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침투수 - 정침이 물에 뛰어들다
고을의 아전인 정침(鄭沉)은 나주(羅州) 사람인데, 고려 공민왕 20년(1371) 봄에 전라도 안렴사의 명(命)으로 제주도의 산천(山川)에 제사를 지내는 축문(祝文)과 폐백(幣帛)을 가지고 바다를 배로 가다가 왜적(倭賊)과 서로 만나게 되었다. 많은 왜적을 적은 인원으로는 대적할 수가 없어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여 곧 왜적을 맞아 항복하기로 의논하였다. 그러나 정침 혼자만은 그럴 수 없다면서 결심하고 더불어 싸우니, 왜적이 화살의 공격에 응하다가 죽으므로 왜적이 감히 다가오지 못하였다. 화살이 떨어지매 정침은 일이 여의치 못할 줄을 알고
관대(冠帶) 주024) 관대(冠帶): 관(冠)과 띠. 옛날 벼슬아치들의 공복(公服).
를 갖추고 흐트러짐 없이 바르게 앉아 있으니, 왜적이 놀라서 이르기를, “저 사람은 벼슬아치다.”라고 하며, 서로 경계해서 감히 해치지 못하였다. 정침이 스스로 물에 뛰어들어 죽자 배안에 있던 사람은 모두 왜적에게 항복하였다.
Ⓒ 역자 | 김문웅 / 2015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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