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산화상육도보설언해:12ㄱ
人道者 善因 宿布야 幸獲人倫호 或生中國邊方야 或受男形女相며 或智或愚며 或賤或貴며 或貧或富며 或苦或樂니 皆非天地與之라 總由前業果報이니라 故로 云호 欲知前世因인댄 今生애 受者이 是오 欲知未來界인댄 今生애 作者이 是니라
Ⓒ 구결 | 순창 취암사 / 1567년(선조 즉위년) 월 일
○
人인道도者쟈 주001) 인도자(人道者): 인간 세계라는 것은. 인도(人道)는 육도(六道)의 하나로 인간계(人間界)를 지칭한다.
됴 주002) 됴: 좋은. 둏-[好]+(관형사형어미). 중세 한국어에서 ‘좋다’(→조타)는 ‘깨끗하다’[淨]는 의미이고, ‘둏다’(→됴타)는 ‘좋다’[好]는 의미로 구분되었다.
因인緣연 前쳔生애
라 주003) 라: 만들어. -[作]+아(연결어미). ‘-’의 어간 말음 ‘ㄹ’은 설음 ‘ㄴ, ㄷ’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자동 탈락하였다(노니). ¶새로 스믈여듧 字 노니〈훈민정음언해 3ㄱ〉. 蘇張 혀 비러 周宋로 갈 다 시 노피 쟈노라〈두시언해 3:17ㄴ〉.
펴
혀 주004) 혀: 다행히. 걱정되던 일이 예상보다 심하지 않거나 뜻밖에 잘 풀려 마음이 놓이게. ¶혀 금이어나 은이어나 안해 잇거든〈구급간이방언해 6:17ㄴ〉. 幸 혀 〈1576 신증유합 하:35ㄱ〉. 幸 혀 〈1583 석봉천자문 31ㄱ〉.
이번 주005) 이번: 이번에. 이번[此番]+(처소부사격조사). 실질형태소와 형식형태소(조사,어미 등)를 끊어 표기하는 분철(分綴)은 ‘이번’, ‘이버’는 연철, ‘이번’는 중철표기.
사
무 주006) 무: (사람의) 무리를. 물[類]+(목적격조사). ‘사 무’은 원문의 ‘人倫’에 대한 번역. ¶類 무리라〈월인석보 10:122ㄱ〉. 이 책에는 재구조화된 ‘무리’도 나타난다. ¶ 털 가진 무리와 짓 가진 무리와 〈몽산화상육도보설 9ㄱ〉.
어도 시혹 中國국에나
나라해 주007) 나라해: 변방에. 변두리 국가에. [邊]+나라ㅎ[國]+애(처소의 부사격조사). ‘나라’는 ‘ㅎ’ 말음체언으로,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 앞에서는 ‘나라ㅎ’으로 나타나고, ‘ㄱ, ㄷ’으로 시작하는 조사와 통합할 때는 유기음화하여 ‘ㅌ, ㅋ’로, 휴지(休止) 앞에서는 ‘나라’로 나타난다. ¶녀느 나라콰 싸 저긔 이 象로 長常 이긔니 〈월인석보 20:64ㄱ〉. 그 부텻 나라토 이 리라 〈월인석보 12:13ㄱ〉.
나 주008) 나: (태어) 나되. 나-[生]+아(연결어미). ‘-아/오’는 어떤 사실을 서술하면서 그와 관련된 조건을 뒤에 덧붙이는 뜻을 나타내는 어미이다. ‘-오’는 어간 말음이 ‘ㅗ’로 끝나는 어간과 결합하면 ‘오’가 실현되지 않고 대신 어간의 성조만 변동된다. 어간 말음이 ‘ㅏ/ㅑ’일 경우에도 형태는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라는 이형태가 존재했다고 보는 것이 평행적이다.
시혹
남진늬 주009) 남진늬: 남자의. 남편의. 남진[男]+의(관형격조사). 분철은 ‘남진의’, 연철은 ‘남지늬’, 중철은 ‘남진늬’와 같이 표기되었다. 표기사의 관점에서 보면, 연철에서 분철로 이행하는 과도기적인 표기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몸과
계지븨 주010) 계지븨: 여자의. 아내의. 계집[女]+의(관형격조사). 15세기에는 주로 ‘겨집’으로, 16세기 문헌부터 ‘계집’이 나타나는데 이는 ‘겨집’에서 ‘ㅣ’후행중모음화한 형태이다. 현대국어의 ‘계집’은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 사용되나 중세국어에서는 이런 비하의 의미 없이 ‘여자’, ‘부인’, ‘아내’의 일반 지칭어로 사용되었다.
얼굴 어드며 시혹
가오며 주011) 가오며: 슬기로우며. 갑-[慧]+며(연결어미). ¶聰明며 가오 눌와 다 議論리오〈두시언해 8:46ㄴ〉. 곱고 가와 겨지븨 홀 여러가지 그 아더니〈삼강행실도(동경) 열:19ㄱ〉.
시혹
어리며 주012) 어리며: 어리석으며. 어리-[愚]+며. ¶사미 슬거오니 어리니 이실 도 쇠 업니라 〈초발심자경문언해 41ㄴ〉. 중세국어에서 ‘어리다’[幼]는 뜻을 나타내던 말은 ‘졈다’였다. ‘어리석다’는 말음 19세기 후반부터 많이 나온다. ¶어리석다 愚痴 朱愚〈1895 국한회어 210〉. 어리석은 사들을 쇽이고 〈1896 독립신문〉.
시혹 賤쳔人인 외며 시혹 貴귀人인 외며 시혹가
몽산화상육도보설언해:12ㄴ
난며 시혹
가멸며 주013) 가멸며: 부유하며. 가멸-[富]+며. 15세기 관판문헌에는 ‘가멸-’이, 16세기 문헌에는 ‘가멸-가열-’과 같이 ‘가멸-’이 방언에서 쓰인 것으로 볼 때, 15세기 관판문헌의 ‘ㅿ’형은 두 방언형(ㅅ유지형-ㅅ탈락형)을 절충하는 표기가 아니었을까 한다. ¶豊은 가멸씨오 樂 즐거씨라 〈월인석보 12:8ㄴ〉.富 가멸 부〈석봉천자문 22ㄴ〉. 사의 가열며 貴홈을 보고 可히 차탄여 블워며〈1588 소학언해 5:102ㄴ〉.
시혹 苦고로이 살며 시혹
즐거우로 주014) 즐거우로: 즐거움으로. ‘즐겁-’은 ㅂ불규칙용언. 즐겁-[樂]+움(명사형 어미)+로(도구의 부사격조사). 15세기 정음 초기문헌에서는 ‘ㅸ’으로 표기되었으나 능엄경언해(1461)부터는 ‘ㅸ’이 폐지된 어형으로 표기되었다. ¶安樂 便安코 즐거씨라〈석보상절 9:23ㄱ〉. 긔며 苦고로외며 즐거울시라〈1496 진언권공 43ㄴ〉.
사니 다 하 히 준 디 아니라 다 前젼生애 果과報보인
다시라 주015) 다시라: 탓이다. 탓이라. 닷[所以]+이(서술격조사)+라(종결어미).
이럴 주016) 이럴: 이러하므로. 그러므로. ‘-ㄹ’는 원각경언해(1465) 이전에는 ‘-ㄹ’로 적었으나 그 문헌부터는 ‘-ㄹ’와 같은 표기로 개정되었다. 현대국어에서 앞말이 뒷말의 원인이나 전제가 됨을 나타낼 때 의고적으로 ‘ㄹ새’[ㄹ쌔]형을 쓰기도 한다.
알라 前젼世셰예
욘 주017) 욘: 한. -[爲]+‘j’+오(관계절에 나타나는 선어말어미)+ㄴ(관형사형어미).
因인緣연 알오져
홀딘댄 주018) 홀딘댄: 할진댄. 할 것이면. ‘-+오+ㄹ#(의존명사)+이(서술격조사)+ㄴ댄(연결어미).’ ‘-(오/우)-ㄹ딘댄’은 “-ㄹ 것이면” 정도의 뜻으로, 어떤 사실을 인정하되 그것이 뒷말의 근거나 전제가 됨을 나타낸다.
이 生애 바다 거시 이오 後후生앳
果과 주019) 과(果): 결과. 본래는 ‘나무 열매’라는 뜻. 연(緣)이 익은 것. 인연(因緣)으로 생기는 모든 법(法). 곧 원인에 따라 일어나는 모든 법. ¶㉠ 緣이 니그면 果ㅣ오 ; 연이 익으면 과이고〈석보상절 13:41ㄱ〉 ㉡ 果 여르미오 報 가 씨라 ; 과는 열매이고, 보는 갚는다는 것이다. 〈월인석보 1:11ㄴ~12ㄱ〉 ㉢ 因 도미 緣이오 緣 니그니 果ㅣ오 果 마니 報ㅣ오 ; 인을 돕는 것이 연이고, 연 익은 것이 과이고, 과를 맞은 것이 보이고 〈월인석보 11:101ㄱ〉 ㉣ 緣 니그미 果ㅣ오 果 맛니 報ㅣ오 ; 연 익은 것이 과이고, 과에 응답하는 것이 보이고〈법화경언해 1:148ㄱ〉 ㉤ →실상(實相) ㉥ →과보(果報).
알오져 주020) 알오져: 알고자. 알-[知]+고져(연결어미). ‘ㄹ’을 말음으로 가진 어간 뒤에 ‘ㄱ’으로 시작하는 형태소가 올 때 후음 ‘ㅇ’로 약화되는 규칙에 따라 ‘-고→오’로 표기한 것이다.
홀딘댄 今금生앳
진 주021) 진: 짓는. 짓-[作]++ㄴ(관형사형어미). 이 시기에 ‘짓→진’과 같은 표기는 음절말 종성 ‘ㅅ’이 자음이나 휴지 앞에서 [t]로 중화(中和)되었음을 전제로 한다.
因인緣연이
이니라 주022) 이니라: 이것이다. 이것인 것이다. 이것이니라. 이[是]+Ø(서술격조사)+니+라.
Ⓒ 언해 | 순창 취암사 / 1567년(선조 즉위년) 월 일
○인도(人道)라는 것은 좋은 인연을 전생에 만들어 펴 다행히 이번에 사람의 무리를 얻되, 혹 중국에 태어나거나 변두리 국가에 태어나되, 혹 남자의 몸과 여자의 모습을 얻으며, 혹 슬기로우며, 혹 어리석으며, 혹 천한 사람[賤人]이 되며, 혹 귀한 사람[貴人]이 되며, 혹 가난하며, 혹 부유하며, 혹 괴롭게 살며, 혹 즐거움으로 사나니, 〈이것은〉 모두 하늘과 땅이 준 것이 아니라 모두 전생의 과보(果報)인 탓이다. 그러므로 알아라. 전생에 행한 인연을 알고자 한다면, 이번 생[今生]에 받아쓰는 것이 이것이요, 후생의 과(果)를 알고자 한다면 금생(今生)에서 짓는 인연(因緣)이 이것이니라.
Ⓒ 역자 | 정우영 / 2013년 11월 30일
원본이미지
이 기사는 전체 2개의 원본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