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번역소학

  • 역주 번역소학 권3
  • 번역소학 제3권
  • 내편(內篇)○제2편 명륜(明倫)○명장유지서(明長幼之序)
  • 명장유지서 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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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유지서 010


先션生書셔策琴금瑟슬이 在이前젼이어든 坐좌而遷쳔之지고 戒계勿믈越월이니라
Ⓒ 구결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先션生ㅅ 주001)
션ᄉᆡᇰㅅ:
선생(先生)의. 중세 국어의 관형격 조사에는 ‘ㅅ’과 ‘ᄋᆡ, 의’가 있었는데, ‘ㅅ’은 무정 명사나 존대의 대상인 유정 명사 뒤에 쓰이고, ‘ᄋᆡ, 의’는 존대의 대상이 아닌 유정 명사 뒤에 쓰였다. 15세기 불경언해류에서는 ‘先生’과 ‘션ᄉᆡᇰ’ 모두 쓰이지 않았다. 한글로 표기된 ‘션ᄉᆡᇰ’은 『번역소학』과 비슷한 시기의 문헌인 『번역노걸대』(1517)에서 처음 나타난다. ¶①濂溪 周先生이 니샤〈내훈 1:19ㄴ〉 ②션려 무로되〈번역노걸대 하 70ㄴ-71ㄱ〉.
書셔冊과 므렛 주002)
푸ᇰ므렛:
풍물(風物)의. 푸ᇰ믈(風物)+엣(관형격 조사). ‘엣’은 ‘에(부사격 조사)+ㅅ(관형격 조사)’으로 구성된 복합 조사이다.
거시 주003)
거시:
것이. ‘푸ᇰ므렛 것’은 악기를 뜻한다.
알 주004)
알ᄑᆡ:
앞에. 앒[前]+ᄋᆡ. ‘ᄋᆡ’는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이다. 대개 신체 지칭어, 방위 지칭어, 시간 지칭어 등 특수 어휘가 ‘애, 에, 예’ 대신 이러한 부사격 조사를 취한다.
잇거든 안자 주005)
안자:
앉아서. 앉-[坐]+아.
자바 옴기고 주006)
옴기고:
옮기고. 옮-[移]+기(사동 접미사)+고. 자음 앞에서 ‘옮-’의 ‘ㄹ’이 외현되지 않는 현상은 15세기 문헌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16세기 문헌에서부터 많이 나타난다. ¶이 사히 듣고 隨喜야  옮겨 쳐든 녀나 사미 듣고  隨喜야〈석보상절 19:2ㄱ〉.
조심야 주007)
조심ᄒᆞ야:
조심하여. 훈민정음 창제 초기 한글 문헌에서 한자어 ‘操心’이 한자 표기 없이 훈민정음으로 표기되었는데, 그것은 국어화의 정도가 컸기 때문이다. 중세 국어에서는 훈민정음 ‘조심’으로 표기되다가, 오히려 근대 국어 문헌에서 한자 ‘操心’으로 표기되는 예가 나타난다. 먼저 중세 국어의 예를 보자. ¶① 조심 아니샤 브를 긔 야시〈석보상절 11:26ㄱ〉 ②이런 寶珠를 어드란 이런 險 길헤 조심야 딕야 리로소다〈월인석보 22:48ㄴ〉. 다음 예들은 한자로 표기된 근대 국어 자료이다. ¶①기리라 娘子ㅣ아 네 너무 操心다〈오륜전비언해 4:3ㄴ〉 ②이리 닐으지 말라 操心미 됴흐니라〈몽어노걸대 2:20ㄴ〉. ③부 操心여 몸가지기 잘소〈인어대방 5:9ㄴ〉. 한편 근대 국어 말기 문헌에서는 ‘됴심’으로 표기된 예가 보인다. 중세 국어 시기 ‘操’의 독음이 ‘조’였으므로 ‘됴’는 과잉교정이다. ¶모로미 삼가고 됴심여〈태상감응편 4:22ㄴ〉.
넘디 주008)
넘디:
넘지. 넘-[越]+디(보조적 연결 어미). 현대 국어 보조적 연결 어미 ‘-지’는 ‘-디’가 구개음화한 것이다. 그러나 종결 어미 ‘-지’는 선행 종속절을 강하게 긍정하고, 후행절을 부정하는 의미를 지닌 중세 국어 연결 어미 ‘-디’의 발달형이다.
마롤 디니라
Ⓒ 언해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선생의 서책과 악기가 앞에 있으면 앉아서 잡아서 옮기고, 조심하여 넘어가지 말지니라.
〈해설〉 출전 : 예기 곡례(曲禮). 주석(소학집설) : 공씨(孔氏)가 말하였다. “좌(坐)도 꿇어앉는 것이다. 제자가 장차 가려고 할 때에 만약 스승의 여러 물건이 자기 앞에 놓여 있으면, 꿇어앉아서 그것을 옮겨 놓아서, 삼가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孔氏曰 坐亦跪也 弟子將行 若遇師諸物 或當己前 則跪而遷移之 戒愼不得踰越). 공씨(孔氏)는 당(唐)나라 태종 때의 문신이자 학자인 공영달(孔穎達: 574~648)이다. 천문과 수학에 능통하였으며 『수서(隋書)』와 『오경정의(五經正義)』 등을 편찬하였다.
Ⓒ 역자 | 이유기 / 2020년 12월 30일

번역소학 권3:28ㄱ

坐좌必필安안며 執집爾顔안야 長者쟈ㅣ 不블及급이어든 毋모儳참言언이니라
Ⓒ 구결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안조 주009)
안조ᄆᆞᆯ:
앉음을. 앉-[坐]+옴(명사형 어미)+ᄋᆞᆯ.
모로매 편안히 주010)
편안히:
편안하게. 요동(搖動)하지 않음을 뜻한다.
며 주011)
네:
너의. 인칭대명사의 주격 형태와 관형격 형태는 다음과 같이 성조에 의해 구별된다. ①‧내(주격), 내(관형격) ②:네(주격), 네(관형격) ③‧뉘(주격), :뉘(관형격) ④:제(주격), 제(관형격).
비 주012)
ᄂᆞᆺ비ᄎᆞᆯ:
낯빛을. ᄂᆞᆾ[顔]+빛[色]+ᄋᆞᆯ. ᄂᆞᆾ→ᄂᆞᆺ. 8종성 표기 규칙에 따라 ‘ㅊ’을 ‘ㅅ’으로 표기한 것이다. ‘얼골, 얼굴’은 [身, 體]를 뜻한다. 그리고 ‘낯’은 [箇]를 뜻한다.
조심며 주013)
조심ᄒᆞ며:
조심(操心)하며. 공손히 하며. 원문의 ‘집안(執顔)’은 ‘안색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조심ᄒᆞ며’가 『소학언해』(2:60ㄱ)에서는 축자역인 ‘잡으며’로 바뀌었다.
얼우니 니시 말 주014)
몯:
못. ‘몯’이 근대 국어 시기에 ‘못’으로 변하는 것은 7종성 표기법에 따른 결과이다.
차 주015)
ᄆᆞ차:
마쳐. ᄆᆞᆾ-[終]+아(연결 어미). ‘ᄆᆞᆾ-’은 타동사로도 쓰이고 자동사로도 쓰였다. ‘몯 미처 ᄒᆞ야’는 짧은 부정이다.
다 마 몯 미처야 주016)
미처ᄒᆞ야:
미처 다하여. 및-[及, 到]+어(연결 어미)+ᄒᆞ-(동사 어간)+야(연결 어미). ‘미처ᄒᆞ다’는 동사의 연결형에서 영파생된 부사 ‘미처’와 ‘ᄒᆞ다’가 결합한 합성어로 보인다. 그러면 ‘몯 미처ᄒᆞ다’는 짧은 부정의 일반적인 형식이 된다. 만약 ‘미처ᄒᆞ다’가 ‘미처 ᄒᆞ다’ 즉 구(句)라면, ‘몯 미처 ᄒᆞ다’는 ‘부정 부사+부사+ᄒᆞ다’ 구조가 되는데, 이런 구조는 일반적이지 않다. ‘얼우니 니시 말 몯 차 다 마 몯 미처 야 계시거든’의 원문은 ‘長者ㅣ 不及이어든’이다. 원문에 없는 말이 많이 보충된 번역임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이 『소학언해』(2:60ㄱ)에서는 ‘얼운이 미처 몯ᄒᆞ여 겨시거든’으로 바뀌었다. 이 책의 번역에서는 ‘몯 ᄆᆞ차’와 ‘몯 미처ᄒᆞ야’가 중복적인데, 두 가지 번역 구상이 실수로 뒤섞인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얼우니 니시 말 몯 차 계시거든’이나 ‘얼우니 니시 마 몯 미처야 계시거든’ 둘 중 하나로 번역하려다가 교정이 누락되어 두 가지 번역이 다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계시거든 주017)
계시거든:
계시면. 여기서는 ‘ᄒᆞ야’의 보조 동사로 쓰였다. 현대 국어 ‘하였다’는 중세 국어 ‘ᄒᆞ야 잇다’가 발달한 것이다. 즉 ‘-어/아/야+잇-’이 ‘-엣/앳/얫-’과 ‘-엇/앗/얏-’을 거쳐 ‘-었/았/였-’으로 발달한 것이다. 그런데 주체가 높임의 대상이면 ‘잇-’ 대신 높임말인 ‘겨시/계시-’가 쓰인다. 그러므로 여기의 ‘ᄒᆞ야 계시거든’은 ‘하셨으면’을 뜻한다. ‘-거든’은 ‘-거든, -면, -으니, -으므로, -은데, -건만, -어도’ 등 다양한 의미를 나타낸다. 이 책에서는 ‘겨시거든(3:32ㄱ), 겨신(4:17ㄴ)’도 보인다.
잡말야 섯디 주018)
섯디:
뒤섞지. 서ᇧ-[混]+디(보조적 연결 어미).
마롤 주019)
마롤:
말. 원문에 ‘毋’의 독음이 ‘모’로 달려 있다. 『소학언해』(2:60ㄱ)에서는 ‘무’로 바뀌었는데, 이 변화에는 예외가 없다.
디니라
Ⓒ 언해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앉음을 모름지기 편안히 하며 너의 낯빛을 조심하며 어른이 이르시는 말을 못 마쳐서 다른 말을 미처 못하셨을 때에는 잡말을 하여 섞지 말지니라.
〈해설〉 출전 : 예기 곡례(曲禮). 주석(소학집설) : 진씨(陳氏)가 말하였다. “참(儳)은 어긋나서 가지런하지 않은 모양이니, 어른이 어떤 일을 말하다가 미처 끝나지 않았다면, 어린 사람이 다른 일을 들어서 말을 하여 어른의 말이 어긋나고 뒤섞이게 하여서는 안 된다.”(儳參錯不齊之貌 長者言事未竟 少者不可擧他事爲言 錯雜長者之說). 진씨(陳氏)는 송말 원초(宋末 元初)의 진호(陳澔: 1260~1341)이다. 송(宋)나라가 망한 뒤 은거하여 고향에서 유생들을 가르쳤으며 『예기집설』을 저술하였다.
Ⓒ 역자 | 이유기 / 2020년 12월 30일

正爾容며 聽必필恭며 毋모剿쵸說셜며 毋모雷뢰同야 必필則측古고昔셕며 稱先션王이니라
Ⓒ 구결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주020)
네:
너의. 너[爾]+의/ㅣ(관형격 조사). ‘:네(상성)’는 주격 형태이고, ‘네(평성)’는 관형격 형태이다.
신용 주021)
신요ᇰ:
신용(身容). 용모. 『소학언해』(2:60ㄴ)에서는 ‘요ᇰ모’로 바뀌었다.
을 졍히 며 말 드로 모로매 온

번역소학 권3:28ㄴ

주022)
온고ᇰ히:
온공(溫恭)히. 공손히.
며  주023)
ᄂᆞᄆᆡ:
남의. ᄂᆞᆷ[他人]+ᄋᆡ(관형격 조사). ‘ᄋᆡ/의’는 평칭의 유정 명사 뒤에 쓰이는 관형격 조사이다. 무정 명사나 높임의 자질을 가진 유정 명사 뒤에서는 ‘ㅅ’이 쓰인다.
마 주024)
마ᄅᆞᆯ:
말을. 『소학언해』(2:60ㄴ)에서는 ‘말ᄉᆞᆷ을’로 바뀌었다. 중세 국어와 근대 국어의 ‘말, 말ᄊᆞᆷ(말ᄉᆞᆷ)’은 모두 [+높임]과 [-높임] 및 [+겸양]과 [-겸양]의 상황에 두루 쓰였다. 훈민정음 창제 초기에는 각자병서가 쓰인 ‘말’으로 나타난다. ¶①語는 말미라〈훈민정음언해 1ㄱ〉 ②이 말 眞實야 決定히 虛티 아니니라〈월인석보 10:122ㄴ〉 ③다시 말 펴 다시 觀體 標호〈선종영가집언해 하 31ㄱ〉 ④阿難이 비록  이 말 듣와〈능엄경언해 1:102ㄴ〉 ⑤桃源ㅅ 나그내 더브러 말 傳라〈두시언해 초간본 8:61ㄱ〉.
즈르텨 주025)
즈르텨:
다른 용례가 없는 낱말이다. 문맥으로 짐작하면 ‘미리 가로채어’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을 미리 함’을 뜻하는 동사 어간 ‘즈르-’에 동사 어간 ‘티-’가 결합한 비통사적 합성어일 가능성이 있는데, ‘티-’의 의미를 알기 어렵다. 강세 접미사일 가능성도 있다. ‘ᄂᆞᄆᆡ 마ᄅᆞᆯ 즈르텨 아 니디 말며’의 원문은 ‘毋剿說’인데, 『소학언해』(2:60ㄴ)에서는 ‘말ᄉᆞᆷ을 아ᅀᅡ ᄒᆞ디 말며’로 바뀌었다. ‘초설(剿說)’은 ‘표절(剽竊)’과 뜻이 같은 말이다. ‘즈르다’는 본래 ‘단축시키다’를 뜻하는데, 여기서 [미리]의 의미가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즈르ᇝ길[徑], 즐어들다/즐어가다(=질러가가), 즐어디다(=지레 죽다), 즈레(=지레), 즐어업다(=요절하다)’ 등에서 그런 의미가 드러난다. ‘즈름[居間]’에서는 ‘양 극단을 연결함’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다음 예문의 ‘즐어들에’는 ‘徑截’의 번역으로 쓰였는데, ‘경절문(徑截門)’이란 ‘교외선문(敎外禪門)’의 별칭으로서, 언어와 수행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부처의 경지에 올라간다는 법문(法門)이다. ¶내애 졔기 本分宗師의 즐어들게 샨 法門앳 言句 내여(末後 略引本分宗師 徑截門言句)〈법집별행록 4ㄱ-ㄴ〉.
아 주026)
아ᅀᅡ:
빼앗아. 아ᇫ-[奪]+아.
니디 주027)
니ᄅᆞ디:
이르지. 말하지. 니ᄅᆞ-[言]+디(보조적 연결 어미). 중세 국어 시기에 ‘니르다’와 ‘니ᄅᆞ다’가 공존하였다. 동음이의어로 [至]를 뜻하는 ‘니르다’가 있었다.
말며 주028)
말며:
말며. 원문에 ‘毋’의 독음이 ‘모’로 적혀 있다. 『소학언해』(2:60ㄱ)에는 ‘무’로 바뀌었는데, 이 변화에는 예외가 없다.
 마 븓조차 주029)
븓조차:
부화(附和)하여. 븥-[附]+좇-[從]+아(연결 어미). 비통사적 합성어이다.
가지로 주030)
ᄒᆞᆫ가지로:
한가지로. 같이.
마라 주031)
마라:
말아서. 말-[勿]+아(연결 어미). 이 ‘마라’는 종결형이 아니다. 『소학언해』(2:60ㄴ)에서는 ‘말오’로 바뀌었다. 즉 ‘ 마 븓조차 가지로 마라’가 『소학언해』(2:60ㄴ)에서는 ‘雷同【텬도ᇰᄒᆞ여든 온갖거시 다 ᄒᆞᆷᄭᅴ 으ᇰ홈이니 ᄂᆞᆷ의 말을 븓조차 ᄒᆞᆫ가지로 홈을 닐옴이라】 티 말오’로 바뀌었다. ‘말다’가 『소학언해』에서는 보조 동사로 쓰였으나 이 책에서는 본동사로 쓰였다.
모로매 주032)
녯:
옛. 녜[昔]+ㅅ(관형격 조사). 관형격 조사 ‘ㅅ’은 무정 명사 또는 높임의 대상인 유정 명사 뒤에 쓰였다.
마 주033)
마ᄅᆞᆯ:
말을. 말[語]+ᄋᆞᆯ(목적격 조사).
주034)
법:
본(本). ‘녯 마 법 사며’의 원문은 ‘則古昔’이다. ‘則’을 ‘법 사ᄆᆞ며’로 번역한 것이다. ‘녯 마ᄅᆞᆯ 법 사ᄆᆞ며’가 『소학언해』(2:60ㄴ)에서는 ‘녜ᄅᆞᆯ 법바다’로 바뀌었다. 이 책의 ‘녯 마ᄅᆞᆯ’은 ‘녯나ᄅᆞᆯ(=옛날을)’의 오각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則’의 독음이 ‘측’으로 나타나 있는데, 『소학언해』(2:60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며 녯 어디신 주035)
어디신:
어지신. 어딜-[賢]+시+ㄴ(관형사형 어미). ‘어딜-’에는 [良, 仁, 善, 賢, 尊貴] 등의 의미가 있었다. 여기서는 [賢]의 의미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녯 어디신 님그믈’의 원문은 ‘先王’인데, 『소학언해』(2:60ㄴ)에서는 ‘先王을’로 바뀌었다.
님그믈 일롤 디니라 주036)
일ᄏᆞ롤 디니라:
칭송할지니라. 일ᄏᆞᆮ-[稱]+오/우(선어말 어미)+ㄹ(관형사형 어미)+ᄃᆞ(의존 명사)+이/ㅣ-(서술격 조사 어간)+니+라. ‘일ᄏᆞᆮ-’은 동사 어간 ‘잃-’에 동사 어간 ‘ᄀᆞᆮ-’이 결합한 비통사적 합성어로 보인다. ‘잃-’은 ‘이름(名)’을 뜻하는 ‘일훔’에서, ‘ᄀᆞᆮ-’은 ‘ᄀᆞ로ᄃᆡ’에서 그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 언해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너의 신용(身容)을 바르게 하며, 말을 듣기를 온공(溫恭)하게 하며, 남의 말을 미리 가로채어 빼앗아 〈자기 말인 것처럼〉 말하지 말며, 남의 말에 부화(附和)하여 똑같이 말하지 말고, 모름지기 옛 말을(옛날을) 본받으며, 옛 어지신 임금을 칭송할지니라.
〈해설〉 출전 : 예기 곡례(曲禮). 주석(소학집해) : 진씨(陳氏)가 말하였다. “너의 용모를 바르게 하라는 것은 그 한 몸의 용모를 바르게 하라는 것이다. 듣기를 반드시 공손히 하라는 것은 또한 어른의 말씀을 들으라는 것을 말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취하여 자기의 말로 삼는 것을 초설(剿說)이라 하고, 남의 말을 듣고 부화(附和)하는 것을 뇌동(雷同)이라 한다. 오직 옛것을 본받고 선왕을 칭송하는 것이 좋은 일이다.”(正爾容 正其一身之容貌也 聽必恭 亦謂聽長者之言也 擥取他人之說 以爲己說 謂之勦說 聞人之言而附和之 謂之雷同 惟法則古昔 稱述先王 乃爲善耳). 진씨(陳氏)는 진호(陳澔)이다.
Ⓒ 역자 | 이유기 / 2020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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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션ᄉᆡᇰㅅ:선생(先生)의. 중세 국어의 관형격 조사에는 ‘ㅅ’과 ‘ᄋᆡ, 의’가 있었는데, ‘ㅅ’은 무정 명사나 존대의 대상인 유정 명사 뒤에 쓰이고, ‘ᄋᆡ, 의’는 존대의 대상이 아닌 유정 명사 뒤에 쓰였다. 15세기 불경언해류에서는 ‘先生’과 ‘션ᄉᆡᇰ’ 모두 쓰이지 않았다. 한글로 표기된 ‘션ᄉᆡᇰ’은 『번역소학』과 비슷한 시기의 문헌인 『번역노걸대』(1517)에서 처음 나타난다. ¶①濂溪 周先生이 니샤〈내훈 1:19ㄴ〉 ②션려 무로되〈번역노걸대 하 70ㄴ-71ㄱ〉.
주002)
푸ᇰ므렛:풍물(風物)의. 푸ᇰ믈(風物)+엣(관형격 조사). ‘엣’은 ‘에(부사격 조사)+ㅅ(관형격 조사)’으로 구성된 복합 조사이다.
주003)
거시:것이. ‘푸ᇰ므렛 것’은 악기를 뜻한다.
주004)
알ᄑᆡ:앞에. 앒[前]+ᄋᆡ. ‘ᄋᆡ’는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이다. 대개 신체 지칭어, 방위 지칭어, 시간 지칭어 등 특수 어휘가 ‘애, 에, 예’ 대신 이러한 부사격 조사를 취한다.
주005)
안자:앉아서. 앉-[坐]+아.
주006)
옴기고:옮기고. 옮-[移]+기(사동 접미사)+고. 자음 앞에서 ‘옮-’의 ‘ㄹ’이 외현되지 않는 현상은 15세기 문헌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16세기 문헌에서부터 많이 나타난다. ¶이 사히 듣고 隨喜야  옮겨 쳐든 녀나 사미 듣고  隨喜야〈석보상절 19:2ㄱ〉.
주007)
조심ᄒᆞ야:조심하여. 훈민정음 창제 초기 한글 문헌에서 한자어 ‘操心’이 한자 표기 없이 훈민정음으로 표기되었는데, 그것은 국어화의 정도가 컸기 때문이다. 중세 국어에서는 훈민정음 ‘조심’으로 표기되다가, 오히려 근대 국어 문헌에서 한자 ‘操心’으로 표기되는 예가 나타난다. 먼저 중세 국어의 예를 보자. ¶① 조심 아니샤 브를 긔 야시〈석보상절 11:26ㄱ〉 ②이런 寶珠를 어드란 이런 險 길헤 조심야 딕야 리로소다〈월인석보 22:48ㄴ〉. 다음 예들은 한자로 표기된 근대 국어 자료이다. ¶①기리라 娘子ㅣ아 네 너무 操心다〈오륜전비언해 4:3ㄴ〉 ②이리 닐으지 말라 操心미 됴흐니라〈몽어노걸대 2:20ㄴ〉. ③부 操心여 몸가지기 잘소〈인어대방 5:9ㄴ〉. 한편 근대 국어 말기 문헌에서는 ‘됴심’으로 표기된 예가 보인다. 중세 국어 시기 ‘操’의 독음이 ‘조’였으므로 ‘됴’는 과잉교정이다. ¶모로미 삼가고 됴심여〈태상감응편 4:22ㄴ〉.
주008)
넘디:넘지. 넘-[越]+디(보조적 연결 어미). 현대 국어 보조적 연결 어미 ‘-지’는 ‘-디’가 구개음화한 것이다. 그러나 종결 어미 ‘-지’는 선행 종속절을 강하게 긍정하고, 후행절을 부정하는 의미를 지닌 중세 국어 연결 어미 ‘-디’의 발달형이다.
주009)
안조ᄆᆞᆯ:앉음을. 앉-[坐]+옴(명사형 어미)+ᄋᆞᆯ.
주010)
편안히:편안하게. 요동(搖動)하지 않음을 뜻한다.
주011)
네:너의. 인칭대명사의 주격 형태와 관형격 형태는 다음과 같이 성조에 의해 구별된다. ①‧내(주격), 내(관형격) ②:네(주격), 네(관형격) ③‧뉘(주격), :뉘(관형격) ④:제(주격), 제(관형격).
주012)
ᄂᆞᆺ비ᄎᆞᆯ:낯빛을. ᄂᆞᆾ[顔]+빛[色]+ᄋᆞᆯ. ᄂᆞᆾ→ᄂᆞᆺ. 8종성 표기 규칙에 따라 ‘ㅊ’을 ‘ㅅ’으로 표기한 것이다. ‘얼골, 얼굴’은 [身, 體]를 뜻한다. 그리고 ‘낯’은 [箇]를 뜻한다.
주013)
조심ᄒᆞ며:조심(操心)하며. 공손히 하며. 원문의 ‘집안(執顔)’은 ‘안색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조심ᄒᆞ며’가 『소학언해』(2:60ㄱ)에서는 축자역인 ‘잡으며’로 바뀌었다.
주014)
몯:못. ‘몯’이 근대 국어 시기에 ‘못’으로 변하는 것은 7종성 표기법에 따른 결과이다.
주015)
ᄆᆞ차:마쳐. ᄆᆞᆾ-[終]+아(연결 어미). ‘ᄆᆞᆾ-’은 타동사로도 쓰이고 자동사로도 쓰였다. ‘몯 미처 ᄒᆞ야’는 짧은 부정이다.
주016)
미처ᄒᆞ야:미처 다하여. 및-[及, 到]+어(연결 어미)+ᄒᆞ-(동사 어간)+야(연결 어미). ‘미처ᄒᆞ다’는 동사의 연결형에서 영파생된 부사 ‘미처’와 ‘ᄒᆞ다’가 결합한 합성어로 보인다. 그러면 ‘몯 미처ᄒᆞ다’는 짧은 부정의 일반적인 형식이 된다. 만약 ‘미처ᄒᆞ다’가 ‘미처 ᄒᆞ다’ 즉 구(句)라면, ‘몯 미처 ᄒᆞ다’는 ‘부정 부사+부사+ᄒᆞ다’ 구조가 되는데, 이런 구조는 일반적이지 않다. ‘얼우니 니시 말 몯 차 다 마 몯 미처 야 계시거든’의 원문은 ‘長者ㅣ 不及이어든’이다. 원문에 없는 말이 많이 보충된 번역임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이 『소학언해』(2:60ㄱ)에서는 ‘얼운이 미처 몯ᄒᆞ여 겨시거든’으로 바뀌었다. 이 책의 번역에서는 ‘몯 ᄆᆞ차’와 ‘몯 미처ᄒᆞ야’가 중복적인데, 두 가지 번역 구상이 실수로 뒤섞인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얼우니 니시 말 몯 차 계시거든’이나 ‘얼우니 니시 마 몯 미처야 계시거든’ 둘 중 하나로 번역하려다가 교정이 누락되어 두 가지 번역이 다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주017)
계시거든:계시면. 여기서는 ‘ᄒᆞ야’의 보조 동사로 쓰였다. 현대 국어 ‘하였다’는 중세 국어 ‘ᄒᆞ야 잇다’가 발달한 것이다. 즉 ‘-어/아/야+잇-’이 ‘-엣/앳/얫-’과 ‘-엇/앗/얏-’을 거쳐 ‘-었/았/였-’으로 발달한 것이다. 그런데 주체가 높임의 대상이면 ‘잇-’ 대신 높임말인 ‘겨시/계시-’가 쓰인다. 그러므로 여기의 ‘ᄒᆞ야 계시거든’은 ‘하셨으면’을 뜻한다. ‘-거든’은 ‘-거든, -면, -으니, -으므로, -은데, -건만, -어도’ 등 다양한 의미를 나타낸다. 이 책에서는 ‘겨시거든(3:32ㄱ), 겨신(4:17ㄴ)’도 보인다.
주018)
섯디:뒤섞지. 서ᇧ-[混]+디(보조적 연결 어미).
주019)
마롤:말. 원문에 ‘毋’의 독음이 ‘모’로 달려 있다. 『소학언해』(2:60ㄱ)에서는 ‘무’로 바뀌었는데, 이 변화에는 예외가 없다.
주020)
네:너의. 너[爾]+의/ㅣ(관형격 조사). ‘:네(상성)’는 주격 형태이고, ‘네(평성)’는 관형격 형태이다.
주021)
신요ᇰ:신용(身容). 용모. 『소학언해』(2:60ㄴ)에서는 ‘요ᇰ모’로 바뀌었다.
주022)
온고ᇰ히:온공(溫恭)히. 공손히.
주023)
ᄂᆞᄆᆡ:남의. ᄂᆞᆷ[他人]+ᄋᆡ(관형격 조사). ‘ᄋᆡ/의’는 평칭의 유정 명사 뒤에 쓰이는 관형격 조사이다. 무정 명사나 높임의 자질을 가진 유정 명사 뒤에서는 ‘ㅅ’이 쓰인다.
주024)
마ᄅᆞᆯ:말을. 『소학언해』(2:60ㄴ)에서는 ‘말ᄉᆞᆷ을’로 바뀌었다. 중세 국어와 근대 국어의 ‘말, 말ᄊᆞᆷ(말ᄉᆞᆷ)’은 모두 [+높임]과 [-높임] 및 [+겸양]과 [-겸양]의 상황에 두루 쓰였다. 훈민정음 창제 초기에는 각자병서가 쓰인 ‘말’으로 나타난다. ¶①語는 말미라〈훈민정음언해 1ㄱ〉 ②이 말 眞實야 決定히 虛티 아니니라〈월인석보 10:122ㄴ〉 ③다시 말 펴 다시 觀體 標호〈선종영가집언해 하 31ㄱ〉 ④阿難이 비록  이 말 듣와〈능엄경언해 1:102ㄴ〉 ⑤桃源ㅅ 나그내 더브러 말 傳라〈두시언해 초간본 8:61ㄱ〉.
주025)
즈르텨:다른 용례가 없는 낱말이다. 문맥으로 짐작하면 ‘미리 가로채어’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을 미리 함’을 뜻하는 동사 어간 ‘즈르-’에 동사 어간 ‘티-’가 결합한 비통사적 합성어일 가능성이 있는데, ‘티-’의 의미를 알기 어렵다. 강세 접미사일 가능성도 있다. ‘ᄂᆞᄆᆡ 마ᄅᆞᆯ 즈르텨 아 니디 말며’의 원문은 ‘毋剿說’인데, 『소학언해』(2:60ㄴ)에서는 ‘말ᄉᆞᆷ을 아ᅀᅡ ᄒᆞ디 말며’로 바뀌었다. ‘초설(剿說)’은 ‘표절(剽竊)’과 뜻이 같은 말이다. ‘즈르다’는 본래 ‘단축시키다’를 뜻하는데, 여기서 [미리]의 의미가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즈르ᇝ길[徑], 즐어들다/즐어가다(=질러가가), 즐어디다(=지레 죽다), 즈레(=지레), 즐어업다(=요절하다)’ 등에서 그런 의미가 드러난다. ‘즈름[居間]’에서는 ‘양 극단을 연결함’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다음 예문의 ‘즐어들에’는 ‘徑截’의 번역으로 쓰였는데, ‘경절문(徑截門)’이란 ‘교외선문(敎外禪門)’의 별칭으로서, 언어와 수행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부처의 경지에 올라간다는 법문(法門)이다. ¶내애 졔기 本分宗師의 즐어들게 샨 法門앳 言句 내여(末後 略引本分宗師 徑截門言句)〈법집별행록 4ㄱ-ㄴ〉.
주026)
아ᅀᅡ:빼앗아. 아ᇫ-[奪]+아.
주027)
니ᄅᆞ디:이르지. 말하지. 니ᄅᆞ-[言]+디(보조적 연결 어미). 중세 국어 시기에 ‘니르다’와 ‘니ᄅᆞ다’가 공존하였다. 동음이의어로 [至]를 뜻하는 ‘니르다’가 있었다.
주028)
말며:말며. 원문에 ‘毋’의 독음이 ‘모’로 적혀 있다. 『소학언해』(2:60ㄱ)에는 ‘무’로 바뀌었는데, 이 변화에는 예외가 없다.
주029)
븓조차:부화(附和)하여. 븥-[附]+좇-[從]+아(연결 어미). 비통사적 합성어이다.
주030)
ᄒᆞᆫ가지로:한가지로. 같이.
주031)
마라:말아서. 말-[勿]+아(연결 어미). 이 ‘마라’는 종결형이 아니다. 『소학언해』(2:60ㄴ)에서는 ‘말오’로 바뀌었다. 즉 ‘ 마 븓조차 가지로 마라’가 『소학언해』(2:60ㄴ)에서는 ‘雷同<원주>【텬도ᇰᄒᆞ여든 온갖거시 다 ᄒᆞᆷᄭᅴ 으ᇰ홈이니 ᄂᆞᆷ의 말을 븓조차 ᄒᆞᆫ가지로 홈을 닐옴이라】 티 말오’로 바뀌었다. ‘말다’가 『소학언해』에서는 보조 동사로 쓰였으나 이 책에서는 본동사로 쓰였다.
주032)
녯:옛. 녜[昔]+ㅅ(관형격 조사). 관형격 조사 ‘ㅅ’은 무정 명사 또는 높임의 대상인 유정 명사 뒤에 쓰였다.
주033)
마ᄅᆞᆯ:말을. 말[語]+ᄋᆞᆯ(목적격 조사).
주034)
법:본(本). ‘녯 마 법 사며’의 원문은 ‘則古昔’이다. ‘則’을 ‘법 사ᄆᆞ며’로 번역한 것이다. ‘녯 마ᄅᆞᆯ 법 사ᄆᆞ며’가 『소학언해』(2:60ㄴ)에서는 ‘녜ᄅᆞᆯ 법바다’로 바뀌었다. 이 책의 ‘녯 마ᄅᆞᆯ’은 ‘녯나ᄅᆞᆯ(=옛날을)’의 오각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則’의 독음이 ‘측’으로 나타나 있는데, 『소학언해』(2:60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주035)
어디신:어지신. 어딜-[賢]+시+ㄴ(관형사형 어미). ‘어딜-’에는 [良, 仁, 善, 賢, 尊貴] 등의 의미가 있었다. 여기서는 [賢]의 의미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녯 어디신 님그믈’의 원문은 ‘先王’인데, 『소학언해』(2:60ㄴ)에서는 ‘先王을’로 바뀌었다.
주036)
일ᄏᆞ롤 디니라:칭송할지니라. 일ᄏᆞᆮ-[稱]+오/우(선어말 어미)+ㄹ(관형사형 어미)+ᄃᆞ(의존 명사)+이/ㅣ-(서술격 조사 어간)+니+라. ‘일ᄏᆞᆮ-’은 동사 어간 ‘잃-’에 동사 어간 ‘ᄀᆞᆮ-’이 결합한 비통사적 합성어로 보인다. ‘잃-’은 ‘이름(名)’을 뜻하는 ‘일훔’에서, ‘ᄀᆞᆮ-’은 ‘ᄀᆞ로ᄃᆡ’에서 그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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