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의촬요(御醫撮要)≫: ≪어의촬요≫는 ≪신집어의촬요방(新集御醫撮要方)≫의 약칭이다. ≪신집어의촬요방≫은 고려 고종 13년(1226)에 최종준(崔宗峻)의 발의로 간행되었다. 하지만 최종준은 특별히 의학에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서 “최종준이 국왕 명령으로 편찬했다.[崔宗峻 奉宣撰.]”라고 기록하고 있듯이, ≪신집어의촬요방≫은 일종의 관찬의서(官撰醫書)에 해당한다. 고려에서는 원래 다방(茶房)의 약방문(藥方文) 1부(部)가 있었는데, “가장 긴요한 것만을 첨부”하여 2권으로 증보된 이 ≪신집어의촬요방≫을 편찬하고 목판으로 인쇄하여 대량 유포하였다. ≪신집어의촬요방≫은 현존하지 않지만, 원문을 복원해보면 ≪신집어의촬요방≫ 본문은 처방명, 치증(治證), 약재 종류와 분량 나열, 포제법과 복용법 설명, 금기 같은 특기사항으로 구성되었다. ≪신집어의촬요방≫의 기사는 후대 의서인 ≪향약제생집성방≫,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분문온역이해방≫에서 135개 처방이 확인되는데, 특히 ≪의방유취≫에 많이 인용되어 있다. 135개 처방에서 약재가 기재된 처방이 118개이며, 명칭만 남아 있는 처방은 17개이다. 118개 처방에서 등장하는 총 약재수는 1,022개로서, 1처방당 평균 8.66개의 약재를 처방하고 있다. 또한 ≪신집어의촬요방≫에서는 256종의 약재가 등장하는데, 많이 처방되는 약재는 꿀[蜜], 감초(甘草), 인삼(人蔘), 건강(乾薑) 등의 순이다. 이처럼 복방(複方) 중심의 처방으로 편찬된 데다, 당시 수입 약재였던 감초나 고가 약재인 인삼이 빈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신집어의촬요방≫은 소수 지배층 중심의 의서였다. 아울러 ≪신집어의촬요방≫에는 소아과 처방이 하나도 없으며 부인과 처방은 2개에 불과한 데서, 이 책이 성인 남성 중심의 의서이기도 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신집어의촬요방≫의 병인론을 살펴보면 운기학설(運氣學說)과 같은 최신 송(宋) 의학을 수용하는 양상을 살필 수 있으며, 송 의학의 영향은 ≪신집어의촬요방≫에서 ≪태평성혜방≫과 ≪화제국방≫을 빈번히 인용하는 데서도 다시 한번 확인된다. 반면 ≪신집어의촬요방≫에서는 중국 의서의 처방 약재를 보다 정확히 규정하거나 복용법의 변화를 시도하였다. 아울러 ≪신집어의촬요방≫의 지보단(至寶丹)이 ≪화제국방≫의 지보단보다 인삼·용치·천남성 등 3종의 약재를 더 넣으면서 약재의 분량도 더 많은 데서 보이듯이, ≪신집어의촬요방≫에서는 고려적인 치료방식도 내포하고 있다. 요컨대 ≪신집어의촬요방≫에서는 전반적으로 중국 의학을 추수하되, 사용 약재나 복용법 등에서는 고려의 지리적 사회적 여건에 맞춤으로써 고려 의학의 독자성을 모색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