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문〕
옛적에
월개비구 주139) 가
약왕여래 주140) 께 법공양 뜻을 전에 묻자오니
약왕이 이르시기를, “믿기가 어려운 깊은 경은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어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가장 바른 ‘각’을 이루어 많은
마〈군〉 주141) 마: 몸과 마음을 요란케 하여 선(善)법을 방해하고 좋은 일을 깨뜨려 수도에 장애가 되는 것을 이름.
의 일을 여의게 하니,
만일 이 경에 방편으로 새겨 이르되,
〈글〉뜻을 의지하고 〈부처님〉 말씀을 의지하지 아니하며, ‘지’를 의지하고
‘식’ 주142) 을 의지하지 아니하며,
‘요의’ 주143) 를 의지하고 ‘불요
의’를 의지하지 아니하며, ‘법’을 의지하고 사람을 의지하지 아니하여서, 바로
무명 주144) 무명: 불교의 진리를 알지 못하는 당체, 또는 진여에 대하여 그와 모순되는 비진여.
의 생사를
마침내 멸하여 다하게 하되, 다한 상이 없는 것이, 이 이름이 가장 높은
법공양 주145) 법공양: 보살행을 닦아서 대법을 수호하고 중생을 이익케 함. 교법으로써 여래께 공양함.
이라.”하시니,
월개가 가르침을 입어 묘도를 통달하여 막힌 데 없는 변재를 얻어서
【‘변재’는 말 잘하는 재주이다.】 곧, 약왕〈여래〉께서 전하신 법륜에
【‘전’은 옮기는 것이고, 법륜은 움직여 건너는 것이 막힌 데가 없는 뜻이다.】 따라 두루 펴서 백억만인을 교화하여
무상각 주146) 에서 물러나 구르지 아니하는 경지에 선 것이다.
계환사가 이미 묘도를 통달하여 월개비구를 우러러 바라서, 석가여래께서 옮기신 법륜에 가장 처음〈인〉 화엄시와 가장 뒤의 법화시와
【사교의 주147) 사교의: 중국 수나라 스님, 천태종 개조인 지의가 지은 책이름.
에 부처님의 설법을 다섯 시기로 나누니, 하나는 화엄시이고, 둘은 녹원시이고, 셋은 방등시이고, 넷은 반야시이고, 다섯은 법화열반시이다.】 이 능엄
무상보인 주148) 무상보인: 위가 없는 법보(法寶). 견고하고 부서지지 않으므로 보인이라 함.
에 다 방편〈과〉 건상 분별로
【건상은 건장한 ‘상’이고, 분별은 가리는 것이니, 여러 가지 삼매 주149) 삼매: 산란한 마음을 한 곳에 모아 움직이지 않게 하며 마음을 바르게 하여 망념에서 벗어남.
의 행상과 많고 적음과 깊고 얕음〈을〉 아는 것이 〈마치〉 대장이 여러 가지 병마의 힘을 아는 것과 같은 것이다. 보살이 이 삼매를 득하면 모든 마〈군〉이 무너뜨릴 리가 없으므로 〈그〉 이름이 건상 삼매이다.】 말씀에 멀리 벗어나며, 심·의·식을 여의어 오직 뜻이 있는 곳이고, 잠깐도 사람을 의지하지 아니하여
각의
‘생’ 주150) 과 ‘견’의 병이 조그마한 가린 것도 훤히 없어
청정한 경〈전〉에 능히 더럽히지 아니하여, 내가 원하되, “이것으로 유포하되 다하미 없이 하리라.” 하니,
그 교화를 받은 사람이 어찌 억만〈일〉 따름이 겠는가? 바로 하나의 등〈불〉이 백
천의 등불에 〈불을〉 붙여서 어두운 곳이(=곳을) 다 밝게 하되 〈그〉 밝음이 끝내 다하지 아니함과 같은 것이다.
이런고로 서인을 만들어
【‘서’는 실의 끝이니, 고치에서 끝을 얻으면 고치의 실을 다 뽑아내는 것이다. ‘인’은 끄는 것이니, 경〈전〉의 뜻을 끌어 내는 것이다.】 영겁에 유통하여 법공양 지음을 돕는다.
【법화〈경〉(=화성유품)에 이르시되, ‘삼천대천세계 주151) 삼천대천세계: 수미산을 중심으로 4방에 4대주가 있고 그 바깥을 대철위산이 둘러싼 것을 1세계. 이것을 천 개 합한 것을 1소천세계, 소천세계를 천배 한 것이 1중천세계, 이를 천배 한 것이 1대천세계, 이 속에는 소천·중천·대천의 3종이 있으므로 삼천대천세계라 함.
의 땅을 갈아서 먹을 만들어 천의 국토를 지나 가느다란 티끌만한 〈점을 한〉 점씩 내리게 하여 먹이 다하거든 먹이 찍히지 아니한 국토마저 부수어 티끌을 만들어 한 티끌에 한 겁씩 헤아린다’고 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