曲곡禮례예 曰왈 男남女녀ㅣ 非비有유行媒어든 不블相知디名며 非비受슈幣폐어든 不블交교不블親친이니라
Ⓒ 구결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曲곡禮례예 주001) 곡례예: 곡례(曲禮)에. ‘에→예’는 모음충돌을 막기 위해 반자음 [j]를 개입시킨 결과이다. 「곡례」는 『예기』의 첫 번째 편(篇)이다.
로 주002) ᄀᆞ로ᄃᆡ: 말하되. 가로대. ᄀᆞᆮ-[曰]+오ᄃᆡ(연결 어미). 어간 ‘ᄀᆞᆮ-’의 존재는 ‘일ᄏᆞᆮ다(=가리켜 말하다. 칭송하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ᄏᆞᆮ다’는 ‘일훔[名]’을 통해 알 수 있는 재구형 ‘잃-[稱]’에 ‘-[曰]’이 결합한 것이다. 『소학언해』(2:45ㄱ)에서는 ‘ᄀᆞᆯ오ᄃᆡ’로 바뀌었다.
남진 주003) 남진: 남자. ‘남ᅀᅵᆫ(男人)’의 ‘ㅿ’이 ‘ㅈ’으로 강화된 것이다. ‘남자’를 뜻하기도 하고 ‘남편’을 뜻하기도 한다. ‘남진’이 『소학언해』(2:45ㄱ)에서는 ‘ᄉᆞ나ᄒᆡ와’로 바뀌었다. 옛 문헌에서 ‘남진 겨집’이 연어(連語)를 이루는 예가 아주 많으나, 그에 비하면 ‘ᄉᆞ나ᄒᆡ 겨집’이 연어를 이루는 예는 아주 적다. 먼저 ‘남진 겨집’의 예를 제시한다. ¶①拘尸城엣 남진 겨지비 阿難이 려 法을 무러늘〈석보상절 23:22ㄴ〉 ②남진 겨집 요 일워 夫婦의 義 셰요미라〈내훈 1:68ㄱ〉 ③이 시져레 學問을 講論 아니 남진 겨지비 아 브터 곧 교만며 게을어〈번역소학 6:3ㄱ〉. 다음은 ‘ᄉᆞ나ᄒᆡ 겨집’의 예인데, 15세기 문헌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①男子ㅣ 친히 마자 나 겨집의게 몬져 홈〈소학언해 2:48ㄴ〉 ②암수 두 그르시 몬져 도야 나 겨집 얼골이 이니〈태산집요언해 8ㄱ〉 ③常言에 닐오 나희 겨집이 업스면 물이 님재 업고〈박통사언해 중 17ㄴ〉.
겨지비 주004) 겨지비: 계집이. 여인이. 겨집+이. 중세 국어의 ‘겨집’은 ‘여자’를 뜻하기도 하고, ‘아내’를 뜻하기도 한다. 현대 국어의 ‘계집’과 같은 비하(卑下)의 의미는 없었다. 다음 예문의 ‘겨집 부톄’에서는 ‘부텨’를 수식하는 낱말로 쓰였다. ¶쇼 부텨 부텨 남진 부텨 겨집 부톄 서르 빌며 비디 아니야 各各 法樂 受니라(牛佛馬佛男佛女佛이 不相借借야 各受法樂이니라)〈금강경삼가해 4:10ㄱ〉. 한편 ‘여자’를 뜻하는 ‘겨집’과 ‘아내’를 뜻하는 ‘갓’이 서로 구별되어 쓰인 예도 있다. ¶ 겨지비 갓 외아지라 커늘〈삼강행실도언해 런던 효자 11〉. 『번역소학』의 다른 곳에서는 ‘계지븨’(3:47ㄴ). ‘계집’(3:12ㄱ)이 나타난다. 즉 ‘겨집’과 ‘계집’이 혼용된 것이다.
디 주005) 듀ᇰᄆᆡᄒᆞ디: 중매(中媒)를 통하지. ‘디 아니야셔’이 『소학언해』(2:45ㄱ)에서는 ‘듀ᇰ인 ᄃᆞᆫ니미 잇디 아니ᄒᆞ얏거든’으로 바뀌었다. 두 언해문의 문법적 구조가 다르다. 『번역소학』과 달리 『소학언해』에서는 ‘듀ᇰ인 ᄃᆞᆫ니미’라는 새로운 주어를 쓴 것이다.
아니야셔 주006) 아니ᄒᆞ야셔ᄂᆞᆫ: 아니하고서는. 아니(부사)+ᄒᆞ-[爲]+야셔(연결 어미 구조체)+ᄂᆞᆫ(보조사). ‘-야셔’의 기원적 구조는 ‘야(연결 어미)+시-[在](동사 어간)+어(연결 어미)’이다. ‘시-’는 ‘잇-, 이시-’의 이형태이다. 원문의 구결은 ‘ㅣ어든’인데 언해문은 그에 따르지 않고 ‘-야셔ᄂᆞᆫ’의 구조를 선택하였다. ‘非有行媒어든’에 붙은 구결은 ‘ㅣ어든’인데, 마지막 한자 ‘媒(ᄆᆡ)’의 모음 ‘ㆎ’가 [j]계 하향 이중 모음이기 때문에 ‘ㅣ’가 외현되지 않았다.
서르 주007) 서르: 서로. 15세기에는 ‘서르’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였는데, 아주 드물게 ‘서로’도 쓰였다. ¶닙니피 서로 次第로 나고〈월인석보 8:12ㄱ〉. ‘서르’가 ‘서로’로 변한 것은 부사격 조사 ‘-로’로 인해 ‘-로’로 끝나는 부사어가 많아짐에 따른 유추 현상으로 보인다. ‘서ᄅᆞ’는 15세기 문헌 중에서는 『두시언해』(초간본)에 한 예가 보이고, 16세기 이후에는 매우 많이 나타난다. ¶①남지 받 갈며 겨지븐 누에 츄믈 서 失業디 아니터니라〈두시언해 초간본 3:62ㄱ〉 ②아려나 하히 우리 서 마조 보게 삼길가 라노라〈순천김씨언간 13:7〉 ③즉시 모 신하 블러 두고 서 의론시더니〈장수경언해 39ㄱ〉 ④그러호로 은혜 내 몯니 서 토려 말오 됴 이 내 베플 미니라〈번역소학 7:44ㄴ〉 ⑤모 며리 서 親며 랑야〈소학언해 6:86ㄴ〉. ‘서ᄅᆞ’가 쓰이게 된 것은 ‘서르〉서로’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즉 ‘서르’가 ‘서로’로 변화한 뒤에, ‘서로’에 대한 과잉교정에 의해 ‘서ᄅᆞ’가 쓰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근대 국어 문헌에서는 ‘서르, 서로, 서ᄅᆞ’ 모두 많이 쓰였다.
일후믈 주008) 일후믈: 이름을. 일훔〉일홈(일흠). ‘일후믈’이 『소학언해』(2:45ㄱ)에서는 ‘일흠을’로 바뀌었다.
아디 주009) 아디: 알지. 알-[知]+디(보조적 연결 어미). ‘ㄷ’ 앞에서 ‘ㄹ’이 탈락한 것이다. 글자가 지워져서 ‘디’의 ‘ㄷ’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니며 禮례物믈을 받디
아니야든 주010) 아니ᄒᆞ야든: 아니하였으면. 아니(부사)+ᄒᆞ-[爲]+야(확정법 선어말 어미)+든(조건 표시 연결 어미). ‘-야-’는 ‘-거-’의 형태론적 이형태이다. 『소학언해』(2:45ㄱ)에서는 ‘아니ᄒᆞ얏거든’으로 바뀌었다. ‘아니ᄒᆞ얏거든’의 구조는 ‘아니+ᄒᆞ-[爲]+얏(완료 지속상 표지)+거(확정법 선어말 어미)+든(연결 어미)’인데, ‘-얏-’은 ‘야(연결 어미)+잇-(동사 어간)’이 재구조화한 것이다.
사괴디 주011) 아니며 친히 아니홀 디니라
Ⓒ 언해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곡례」에서 이르되, 남자와 여자는 중매를 통하지 않고서는 서로 이름을 알지 않으며, 예물을 받지 않고서는 사귀지 아니하며 가까이하지 말지니라.
〈해설〉 출전 : 예기 곡례(曲禮). 주석(소학집설) : 진씨(陳氏)가 말하였다. “행매(行媒)란 중매장이가 오고가는 것을 말하고, 이름이란 남자와 여자의 이름을 말한다. 폐백을 받은 뒤에야 친교(親交)의 예(禮)의 법도가 정해진다.”(陳氏曰 行媒 謂妹氏之往來也 名謂男女之名也 受幣然後 親交之禮分定). 여기서부터 3:23ㄴ까지는 제 2편 「명륜(明倫)」 중 ‘부부지별 편(夫婦之別篇)’이다. 『소학』은 인용문의 출처에 따라 장(章)이 바뀌는데, 새로운 장이 시작될 때의 표시 방법 면에서 이 책은 『소학집설(小學集說)』과 같다. 즉 새로운 장(章)이 시작될 때 『소학집성(小學集成)』에서는 ‘一, 二, 三 …’과 같은 일련 번호를 붙였고, 『소학집설(小學集說)』에서는 ○으로 표시하였는데, 이 책에서는 『소학집설』과 같이 ○으로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단, 새로운 편(篇)이 시작되는 위치에서는 ○ 표시가 없다. 굳이 표시하지 않아도 첫 장(章)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이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소학언해』도 이 책과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진씨(陳氏)는 송말 원초(宋末 元初)의 진호(陳澔: 1260~1341)이다. 송(宋)나라가 망한 뒤 은거하여 고향에서 유생들을 가르쳤으며 『예기집설』을 저술하였다.
Ⓒ 역자 | 이유기 / 2020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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