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지장경언해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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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장경언해 상권(地藏經諺解 上卷)
  • 제1 도리천궁신통품(忉利天宮神通品)
  • 제1 도리천궁신통품 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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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도리천궁신통품 023


보살엣 어마님미 디옥 버슬 주001)
분:
뿐. 중세국어에서는 ‘ᄲᅮᆫ’이었다.
아니라 무간엗주002)
무간엗:
무간지옥(無間地獄)의. 무간지옥(無間地獄)은 끊임없는 극도의 고통을 받는 최악의 지옥이다. 일곱 겹의 철성(鐵城)에 구리를 끓여서, 죄인을 죽인다. ‘아비지옥(阿鼻地獄), 무구지옥(無救地獄)’이라고도 한다.
그날 조인주003)
조인:
죄인(罪人). ‘ㅚ’가 이중모음 [oj]였기 때문에 ‘죄인’이 ‘조인’으로 적힐 수 있었다.
이 다 낙을 슈야 주004)
:
함께. ‘ᄒᆞᆫᄭᅴ’도 같은 뜻을 나타내는데, 이 책에 예가 많다. 어원적으로는 ‘[一]+[장소]+Ø(부사격 조사)’의 구조이다. 현대국어에서도 ‘한 곳’을 뜻하는 ‘한데’가 쓰이는데, 근대국어 문헌에서도 ‘한 곳에서’를 뜻하는 ‘ 셔’가 보인다. ¶每日에 漢ㅅ 學生들과  셔 화 닉여시매=每日同漢學生們 一處學習來〈노걸대언해 중간본 상5ㄴ〉.
나니다주005)
나니다:
났습니다. 나-[出]+니+이(청자 존대 선어말 어미)+다.
고 합쟝ᄒᆡ야 믈러나거 귿 이 에셔 도라옴 야주006)
야:
같아서. ‘ᄀᆞᆮᄐᆞ야’의 기원적 구조는 ‘(부사)+-+야’이다. 그러나 오분석에 따라 이 낱말은 복잡한 변화를 겪게 된다. 예를 들면, ‘ᄀᆞᆮ(부사)+ᄒᆞ-+ㄴ’의 구조인 ‘’을 ‘-(형용사 어간)+’으로 오분석한 결과 어간 ‘-’이 형성되었으며, ‘니’와 같은 어형을 ‘-(형용사 어간)+니’로 오분석한 결과 새로운 어간 ‘-’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중세국어 시기는 이러한 변화의 과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ᄐᆞ나’와 같은 경우는 다음 세 구조 중 어느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①(부사)+-+나 ②-+나 ③-+나. 현대국어에서 ‘같네요’보다는 ‘같으네요’가 더 지배적으로 쓰이는데, 그것은 ‘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현대국어에 ‘같다’와 ‘같으다’가 공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대국어의 ‘(남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꼭) 맞다’를 뜻하는 ‘맛다’도 『석보상절』(23:51ㄴ)에 보인다. ‘-’의 어원을 고려하면, ‘맛-’의 ‘맛’ 역시 부사 ‘맞[適]’일 가능성이 있다. ‘맛-’는 ‘滿’의 번역이다.
이 일ᄋᆞᆯ 알고주007)
알고:
깨닫고. 불경언해에서는 ‘알다’가 ‘깨닫다’를 뜻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각화뎡왕여 탑샹주008)
탑샹:
탑상(塔像). 탑과 불상.
압페주009)
압페:
앞에서. 앞+에. 앒〉앞. 여기의 ‘에’는 현대국어의 ‘에서’에 해당한다.
홍셰원주010)
홍셰원:
홍서원(弘誓願). 크고 넓은 서원. ‘誓’의 전통 한자음에는 ‘셰’와 ‘셔’ 두 가지가 있었다.
셰오주011)
셰오:
세우되. 셔-[立]+이(사동 접미사)+오ᄃᆡ.
원호 내 미 겁비주012)
겁비:
겁(劫)이. ‘-겁비’는 중철이다. ‘겁(劫)’은 산스크리트어 ‘kalpa’의 음역. 통상적인 시간의 단위로 잴 수 없을 만큼 매우 길고 긴 세월을 가리키는 말. ‘갈랍파(羯臘波), 겁파(劫波)’라고도 함.
다토록주013)
다토록:
다하도록. 다ᄒᆞ-[盡]+도록. 『월인석보』(21상:29ㄴ)에는 ‘다ᄋᆞᄃᆞ록’으로 적혀 있다. 다ᄋᆞ다〉다ᄒᆞ다. 기원적으로는 부사 ‘다’는 ‘다ᄋᆞ-[盡]+아(연결 어미)’로 구성된 ‘다’가 부사화하여 형성된 것이다.
죄고주014)
죄고:
죄고(罪苦). 벌로 인한 고통.
인 즁을 너비주015)
너비:
넙-[廣]+이(부사 파생 접미사). 파생부사 ‘너비’는 중세국어의 ‘너비’가 그대로 계승되었다. 중세국어 척도류(尺度類) 형용사에 결합하는 명사 파생 접미사와 부사 파생 접미사는 형태가 달랐다. 전자는 ‘ᄋᆡ/의’이고 후자는 ‘-이’이다. 즉 파생명사는 ‘노ᄑᆡ, 기픠, 너븨, 킈’로 파생부사는 ‘노피, 기피, 너비, 키’로 나타났던 것이다. 한편 『여사서언해』(1736)에 ‘널펴’(3:79ㄱ)가 출현하는 것으로 보아, 18세기에는 ‘넓-’이 형성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방변주016)
방변:
방편(方便). 진실한 법으로 이끌기 위해서 임시적으로 쓰는 방법. ‘便’의 전통 독음에는 ‘편, 변’ 둘이 있었다. 동국정운음은 ‘뼌, ·뼌’이었다〈동국정운 3:17ㄴ〉.
을 펴 하탈케주017)
하탈케:
해탈하게. ‘解脫’의 동국정운식 한자음은 다음과 같이 몇 차례 수정되었다. :·〈석보상절 13:40ㄱ〉→ :갱·〈월인석보 9:11ㄱ〉→ :·〈법화3:140ㄴ〉→ :갱·〈금삼1:3ㄴ〉. ‘解’의 한자음은 자전류의 문헌에서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그를 ᄒᆡ〈유합 하 41ㄱ〉. 버슬 개 … 흣허질 해〈자전석요 하 66ㄱ〉.
ᄒᆡ야지다주018)
ᄒᆡ야지다:
하고 싶습니다. ᄒᆞ-+야+지+이+다. ‘-지-’는 [원망(願望)]을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이다. ‘-지-’를 보조동사 어간으로 보기도 하나, ‘-지-’가 어간이나 선어말 어미 뒤에 바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므로, 선어말 어미임이 분명하다.
니라 부톄 문슈리려 니르샤 급주019)
급:
그때에. 15세기 ‘그ᄢᅴ’의 ‘ㅂ’을 앞 음절 받침으로 표기한 것이다. 그+ᄢᅳ[時]+의(부사격 조사). 중세국어에서 관형격 조사와 모양이 같은 ‘의/’가 부사격 조사로 쓰이기도 하였다. 대개 신체 지칭어, 방위 지칭어, 시간 지칭어 등 특수 어휘가 ‘애/에/예’ 대신 이러한 부사격 조사를 취한다. 이것이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인데, 이 책에서는 ‘의’가 그러한 고유 기능을 상실하고, 광범위한 명사 뒤에 쓰였다.
귀왕무독은 이주020)
이:
지금의. 이[此]+ᄌᆡ+ㅅ(관형격 조사). 제〉ᄌᆡ. ‘제〉ᄌᆡ’의 변화는 ‘ㆍ’의 음가 소멸과 단모음화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슈보살주021)
슈보살:
재수보살(財首菩薩).
긔요주022)
긔요:
그요. 그+이(서술격 조사 어간)+고(대등적 연결 어미). 서술격 조사 어간 ‘이-’ 뒤에서 ‘-고’의 ‘ㄱ’이 약화하여 유성성문마찰음 [ɦ]으로 실현된 것을 중세 문헌에서는 ‘-오’로 표기하였는데, 근대국어 시기에 ‘-요’로 변한다. 한편 이 문장에서 보이는 ‘Aᄂᆞᆫ B이 그(=A)이다’와 같은 구조는 중세 문헌에서 많이 보인다. 이러한 문형은 한문 원문 ‘A-B-是’ 구조를 직역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바라문의

지장경언해 상:14ㄱ

은 디장보살이 긔라
Ⓒ 언해 | 묘향산인 관송장로 / 1762년(영조 38)

보살의 어머님이 지옥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무간지옥에 있던 그날의 〈다른〉 죄인들이 다 낙(樂)을 받아서 함께 〈하늘나라에〉 났습니다 하고 합장하고 물러나거늘, 그 딸이 꿈에서 돌아온 것 같아서, 이 일을 깨닫고, 각화정자재왕여래(覺華定自在王如來)의 탑상(塔像) 앞에서 홍서원(弘誓願)을 세우되, 원하옵건대 제가 미래 겁(劫)이 다하도록, 죄고(罪苦) 있는 중생(衆生)을 널리 방편을 펴서, 해탈케 하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부처께서 문수사리(文殊師利)더러 이르시되, “그때의 귀왕무독(鬼王無毒)은 지금의 재수보살(財首菩薩)이 〈바로〉 그요, 바라문의 딸은 지장보살이 〈바로〉 그이다.”
Ⓒ 역자 | 이유기 / 2018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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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분:뿐. 중세국어에서는 ‘ᄲᅮᆫ’이었다.
주002)
무간엗:무간지옥(無間地獄)의. 무간지옥(無間地獄)은 끊임없는 극도의 고통을 받는 최악의 지옥이다. 일곱 겹의 철성(鐵城)에 구리를 끓여서, 죄인을 죽인다. ‘아비지옥(阿鼻地獄), 무구지옥(無救地獄)’이라고도 한다.
주003)
조인:죄인(罪人). ‘ㅚ’가 이중모음 [oj]였기 때문에 ‘죄인’이 ‘조인’으로 적힐 수 있었다.
주004)
:함께. ‘ᄒᆞᆫᄭᅴ’도 같은 뜻을 나타내는데, 이 책에 예가 많다. 어원적으로는 ‘[一]+[장소]+Ø(부사격 조사)’의 구조이다. 현대국어에서도 ‘한 곳’을 뜻하는 ‘한데’가 쓰이는데, 근대국어 문헌에서도 ‘한 곳에서’를 뜻하는 ‘ 셔’가 보인다. ¶每日에 漢ㅅ 學生들과  셔 화 닉여시매=每日同漢學生們 一處學習來〈노걸대언해 중간본 상5ㄴ〉.
주005)
나니다:났습니다. 나-[出]+니+이(청자 존대 선어말 어미)+다.
주006)
야:같아서. ‘ᄀᆞᆮᄐᆞ야’의 기원적 구조는 ‘(부사)+-+야’이다. 그러나 오분석에 따라 이 낱말은 복잡한 변화를 겪게 된다. 예를 들면, ‘ᄀᆞᆮ(부사)+ᄒᆞ-+ㄴ’의 구조인 ‘’을 ‘-(형용사 어간)+’으로 오분석한 결과 어간 ‘-’이 형성되었으며, ‘니’와 같은 어형을 ‘-(형용사 어간)+니’로 오분석한 결과 새로운 어간 ‘-’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중세국어 시기는 이러한 변화의 과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ᄐᆞ나’와 같은 경우는 다음 세 구조 중 어느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①(부사)+-+나 ②-+나 ③-+나. 현대국어에서 ‘같네요’보다는 ‘같으네요’가 더 지배적으로 쓰이는데, 그것은 ‘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현대국어에 ‘같다’와 ‘같으다’가 공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대국어의 ‘(남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꼭) 맞다’를 뜻하는 ‘맛다’도 『석보상절』(23:51ㄴ)에 보인다. ‘-’의 어원을 고려하면, ‘맛-’의 ‘맛’ 역시 부사 ‘맞[適]’일 가능성이 있다. ‘맛-’는 ‘滿’의 번역이다.
주007)
알고:깨닫고. 불경언해에서는 ‘알다’가 ‘깨닫다’를 뜻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주008)
탑샹:탑상(塔像). 탑과 불상.
주009)
압페:앞에서. 앞+에. 앒〉앞. 여기의 ‘에’는 현대국어의 ‘에서’에 해당한다.
주010)
홍셰원:홍서원(弘誓願). 크고 넓은 서원. ‘誓’의 전통 한자음에는 ‘셰’와 ‘셔’ 두 가지가 있었다.
주011)
셰오:세우되. 셔-[立]+이(사동 접미사)+오ᄃᆡ.
주012)
겁비:겁(劫)이. ‘-겁비’는 중철이다. ‘겁(劫)’은 산스크리트어 ‘kalpa’의 음역. 통상적인 시간의 단위로 잴 수 없을 만큼 매우 길고 긴 세월을 가리키는 말. ‘갈랍파(羯臘波), 겁파(劫波)’라고도 함.
주013)
다토록:다하도록. 다ᄒᆞ-[盡]+도록. 『월인석보』(21상:29ㄴ)에는 ‘다ᄋᆞᄃᆞ록’으로 적혀 있다. 다ᄋᆞ다〉다ᄒᆞ다. 기원적으로는 부사 ‘다’는 ‘다ᄋᆞ-[盡]+아(연결 어미)’로 구성된 ‘다’가 부사화하여 형성된 것이다.
주014)
죄고:죄고(罪苦). 벌로 인한 고통.
주015)
너비:넙-[廣]+이(부사 파생 접미사). 파생부사 ‘너비’는 중세국어의 ‘너비’가 그대로 계승되었다. 중세국어 척도류(尺度類) 형용사에 결합하는 명사 파생 접미사와 부사 파생 접미사는 형태가 달랐다. 전자는 ‘ᄋᆡ/의’이고 후자는 ‘-이’이다. 즉 파생명사는 ‘노ᄑᆡ, 기픠, 너븨, 킈’로 파생부사는 ‘노피, 기피, 너비, 키’로 나타났던 것이다. 한편 『여사서언해』(1736)에 ‘널펴’(3:79ㄱ)가 출현하는 것으로 보아, 18세기에는 ‘넓-’이 형성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주016)
방변:방편(方便). 진실한 법으로 이끌기 위해서 임시적으로 쓰는 방법. ‘便’의 전통 독음에는 ‘편, 변’ 둘이 있었다. 동국정운음은 ‘뼌, ·뼌’이었다〈동국정운 3:17ㄴ〉.
주017)
하탈케:해탈하게. ‘解脫’의 동국정운식 한자음은 다음과 같이 몇 차례 수정되었다. :·〈석보상절 13:40ㄱ〉→ :갱·〈월인석보 9:11ㄱ〉→ :·〈법화3:140ㄴ〉→ :갱·〈금삼1:3ㄴ〉. ‘解’의 한자음은 자전류의 문헌에서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그를 ᄒᆡ〈유합 하 41ㄱ〉. 버슬 개 … 흣허질 해〈자전석요 하 66ㄱ〉.
주018)
ᄒᆡ야지다:하고 싶습니다. ᄒᆞ-+야+지+이+다. ‘-지-’는 [원망(願望)]을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이다. ‘-지-’를 보조동사 어간으로 보기도 하나, ‘-지-’가 어간이나 선어말 어미 뒤에 바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므로, 선어말 어미임이 분명하다.
주019)
급:그때에. 15세기 ‘그ᄢᅴ’의 ‘ㅂ’을 앞 음절 받침으로 표기한 것이다. 그+ᄢᅳ[時]+의(부사격 조사). 중세국어에서 관형격 조사와 모양이 같은 ‘의/’가 부사격 조사로 쓰이기도 하였다. 대개 신체 지칭어, 방위 지칭어, 시간 지칭어 등 특수 어휘가 ‘애/에/예’ 대신 이러한 부사격 조사를 취한다. 이것이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인데, 이 책에서는 ‘의’가 그러한 고유 기능을 상실하고, 광범위한 명사 뒤에 쓰였다.
주020)
이:지금의. 이[此]+ᄌᆡ+ㅅ(관형격 조사). 제〉ᄌᆡ. ‘제〉ᄌᆡ’의 변화는 ‘ㆍ’의 음가 소멸과 단모음화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주021)
슈보살:재수보살(財首菩薩).
주022)
긔요:그요. 그+이(서술격 조사 어간)+고(대등적 연결 어미). 서술격 조사 어간 ‘이-’ 뒤에서 ‘-고’의 ‘ㄱ’이 약화하여 유성성문마찰음 [ɦ]으로 실현된 것을 중세 문헌에서는 ‘-오’로 표기하였는데, 근대국어 시기에 ‘-요’로 변한다. 한편 이 문장에서 보이는 ‘Aᄂᆞᆫ B이 그(=A)이다’와 같은 구조는 중세 문헌에서 많이 보인다. 이러한 문형은 한문 원문 ‘A-B-是’ 구조를 직역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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