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충렬 - 이정암의 충성과 절의
월천 부원군(月川府院君)인 이정암(李廷馣)은 서울 사람인데, 부모께 효도하고 형제와는 우애 있게 지내며 글에도 능하였다.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께서 서쪽 지방으로 떠나신 전날 저녁에 이정암은 부인 윤씨와 더불어 잔에 술을 부어서 영원한 이별을 고하고는 서재(書齋)에서 스스로 목을 매어 거의 죽게 되었는데, 집안 사람이 달려가서 구함으로 생명을 얻게 되었다. 이튿날 어가(御駕)를 호위하여 송도(松都)에 이르자 임금께서 그로 하여금 연안성(延安城)을 지키게 하셨다. 얼마 뒤 왜적 수천 인이 공격하여 포위하므로 이정암이 주야로 온 힘을 다해 싸우니, 군사들이 피곤해하는 중에 왜적은 곧 성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자 이정암은 짚을 쌓아 놓게 한 다음 그 위에 앉고 그의 아들
이준(李濬) 주033) 은 횃불을 잡게 하고 약속하기를, “성이 함락되거든 이 짚에다 불을 지르라”고 하니, 군사들이 감격하여 울면서, 죽는 것이 별것이냐 하며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므로 왜적이 크게 패하여 달아났다. 선조 임금께서 그의 공훈을 기록하고 증직하셨으며, 지금의 임금께서는 정문을 내리셨다.
Ⓒ 역자 | 김문웅 / 2015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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