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 | 세조(조선) / 1447년(세조 5)
[시비왕의 보시행 2]
석제환인이 이르되, “만나 보고 싶다.” 하고 비수갈마는 비둘기가 되고 석제환인은 매가 되어 시급히 좇아〈가니〉 비둘기가 왕의 겨드랑이 아래 들어가 두려워하여 떨거늘, 매가 가까운 나무에 와 앉아서 왕께 사뢰되, “〈비둘기를 내〉주소서.” 〈하니〉, 왕이 이르시되, “내가 처음 발의하기를 일체의 중생을 다 제도하려 한다.” 매가 사뢰되, “나는 일체의 중생이 아니기에 가엾게 여기지 아니하셔서 내 밥을(먹이를) 빼앗으십니까?” 왕이 이르시되, “네가(너는) 어떤 밥을 구하느냐? 내가 서원하되, 중생이 나에게 오는 이가 있거든 모름지기 구호하려 하니, 너는 어떤 밥을 구하느냐? 〈내가〉 주리라.” 매가 사뢰되, “나는 갓 죽인 더운 고기를 구합니다.” 왕이 여기시되, ‘이것이(이것은) 얻기가 어려우니 산 것을 죽이지 않으면 얻을 수가 없으니 내가 어찌 하나를 죽여서 〈다른〉 하나〈에게〉 주리오?’ 생각함을 확정하시고 이르시되, “나의 이 몸의 고기가 언제나 노·병·사에 속하여 있어서 오래지 아니하여 썩으리니, 〈네가〉 구하면 내가 마땅히 주리라.” 이리 생각하시고 칼 가져 오라 하시어 다리의 고기(살)를 손수 베어 매에게 주시니 매가 사뢰되, “고기의 무게가 비둘기와 같게 〈해〉주소서.” 왕이 저울을 가져오라 하시어 몸의 고기를 다 베어 내시어서야 비둘기와 같거늘 마음에 여기시되, ‘너는 마음을 굳게 가지고 서러워 말아라. 일체 중생이 큰 고통받는 바다에 떨어져 있거늘 맹세하여 〈중생을〉 제도하려 하거니, 어찌 서러워 하리오. 이 고통 받음은 적〈은 것이〉거니와 지옥〈의〉 「고」를 받음은 많으니, 내가 지혜〈와〉 정진〈과〉 지계〈와〉 선정이 있고〈서〉도 오히려 이 「고」를 받음을 시름하거든 하물며 지옥에 있는 지혜가 없는 사람이겠는가.’
Ⓒ 역자 | 김영배 / 1999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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