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서천국(西天國)에 현명한 일곱 명의 여인이 주검을
(=시체를)
많이 버린 수풀에서 함께 노닐다가 한 시체를 보았다. 그 중 한 여인이 시체를 가리키며 여러 여인들에게 말하기를, “시체는 여기에 있는데, 사람은 어느 곳으로 갔는가?”라고 하고, 그 중에 한 여인이 말하기를, “아쉽구나, 아쉽구나. 사람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하였다. 그 일곱 명의 현명한 여인들이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고는 각자가 마음을 맞추어 깨달았다.
제석(帝釋)이 꽃을 뿌려 여인들에게 공양하고 말하기를, “오직 원컨대, 모든 현명하신 여인들이여, 무엇을 구하는가? 내가 반드시 목숨을 마칠 때까지 그대들이 구하는 바를 공급해 주리라.” 하니, 여인들이 말하기를, “우리 집에는 네 가지 일[四事]과 일곱 가지 보배[七珍]가 다 갖추어져 있는데, 오직 세 가지 물건을 구합니다. 첫째는 ‘음지와 양지가 없는 땅’[무음양지(無陰陽地)] 한 조각이요, 둘째는 뿌리가 없는 나무
[무근수자(無根樹子)]
한 그루[株]요, 셋째는 소리 지르되 소리
(=메아리)
가 없는 한 곳
(산골짜기)
[규불향산곡(叫不響山谷)]
입니다.”라고 하였다.
제석이 말하기를, “일체의 구하는 바는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 있거니와, 만약에 여인들이 구하는 바가 이 세 가지 물건이라면 나는 진실로 없도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 여인들이 말하기를, “그대가 이 물건이 없다면, 어떻게 능히 사람
(=남)
들을 제도하겠는가?”라고 하니, 제석이 말씀하지 못하고 여인들과 함께 부처님께 가서 사뢰니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모든 제자와 대아라한들도 이 뜻을 알지 못하였거니와, 오직 여러 대보살들이어야만 이 뜻을 아느니라.” 하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