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저녁 이용과 이염을 불러 명하시기를, “너희들은 곤룡포 두 벌, 침수향 한 봉지를 받들고 가서 세존에게 드려라.” 하시고, 또 신미와 모인 대중에게 이르시기를, “나의 효성이 어찌 감히 부처님의 영감에 합격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대중의 힘에 의지하여 감응을 얻는다면 역시 가신 분을 천도하는 마음에 만족하지 않겠는가? 사리를 구하고자 한다면 오늘이 아니고 다시 어느 때를 기다려야 되겠는가? 오늘 밤에 정성으로 간걸하기를 부지런히 하리라.” 하시니, 이에 대중들이 머리 조아려 감동해 울며 곧 나와서 옷을 갈아입고 세수하고 다투어 정성을 피며 서로 언약하기를, “지금 성상께서 조상을 추모하여 끝이 없는 정으로 큰 소원을 발하시어 복 밭을 창건하시고, 생각하시기를 백성들과 및 돌아가신 분에게까지 함께 좋은 업을 숭상하여 착한 인연을 맺고자 하시니, 실로 보살들의 큰 소원과 함께한다 해도 다를 것이 없다. 세존의 자비는 사물에 대응하여 곧 나타나는 것이 마치 달이 강물에 비춤과 같고 골짜기 울림으로 답하는 것과 같다. 본디 소원의 힘으로 항상 건너고 벗어나는 기미를 구하면 큰 신통력을 들어내 뭇 중생을 건져 주시니 진실로 정성을 다한다면 작은 것까지도 비추시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오늘 성상이 지성으로 세존에게 간절히 측은한 생각으로 진신부처님을 보기 원했으니 세존께서 감응하시거나 감응하지 않거나 무슨 의아함이 있으리오. 다만 우리들의 정성이 이르지 못할까 염려될 뿐이다. 우리들이 만약 사리를 얻지 못한다면 장차 삼계의 죄인이 될 것이다. 살아서는 재앙 앙화를 받고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벗어날 기약이 없으리니, 무슨 낯으로 다시 세상 사람을 볼 수 있겠는가? 우리들은 응당 죽음으로 기한을 삼더라도 기필코 반듯이 얻어야 한다.”라고 하고는, 곧 그 장소에 모인 대중들이 귀하고 천함을 따질 것 없이 함께 부처님 앞에 들어가니, 모두 2백 61인이었다.
Ⓒ 역자 | 이종찬 / 2013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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