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 | 세조(조선) / 1447년(세조 5)
[일체대중이 기사굴산에 모임 15]
○ 나후아수라왕이 본래의 몸의 길이가 7백 유순이고 화형〈의〉 길이는 십륙만 팔천 유순이니, 대해 중에 몸의 반을 내면 수미산과 같으니, 손바닥으로 해〈와〉 달을 가리우거든 일·월식을 하는 것이다.
○ 대아수라왕 이름이 나가라〈고〉 하는 이가 큰 위력이 있으니, 〈마음에〉 여기되, ‘이 도리천왕과 일월의 제천〈들〉이 내 머리 위에 다니니 맹세코 〈이〉 일·월을 잡아다가 귀의 구슬을 만들리라.’ 하고 점점 더 노하여 더욱 치고자 하여 즉시 사마리와 비마질다와 두 아수라왕과 대신들에게 명하여 각각 무기를 장만하러 가서 하늘과 싸우려 했다. 그제 난다와 발난다 두 큰 용왕이 몸을 〈가지고〉 수미산에 일곱 번 〈돌려〉감으니 산이 움직이며 구름이 펴지고, 꼬리로〈는〉 바닷물을 쳐서 〈그〉 물결이 도리천에 〈퍼〉붓거늘 이르되,
“〈아〉수라가 싸우려 한다.”
하거든 모든 용과 귀신들 이 각각 연장을(무기를) 가지고 차례로 싸우니, 하늘이 이기지 못하면 다 사천왕궁에 가거든 병마〈를〉 정제하여 싸우되, 먼저 제석께 사뢰거든 제석이 위에 사뢰어 타화자재천에 이르니, 무수〈한〉 천중과 모든 용·귀신들이 앞뒤에 빙 둘러 싸거든 제석이 명하되,
“내 군〈사들〉이 이기면 다섯 가지 매임으로 비마질다아수라를 얽매어 선법당에 가지고 돌아가 내가 〈두고〉 보고자 한다.”
〈아〉수라가 또 이르되,
“내 〈대〉중이 이기면 또 다섯 가지 매임으로 제석을 얽매어 칠엽당에 돌아가 내가 〈두고〉 보고자 한다.”
하고, 일시에 매우 싸우니, 둘이 서로 상하지 아니하여 오직 몸에 닿아서 서러워 하더니, 제석이 현신하여 천〈의〉 눈이고, 금강저를 잡고 머리에서 불이 나거든 〈아〉수라가 보고서 물러나 쫓기거든 즉시 비마질다아수라를 사로잡아 얽매어 가져 오거든, 멀리서 제석을 보고 꾸짖거든 제석이 대답하되,
“내가 너와 더불어 도의를 강론하여 이르려 하거늘 어찌 모진 말 하느냐?”
Ⓒ 역자 | 김영배 / 1999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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