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손히 생각건대, 우리 주상전하께서 잘 따르시고 잘 이으시어 세상을 화락 태평으로 이끄시고, 백성을 인자 장수로 건지시어, 예의가 갖추고 음악이 이루어져 태평성대로 올라 동방에서는 없는 태평을 이루었는데, 효도의 생각이 끝이 없어서 선조들을 추모해 마지않아 서리 이슬 계절의 감회가 더욱 깊고 보이는 듯한 사모가 더욱 간절하였습니다. 모든 삼보(三寶)를 높이시는 것이나 선조의 도움을 받듦에 있어 지극 정성을 쓰지 않음이 없으십니다. 그래서 이런 상서로운 주심이 이렇듯 성대함을 이루었습니다. 신은 엎드려, 일을 시작하던 처음부터 직접 보아왔습니다. 날마다 독려되는 3천여 인부가 누구 하나도 나무 돌에 부딪치거나 터럭 하나 손상되는 이 없고, 역시 누구 하나 감기에 걸리는 이도 없었습니다. 불상을 안치하기 이전 사흘부터 구름이 어둡고 안개 짙고 불볕이 찌는 듯하더니, 그날 새벽 전 한밤이 되자 큰 바람이 홀연히 일어 하늘이 확 맑아지고 싸늘히 찬 기운이 살을 에는 듯 하다가 불상이 길을 떠나자 바람이 오히려 세어지다가 절 뒤의 고갯마루에 이르려 하니 조용히 바람이 멎고 햇빛이 부드러웠습니다. 도량을 건설하는 7일 동안에는 온화한 기후가 천지에 가득하여 벌, 나비, 벌레들이 도량 안을 날아들었으니, 이것이 곧 세존께서 도리천의 환희동산에 있어 어머니를 위하여 설법하던 날, 모든 묘화의 과일이 계절이 아닌데도 익었던 상서로움과 같았습니다. 대회가 끝나기에 이르러 다시 추위가 어는 듯하여 큰 눈이 쌓였으니, 감응하신 모습이 이렇듯 들어났던 것입니다.
Ⓒ 역자 | 이종찬 / 2013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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