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지장경언해 중권

  • 역주 지장경언해
  • 지장경언해 중권
  • 제8 염라왕중찬탄품(閻羅王衆讚嘆品)
  • 제8 염라왕중찬탄품 005
메뉴닫기 메뉴열기

제8 염라왕중찬탄품 005


지장경언해 중:21ㄴ

주001)
셩:
성(性). 성품. 본성. 본질. 어떤 것의 본체(本體)를 이루는 것으로서, 불변하는 고유의 것. 성덕(性德)과 수덕(修德)을 구분하는 경우에 ‘수(修)’에 대응하는 말로 쓰인다. ‘성(性)’은 선천적인 것이고, ‘수(修)’는 후천적인 것이다.
강야주002)
강야:
강하여. 억세어. 원문은 ‘剛强’(벽송암판 중18ㄴ)이다. 후천적으로 바로잡기 어려운, 고집이 센 성격을 뜻한다.
딜드려주003)
딜드려:
길들여. 『월인석보』(21하:116ㄴ)에는 ‘질드려’로 적혀 있다. 질드리-[調, 馴]+어. ‘질〉딜’은 구개음화의 추세를 의식한 과잉교정이다. 현대국어 ‘길들이다’ 역시 구개음화의 추세에 이끌린 과잉교정(역구개음화)이다. 현대 경상도 방언에 ‘질들이다/질딜이다’가 있다. ‘ㅈ’이 ‘ㄱ, ㄷ’ 두 방향으로
항복기주004)
항복기:
항복시키기. 『월인석보』(21하:116ㄴ)에는 ‘降伏ᄒᆡ디’로 적혀 있다. ‘降伏ᄒᆡ디’의 구조는 ‘降伏+ᄒᆞ-+ㅣ(사동 접미사)+디(보조적 연결 어미)’이다. 여기의 ‘항복기’는 ‘항복+ᄒᆞ-+기(명사형 어미)’에서 무성 자음 뒤의 접미사 어간 ‘ᄒᆞ-’가 탈락한 것이다. 사동 형태인 ‘降伏ᄒᆡ디’가 정확하게 옮겨지지 않았다. 한편 보조적 연결 어미 ‘-디’가 명사형 어미 ‘-기’로 교체되었는데, ‘-기’는 중세국어 문헌에서도 많이 보이기는 하지만, 근대국어 이후에 더 활발하게 쓰이게 되었다. ‘항복(降伏)’은 ‘(나쁜 마음이) 가라앉거나 사라짐’을 뜻하기도 한다. ¶이 凡夫의 惑 降伏와 世間 건내 道ㅣ니〈능엄경언해 9:1ㄴ-2ㄱ〉.
어렵거주005)
어렵거:
어려운데. 여기의 ‘-거늘’은 현대국어의 ‘-은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보살이 쳔 겁의주006)
쳔 겁의:
백천겁(百千劫)의 세월 동안에. 『월인석보』(21하:116ㄴ)에는 ‘百千劫에’로 적혀 있다.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 ‘의’가 기능을 상실하고, 광범위한 환경에 쓰인 것이다.
이  즁을 낫나치주007)
낫나치:
낱낱이. 낯+낯+이. 원문에는 ‘頭頭’(벽송암판 중18ㄱ)로 적혀 있다. 『월인석보』(21하:116ㄴ-117ㄱ)에는 ‘낫나치’로 적혀 있다. 중세국어 문헌에서는 ‘낫낫치’로도 적혔다. 이 낱말의 형태소에 대한 유의가 필요하다. 15세기에 ‘낱[箇]’과 ‘낯[箇]’이 공존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낱’은 8종성 표기 규칙에 따라 ‘낟’으로 나타나게 되고, ‘낱+이(접미사)’는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은 중세국어에서는 ‘나티’로 실현된다. 그러므로 ‘낫낫, 낫나치’는 각각 ‘낯+낯’, ‘낯+낯+이’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구완주008)
구완:
구원(救援). 이 책에는 ‘구안’으로 적힌 곳도 있고 ‘구완’으로 적힌 곳도 있다.
야 혀내야주009)
ᄲᅡ혀내야:
빼어내어.
일즉주010)
일즉:
『월인석보』(21하:117ㄱ)에는 ‘ᄲᆞᆯ리’로 적혀 있다. 원문은 ‘早’(벽송암판 중18ㄱ)이다.
버서나게주011)
버서나게:
벗어나게. 벗-[脫]+어(보조적 연결 어미)+나-(보조동사 어간)+게(보조적 연결 어미). 중세국어에서는 대상이 추상 명사일 때에는 ‘벗-’이 쓰이고, 대상이 구체 명사일 때에는 ‘밧-’이 쓰인다. ¶病도 덜며 厄도 버스리라〈석보상절 9:34ㄴ〉. 裸 옷 바 씨오〈월인석보 9:36 상ㄱ〉. 현대 국어의 보조적 연결어미 ‘-지’와 종결 어미 ‘-지’는 기원이 전혀 다르다. 보조적 연결 어미 ‘-지’는 ‘-디’가 발달한 것이고, 종결어미 ‘-지’는 ‘-디’가 발달한 것이다. ‘-디’는 선행 종속절을 강하게 긍정하고, 후행절을 부정하는 의미로 쓰였다.
며 이 죄보주012)
죄보:
죄보(罪報). 지은 죄로 인해 받게 되는 과보(果報).
사주013)
사:
사람. 중세국어의 어형과 같다. 이 책에는 ‘사ᄅᆞᆷ’은 드물고, 대개 ‘사름, 살음’으로 나타나며, ‘살름’도 보인다.
을 큰 악예주014)
악예:
악취(惡趣)에. ‘에→예’는 모음충돌을 막기 위해 반자음 [j]가 개입한 것을 표기한 것이다. [j]는 음운론적으로는 자음에 속한다. ‘악취’는 ‘악도(惡道)’와 같은 말이다. 악한 업인(業因)에 대한 과보로서 태어나는 곳. 6도(道) 중에서 흔히 3악도로 꼽히는 지옥계(地獄界), 아귀계(餓鬼界), 축생계(畜生界)가 해당하며, 아수라계(阿修羅界)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
러디매주015)
러디매:
떨어짐에. 『월인석보』(21하:117ㄱ)에는 ‘ᄠᅥ러디니예’로 언해되어 있다. ‘ᄠᅥᆯ-[墮, 墜]+어+디-(피동 보조동사 어간)+ㄴ(관형사형 어미)+이(의존 명사)+예(부사격 조사)’의 구조로서, ‘떨어진 사람에’를 뜻한다. ‘ᄯᅥ러디매’는 부적절한 번역이다. ‘ᄯᅥᆯ-[墮, 墜]+어+디-+ㅁ(명사형 어미)+애(부사격 조사)’의 구조이다.
니르히주016)
니르히:
이르기까지. 일반적으로는 ‘니르리’가 쓰이지만, ‘니르히’의 예도 적지 않다. ‘니르리’의 구조는 ‘니를-[至]+이(부사형 어미)’인데, ‘니르히’의 구조는 분명치 않다. ‘니릏다’라는 동사가 존재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니를-’에 붙은 ‘-이’는 부사 파생 접미사가 아니라, 부사형 어미로 간주한다. ‘니를-’이 서술 기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살주017)
보살:
보살(菩薩). 여기서는 지장보살을 가리킨다.
방변녁주018)
방변녁:
방편력(方便力). 약사전판(중21ㄴ)에는 ‘빙변녁’으로 적혀 있다. ‘방편(方便)’은 진실(眞實)한 법으로 이끌기 위해서, 임시적으로 쓰는 방법. ‘便’의 전통 독음에는 ‘편, 변’ 둘이 있었다. 동국정운음은 ‘뼌, ·뼌’이었다〈동국정운 3:17ㄴ〉.
으로 근본 업연을 혀내여 슉셰주019)
슉셰:
숙세(宿世). 전세(前世).
의 일을 알게주020)
알게:
알게. 『월인석보』(21하:117ㄱ)에는 ‘알에’로 적혀 있다. ‘알게’는 ‘ㄹ’ 받침 뒤에서 ‘ㄱ’이 약화되지 않고, 유지된 모습을 보여 준다. 중세국어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약화되었던 ‘ㄱ’이 다시 복원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세국어의 표기가 지녔던 비현실성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중세국어의 ‘ㄱ’ 약화 현상이 특정 지역의 방언 현상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거든주021)
거든:
하였는데. 여기의 ‘-거든’은 ‘-건만’에 해당하는 의미를 지닌다.
주022)
제:
스스로가. ‘제 염부즁이’는 ‘염부 중생 스스로가’란 뜻이다. 한문 원문은 ‘自是閻浮衆生’(벽송암판 중18ㄱ)이고, 『월인석보』(21하:117ㄱ)에도 ‘제 閻浮 衆生이’로 언해되어 있다. 두 번역 다 한문의 직역으로 보인다.
염부주023)
염부:
염부제(閻浮提). ‘염부제’는 인간세계 또는 현세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즁주024)
즁:
중생(衆生). 중세국어 문헌에서는 한글로 표기된 ‘쥬ᇰᄉᆡᇰ’은 [獸]를, 한자로 표기된 ‘衆生’은 오늘날의 ‘중생(衆生)’을 뜻하였다. ‘짐승’을 뜻하는 ‘쥬ᇰᄉᆡᇰ’은 ‘즘, 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책에는 ‘즁ᄉᆡᆼ’과 ‘듕ᄉᆡᆼ’이 공존한다. 중세국어 어형이 ‘쥬ᇰᄉᆡᇰ’이었으므로 ‘듕ᄉᆡᆼ’은 구개음화에 따른 과잉교정이다.
악습주025)
악습:
악습(習氣). 나쁜 습기(習氣). ‘습기’란 업(業)을 지은 결과로 습관이 된 버릇이나 어떤 성벽(性癖) 등을 가리킨다.
미주026)
미:
맺음이. ᄆᆡᆽ-[結]+ᄋᆞᆷ(명사형 어미)+이.
즁야주027)
즁야:
중(重)하여. ‘악습 ᄆᆡᄌᆞ미 즁ᄒᆞ야’는 ‘악습이 풀기 어려울 정도로 단단히 맺어져 있음’을 뜻한다.
주028)
:
금방. 방금. 『월인석보』(21하:117ㄱ)에는 ‘ᄀᆞᆺ’으로 적혀 있다. 원문은 ‘旋出旋入’(벽송암판 중18ㄱ)이다. ‘업의 인연에서 돌아나오자마자, 곧 되돌아감’을 뜻한다. 그렇다면 ‘ᄀᆞᆮ(ᄀᆞᆺ)’은 원문에는 없는 내용이다. ‘ᄀᆞᆺ(ᄀᆞᆮ)’은 ‘처음, 겨우’를 뜻하기도 한다. 한편 ‘끝이나 한도’를 뜻하는 ‘’이 종성 위치에서 8종성 표기 규칙에 따라 ‘’으로 적혀서 표면적으로는 같은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낫다가주029)
낫다가:
나왔다가. 나-[出]+앗(과거 시제 선어말 어미)+다가. ‘-앗-’은 형태적 관점에서 보면 현대국어 ‘아+있-’에 해당하는 ‘-아+잇-’의 발달형이다. ‘-아/어+잇-’은 ‘-앳/엣-’을 거쳐 ‘-앗/엇-’으로 발달하였고, 1933년 『한글맞춤법통일안』에서 ‘-았/었-’으로 정착되었다. 중세국어 시기에 이미 ‘-아/어+잇-, -앳/엣-, 앗/엇-’이 모두 나타난다. ‘잇-’의 이형태는 세 가지이다. 모음 앞에서는 ‘이시-’, 자음 앞에서는 ‘잇-’이 쓰이며, 모음 앞이되 연결어미 ‘-어/아, -고’나 부사 ‘마니’의 뒤일 경우에는 ‘시-’가 쓰인다.
드러주030)
드러:
들어가. 들-[入]+어.
이 보살이 읻비주031)
읻비:
고단하게. 힘들게. 잋-[勞]+브(형용사 파생 접미사)+이(부사 파생 접미사). 동사 어간 ‘잋-’[勞. 倦]에 형용사 파생 접미사 ‘-브-’가 결합하여 형용사 ‘잋브-’가 파생된 것이다. ‘잋브-’는 15세기에 8종성표기법에 따라 ‘잇브-’로 적혔다. ‘이 보살이 읻비 ᄒᆞ야’의 구조는 ‘[이 보살이 읻비] ᄒᆞ야]’이다. 그리고 ‘ᄒᆞ야’의 주어는 ‘염부뎨 즁ᄉᆡᆼ’이다. 즉 ‘염부제 중생이 보살로 하여금 고단하게 하여’란 뜻이다. ‘이 보살이 읻비 ᄒᆞ야’가 『월인석보』(21하:117ㄴ)에는 ‘이 菩薩ᄋᆞᆯ ᄀᆞᆺ고아’로 언해되어 있다. ‘ᄀᆞᆺ고아’는 ‘힘들게 하여’란 뜻이며, ‘ᄀᆞᆺ-[勞]+고(사동 접미사)+아(연결 어미)’의 구조이다. ‘ᄀᆞᆺ다’는 ‘애쓰다, 괴로워하다, 가빠하다’를 뜻하는 동사이다. 오늘날 많이 쓰이는 ‘근로(勤勞)’가 ‘브즈러니 ᄀᆞᆺᄀᆞ며’로 언해된 예가 있다. ¶브즈러니 며 分別야 두려호미[勤勞憂懼]〈내훈언해 3:22ㄱ〉.
야 오래 겁수을주032)
겁수을:
겁수(劫數)를. ‘겁수’는 영원한 세월이다.
디내야주033)
디내야:
지내어. 지내고. 『월인석보』(21하:117ㄴ)에도 ‘디내야’로 적혀 있다. 디내-[經]+아(연결 어미). ‘-야’는 어간 말음인 반모음 [j]와 연결 어미 ‘-아’ 사이에 반자음 [j]가 개입한 결과이다. 이 ‘-야’는 현대국어 ‘지내어야(지내야)’의 ‘야’와는 다르다. 현대국어 ‘야’는 [의무, 당연]을 뜻하는 보조사 ‘ᅀᅡ’의 발달형이다.
도탈주034)
도탈:
도탈(度脫). ‘度’는 ‘渡’와 같다. ①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남. ②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도와 줌. 여기서는 ②를 뜻한다. ‘도탈을 딛-’의 주체는 ‘디장보살’이고, ‘(도탈을 딛)게 ᄒᆞ-’의 주체는 ‘염부뎨 즁ᄉᆡᆼ’이다.
딛게주035)
딛게:
짓게. 『월인석보』(21하:117ㄴ)에는 ‘짓게’로 적혀 있다. 그러므로 ‘딛게’는 구개음화의 추세에 이끌린 과잉교정(역구개음화)이다. 어간 말음 ‘ㅅ’이 ‘ㄷ’으로 표기되었다.
니 가비건대주036)
가비건대:
비유하건대. 가ᄌᆞᆯ비-[譬喩]+건대.
사미주037)
사미:
사람이. ‘사ᄅᆞ미’의 중철이다. 이 책의 앞 부분에서는 ‘사ᄅᆞᆷ’이 거의 안 보이고, ‘사름, 살음’이 많이 보인다.
주038)
제:
자기의. ‘스스로가’를 뜻하기도 한다. 저(재귀대명사)+ㅣ(관형격 조사). 중세국어에서는 ‘제’의 문법적 성격이 성조에 따라 구별되었다. 일반적으로 ‘:제(상성)’는 주격형이고, ‘제(평성)’는 관형격형이었다. ‘제 지불’이 『월인석보』(21하:117ㄴ)에는 ‘믿지블’로 적혀 있다. 원문은 ‘本家’(벽송암판 중18ㄱ)이다. ‘믿’은 ‘밑’을 8종성 표기 규칙에 따라 적은 것이다. ‘아래, 근본, 밑구멍, 원산지’ 등을 뜻한다. ‘믿나라(本國), 믿곧(本處), 믿겨집(本妻), 믿불휘(根本), 믿얼굴(本質), 믿쳔(本錢)’ 등의 합성어에서 나타난다.
디불주039)
디불:
집을.
몰라 일코주040)
일코:
잃고. 잃-[失]+고.
험도의주041)
험도의:
험도(險道)에. 『월인석보』(21하:117ㄴ)에는 ‘險道애’로 적혀 있다.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 ‘의’가 기능을 상실하고, 광범위한 환경에 쓰인 것이다.
그륻주042)
그륻:
그릇[誤]. 『월인석보』(21하:117ㄴ)에는 ‘그르’로 적혀 있다. 부사 ‘그르’는 형용사 ‘그르다’에서 접사의 결합이 없이 영파생된 부사이다. ‘그르’와 ‘그릇’의 관계가 분명치 않다. 다음 예문의 ‘그릇디’는 중세국어에 ‘그릇다(?)’가 존재하였음을 보여 준다. ¶믈읫 니르논 法이 意趣를 조차 다 實相애 그릇디 아니며〈석보상절 19:24ㄴ〉. 그런데 이 ‘그릇디’의 기본형은 ‘그릇다’가 아니고 다음 예문에서 보이는 ‘그르츠다[違]’와 관련이 있는 ‘그릋다’일 가능성이 있다.¶아랫 져믄 사름미 례졀리 그르츠거나커든〈이륜행실도, 옥산서원 27ㄱ〉. 이 밖에도 관련될 수 있는 어휘에는 [錯, 違] 등을 뜻하는 ‘어그릋다, 어그리츠다, 어긔릋다, 어긔릇츠다’ 등이 있다. 요컨대 부사 ‘그릇’은 부사 ‘그르’와 동사 ‘그릋다’의 합류에 의해 형성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지장경언해 중:22ㄱ

주043)
드니:
들어가니. 들어오니. 들-[入]+니.
Ⓒ 언해 | 묘향산인 관송장로 / 1762년(영조 38)

성품이 억세어서 길들여 항복시키기가 어려운데, 이 대보살이 백천 겁에 걸쳐 이 같은 중생을 낱낱이 구하여 빼어내어 빨리 벗어나게 하며, 이 죄보(罪報)의 사람을 큰 악취(惡趣)에 떨어진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보살이 방편력(方便力)으로 근본 업연(業緣)을 빼어내어, 숙세(宿世)의 일을 알게 하였는데, 염부 중생 스스로가 악습(惡習) 맺음이 무거워 금방 나왔다가 금방 들어가, 이 보살이(보살로 하여금) 고단하게 하여 오랫동안 겁수(劫數)를 지내고 도탈(度脫)을 이루게 하나니, 비유하건대 사람이 제 집을 몰라 잃어버리고 험도(險道)에 그릇 들어가니,
Ⓒ 역자 | 이유기 / 2018년 12월 30일

원본이미지
이 기사는 전체 2개의 원본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석
주001)
셩:성(性). 성품. 본성. 본질. 어떤 것의 본체(本體)를 이루는 것으로서, 불변하는 고유의 것. 성덕(性德)과 수덕(修德)을 구분하는 경우에 ‘수(修)’에 대응하는 말로 쓰인다. ‘성(性)’은 선천적인 것이고, ‘수(修)’는 후천적인 것이다.
주002)
강야:강하여. 억세어. 원문은 ‘剛强’(벽송암판 중18ㄴ)이다. 후천적으로 바로잡기 어려운, 고집이 센 성격을 뜻한다.
주003)
딜드려:길들여. 『월인석보』(21하:116ㄴ)에는 ‘질드려’로 적혀 있다. 질드리-[調, 馴]+어. ‘질〉딜’은 구개음화의 추세를 의식한 과잉교정이다. 현대국어 ‘길들이다’ 역시 구개음화의 추세에 이끌린 과잉교정(역구개음화)이다. 현대 경상도 방언에 ‘질들이다/질딜이다’가 있다. ‘ㅈ’이 ‘ㄱ, ㄷ’ 두 방향으로
주004)
항복기:항복시키기. 『월인석보』(21하:116ㄴ)에는 ‘降伏ᄒᆡ디’로 적혀 있다. ‘降伏ᄒᆡ디’의 구조는 ‘降伏+ᄒᆞ-+ㅣ(사동 접미사)+디(보조적 연결 어미)’이다. 여기의 ‘항복기’는 ‘항복+ᄒᆞ-+기(명사형 어미)’에서 무성 자음 뒤의 접미사 어간 ‘ᄒᆞ-’가 탈락한 것이다. 사동 형태인 ‘降伏ᄒᆡ디’가 정확하게 옮겨지지 않았다. 한편 보조적 연결 어미 ‘-디’가 명사형 어미 ‘-기’로 교체되었는데, ‘-기’는 중세국어 문헌에서도 많이 보이기는 하지만, 근대국어 이후에 더 활발하게 쓰이게 되었다. ‘항복(降伏)’은 ‘(나쁜 마음이) 가라앉거나 사라짐’을 뜻하기도 한다. ¶이 凡夫의 惑 降伏와 世間 건내 道ㅣ니〈능엄경언해 9:1ㄴ-2ㄱ〉.
주005)
어렵거:어려운데. 여기의 ‘-거늘’은 현대국어의 ‘-은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006)
쳔 겁의:백천겁(百千劫)의 세월 동안에. 『월인석보』(21하:116ㄴ)에는 ‘百千劫에’로 적혀 있다.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 ‘의’가 기능을 상실하고, 광범위한 환경에 쓰인 것이다.
주007)
낫나치:낱낱이. 낯+낯+이. 원문에는 ‘頭頭’(벽송암판 중18ㄱ)로 적혀 있다. 『월인석보』(21하:116ㄴ-117ㄱ)에는 ‘낫나치’로 적혀 있다. 중세국어 문헌에서는 ‘낫낫치’로도 적혔다. 이 낱말의 형태소에 대한 유의가 필요하다. 15세기에 ‘낱[箇]’과 ‘낯[箇]’이 공존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낱’은 8종성 표기 규칙에 따라 ‘낟’으로 나타나게 되고, ‘낱+이(접미사)’는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은 중세국어에서는 ‘나티’로 실현된다. 그러므로 ‘낫낫, 낫나치’는 각각 ‘낯+낯’, ‘낯+낯+이’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주008)
구완:구원(救援). 이 책에는 ‘구안’으로 적힌 곳도 있고 ‘구완’으로 적힌 곳도 있다.
주009)
ᄲᅡ혀내야:빼어내어.
주010)
일즉:『월인석보』(21하:117ㄱ)에는 ‘ᄲᆞᆯ리’로 적혀 있다. 원문은 ‘早’(벽송암판 중18ㄱ)이다.
주011)
버서나게:벗어나게. 벗-[脫]+어(보조적 연결 어미)+나-(보조동사 어간)+게(보조적 연결 어미). 중세국어에서는 대상이 추상 명사일 때에는 ‘벗-’이 쓰이고, 대상이 구체 명사일 때에는 ‘밧-’이 쓰인다. ¶病도 덜며 厄도 버스리라〈석보상절 9:34ㄴ〉. 裸 옷 바 씨오〈월인석보 9:36 상ㄱ〉. 현대 국어의 보조적 연결어미 ‘-지’와 종결 어미 ‘-지’는 기원이 전혀 다르다. 보조적 연결 어미 ‘-지’는 ‘-디’가 발달한 것이고, 종결어미 ‘-지’는 ‘-디’가 발달한 것이다. ‘-디’는 선행 종속절을 강하게 긍정하고, 후행절을 부정하는 의미로 쓰였다.
주012)
죄보:죄보(罪報). 지은 죄로 인해 받게 되는 과보(果報).
주013)
사:사람. 중세국어의 어형과 같다. 이 책에는 ‘사ᄅᆞᆷ’은 드물고, 대개 ‘사름, 살음’으로 나타나며, ‘살름’도 보인다.
주014)
악예:악취(惡趣)에. ‘에→예’는 모음충돌을 막기 위해 반자음 [j]가 개입한 것을 표기한 것이다. [j]는 음운론적으로는 자음에 속한다. ‘악취’는 ‘악도(惡道)’와 같은 말이다. 악한 업인(業因)에 대한 과보로서 태어나는 곳. 6도(道) 중에서 흔히 3악도로 꼽히는 지옥계(地獄界), 아귀계(餓鬼界), 축생계(畜生界)가 해당하며, 아수라계(阿修羅界)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
주015)
러디매:떨어짐에. 『월인석보』(21하:117ㄱ)에는 ‘ᄠᅥ러디니예’로 언해되어 있다. ‘ᄠᅥᆯ-[墮, 墜]+어+디-(피동 보조동사 어간)+ㄴ(관형사형 어미)+이(의존 명사)+예(부사격 조사)’의 구조로서, ‘떨어진 사람에’를 뜻한다. ‘ᄯᅥ러디매’는 부적절한 번역이다. ‘ᄯᅥᆯ-[墮, 墜]+어+디-+ㅁ(명사형 어미)+애(부사격 조사)’의 구조이다.
주016)
니르히:이르기까지. 일반적으로는 ‘니르리’가 쓰이지만, ‘니르히’의 예도 적지 않다. ‘니르리’의 구조는 ‘니를-[至]+이(부사형 어미)’인데, ‘니르히’의 구조는 분명치 않다. ‘니릏다’라는 동사가 존재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니를-’에 붙은 ‘-이’는 부사 파생 접미사가 아니라, 부사형 어미로 간주한다. ‘니를-’이 서술 기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017)
보살:보살(菩薩). 여기서는 지장보살을 가리킨다.
주018)
방변녁:방편력(方便力). 약사전판(중21ㄴ)에는 ‘빙변녁’으로 적혀 있다. ‘방편(方便)’은 진실(眞實)한 법으로 이끌기 위해서, 임시적으로 쓰는 방법. ‘便’의 전통 독음에는 ‘편, 변’ 둘이 있었다. 동국정운음은 ‘뼌, ·뼌’이었다〈동국정운 3:17ㄴ〉.
주019)
슉셰:숙세(宿世). 전세(前世).
주020)
알게:알게. 『월인석보』(21하:117ㄱ)에는 ‘알에’로 적혀 있다. ‘알게’는 ‘ㄹ’ 받침 뒤에서 ‘ㄱ’이 약화되지 않고, 유지된 모습을 보여 준다. 중세국어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약화되었던 ‘ㄱ’이 다시 복원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세국어의 표기가 지녔던 비현실성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중세국어의 ‘ㄱ’ 약화 현상이 특정 지역의 방언 현상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주021)
거든:하였는데. 여기의 ‘-거든’은 ‘-건만’에 해당하는 의미를 지닌다.
주022)
제:스스로가. ‘제 염부즁이’는 ‘염부 중생 스스로가’란 뜻이다. 한문 원문은 ‘自是閻浮衆生’(벽송암판 중18ㄱ)이고, 『월인석보』(21하:117ㄱ)에도 ‘제 閻浮 衆生이’로 언해되어 있다. 두 번역 다 한문의 직역으로 보인다.
주023)
염부:염부제(閻浮提). ‘염부제’는 인간세계 또는 현세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주024)
즁:중생(衆生). 중세국어 문헌에서는 한글로 표기된 ‘쥬ᇰᄉᆡᇰ’은 [獸]를, 한자로 표기된 ‘衆生’은 오늘날의 ‘중생(衆生)’을 뜻하였다. ‘짐승’을 뜻하는 ‘쥬ᇰᄉᆡᇰ’은 ‘즘, 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책에는 ‘즁ᄉᆡᆼ’과 ‘듕ᄉᆡᆼ’이 공존한다. 중세국어 어형이 ‘쥬ᇰᄉᆡᇰ’이었으므로 ‘듕ᄉᆡᆼ’은 구개음화에 따른 과잉교정이다.
주025)
악습:악습(習氣). 나쁜 습기(習氣). ‘습기’란 업(業)을 지은 결과로 습관이 된 버릇이나 어떤 성벽(性癖) 등을 가리킨다.
주026)
미:맺음이. ᄆᆡᆽ-[結]+ᄋᆞᆷ(명사형 어미)+이.
주027)
즁야:중(重)하여. ‘악습 ᄆᆡᄌᆞ미 즁ᄒᆞ야’는 ‘악습이 풀기 어려울 정도로 단단히 맺어져 있음’을 뜻한다.
주028)
:금방. 방금. 『월인석보』(21하:117ㄱ)에는 ‘ᄀᆞᆺ’으로 적혀 있다. 원문은 ‘旋出旋入’(벽송암판 중18ㄱ)이다. ‘업의 인연에서 돌아나오자마자, 곧 되돌아감’을 뜻한다. 그렇다면 ‘ᄀᆞᆮ(ᄀᆞᆺ)’은 원문에는 없는 내용이다. ‘ᄀᆞᆺ(ᄀᆞᆮ)’은 ‘처음, 겨우’를 뜻하기도 한다. 한편 ‘끝이나 한도’를 뜻하는 ‘’이 종성 위치에서 8종성 표기 규칙에 따라 ‘’으로 적혀서 표면적으로는 같은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주029)
낫다가:나왔다가. 나-[出]+앗(과거 시제 선어말 어미)+다가. ‘-앗-’은 형태적 관점에서 보면 현대국어 ‘아+있-’에 해당하는 ‘-아+잇-’의 발달형이다. ‘-아/어+잇-’은 ‘-앳/엣-’을 거쳐 ‘-앗/엇-’으로 발달하였고, 1933년 『한글맞춤법통일안』에서 ‘-았/었-’으로 정착되었다. 중세국어 시기에 이미 ‘-아/어+잇-, -앳/엣-, 앗/엇-’이 모두 나타난다. ‘잇-’의 이형태는 세 가지이다. 모음 앞에서는 ‘이시-’, 자음 앞에서는 ‘잇-’이 쓰이며, 모음 앞이되 연결어미 ‘-어/아, -고’나 부사 ‘마니’의 뒤일 경우에는 ‘시-’가 쓰인다.
주030)
드러:들어가. 들-[入]+어.
주031)
읻비:고단하게. 힘들게. 잋-[勞]+브(형용사 파생 접미사)+이(부사 파생 접미사). 동사 어간 ‘잋-’[勞. 倦]에 형용사 파생 접미사 ‘-브-’가 결합하여 형용사 ‘잋브-’가 파생된 것이다. ‘잋브-’는 15세기에 8종성표기법에 따라 ‘잇브-’로 적혔다. ‘이 보살이 읻비 ᄒᆞ야’의 구조는 ‘[이 보살이 읻비] ᄒᆞ야]’이다. 그리고 ‘ᄒᆞ야’의 주어는 ‘염부뎨 즁ᄉᆡᆼ’이다. 즉 ‘염부제 중생이 보살로 하여금 고단하게 하여’란 뜻이다. ‘이 보살이 읻비 ᄒᆞ야’가 『월인석보』(21하:117ㄴ)에는 ‘이 菩薩ᄋᆞᆯ ᄀᆞᆺ고아’로 언해되어 있다. ‘ᄀᆞᆺ고아’는 ‘힘들게 하여’란 뜻이며, ‘ᄀᆞᆺ-[勞]+고(사동 접미사)+아(연결 어미)’의 구조이다. ‘ᄀᆞᆺ다’는 ‘애쓰다, 괴로워하다, 가빠하다’를 뜻하는 동사이다. 오늘날 많이 쓰이는 ‘근로(勤勞)’가 ‘브즈러니 ᄀᆞᆺᄀᆞ며’로 언해된 예가 있다. ¶브즈러니 며 分別야 두려호미[勤勞憂懼]〈내훈언해 3:22ㄱ〉.
주032)
겁수을:겁수(劫數)를. ‘겁수’는 영원한 세월이다.
주033)
디내야:지내어. 지내고. 『월인석보』(21하:117ㄴ)에도 ‘디내야’로 적혀 있다. 디내-[經]+아(연결 어미). ‘-야’는 어간 말음인 반모음 [j]와 연결 어미 ‘-아’ 사이에 반자음 [j]가 개입한 결과이다. 이 ‘-야’는 현대국어 ‘지내어야(지내야)’의 ‘야’와는 다르다. 현대국어 ‘야’는 [의무, 당연]을 뜻하는 보조사 ‘ᅀᅡ’의 발달형이다.
주034)
도탈:도탈(度脫). ‘度’는 ‘渡’와 같다. ①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남. ②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도와 줌. 여기서는 ②를 뜻한다. ‘도탈을 딛-’의 주체는 ‘디장보살’이고, ‘(도탈을 딛)게 ᄒᆞ-’의 주체는 ‘염부뎨 즁ᄉᆡᆼ’이다.
주035)
딛게:짓게. 『월인석보』(21하:117ㄴ)에는 ‘짓게’로 적혀 있다. 그러므로 ‘딛게’는 구개음화의 추세에 이끌린 과잉교정(역구개음화)이다. 어간 말음 ‘ㅅ’이 ‘ㄷ’으로 표기되었다.
주036)
가비건대:비유하건대. 가ᄌᆞᆯ비-[譬喩]+건대.
주037)
사미:사람이. ‘사ᄅᆞ미’의 중철이다. 이 책의 앞 부분에서는 ‘사ᄅᆞᆷ’이 거의 안 보이고, ‘사름, 살음’이 많이 보인다.
주038)
제:자기의. ‘스스로가’를 뜻하기도 한다. 저(재귀대명사)+ㅣ(관형격 조사). 중세국어에서는 ‘제’의 문법적 성격이 성조에 따라 구별되었다. 일반적으로 ‘:제(상성)’는 주격형이고, ‘제(평성)’는 관형격형이었다. ‘제 지불’이 『월인석보』(21하:117ㄴ)에는 ‘믿지블’로 적혀 있다. 원문은 ‘本家’(벽송암판 중18ㄱ)이다. ‘믿’은 ‘밑’을 8종성 표기 규칙에 따라 적은 것이다. ‘아래, 근본, 밑구멍, 원산지’ 등을 뜻한다. ‘믿나라(本國), 믿곧(本處), 믿겨집(本妻), 믿불휘(根本), 믿얼굴(本質), 믿쳔(本錢)’ 등의 합성어에서 나타난다.
주039)
디불:집을.
주040)
일코:잃고. 잃-[失]+고.
주041)
험도의:험도(險道)에. 『월인석보』(21하:117ㄴ)에는 ‘險道애’로 적혀 있다.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 ‘의’가 기능을 상실하고, 광범위한 환경에 쓰인 것이다.
주042)
그륻:그릇[誤]. 『월인석보』(21하:117ㄴ)에는 ‘그르’로 적혀 있다. 부사 ‘그르’는 형용사 ‘그르다’에서 접사의 결합이 없이 영파생된 부사이다. ‘그르’와 ‘그릇’의 관계가 분명치 않다. 다음 예문의 ‘그릇디’는 중세국어에 ‘그릇다(?)’가 존재하였음을 보여 준다. ¶믈읫 니르논 法이 意趣를 조차 다 實相애 그릇디 아니며〈석보상절 19:24ㄴ〉. 그런데 이 ‘그릇디’의 기본형은 ‘그릇다’가 아니고 다음 예문에서 보이는 ‘그르츠다[違]’와 관련이 있는 ‘그릋다’일 가능성이 있다.¶아랫 져믄 사름미 례졀리 그르츠거나커든〈이륜행실도, 옥산서원 27ㄱ〉. 이 밖에도 관련될 수 있는 어휘에는 [錯, 違] 등을 뜻하는 ‘어그릋다, 어그리츠다, 어긔릋다, 어긔릇츠다’ 등이 있다. 요컨대 부사 ‘그릇’은 부사 ‘그르’와 동사 ‘그릋다’의 합류에 의해 형성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주043)
드니:들어가니. 들어오니. 들-[入]+니.
책목차이전페이지다음페이지페이지상단이동글자확대글자축소다운로드의견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