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내
엄미지장경언해 상:27ㄱ
을딘대주001) 엄미을딘대:어미[母]일진대. 어미[母]라면. 엄미[母]+Ø(서술격 조사 어간)+을딘대(연결 어미)+ᄂᆞᆫ(보조사). 『월인석보』(21상:56ㄱ)에는 ‘어미로ᇙ딘댄’으로 적혀 있다. 이는 ‘어미+Ø(서술격 조사 어간)+오/우+으ᇙ딘댄’의 구조이다. 서술격 조사 어간 ‘이-’ 뒤에서는 ‘-오/우-’가 ‘로-’로 교체되는 것은 중세국어의 질서였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는 세 가지가 바뀐 것이다. ①어미〉엄미. ②-로ᇙ-〉-을-. ③-딘댄〉-딘대ᄂᆞᆫ.
근원에주002) 근원에:근원(根源)의. 죄의 근거가 되는. ‘근원에 죄’는 원문의 ‘本罪’(벽송암판 상22ㄴ)를 번역한 것이다. ‘에’는 부사격 조사가 아니고 관형격 조사이다. 『월인석보』(21상:56ㄱ)에는 ‘根源ㅅ’으로 적혀 있다. 여기의 ‘에’는 처소 관형격 조사 ‘엣’의 발달형으로 보인다.
죄을 알리니 얻던
업주003) 업:행업(行業). 행위. 신(身)·구(口)·의(意)로 짓는 모든 업. 고락의 과보를 감수해야 할 선악의 업. ‘수행(修行)’을 뜻하기도 한다.
을 지어 악도애
러딘다주004) 러딘다:떨어졌느냐. ᄠᅥᆯ-[墮, 墜, 落]+어(보조적 연결 어미)+디-(보조 동사 어간)+ㄴ다(의문 종결 어미). ‘-ㄴ다’는 2인칭 주어문에 쓰이는 안 높임의 과거 시제 의문 종결 어미이다. 현대국어의 ‘떨어지다’는 [추락]을 뜻하기도 하고 [서로 떨어져 있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중세국어의 ‘러디다’는 [추락]을 뜻한다. 한편 ‘디다’는 [추락]을 뜻하기도 하고, [뒤처짐]을 뜻하기도 한다.
비주005) 비:비자(婢子)가. 여종(女從)의 아들이. 비ᄌᆞ(婢子)+ㅣ(주격 조사).
답호 산 것 주기며
허러주006) 허러:헐뜯어. 비방하여. 헐-[毁]+어. ‘허러 짇’은 원문의 ‘毁罵’(벽송암판 상22ㄴ)를 번역한 것이다. 그 대상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무비(2001:145)에서는 ‘불법(佛法)’을 대상으로 보았다.
짇 두 업으로
보을주007) 슈호라주008) 슈호라:수(受)하였노라. 받았노라. 슈(受)+ᄒᆞ-+오/우+라. ‘-오/우-’는 화자 초점 표지이다.
복을
닙펴주009) 닙펴:입혀. 닙-[蒙]+히(피동 접미사)+어. ‘니펴’의 중철이다. ‘몽복(蒙福)’은 일반적으로 ‘복을 입음’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사동(使動) 현상으로 보고 ‘복을 닙펴’로 번역하였다. 『월인석보』(21상:56ㄴ)의 ‘福ᄋᆞᆯ 니펴’를 답습한 것이다.
내 난
구완티옷주010) 구완티옷:구하지. 구완+ᄒᆞ-+디(보조적 연결 어미)+옷(강조의 보조사). ‘옷’은 강조의 보조사 ‘곳’이 ‘ㄱ’ 약화를 입은 것이다. 목적어가 사람이 아니라 ‘난(難)’인 점이 현대국어와 다르다.
안니면주011) 안니면:아니하면. 『월인석보』(21상:56ㄴ)의 ‘아니ᄒᆞ면’을 따른 것이다. ‘若非蒙福 救拔吾難 以是業故 未合解脫’(벽송암판 상22ㄴ-23ㄱ)을 이 책에서는 ‘복을 닙펴 내 난 구완티옷 안니면 이 업 젼로 버서나디 몯리라’로 번역하였지만, 무비(2001:145)에서는 ‘만약 복을 지어 그 힘으로 나를 고난에서 빼내어 구원해 주지 않았다면 이 업 때문에 해탈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번역하였다. ‘蒙福 救拔吾難’의 시제 표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문제는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참고하여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광목아 네 대민야 능히 엄미 위야 일런 대원 발니 보 네 엄미 열세 히 면 이 보 리고 범지 되야 목수미 ᄇᆡᆨ 셰리니 이 보 디낸 후에 무우국토에 나 목수미 몯 혈 겁쉬리라’(상 28ㄱ)를 보면, ‘어머니를 위해 대원을 발한 것’으로 광목의 역할은 끝나고, 이 서원의 가피력(加被力)으로 광목의 어머니가 구원 받았음을 청정연화목여래가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蒙福 救拔吾難’은 과거의 사건으로 보인다. ‘버서나디 몯리라’의 시제도 부적절해 보인다. 여기서의 ‘벗어남’은 ‘지옥으로부터의 벗어남’일 것이고, 그렇다면 그것은 이미 이루어진 사태이다.
이 업
젼로주012) 젼ᄎᆞ로:때문에. 까닭으로. 젼ᄎᆞ(詮次)+로(부사격 조사). ‘젼ᄎᆞ’ 앞에는 관형어가 놓이기도 하고, 여기서처럼 명사가 놓이기도 한다. 중세국어에는 ‘젼’와 의미가 같은 ‘앛’이 있었는데, ‘젼’는 17·8세기까지 쓰였다. 『한중록』에 ‘닥’이 등장한다.
버서나디주013) 버서나디:벗어나지. 벗-[脫]+어+나-(보조동사 어간)+디(보조적 연결 어미). 중세국어에서는 대상이 추상 명사일 때에는 ‘벗-’이 쓰이고, 대상이 구체 명사일 때에는 ‘밧-’이 쓰인다. ¶病도 덜며 厄도 버스리라〈석보상절 9:34ㄴ〉. 裸 옷 바 씨오〈월인석보 9:36 상ㄱ〉. 현대 국어의 보조적 연결어미 ‘-지’와 종결 어미 ‘-지’는 기원이 전혀 다르다. 보조적 연결 어미 ‘-지’는 ‘-디’가 발달한 것이고, 종결어미 ‘-지’는 ‘-디’가 발달한 것이다. ‘-디’는 선행 종속절을 강하게 긍정하고, 후행절을 부정하는 의미로 쓰였다.
몯리라 광목이
몰으되주014) 몰으되:묻되. 『월인석보』(21상:56ㄴ)에는 ‘무로ᄃᆡ’로 적혀 있다. ‘ㅜ’가 ‘ㅗ’로 나타난 것은 오각이다. ‘-되’는 이 책에서 ‘-ᄃᆡ’로 나타나기도 한다.
디옥 죄뵈 그 일이 얻더던뇨 비
ᄃᆡ딥호되주015) ᄃᆡ딥호되:대답하되. ‘ᄃᆡ’의 자형(字形)이 ‘듸’와 유사하다. ‘딥’은 ‘답’의 오각이다.
죄괴엣주016) 죄괴엣:죄고(罪苦)의. ‘죄고(罪苦)+엣(처소 관형격 조사)’에 모음충돌 회피를 위해 [j]를 개입시킨 것이다. [j]의 음운론적 성격은 반자음이다. ‘죄고’는 벌로 인한 고통.
일은 마 몯 니리로다 쳔 셰 듕에 몯 다 니르리라 광목이 듯고 우러
허공계주017) 허공계:하늘. 진여(眞如: 만유의 본체로서 있는 그대로의 평등한 진리이자 깨달음 그 자체이며, 모든 법을 갖추고 있는 진실한 모습)를 뜻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하늘’을 뜻한다.
에
로ᄃᆡ주018) 로ᄃᆡ:아뢰되. ‘ᄃᆡ’의 자형(字形)이 ‘듸’와 유사하다. 아뢰되. ᄉᆞ로-[白]+ᄃᆡ. 중세국어 시기에는 ‘ᄉᆞ로ᄃᆡ’의 구성 요소인 ‘ㅗ’는 본래 어미부에 속해 있던 매개모음이 변한 것이다. 즉 ‘ᄉᆞᆯᄫᆞ샤ᄃᆡ’의 ‘ㆍ’가 ‘ㅗ’로 바뀐 것이다.
원옵니 내 엄미 디옥을 기리 버서
Ⓒ 언해 | 묘향산인 관송장로 / 1762년(영조 38)
이미(=과거에) 내 어미였을진대(어미였다면) 근원의 죄를 알리니, 어떤 행업(行業)을 지어 악도(惡道)에 떨어졌느냐? 비자(婢子)가 대답하되, 산 것 죽이며 헐뜯고 비방하는 두 업(業)으로 보(報)를 받았노라. 복(福)을 입혀 내 고난을 구하지 아니하면, 이 업(業) 때문에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광목(廣目)이 묻되, 지옥(地獄)의 죄보(罪報)가 그 일(구체적 내용)이 어떠하더냐? 비자(婢子)가 대답하되, 죄고(罪苦)의 일은 차마 못 이르리로다. 백천(百千) 세(歲) 동안에 못 다 이르리라. 광목이 듣고 울면서 허공계(虛空界)에 아뢰되, 원하옵나니 제 어미가 지옥을 영원히 벗어나
Ⓒ 역자 | 이유기 / 2018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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