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번역소학

  • 역주 번역소학 권4
  • 번역소학 제4권
  • 내편(內篇)○제3편 경신(敬身)○명위의지칙(明威儀之則)
  • 명위의지칙 001
메뉴닫기 메뉴열기

명위의지칙 001


士相見견禮례예 曰왈 與여君군言언엔

번역소학 권4:16ㄴ

言언使臣신며 與여大대人言언엔 言언事君군며 與여老로者쟈言언엔 言언使弟뎨子며 與여幼유者쟈言언엔 言언孝효弟뎨于우父부兄며 與여衆言언엔 言언忠信신慈祥며 與여居거官관者쟈言언엔 言언忠信신이니라
Ⓒ 구결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士相見견禮례예 로 주001)
ᄀᆞ로ᄃᆡ:
말하되. 가로대. ᄀᆞᆮ-[曰]+오ᄃᆡ(연결 어미). 어간 ‘ᄀᆞᆮ-’의 존재는 ‘일ᄏᆞᆮ다(=가리켜 말하다. 칭송하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ᄏᆞᆮ다’는 ‘일훔[名]’을 통해 알 수 있는 재구형 ‘잃-[稱]’에 ‘-[曰]’이 결합한 것이다.
님금 모셔 주002)
모셔:
모시어. ‘모시-’는 중세 국어뿐 아니라 근대 국어 문헌에서도 그 예가 드물다. 대개는 ‘뫼시-’로 나타난다. 여기의 ‘모셔’가 『소학언해』(3:15ㄱ)에서는 ‘더블어’로 바뀌었다. 이 대목에서 다른 명사 뒤에서는 ‘ᄃᆞ려’를 쓰면서 ‘님금’ 뒤에서만 ‘모셔’를 쓴 것은 ‘ᄃᆞ려’의 제약 때문이다. ‘ᄃᆞ려’는 ‘ᄃᆞ리다’의 활용형이 조사화한 것이기 때문에 [-높임]의 명사 뒤에서만 쓰일 수 있다.
말 주003)
말ᄉᆞᆷ:
말. 중세 국어와 근대 국어의 ‘말, 말ᄊᆞᆷ(말ᄉᆞᆷ)’은 모두 [+높임]과 [-높임] 및 [+겸양]과 [-겸양]의 상황에 두루 쓰였다. 훈민정음 창제 초기에는 각자병서가 쓰인 ‘말’으로 나타난다.
졔 주004)
졔ᄂᆞᆫ:
때에는. 이 ‘졔’는 ‘제’의 오각으로 보인다. 『소학언해』(3:15ㄱ)에는 ‘제’로 나타난다. 이 책에서도 ‘제’는 많이 나타나지만(3:6ㄱ, 12ㄴ, 13ㄱ … ; 4:19ㄱ·ㄴ, 20ㄴ …), ‘졔’는 여기의 예밖에 없다. 심지어 이 대목에서도 ‘젠(3회), 제ᄂᆞᆫ’이 쓰였다. 졔[時]+Ø(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ᄂᆞᆫ(보조사). 시간이나 장소를 뜻하는 낱말들이 하향 이중 모음의 음절 부음 [j]로 끝나는 경우에는 부사격 조사 ‘애, 에, 예, , 의’가 외현되지 않는다. ‘제’는 ‘시간’을 뜻하는 의존 명사인데, 한자어(際)일 가능성이 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불교에서는 ‘삼제(三際)’라 한다. ‘적에’가 줄어서 ‘제’가 되었다고 설명하는 국어사전이 있으나, 그러한 방식의 변화는 국어에서 찾기 어렵다.
신하 브룔 주005)
브룔:
부릴. 브리-[使]+오(선어말 어미)+ㄹ(관형사형 어미). ‘브룔 이ᄅᆞᆯ’이 『소학언해』(3:15ㄱ)에서는 ‘브림을’로 바뀌었다. 명사형 어미 ‘-옴’이 ‘-ㅁ’으로 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 니며 주006)
니ᄅᆞ며:
말하며. ‘니ᄅᆞ’ 두 글자는 보이지 않으며, ‘며’의 경우에는 ‘ㅁ’은 보이지 않고 ‘ㅕ’만 희미하게 보인다. 『소학언해』(3:15ㄱ)에는 ‘닐ᄋᆞ며’로 적혀 있다.
벼 주007)
벼ᄉᆞᆯ:
벼슬(官). 이 책(4:16ㄱ)에는 ‘벼슬’이 쓰였다. ‘벼ᄉᆞᆯ 노ᄑᆞᆫ 사ᄅᆞᆷ’을 『소학언해』(3:15ㄱ)에서는 ‘大人’으로 바꾸고, ‘벼슬 노픈 사ᄅᆞᆷ이라’라는 협주를 달았다.
노 사려 주008)
ᄃᆞ려:
더러. 에게. 현대 국어의 ‘더러’로 변화하였다. ‘려’는 [-높임]의 유정 명사 뒤에 쓰이며, ‘니다, 묻다, 말ᄒᆞ다’ 등 ‘말ᄒᆞ다’류 동사와 호응한다. 이 책의 ‘ᄃᆞ려’가 『소학언해』(3:15ㄱ)에서도 ‘ᄃᆞ려’로 나타나는데, ‘님금 모셔’만은 ‘님금 더블어’로 바뀐 것은 ‘ᄃᆞ리다’의 활용형에서 조사화한 ‘ᄃᆞ려’가 [-높임]의 유정 명사 뒤에서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與’의 번역인 이 대목의 ‘ᄃᆞ려’는 동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후술하는 바와 같이 ‘ᄃᆞ려’와 ‘더블어’가 교체될 수 있는 것은 ‘ᄃᆞ려’가 동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세 국어의 이른바 여격 조사에는 ‘ᄃᆞ려’ 외에 평칭의 ‘게/의게’, 경칭의 ‘-’도 있었다. ‘손/ㅅ손’는 ‘ᄃᆞ려’와 달리 선행 체언의 높임 자질에 제약이 없고, ‘니다, 묻다’ 외에 ‘가다, 오다’와 같은 동사와도 공기(共起)할 수 있었다. 한편 같은 원문을 ‘ᄃᆞ려 닐너’로 언해하기도 하고 ‘더브러 닐어’로 언해하기도 한 예가 있다. ¶①슉셰 골육려 닐너 방변을 지어 악도을 여히고져 원니〈지장경언해 중:11ㄴ〉 ②宿世 骨肉 더브러 닐어 方便을 지 惡道 여희오져 願니〈월인석보 21:95ㄱ-ㄴ〉. 이 예는 ‘ᄃᆞ려’가 동사적 성격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말 저긔 주009)
저긔ᄂᆞᆫ:
적에는. 적[際, 時](의존 명사)+의(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ᄂᆞᆫ(보조사).
님금 셤굘 주010)
셤굘:
섬길. 셤기-[事]+오(선어말 어미)+ㄹ(관형사형 어미).
이 니며 늘

번역소학 권4:17ㄱ

그니려 말 주011)
제:
때에는. 제(際)+Ø(부사격 조사)+ᄂᆞᆫ(보조사). ‘제’는 한자어이지만, 국어화의 정도가 커서 중세 국어에서도 대개 훈민정음으로만 표기되었다. 중세 국어에서는 시간이나 장소를 뜻하는 낱말들이 하향 이중 모음의 음절 부음 [j]로 끝나는 경우에는 그 뒤에서 부사격 조사 ‘애, 에, , 의’가 외현되지 않는다. ‘제ᄂᆞᆫ’이 『소학언해』(3:15ㄱ)에서는 ‘제ᄂᆞᆫ’으로 바뀌었다. 모음으로 끝난 명사 뒤에서 ‘ㄴ’과 ‘ᄂᆞᆫ’의 교체는 수의적이다. ¶①나조 도라갈 젠 畵角 소리 놋다〈두시언해 초간본 19:10ㄱ〉 ②녜 내 草堂을 리고 갈 제 蠻夷ㅣ 成都애 얫더니〈두시언해 초간본 6:37ㄴ〉.
뎨 주012)
ᄌᆞ뎨:
자제(子弟). 원문의 ‘제자(弟子)’는 ‘자제(子弟)’를 뜻하기도 한다. 다음 예문의 ‘弟子’도 ‘자제(子弟)’를 뜻한다. ¶자하(子夏)가 효도에 대해 여쭈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를 섬길 때에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는 것이 어렵다. 일이 있을 때 자제(子弟)가 그 수고로움을 입고, 술과 밥이 있을 때에 부모가 드시게 한다면, 곧 이를 효(孝)라고 할 수 있겠는가?(子夏問孝 子曰 色難 有事 弟子服其勞 有酒食 先生饌 曾是以爲孝乎)”〈논어 위정편(爲政篇)〉. 이 예문의 ‘弟子’는 ‘자제(子弟)’ 즉 ‘자녀’를 뜻하고, ‘先生’은 ‘부모’를 뜻한다.
브룔 이 니며 아 주013)
아ᄒᆡ:
아이. 『소학언해』(3:15ㄱ)에서는 ‘졈은이’로 바뀌었다. 한자어 ‘兒孩(아해)’에서 온 것으로 보이나, 『국민소학독본』(1895) 이전의 한글 문헌에서는 한자로 표기된 ‘兒孩’가 보이지 않는다. ¶七八歲 된 兒孩가 그릇 물 속에 지거〈국민소학독본 11ㄴ〉. 아주 이른 시기에 한자어라는 인식이 엷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려 말 젠 부 주014)
부혀ᇰᄭᅴ:
부형(父兄)께. ‘ᄭᅴ’는 높임의 부사격(여격) 조사인데, ‘ㅅ(관형격 조사)+그ᇰ(처소 지칭 의존 명사)+의(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가 결합하여 조사화한 것이다. ‘ㅅ’은 높임의 대상 또는 무정 명사에 붙는 관형격 조사이다.
효도며 슌호 니며 모 사 주015)
모ᄃᆞᆫ 사ᄅᆞᆷ:
서인(庶人). ‘衆’의 번역이다. 『소학언해』(3:15ㄱ)에서는 ‘모ᄃᆞᆫ 이’로 나타난다. 둘 다 특이한 번역이다.
려 말 젠 되며 주016)
졍셔ᇰ되며:
정성(精誠)스러우며. ‘-되-’는 형용사 파생 접미사이다. ‘-되-’는 ‘-ᄃᆞᄫᆡ-’에서 발달하였다. 중세 국어 ‘-ᄃᆞ-’ 계열의 형용사 파생 접미사에는 ‘--, --, --, --’이 있다. 선행음과 후행음이 자음이냐 모음이냐에 따라서 선택된다. 자음과 자음 사이에서는 ‘--’이, 자음과 모음 사이에서는 ‘--’가, 모음과 자음 사이에서는 ‘--’이,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는 ‘--’가 쓰인다. 단 부사 파생 접미사 ‘-이’ 앞에서는 ‘--, --’이 쓰인다. 자음 앞의 ‘--, --’은 ‘--, --’으로 귀착된다. 현대 국어의 접미사 ‘-답-, -롭-, -되-’는 모두 여기서 발달하였다.
어엿비 주017)
어엿비:
가엾게. 어엿브-[憫]+이(부사형 어미). ‘慈祥’의 번역이다. ‘되며 어엿비 너귤 이 니며’가 『소학언해』(3:15ㄱ)에서는 ‘忠信과 慈祥을 닐ᄋᆞ며’로 바뀌었다.
너귤 주018)
너귤:
여길. 너기-[想]+우(선어말 어미)+ㄹ(관형사형 어미). 너기다〉녀기다〉여기다. 15세기 문헌에서도 ‘녀기다’가 보인다. ¶事相 가야이 녀기녀〈원각경언해 2-2:42ㄴ〉.
이 니며 벼슬 얏 주019)
ᄒᆞ얏ᄂᆞᆫ:
하고 있는. ᄒᆞ-[爲]+얏(완료 지속상 표지)+ᄂᆞ(현재 시제 표지)+ㄴ(관형사형 어미). ‘-얏-’은 ‘-야 잇-’의 발달형이며, 현대 국어 ‘-였-’의 소급형이다.
사려 니 제 주020)
제ᄂᆞᆫ:
때에는. 제[際](의존 명사)+Ø(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ᄂᆞᆫ(보조사). 이 대목의 ‘졔ᄂᆞᆫ’ 항을 참조할 것.
되며 올히 주021)
올히:
옳게. 옳-[正]+이(부사형 어미).
주 주022)
주ᄅᆞᆯ:
줄을. 것을. 줄(의존 명사)+ᄋᆞᆯ(목적격 조사). 현대 국어의 의존 명사 ‘줄’은 ‘알다, 모르다’ 등의 인지 동사와 호응하는데, 여기서는 발화(發話) 동사인 ‘니ᄅᆞ다’와 호응하고 있다. 의미 면에서도 현대 국어의 ‘줄’이 ‘방법, 수단’ 또는 ‘셈속(예: 그가 나를 속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을 뜻하는 것에 비해, 여기의 ‘줄’은 ‘법칙, 의무’ 등을 뜻한다.
닐올 디니라 주023)
닐올 디니라:
말할지니라. 니ᄅᆞ-[謂]+오(선어말 어미)+ㄹ(관형사형 어미)+ᄃᆞ(의존 명사)+이-(서술격 조사 어간)+니+라(종결 어미). 평서문의 ‘-니-’는 사태에 대한 청자의 인지(認知)를 요구하는 선어말 어미이다. ‘-ㄹ 디니라’는 [의무, 당연]의 의미를 나타낸다.
Ⓒ 언해 | 찬집청 / 1518년(중종 13) 월 일

「사상견례(士相見禮)」에서 이르되, 임금을 모시고 말을 할 때에는 신하 부리는 일을 말하며, 벼슬이 높은 사람에게 말할 때에는 임금 섬기는 일을 말하며, 늙은이에게 말할 때에는 자제(子弟)를 부리는 일을 말하며, 아이에게 말할 때에는 부형(父兄)께 효도하고 공순(恭順)함을 말하며, 보통의 사람에게 말할 때에는 정성스럽고 가엾게 여길 일을 말하며, 벼슬을 맡고 있는 사람에게 말할 때에는 정성스럽고 옳게 할 것을 말할지니라.
〈해설〉 출전 : 의례(儀禮) 사상견례(士相見禮). 주석(소학집설) : 진씨(陳氏)가 말하였다. “대인(大人)은 경대부(卿大夫)이다. 노자(老者)는 남의 부형(父兄)이고, 유자(幼子)는 남의 자제(子弟)이다. 중(衆)은 서인(庶人)을 말하고, 거관자(居官者)는 위로는 사(士)에서부터 서인(庶人)에 이르기까지 관직에 있는 자를 말한다. 신하를 부릴 때에는 예(禮)로써 해야 함을 말하고, 임금을 섬길 때에는 충(忠)으로써 해야 함을 말하고, 자제(子弟)를 부릴 때에는 자애로써 해야 함을 말한 것이다. 상(祥)은 선(善)과 같다.”(陳氏曰 大人卿大夫也 老者人之父兄 幼子人之子弟 衆謂庶人 居官者謂上士至庶人在官者 言使臣則以禮 言事君則以忠 言使弟子則以慈愛 祥猶善也). 『의례(儀禮)』는 13경(經) 중의 하나이다. 『주례(周禮)』, 『예기(禮記)』와 함께 3례(三禮)로 일컬어진다. 진씨(陳氏)는 『소학증주(小學增註)』를 저술한 진선(陳選)이다.
Ⓒ 역자 | 이유기 / 2020년 12월 30일

원본이미지
이 기사는 전체 3개의 원본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석
주001)
ᄀᆞ로ᄃᆡ:말하되. 가로대. ᄀᆞᆮ-[曰]+오ᄃᆡ(연결 어미). 어간 ‘ᄀᆞᆮ-’의 존재는 ‘일ᄏᆞᆮ다(=가리켜 말하다. 칭송하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ᄏᆞᆮ다’는 ‘일훔[名]’을 통해 알 수 있는 재구형 ‘잃-[稱]’에 ‘-[曰]’이 결합한 것이다.
주002)
모셔:모시어. ‘모시-’는 중세 국어뿐 아니라 근대 국어 문헌에서도 그 예가 드물다. 대개는 ‘뫼시-’로 나타난다. 여기의 ‘모셔’가 『소학언해』(3:15ㄱ)에서는 ‘더블어’로 바뀌었다. 이 대목에서 다른 명사 뒤에서는 ‘ᄃᆞ려’를 쓰면서 ‘님금’ 뒤에서만 ‘모셔’를 쓴 것은 ‘ᄃᆞ려’의 제약 때문이다. ‘ᄃᆞ려’는 ‘ᄃᆞ리다’의 활용형이 조사화한 것이기 때문에 [-높임]의 명사 뒤에서만 쓰일 수 있다.
주003)
말ᄉᆞᆷ:말. 중세 국어와 근대 국어의 ‘말, 말ᄊᆞᆷ(말ᄉᆞᆷ)’은 모두 [+높임]과 [-높임] 및 [+겸양]과 [-겸양]의 상황에 두루 쓰였다. 훈민정음 창제 초기에는 각자병서가 쓰인 ‘말’으로 나타난다.
주004)
졔ᄂᆞᆫ:때에는. 이 ‘졔’는 ‘제’의 오각으로 보인다. 『소학언해』(3:15ㄱ)에는 ‘제’로 나타난다. 이 책에서도 ‘제’는 많이 나타나지만(3:6ㄱ, 12ㄴ, 13ㄱ … ; 4:19ㄱ·ㄴ, 20ㄴ …), ‘졔’는 여기의 예밖에 없다. 심지어 이 대목에서도 ‘젠(3회), 제ᄂᆞᆫ’이 쓰였다. 졔[時]+Ø(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ᄂᆞᆫ(보조사). 시간이나 장소를 뜻하는 낱말들이 하향 이중 모음의 음절 부음 [j]로 끝나는 경우에는 부사격 조사 ‘애, 에, 예, , 의’가 외현되지 않는다. ‘제’는 ‘시간’을 뜻하는 의존 명사인데, 한자어(際)일 가능성이 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불교에서는 ‘삼제(三際)’라 한다. ‘적에’가 줄어서 ‘제’가 되었다고 설명하는 국어사전이 있으나, 그러한 방식의 변화는 국어에서 찾기 어렵다.
주005)
브룔:부릴. 브리-[使]+오(선어말 어미)+ㄹ(관형사형 어미). ‘브룔 이ᄅᆞᆯ’이 『소학언해』(3:15ㄱ)에서는 ‘브림을’로 바뀌었다. 명사형 어미 ‘-옴’이 ‘-ㅁ’으로 변한 것을 볼 수 있다.
주006)
니ᄅᆞ며:말하며. ‘니ᄅᆞ’ 두 글자는 보이지 않으며, ‘며’의 경우에는 ‘ㅁ’은 보이지 않고 ‘ㅕ’만 희미하게 보인다. 『소학언해』(3:15ㄱ)에는 ‘닐ᄋᆞ며’로 적혀 있다.
주007)
벼ᄉᆞᆯ:벼슬(官). 이 책(4:16ㄱ)에는 ‘벼슬’이 쓰였다. ‘벼ᄉᆞᆯ 노ᄑᆞᆫ 사ᄅᆞᆷ’을 『소학언해』(3:15ㄱ)에서는 ‘大人’으로 바꾸고, ‘벼슬 노픈 사ᄅᆞᆷ이라’라는 협주를 달았다.
주008)
ᄃᆞ려:더러. 에게. 현대 국어의 ‘더러’로 변화하였다. ‘려’는 [-높임]의 유정 명사 뒤에 쓰이며, ‘니다, 묻다, 말ᄒᆞ다’ 등 ‘말ᄒᆞ다’류 동사와 호응한다. 이 책의 ‘ᄃᆞ려’가 『소학언해』(3:15ㄱ)에서도 ‘ᄃᆞ려’로 나타나는데, ‘님금 모셔’만은 ‘님금 더블어’로 바뀐 것은 ‘ᄃᆞ리다’의 활용형에서 조사화한 ‘ᄃᆞ려’가 [-높임]의 유정 명사 뒤에서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與’의 번역인 이 대목의 ‘ᄃᆞ려’는 동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후술하는 바와 같이 ‘ᄃᆞ려’와 ‘더블어’가 교체될 수 있는 것은 ‘ᄃᆞ려’가 동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세 국어의 이른바 여격 조사에는 ‘ᄃᆞ려’ 외에 평칭의 ‘게/의게’, 경칭의 ‘-’도 있었다. ‘손/ㅅ손’는 ‘ᄃᆞ려’와 달리 선행 체언의 높임 자질에 제약이 없고, ‘니다, 묻다’ 외에 ‘가다, 오다’와 같은 동사와도 공기(共起)할 수 있었다. 한편 같은 원문을 ‘ᄃᆞ려 닐너’로 언해하기도 하고 ‘더브러 닐어’로 언해하기도 한 예가 있다. ¶①슉셰 골육려 닐너 방변을 지어 악도을 여히고져 원니〈지장경언해 중:11ㄴ〉 ②宿世 骨肉 더브러 닐어 方便을 지 惡道 여희오져 願니〈월인석보 21:95ㄱ-ㄴ〉. 이 예는 ‘ᄃᆞ려’가 동사적 성격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009)
저긔ᄂᆞᆫ:적에는. 적[際, 時](의존 명사)+의(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ᄂᆞᆫ(보조사).
주010)
셤굘:섬길. 셤기-[事]+오(선어말 어미)+ㄹ(관형사형 어미).
주011)
제:때에는. 제(際)+Ø(부사격 조사)+ᄂᆞᆫ(보조사). ‘제’는 한자어이지만, 국어화의 정도가 커서 중세 국어에서도 대개 훈민정음으로만 표기되었다. 중세 국어에서는 시간이나 장소를 뜻하는 낱말들이 하향 이중 모음의 음절 부음 [j]로 끝나는 경우에는 그 뒤에서 부사격 조사 ‘애, 에, , 의’가 외현되지 않는다. ‘제ᄂᆞᆫ’이 『소학언해』(3:15ㄱ)에서는 ‘제ᄂᆞᆫ’으로 바뀌었다. 모음으로 끝난 명사 뒤에서 ‘ㄴ’과 ‘ᄂᆞᆫ’의 교체는 수의적이다. ¶①나조 도라갈 젠 畵角 소리 놋다〈두시언해 초간본 19:10ㄱ〉 ②녜 내 草堂을 리고 갈 제 蠻夷ㅣ 成都애 얫더니〈두시언해 초간본 6:37ㄴ〉.
주012)
ᄌᆞ뎨:자제(子弟). 원문의 ‘제자(弟子)’는 ‘자제(子弟)’를 뜻하기도 한다. 다음 예문의 ‘弟子’도 ‘자제(子弟)’를 뜻한다. ¶자하(子夏)가 효도에 대해 여쭈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를 섬길 때에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는 것이 어렵다. 일이 있을 때 자제(子弟)가 그 수고로움을 입고, 술과 밥이 있을 때에 부모가 드시게 한다면, 곧 이를 효(孝)라고 할 수 있겠는가?(子夏問孝 子曰 色難 有事 弟子服其勞 有酒食 先生饌 曾是以爲孝乎)”〈논어 위정편(爲政篇)〉. 이 예문의 ‘弟子’는 ‘자제(子弟)’ 즉 ‘자녀’를 뜻하고, ‘先生’은 ‘부모’를 뜻한다.
주013)
아ᄒᆡ:아이. 『소학언해』(3:15ㄱ)에서는 ‘졈은이’로 바뀌었다. 한자어 ‘兒孩(아해)’에서 온 것으로 보이나, 『국민소학독본』(1895) 이전의 한글 문헌에서는 한자로 표기된 ‘兒孩’가 보이지 않는다. ¶七八歲 된 兒孩가 그릇 물 속에 지거〈국민소학독본 11ㄴ〉. 아주 이른 시기에 한자어라는 인식이 엷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주014)
부혀ᇰᄭᅴ:부형(父兄)께. ‘ᄭᅴ’는 높임의 부사격(여격) 조사인데, ‘ㅅ(관형격 조사)+그ᇰ(처소 지칭 의존 명사)+의(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가 결합하여 조사화한 것이다. ‘ㅅ’은 높임의 대상 또는 무정 명사에 붙는 관형격 조사이다.
주015)
모ᄃᆞᆫ 사ᄅᆞᆷ:서인(庶人). ‘衆’의 번역이다. 『소학언해』(3:15ㄱ)에서는 ‘모ᄃᆞᆫ 이’로 나타난다. 둘 다 특이한 번역이다.
주016)
졍셔ᇰ되며:정성(精誠)스러우며. ‘-되-’는 형용사 파생 접미사이다. ‘-되-’는 ‘-ᄃᆞᄫᆡ-’에서 발달하였다. 중세 국어 ‘-ᄃᆞ-’ 계열의 형용사 파생 접미사에는 ‘--, --, --, --’이 있다. 선행음과 후행음이 자음이냐 모음이냐에 따라서 선택된다. 자음과 자음 사이에서는 ‘--’이, 자음과 모음 사이에서는 ‘--’가, 모음과 자음 사이에서는 ‘--’이,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는 ‘--’가 쓰인다. 단 부사 파생 접미사 ‘-이’ 앞에서는 ‘--, --’이 쓰인다. 자음 앞의 ‘--, --’은 ‘--, --’으로 귀착된다. 현대 국어의 접미사 ‘-답-, -롭-, -되-’는 모두 여기서 발달하였다.
주017)
어엿비:가엾게. 어엿브-[憫]+이(부사형 어미). ‘慈祥’의 번역이다. ‘되며 어엿비 너귤 이 니며’가 『소학언해』(3:15ㄱ)에서는 ‘忠信과 慈祥을 닐ᄋᆞ며’로 바뀌었다.
주018)
너귤:여길. 너기-[想]+우(선어말 어미)+ㄹ(관형사형 어미). 너기다〉녀기다〉여기다. 15세기 문헌에서도 ‘녀기다’가 보인다. ¶事相 가야이 녀기녀〈원각경언해 2-2:42ㄴ〉.
주019)
ᄒᆞ얏ᄂᆞᆫ:하고 있는. ᄒᆞ-[爲]+얏(완료 지속상 표지)+ᄂᆞ(현재 시제 표지)+ㄴ(관형사형 어미). ‘-얏-’은 ‘-야 잇-’의 발달형이며, 현대 국어 ‘-였-’의 소급형이다.
주020)
제ᄂᆞᆫ:때에는. 제[際](의존 명사)+Ø(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ᄂᆞᆫ(보조사). 이 대목의 ‘졔ᄂᆞᆫ’ 항을 참조할 것.
주021)
올히:옳게. 옳-[正]+이(부사형 어미).
주022)
주ᄅᆞᆯ:줄을. 것을. 줄(의존 명사)+ᄋᆞᆯ(목적격 조사). 현대 국어의 의존 명사 ‘줄’은 ‘알다, 모르다’ 등의 인지 동사와 호응하는데, 여기서는 발화(發話) 동사인 ‘니ᄅᆞ다’와 호응하고 있다. 의미 면에서도 현대 국어의 ‘줄’이 ‘방법, 수단’ 또는 ‘셈속(예: 그가 나를 속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을 뜻하는 것에 비해, 여기의 ‘줄’은 ‘법칙, 의무’ 등을 뜻한다.
주023)
닐올 디니라:말할지니라. 니ᄅᆞ-[謂]+오(선어말 어미)+ㄹ(관형사형 어미)+ᄃᆞ(의존 명사)+이-(서술격 조사 어간)+니+라(종결 어미). 평서문의 ‘-니-’는 사태에 대한 청자의 인지(認知)를 요구하는 선어말 어미이다. ‘-ㄹ 디니라’는 [의무, 당연]의 의미를 나타낸다.
책목차이전페이지다음페이지페이지상단이동글자확대글자축소다운로드의견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