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임금이 손수 특사(特赦)의 글을 지어 중외에 선포하였다. 도성 안에 옛날에 흥복사가 있었는데 허물어진 지가 이미 오랜 지라, 곧 중창하라 명령하시고 원각사라는 현판을 내리시니 문무백관들이 하례의 글을 올렸다. 그 후 5월 9일 신유(辛酉)일에 특별히 신 이보와 인산군 홍윤성을 보내어 향과 폐백을 올리고 석종에 공양을 하니, 또 상서로운 빛이 사방으로 넘쳐나 산천과 공중이 대낮처럼 밝았다. 사리가 또 나뉘어 3백 잎이 되어 이보와 홍윤성이 복명을 하고 분신사리를 올리니 임금이 크게 기뻐하였다. 대신에게 명하여 일을 독려하게 하여 원각사를 시작하고 또 불상을 조성하였다. 이에 6월 13일 을미(乙未)일에 바로 불상을 조성하던 곳에 누런 구름이 드리우고, 하늘에서 꽃비가 사방으로 내리고, 때로는 서기가 석종에서 나와 세 갈래 길에 빗겨 있다가 위로 솟았다. 도성 안 남녀들이 우러러보고 기뻐하며 일찍 없던 일에 감탄하였다. 임금은 또 글을 지어 중외에 특사하고, 온갖 관윈에게 작위 1급씩을 내리니, 온갖 관원들은 전문(箋文)을 갖추어 하례를 올리었다. 신 김수온에게 명하여 기록하라 하였다.
신은 조용히 생각건대, 부처 여래의 도는 천하에 두루 하여 너와 나 피차의 구분이 없고, 부처 여래의 본체는 불국토에 충만하여 숨고 나타나는 간격이 없다. 대체로 드러남도 아니고 숨는 것도 아니며, 드러나지 아니함도 아니고 숨지 않는 것도 아닌 것이 여래의 본체인데, 혹은 드러나고 혹은 숨는 것은 세속의 길이 융성하고 침체함에 달린 것이다.
공손히 생각건대, 우리 주상전하께서는 하늘이 내리신 선인의 지혜로 모든 사람들에게 우뚝 솟아 국가를 다스리는 여가에도 손에 책을 놓지 않으시어 안팎의 유불 경전에 두루 통하지 않음이 없으십니다. 이미 요순(堯舜), 우탕(禹湯), 문무(文武)의 2제 3왕의 학문을 초월하시어, 2제 3왕의 지극한 정치를 이루시었습니다. 가뭄 장마가 계절에 맞았고, 해와 달이 정상적으로 밝아 인민과 사물이 모두 제 길이요, 사방의 이웃나라가 다 감복하고, 예가 갖추어지고 음악이 조화로워 형벌이 사용되지 않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부처님의 해가 감동으로 통하고, 여래의 진신이 나타나고, 사리가 자주 감응하고, 하늘 꽃이 섞여 떨어지니, 상서로운 광채와 상서로운 기운이 한둘이 아니게 풍족합니다.
신은 듣건대, 옛날부터 상서로운 감응이 하늘에 있어서는 경사로운 구름, 밝은 별, 단 이슬의 감로 신령한 비의 영우(靈雨)가 되고, 땅에 있어서는 용과 봉황, 기린, 아름다운 곡식, 지초의 풀이 된다 하였습니다. 우리 성스런 왕조의 상서로움은 하늘에서의 상서도 아니요 땅에서의 상서도 아니지만, 광명이 두루 비쳐 오직 진신이 나타나고, 사리의 출현이 항상 머무시고, 신령한 꽃비와 세상에 없는 상서가 일세에 다 이르니, 어쩌면 우리 성상에게 여러 부처님의 덕이 있고 모든 부처는 성상의 상서로움에 감응되심이 이렇듯 특별히 기이함입니다.
경에 이르기를, “오직 부처와 부처만이 알 수 있다.” 했으니, 신은 이에 더욱 믿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