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지장경언해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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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 중생업감품(衆生業感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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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 중생업감품 010


마 내 엄미

지장경언해 상:27ㄱ

을딘대
주001)
엄미을딘대:
어미[母]일진대. 어미[母]라면. 엄미[母]+Ø(서술격 조사 어간)+을딘대(연결 어미)+ᄂᆞᆫ(보조사). 『월인석보』(21상:56ㄱ)에는 ‘어미로ᇙ딘댄’으로 적혀 있다. 이는 ‘어미+Ø(서술격 조사 어간)+오/우+으ᇙ딘댄’의 구조이다. 서술격 조사 어간 ‘이-’ 뒤에서는 ‘-오/우-’가 ‘로-’로 교체되는 것은 중세국어의 질서였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는 세 가지가 바뀐 것이다. ①어미〉엄미. ②-로ᇙ-〉-을-. ③-딘댄〉-딘대ᄂᆞᆫ.
근원에주002)
근원에:
근원(根源)의. 죄의 근거가 되는. ‘근원에 죄’는 원문의 ‘本罪’(벽송암판 상22ㄴ)를 번역한 것이다. ‘에’는 부사격 조사가 아니고 관형격 조사이다. 『월인석보』(21상:56ㄱ)에는 ‘根源ㅅ’으로 적혀 있다. 여기의 ‘에’는 처소 관형격 조사 ‘엣’의 발달형으로 보인다.
죄을 알리니 얻던 업주003)
업:
행업(行業). 행위. 신(身)·구(口)·의(意)로 짓는 모든 업. 고락의 과보를 감수해야 할 선악의 업. ‘수행(修行)’을 뜻하기도 한다.
을 지어 악도애 러딘다주004)
러딘다:
떨어졌느냐. ᄠᅥᆯ-[墮, 墜, 落]+어(보조적 연결 어미)+디-(보조 동사 어간)+ㄴ다(의문 종결 어미). ‘-ㄴ다’는 2인칭 주어문에 쓰이는 안 높임의 과거 시제 의문 종결 어미이다. 현대국어의 ‘떨어지다’는 [추락]을 뜻하기도 하고 [서로 떨어져 있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중세국어의 ‘러디다’는 [추락]을 뜻한다. 한편 ‘디다’는 [추락]을 뜻하기도 하고, [뒤처짐]을 뜻하기도 한다.
비주005)
비:
비자(婢子)가. 여종(女從)의 아들이. 비ᄌᆞ(婢子)+ㅣ(주격 조사).
답호 산 것 주기며 허러주006)
허러:
헐뜯어. 비방하여. 헐-[毁]+어. ‘허러 짇’은 원문의 ‘毁罵’(벽송암판 상22ㄴ)를 번역한 것이다. 그 대상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무비(2001:145)에서는 ‘불법(佛法)’을 대상으로 보았다.
짇 두 업으로 보을주007)
보을:
보(報)를.
슈호라주008)
슈호라:
수(受)하였노라. 받았노라. 슈(受)+ᄒᆞ-+오/우+라. ‘-오/우-’는 화자 초점 표지이다.
복을 닙펴주009)
닙펴:
입혀. 닙-[蒙]+히(피동 접미사)+어. ‘니펴’의 중철이다. ‘몽복(蒙福)’은 일반적으로 ‘복을 입음’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사동(使動) 현상으로 보고 ‘복을 닙펴’로 번역하였다. 『월인석보』(21상:56ㄴ)의 ‘福ᄋᆞᆯ 니펴’를 답습한 것이다.
내 난 구완티옷주010)
구완티옷:
구하지. 구완+ᄒᆞ-+디(보조적 연결 어미)+옷(강조의 보조사). ‘옷’은 강조의 보조사 ‘곳’이 ‘ㄱ’ 약화를 입은 것이다. 목적어가 사람이 아니라 ‘난(難)’인 점이 현대국어와 다르다.
안니면주011)
안니면:
아니하면. 『월인석보』(21상:56ㄴ)의 ‘아니ᄒᆞ면’을 따른 것이다. ‘若非蒙福 救拔吾難 以是業故 未合解脫’(벽송암판 상22ㄴ-23ㄱ)을 이 책에서는 ‘복을 닙펴 내 난 구완티옷 안니면 이 업 젼로 버서나디 몯리라’로 번역하였지만, 무비(2001:145)에서는 ‘만약 복을 지어 그 힘으로 나를 고난에서 빼내어 구원해 주지 않았다면 이 업 때문에 해탈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번역하였다. ‘蒙福 救拔吾難’의 시제 표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문제는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참고하여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광목아 네 대민야 능히 엄미 위야 일런 대원 발니 보 네 엄미 열세 히 면 이 보 리고 범지 되야 목수미 ᄇᆡᆨ 셰리니 이 보 디낸 후에 무우국토에 나 목수미 몯 혈 겁쉬리라’(상 28ㄱ)를 보면, ‘어머니를 위해 대원을 발한 것’으로 광목의 역할은 끝나고, 이 서원의 가피력(加被力)으로 광목의 어머니가 구원 받았음을 청정연화목여래가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蒙福 救拔吾難’은 과거의 사건으로 보인다. ‘버서나디 몯리라’의 시제도 부적절해 보인다. 여기서의 ‘벗어남’은 ‘지옥으로부터의 벗어남’일 것이고, 그렇다면 그것은 이미 이루어진 사태이다.
이 업 젼로주012)
젼ᄎᆞ로:
때문에. 까닭으로. 젼ᄎᆞ(詮次)+로(부사격 조사). ‘젼ᄎᆞ’ 앞에는 관형어가 놓이기도 하고, 여기서처럼 명사가 놓이기도 한다. 중세국어에는 ‘젼’와 의미가 같은 ‘앛’이 있었는데, ‘젼’는 17·8세기까지 쓰였다. 『한중록』에 ‘닥’이 등장한다.
버서나디주013)
버서나디:
벗어나지. 벗-[脫]+어+나-(보조동사 어간)+디(보조적 연결 어미). 중세국어에서는 대상이 추상 명사일 때에는 ‘벗-’이 쓰이고, 대상이 구체 명사일 때에는 ‘밧-’이 쓰인다. ¶病도 덜며 厄도 버스리라〈석보상절 9:34ㄴ〉. 裸 옷 바 씨오〈월인석보 9:36 상ㄱ〉. 현대 국어의 보조적 연결어미 ‘-지’와 종결 어미 ‘-지’는 기원이 전혀 다르다. 보조적 연결 어미 ‘-지’는 ‘-디’가 발달한 것이고, 종결어미 ‘-지’는 ‘-디’가 발달한 것이다. ‘-디’는 선행 종속절을 강하게 긍정하고, 후행절을 부정하는 의미로 쓰였다.
몯리라 광목이 몰으되주014)
몰으되:
묻되. 『월인석보』(21상:56ㄴ)에는 ‘무로ᄃᆡ’로 적혀 있다. ‘ㅜ’가 ‘ㅗ’로 나타난 것은 오각이다. ‘-되’는 이 책에서 ‘-ᄃᆡ’로 나타나기도 한다.
디옥 죄뵈 그 일이 얻더던뇨 비 ᄃᆡ딥호되주015)
ᄃᆡ딥호되:
대답하되. ‘ᄃᆡ’의 자형(字形)이 ‘듸’와 유사하다. ‘딥’은 ‘답’의 오각이다.
죄괴엣주016)
죄괴엣:
죄고(罪苦)의. ‘죄고(罪苦)+엣(처소 관형격 조사)’에 모음충돌 회피를 위해 [j]를 개입시킨 것이다. [j]의 음운론적 성격은 반자음이다. ‘죄고’는 벌로 인한 고통.
일은 마 몯 니리로다 쳔 셰 듕에 몯 다 니르리라 광목이 듯고 우러 허공계주017)
허공계:
하늘. 진여(眞如: 만유의 본체로서 있는 그대로의 평등한 진리이자 깨달음 그 자체이며, 모든 법을 갖추고 있는 진실한 모습)를 뜻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하늘’을 뜻한다.
로ᄃᆡ주018)
로ᄃᆡ:
아뢰되. ‘ᄃᆡ’의 자형(字形)이 ‘듸’와 유사하다. 아뢰되. ᄉᆞ로-[白]+ᄃᆡ. 중세국어 시기에는 ‘ᄉᆞ로ᄃᆡ’의 구성 요소인 ‘ㅗ’는 본래 어미부에 속해 있던 매개모음이 변한 것이다. 즉 ‘ᄉᆞᆯᄫᆞ샤ᄃᆡ’의 ‘ㆍ’가 ‘ㅗ’로 바뀐 것이다.
원옵니 내 엄미 디옥을 기리 버서
Ⓒ 언해 | 묘향산인 관송장로 / 1762년(영조 38)

이미(=과거에) 내 어미였을진대(어미였다면) 근원의 죄를 알리니, 어떤 행업(行業)을 지어 악도(惡道)에 떨어졌느냐? 비자(婢子)가 대답하되, 산 것 죽이며 헐뜯고 비방하는 두 업(業)으로 보(報)를 받았노라. 복(福)을 입혀 내 고난을 구하지 아니하면, 이 업(業) 때문에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광목(廣目)이 묻되, 지옥(地獄)의 죄보(罪報)가 그 일(구체적 내용)이 어떠하더냐? 비자(婢子)가 대답하되, 죄고(罪苦)의 일은 차마 못 이르리로다. 백천(百千) 세(歲) 동안에 못 다 이르리라. 광목이 듣고 울면서 허공계(虛空界)에 아뢰되, 원하옵나니 제 어미가 지옥을 영원히 벗어나
Ⓒ 역자 | 이유기 / 2018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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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엄미을딘대:어미[母]일진대. 어미[母]라면. 엄미[母]+Ø(서술격 조사 어간)+을딘대(연결 어미)+ᄂᆞᆫ(보조사). 『월인석보』(21상:56ㄱ)에는 ‘어미로ᇙ딘댄’으로 적혀 있다. 이는 ‘어미+Ø(서술격 조사 어간)+오/우+으ᇙ딘댄’의 구조이다. 서술격 조사 어간 ‘이-’ 뒤에서는 ‘-오/우-’가 ‘로-’로 교체되는 것은 중세국어의 질서였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는 세 가지가 바뀐 것이다. ①어미〉엄미. ②-로ᇙ-〉-을-. ③-딘댄〉-딘대ᄂᆞᆫ.
주002)
근원에:근원(根源)의. 죄의 근거가 되는. ‘근원에 죄’는 원문의 ‘本罪’(벽송암판 상22ㄴ)를 번역한 것이다. ‘에’는 부사격 조사가 아니고 관형격 조사이다. 『월인석보』(21상:56ㄱ)에는 ‘根源ㅅ’으로 적혀 있다. 여기의 ‘에’는 처소 관형격 조사 ‘엣’의 발달형으로 보인다.
주003)
업:행업(行業). 행위. 신(身)·구(口)·의(意)로 짓는 모든 업. 고락의 과보를 감수해야 할 선악의 업. ‘수행(修行)’을 뜻하기도 한다.
주004)
러딘다:떨어졌느냐. ᄠᅥᆯ-[墮, 墜, 落]+어(보조적 연결 어미)+디-(보조 동사 어간)+ㄴ다(의문 종결 어미). ‘-ㄴ다’는 2인칭 주어문에 쓰이는 안 높임의 과거 시제 의문 종결 어미이다. 현대국어의 ‘떨어지다’는 [추락]을 뜻하기도 하고 [서로 떨어져 있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중세국어의 ‘러디다’는 [추락]을 뜻한다. 한편 ‘디다’는 [추락]을 뜻하기도 하고, [뒤처짐]을 뜻하기도 한다.
주005)
비:비자(婢子)가. 여종(女從)의 아들이. 비ᄌᆞ(婢子)+ㅣ(주격 조사).
주006)
허러:헐뜯어. 비방하여. 헐-[毁]+어. ‘허러 짇’은 원문의 ‘毁罵’(벽송암판 상22ㄴ)를 번역한 것이다. 그 대상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무비(2001:145)에서는 ‘불법(佛法)’을 대상으로 보았다.
주007)
보을:보(報)를.
주008)
슈호라:수(受)하였노라. 받았노라. 슈(受)+ᄒᆞ-+오/우+라. ‘-오/우-’는 화자 초점 표지이다.
주009)
닙펴:입혀. 닙-[蒙]+히(피동 접미사)+어. ‘니펴’의 중철이다. ‘몽복(蒙福)’은 일반적으로 ‘복을 입음’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사동(使動) 현상으로 보고 ‘복을 닙펴’로 번역하였다. 『월인석보』(21상:56ㄴ)의 ‘福ᄋᆞᆯ 니펴’를 답습한 것이다.
주010)
구완티옷:구하지. 구완+ᄒᆞ-+디(보조적 연결 어미)+옷(강조의 보조사). ‘옷’은 강조의 보조사 ‘곳’이 ‘ㄱ’ 약화를 입은 것이다. 목적어가 사람이 아니라 ‘난(難)’인 점이 현대국어와 다르다.
주011)
안니면:아니하면. 『월인석보』(21상:56ㄴ)의 ‘아니ᄒᆞ면’을 따른 것이다. ‘若非蒙福 救拔吾難 以是業故 未合解脫’(벽송암판 상22ㄴ-23ㄱ)을 이 책에서는 ‘복을 닙펴 내 난 구완티옷 안니면 이 업 젼로 버서나디 몯리라’로 번역하였지만, 무비(2001:145)에서는 ‘만약 복을 지어 그 힘으로 나를 고난에서 빼내어 구원해 주지 않았다면 이 업 때문에 해탈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번역하였다. ‘蒙福 救拔吾難’의 시제 표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문제는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참고하여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광목아 네 대민야 능히 엄미 위야 일런 대원 발니 보 네 엄미 열세 히 면 이 보 리고 범지 되야 목수미 ᄇᆡᆨ 셰리니 이 보 디낸 후에 무우국토에 나 목수미 몯 혈 겁쉬리라’(상 28ㄱ)를 보면, ‘어머니를 위해 대원을 발한 것’으로 광목의 역할은 끝나고, 이 서원의 가피력(加被力)으로 광목의 어머니가 구원 받았음을 청정연화목여래가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蒙福 救拔吾難’은 과거의 사건으로 보인다. ‘버서나디 몯리라’의 시제도 부적절해 보인다. 여기서의 ‘벗어남’은 ‘지옥으로부터의 벗어남’일 것이고, 그렇다면 그것은 이미 이루어진 사태이다.
주012)
젼ᄎᆞ로:때문에. 까닭으로. 젼ᄎᆞ(詮次)+로(부사격 조사). ‘젼ᄎᆞ’ 앞에는 관형어가 놓이기도 하고, 여기서처럼 명사가 놓이기도 한다. 중세국어에는 ‘젼’와 의미가 같은 ‘앛’이 있었는데, ‘젼’는 17·8세기까지 쓰였다. 『한중록』에 ‘닥’이 등장한다.
주013)
버서나디:벗어나지. 벗-[脫]+어+나-(보조동사 어간)+디(보조적 연결 어미). 중세국어에서는 대상이 추상 명사일 때에는 ‘벗-’이 쓰이고, 대상이 구체 명사일 때에는 ‘밧-’이 쓰인다. ¶病도 덜며 厄도 버스리라〈석보상절 9:34ㄴ〉. 裸 옷 바 씨오〈월인석보 9:36 상ㄱ〉. 현대 국어의 보조적 연결어미 ‘-지’와 종결 어미 ‘-지’는 기원이 전혀 다르다. 보조적 연결 어미 ‘-지’는 ‘-디’가 발달한 것이고, 종결어미 ‘-지’는 ‘-디’가 발달한 것이다. ‘-디’는 선행 종속절을 강하게 긍정하고, 후행절을 부정하는 의미로 쓰였다.
주014)
몰으되:묻되. 『월인석보』(21상:56ㄴ)에는 ‘무로ᄃᆡ’로 적혀 있다. ‘ㅜ’가 ‘ㅗ’로 나타난 것은 오각이다. ‘-되’는 이 책에서 ‘-ᄃᆡ’로 나타나기도 한다.
주015)
ᄃᆡ딥호되:대답하되. ‘ᄃᆡ’의 자형(字形)이 ‘듸’와 유사하다. ‘딥’은 ‘답’의 오각이다.
주016)
죄괴엣:죄고(罪苦)의. ‘죄고(罪苦)+엣(처소 관형격 조사)’에 모음충돌 회피를 위해 [j]를 개입시킨 것이다. [j]의 음운론적 성격은 반자음이다. ‘죄고’는 벌로 인한 고통.
주017)
허공계:하늘. 진여(眞如: 만유의 본체로서 있는 그대로의 평등한 진리이자 깨달음 그 자체이며, 모든 법을 갖추고 있는 진실한 모습)를 뜻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하늘’을 뜻한다.
주018)
로ᄃᆡ:아뢰되. ‘ᄃᆡ’의 자형(字形)이 ‘듸’와 유사하다. 아뢰되. ᄉᆞ로-[白]+ᄃᆡ. 중세국어 시기에는 ‘ᄉᆞ로ᄃᆡ’의 구성 요소인 ‘ㅗ’는 본래 어미부에 속해 있던 매개모음이 변한 것이다. 즉 ‘ᄉᆞᆯᄫᆞ샤ᄃᆡ’의 ‘ㆍ’가 ‘ㅗ’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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