학언해』도 마찬가지이다. ¶曲禮예 오 님금 앏셔 실과 주어시든 그  인 이란 그  품을 디니라(曲禮예 曰 賜果於君前이어시든 其有核者란 懷其核이니라)〈소학언해 2:40ㄴ〉. 문제의 근원은 한문 원문에 있는 듯하다. 이 대목의 원문을 성백효(1993:120)에서는 “「곡례」에 말하였다. 임금의 앞에서 과일을 하사하시거든 씨가 있는 것은 그 씨를 품에 간직한다.”라고 번역하였다. 이 번역문에도 ‘하사하시거든’의 주어가 없다. 그렇다면 원문의 구두(句讀)에 잘못이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구두를 달리하여, “曲禮예 曰 賜果ᄒᆞ야시ᄃᆞᆫ 於君前에셔 其有核者란 懷其核이니라”로 고쳐 보면, “「곡례」에서 이르기를, (임금이) 과일을 하사하시면 (먹은 다음) 임금의 앞에서 씨 있는 것은 그 씨를 품을지니라.”란 뜻이 되어 훨씬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경우의 원문도 의심스럽다. “君賜果 其有核者 於君前 懷其核”이 상식에 부합하는 문장일 것이다. 이충구 외(2019a:149)에서는 ‘賜’를 ‘하사받다’로 번역하였는데, “임금의 앞에서 과일을 하사받다(賜果於君前)”가 적절한 표현인지 음미해 볼 문제이다. 어떻든 『번역소학』과 『소학언해』에서는 ‘賜’의 의미를 그렇게 보지는 않았다. 그것이 가능한 번역인지는 필자로서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번역소학』과 『소학언해』 모두 그러한 관점을 취하지 않았다.
앏셔 주003)
앏셔:
앞에서. 앒[前]+ᄋᆡ셔(부사격 조사). ‘알ᄑᆡ셔’의 중철(重綴)이다. ‘ᄋᆡ셔’는 ‘ᄋᆡ(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시-[在](동사 어간)+어(연결 어미)’가 조사로 굳어진 것이다.
실과 주004)
실과:
실과(實果). 과일. 한자어인데 훈민정음으로만 적혔다. 『소학언해』(2:40ㄴ)에도 한자 없이 훈민정음 ‘실과’로만 적혀 있다.
주어시든 주005)
주어시든:
주시거든. 주-[賜]+어(확정법 선어말 어미)+시(주체 높임 선어말 어미)+든(연결 어미). ‘-어-’는 확정법 선어말 어미 ‘-거-’의 이형태이다. 일반적으로 타동사에서는 ‘-어/아-’가 쓰이고 그 밖의 용언에서는 ‘-거-’가 쓰였다. ‘-든’은 ‘조건’을 나타낸다. 중세 국어의 ‘-든’은 대개 ‘-거-’와 결합한 ‘-거든’으로 나타나므로 공시적으로 보면 한 형태소처럼 보인다. 동사 어간 ‘오-’ 뒤에서는 ‘-나ᄃᆞᆫ’으로 나타난다. 중세 국어에서는 현대 국어와 달리 ‘-거-’가 ‘-시-’의 앞에 놓인다. 한편 ‘-거시든(어시든)’은 형태 구조 면에서는 현대 국어의 ‘-시거든’에 해당하지만 의미 면에서는 ‘-시면’에 해당한다. 현대 국어의 ‘-거든’은 ‘어떤 일이 사실이면’ 또는 ‘어떤 일이 사실로 실현되면’의 뜻을 나타낼 때에 대개 명령문과 연결되는데, 여기의 ‘-거시든’은 그러한 ‘-거든’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006)
:
씨(核). 어두자음군의 예이다. 현대 국어 ‘볍씨’는 ‘벼+ᄡᅵ’로 구성된 합성 명사이다.
잇 주007)
잇:
있는. ‘잇-’과 ‘이시-’는 음운론적 이형태였다. 자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는 ‘잇-’이 쓰이고,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는 ‘이시-’가 쓰였다.
거스란 주008)
거스란:
것은. 것일랑은. 것+으란(보조사). ‘으란’은 [차이]나 [대조]를 나타내는 보조사이다. ‘ㄹ’로 끝나는 명사나 모음으로 끝나는 명사 뒤에서는 ‘란’으로 나타난다(예: 일란, 고기란).
 푸물 디니라 주009)
푸물 디니라:
품을지니라. 품-[懷]+오/우(선어말 어미)+ㄹ(관형사형 어미)+ᄃᆞ(의존 명사)+이-(서술격 조사 어간)+니+라(종결 어미). ‘-니-’는 사태에 대한 인지(認知)를 요구하는 선어말 어미이다. 『소학언해』(2:40ㄴ)에는 ‘품을지니라’로 적혀 있다.
Ⓒ 언해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곡례」에서 이르기를, 임금의 앞에서 과일을 하사하면 그 씨 있는 것은 그 씨를 품을지니라.
〈해설〉 출전 : 예기 곡례(曲禮). 주석(소학집설) : 진씨(陳氏)가 말하였다. “임금이 하사한 것을 공경하기 때문에 감히 그 씨를 버리지 않는 것이다.”(陳氏曰 敬君賜 故不敢棄核). 「곡례」는 『예기』 제 1편의 편명(篇名)이다. ‘곡(曲)’은 ‘자세하다’는 뜻이다. 「곡례」에는 혼례 규범, 군대 규범, 자녀 교육의 규범, 제례의 규범 등 다양한 예법이 기록되어 있다. 「곡례」는 우리나라 교육에서도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신라에서는 788년(신라 원성왕 4)에 독서삼품과(讀書三品科)를 신설하여 그 성적으로 인재를 등용했는데, 하품(下品)은 『예기』의 「곡례」와 『효경』을 읽은 자, 중품(中品)은 『예기』의 「곡례」와 『효경』 및 『논어』를 읽은 자, 상품(上品)은 『춘추좌씨전』·『예기』·『문선』을 읽어 그 뜻을 잘 통하고 아울러 『논어』·『효경』에도 밝은 자, 특품(特品)은 오경(五經: 주역·시경·서경·예기·춘추)과 삼사(三史: 사기·한서·후한서)와 제자백가의 서(書)를 능히 통달한 자를 요건으로 삼았다. 진씨(陳氏)는 송말 원초(宋末元初)의 진호(陳澔: 1260~1341)이다. 송(宋)나라가 망한 뒤 은거하여 고향에서 유생들을 가르쳤으며 『예기집설』을 저술하였다.
Ⓒ 역자 | 이유기 / 2020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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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곡례예:곡례(曲禮)에. 부사격 조사 ‘에’가 ‘예’로 교체된 것은 모음 충돌 회피가 아니라 순행 동화 현상이다. 이것을 모음 충돌 회피로 보면 ‘론어에(=論語에)’(3:6ㄴ)를 설명할 수 없다.
주002)
님:임금의. 님금+ㅅ(관형격 조사). 중세 국어에서는 관형격 조사 ‘ㅅ’과 ‘ᄋᆡ/의’가 구별되어 쓰였다. ‘ㅅ’은 무정 명사나 높임 명사 뒤에 쓰이고, ‘/의’는 높임의 대상이 아닌 유정 명사 뒤에 쓰였다. 이 대목은 원문과 언해문 모두 이해하기 어려운 면을 보여 주고 있다. ‘님그ᇝ 앏ᄑᆡ셔’의 피수식어가 없고, ‘주어시든’의 주어가 없기 때문이다. 『소학언해』도 마찬가지이다. ¶曲禮예 오 님금 앏셔 실과 주어시든 그  인 이란 그  품을 디니라(曲禮예 曰 賜果於君前이어시든 其有核者란 懷其核이니라)〈소학언해 2:40ㄴ〉. 문제의 근원은 한문 원문에 있는 듯하다. 이 대목의 원문을 성백효(1993:120)에서는 “「곡례」에 말하였다. 임금의 앞에서 과일을 하사하시거든 씨가 있는 것은 그 씨를 품에 간직한다.”라고 번역하였다. 이 번역문에도 ‘하사하시거든’의 주어가 없다. 그렇다면 원문의 구두(句讀)에 잘못이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구두를 달리하여, “曲禮예 曰 賜果ᄒᆞ야시ᄃᆞᆫ 於君前에셔 其有核者란 懷其核이니라”로 고쳐 보면, “「곡례」에서 이르기를, (임금이) 과일을 하사하시면 (먹은 다음) 임금의 앞에서 씨 있는 것은 그 씨를 품을지니라.”란 뜻이 되어 훨씬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경우의 원문도 의심스럽다. “君賜果 其有核者 於君前 懷其核”이 상식에 부합하는 문장일 것이다. 이충구 외(2019a:149)에서는 ‘賜’를 ‘하사받다’로 번역하였는데, “임금의 앞에서 과일을 하사받다(賜果於君前)”가 적절한 표현인지 음미해 볼 문제이다. 어떻든 『번역소학』과 『소학언해』에서는 ‘賜’의 의미를 그렇게 보지는 않았다. 그것이 가능한 번역인지는 필자로서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번역소학』과 『소학언해』 모두 그러한 관점을 취하지 않았다.
주003)
앏셔:앞에서. 앒[前]+ᄋᆡ셔(부사격 조사). ‘알ᄑᆡ셔’의 중철(重綴)이다. ‘ᄋᆡ셔’는 ‘ᄋᆡ(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시-[在](동사 어간)+어(연결 어미)’가 조사로 굳어진 것이다.
주004)
실과:실과(實果). 과일. 한자어인데 훈민정음으로만 적혔다. 『소학언해』(2:40ㄴ)에도 한자 없이 훈민정음 ‘실과’로만 적혀 있다.
주005)
주어시든:주시거든. 주-[賜]+어(확정법 선어말 어미)+시(주체 높임 선어말 어미)+든(연결 어미). ‘-어-’는 확정법 선어말 어미 ‘-거-’의 이형태이다. 일반적으로 타동사에서는 ‘-어/아-’가 쓰이고 그 밖의 용언에서는 ‘-거-’가 쓰였다. ‘-든’은 ‘조건’을 나타낸다. 중세 국어의 ‘-든’은 대개 ‘-거-’와 결합한 ‘-거든’으로 나타나므로 공시적으로 보면 한 형태소처럼 보인다. 동사 어간 ‘오-’ 뒤에서는 ‘-나ᄃᆞᆫ’으로 나타난다. 중세 국어에서는 현대 국어와 달리 ‘-거-’가 ‘-시-’의 앞에 놓인다. 한편 ‘-거시든(어시든)’은 형태 구조 면에서는 현대 국어의 ‘-시거든’에 해당하지만 의미 면에서는 ‘-시면’에 해당한다. 현대 국어의 ‘-거든’은 ‘어떤 일이 사실이면’ 또는 ‘어떤 일이 사실로 실현되면’의 뜻을 나타낼 때에 대개 명령문과 연결되는데, 여기의 ‘-거시든’은 그러한 ‘-거든’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006)
:씨(核). 어두자음군의 예이다. 현대 국어 ‘볍씨’는 ‘벼+ᄡᅵ’로 구성된 합성 명사이다.
주007)
잇:있는. ‘잇-’과 ‘이시-’는 음운론적 이형태였다. 자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는 ‘잇-’이 쓰이고,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는 ‘이시-’가 쓰였다.
주008)
거스란:것은. 것일랑은. 것+으란(보조사). ‘으란’은 [차이]나 [대조]를 나타내는 보조사이다. ‘ㄹ’로 끝나는 명사나 모음으로 끝나는 명사 뒤에서는 ‘란’으로 나타난다(예: 일란, 고기란).
주009)
푸물 디니라:품을지니라. 품-[懷]+오/우(선어말 어미)+ㄹ(관형사형 어미)+ᄃᆞ(의존 명사)+이-(서술격 조사 어간)+니+라(종결 어미). ‘-니-’는 사태에 대한 인지(認知)를 요구하는 선어말 어미이다. 『소학언해』(2:40ㄴ)에는 ‘품을지니라’로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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