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지장경언해 중권

  • 역주 지장경언해
  • 지장경언해 중권
  • 제7 존망이익품(存亡利益品)
  • 제7 존망이익품 002
메뉴닫기 메뉴열기

제7 존망이익품 002


다

지장경언해 중:15ㄱ

주001)
다가:
만약. 여기서는 ‘若’의 번역으로 쓰인 부사이다. 그런데 ‘有’의 번역으로 쓰여 관형사가 될 때도 있다. 이때에는 ‘혹. 어떤’의 뜻을 지닌다. 전자는 조건절을 구성하지만, 후자는 조건절을 구성하지 않는다.
션디식주002)
션디식:
선지식(善知識). 올바른 도리와 이치를 가르쳐 주는 이. 출가한 승려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널리 쓰인다. 원어인 칼리야나미트라라는 말은 최초에는 불보살만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었으나, 선종의 전개와 함께 화두(話頭)를 타파한 도인을 가리키게 되었고, 점차 바른 도리를 가르치는 이는 누구나 선지식이라는 칭호를 받게 되었다.
을 만나 라주003)
ᄀᆞ라(중15ㄱ):
‘ᄀᆞ라’는 [替]를 뜻하는 동사 ‘ᄀᆞᆯ다’의 활용형이거나, 활용형이 부사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ᄀᆞ라 바다 더러 디거나 혹 오올오 디거나’의 원문은 ‘替與減負 或全與負’(벽송암판 중12ㄱ-ㄴ)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월인석보』(21상:102ㄴ)에는 ‘ᄀᆞᄅᆞᆺ 바다 더러 지거나 시혹 오로 지거나’로 언해되어 있다. 『월인석보』(23)에도 용례가 있는데, 여기서도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 ¶그 무렛 弟子ㅣ 서르  바다 니 다 그리면 이도  正法이오〈월인석보 23:49ㄴ〉. 종래의 사전 중에는 ‘ᄀᆞᄅᆞᆺ’을 풀이하지 않은 사전이 있다. 『이조어사전』에서는 ‘ᄀᆞᄅᆞᆺ 바다’를 표제어구로 제시하고, 『월인석보』(21상:월102ㄴ)의 예문을 들었을 뿐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고, 『교학 고어사전』에는 아예 이 낱말이 수록되지 않았다. 『우리말큰사전』(한글학회)에는 ‘대신해서’를 뜻하는 어찌씨 ‘ᄀᆞᄅᆞᆺ’이 실려 있다. 그렇다면 『월인석보』(21)의 부사 ‘ᄀᆞᄅᆞᆺ’을 『지장경』에서는 ‘ᄀᆞ라’로 대체한 것인데, 당시에 ‘ᄀᆞᄅᆞᆺ’이 생산적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ᄀᆞᄅᆞᆺ’의 문법적 구조는 박재연(2001:132)에서 암시를 받을 수 있다. 박재연(2001:132)에서는 [갈다, 갈음하다, 대신하다]를 뜻하는 동사 ‘ᄀᆞᄅᆞᆾ다’의 풍부한 예를 들고 있다. ¶날을 ᄀᆞᄅᆞ차 ᄒᆞ나흘 ᄎᆞᄌᆞ라[替我訪一箇]〈오륜전비언해 1:15ㄱ〉. 내 벗을 ᄀᆞᄅᆞ차 죽으려 ᄒᆞ노라[替我朋友死]〈오륜전비언해 7:20ㄱ〉. 그렇다면 ‘ᄀᆞᄅᆞᆺ’은 동사 어간 ‘ᄀᆞᄅᆞᆾ-’이 영파생에 의해 부사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替]를 뜻하는 동사 ‘ᄀᆞᆯ-’의 존재이다. ‘ᄀᆞᆯ-’이 존재한다면 ‘ᄋᆞᆾ’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ᄋᆞᆾ-’ 또는 ‘ᄀᆞᆾ-’(‘ㄹ’ 뒤의 ‘ㄱ’ 약화 현상 고려)이라는 동사 어간이 ‘ᄀᆞᆯ-’에 결합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남은 문제는 이 책의 ‘ᄀᆞ라’의 의미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원문의 ‘替與減負’와 ‘全與負’에 대한 면밀한 천착이 필요하다. ‘替’는 ‘대신함, 번갈아함’을 뜻하고 ‘與’는 ‘줌, 베풂’을 뜻한다. 그렇다면 ‘替與減負’는 ‘짐을 {①대신 들어줌/②교대로 들어줌}으로써 상대방에게 減負(짐이 덜어짐)를 베풂’을 뜻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①, ② 중 어느 것이 옳은가 하는 것이다. 답은 다음 내용에 있다. 이어지는 ‘全與負’가 ‘짐을 완전히 짊어져 주는 시혜’이므로, ‘替與減負’는 ‘짐을 교대로 들어줌으로써, 상대방에게 減負(짐이 덜어짐)를 베풂’이 될 것이다. 이러한 추정이 옳다면, ‘ᄀᆞᄅᆞᆺ’의 의미를 ‘대신해서’로 본 『우리말큰사전』(한글학회)의 기술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바다주004)
바다:
받아서.
더러주005)
더러:
덜어. 덜-[損]+어.
디거나주006)
디거나:
(짊어)지거나. 디-[負]+거나. 이 ‘디다’의 중세국어 어형은 ‘지다’이다. 그러므로 ‘디다’는 과잉교정의 일종인 역구개음화 현상이다.
오올오주007)
오올오:
전부. 『월인석보』(21상:102ㄴ)에는 ‘오로’로 적혀 있다. ‘오로’는 [온전하다]를 뜻하는 형용사 ‘오ᄋᆞᆯ-’에 부사 파생 접미사 ‘-오’가 결합한 ‘오ᄋᆞ로’가 축약된 것이고, ‘오올오’는 ‘오ᄋᆞᆯ-’의 ‘ㆍ’가 ‘ㅗ’로 교체된 ‘오올-’에 부사 파생 접미사 ‘-오’가 결합한 것이다.
디거나 야주008)
야:
하거든. 하면. ᄒᆞ-+거든. ‘ᄒᆞ-’ 뒤에서는 ‘-거든’이 ‘-야ᄃᆞᆫ’으로 교체된다.
이 션디식이 큰 힘이 이셔  서로 붇드러주009)
붇드러:
붙들어. 붙-[着]+들-[擧]+어. 『월인석보』(21상:102ㄴ)에는 ‘븓드러’로 적혀 있다.
도아주010)
도아:
도와. 『월인석보』(21상:102ㄴ)에는 ‘도ᄫᅡ’로 적혀 있다. 중세국어에서는 ‘도ᄫᅡ, 도와’는 ‘돕다’의 활용형이고, ‘도아’는 ‘도ᄋᆞ다’의 활용형이었다. 의미는 같아 보인다. 그런데 『월인석보』(21상:34ㄴ)에 ‘도ᄫᅡ’로 적혀 있으므로, 여기의 ‘도아’는 ‘도ᄫᅡ’의 발달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상17ㄱ에도 ‘도아’가 보인다.
발을 구디주011)
구디:
굳게. 굳건하게. 굳-[牢]+이(부사 파생 접미사).
쓰게주012)
쓰게:
쓰게[用]. 중세국어의 ‘ᄡᅳ다’가 ‘쓰다’로 바뀐 것이다.
야 평디예주013)
평디예:
평지(平地)로.
나거든주014)
나거든:
나가거든. 나-[出]+거든. ‘평디예 나거든’의 원문은 ‘若達平地’(벽송암판 중12ㄱ)이다. ‘나거든’이 의역임을 알 수 있다. 『월인석보』(21상:10ㄴ)과 같다.
모로매주015)
모로매:
모름지기. 반드시. ‘모름에’를 뜻하는 것은 ‘몰로매’이다.
모딘주016)
모딘:
모진. 악한. 모딜-[惡]+ㄴ(관형사형 어미).
펴주017)
펴:
살펴서. ᄉᆞᆯ피-[省]+어. 이 책과 약사전판(중15ㄱ)에는 ‘ᄊᆞᆯ펴’로 적혀 있으나, 근대국어 시기 다른 문헌에서는 ‘ᄊᆞᆯ피-’가 보이지 않고 모두 ‘ᄉᆞᆯ피-’로 적혀 있는 듯하다.
다시 디나디주018)
디나디:
지나지. 겪지. 원문은 ‘經歷’(벽송암판 중12ㄴ)이다.
말올딘니주019)
말올딘니:
말지니. 『월인석보』(21상:102ㄴ)에는 ‘말옳디니’로 적혀 있다. ‘ㆆ’가 사라지고 중철되었다.
셰존하주020)
셰존하:
세존(世尊)이시여. 높임의 호격 조사 ‘하’가 쓰여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하’가 ‘아’로 교체된 예도 보인다. ¶급 보현보살 마하살이 디장보살 로샤 인쟈아 원노니〈지장경언해 중1ㄱ〉. 세존(世尊)은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이라는 뜻이다. 석가모니를 부르는 열 가지 호칭 중 하나이다. 산스크리트어로는 ‘bhagavat’인데, 이를 음역하여 ‘바가바(婆伽婆), 박가범(薄伽梵)’이라고도 한다. ‘하’는 높임의 호격 조사이다.
모딘 일 니기주021)
니기:
익히는[習]. 닉-[熟]+이(사동 접미사)+ᄂᆞ+ㄴ.
즁이 죠고만주022)
죠고만:
조그마한. 『월인석보』(21상:103ㄱ)에는 ‘죠고맛’으로 적혀 있다. ‘죠고맛’이 ‘ㄴ, ㅁ’ 등의 비자음으로 시작되는 명사(예: 몸) 앞에서 ‘죠고만’으로 실현되는데, 이것이 ‘죠고맛〉죠고만’의 변화를 초래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을부터주023)
이을부터:
사이[間]로부터. ᄉᆞ이+을(목적격 조사)+부터(보조사). ᄉᆞᅀᅵ〉ᄉᆞ이. ‘죠고만 이을부터 그디 업스매 니니’는 ‘중생들이 악을 익히는 방식’을 설명한 것이다. 원문은 ‘從纖毫間 便至無量’(벽송암판 중12ㄴ)이다.
그디주024)
그디:
한(限)이. ‘그디’의 중세국어 어형은 ‘그지’였고, 이 책에도 ‘그지’가 많이 쓰이고 있다.
업스매 니니주025)
니니:
이르나니. 도달하나니. 니ᄅᆞ-[至]+ᄂᆞ+니. 『월인석보』(21상:103ㄱ)에는 ‘니르ᄂᆞ니’로 적혀 있지만, 중세국어 시기에는 ‘니ᄅᆞ-’도 많이 쓰였다.
즁히주026)
즁히:
중생(衆生)들이. 즁ᄉᆡᆼ+ᄃᆞᆶ(복수접미사)+이. 여기서는 ‘-ᄃᆞᆶ’의 ‘ㅎ’이 유지되어 있다. 복수 접미사 ‘-ᄃᆞᆶ’은 ㅎ말음체언과 같이 어말에 ‘ㅎ’을 지니고 있었다. ‘-ᄃᆞᆶ’이 애초에는 명사였을 가능성이 있다. 중세국어 문헌에서는 한글로 표기된 ‘쥬ᇰᄉᆡᇰ’은 [獸]를, 한자로 표기된 ‘衆生’은 오늘날의 ‘중생(衆生)’을 뜻하였다. ‘짐승’을 뜻하는 ‘쥬ᇰᄉᆡᇰ’은 ‘즘, 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책에는 ‘즁ᄉᆡᆼ’과 ‘듕ᄉᆡᆼ’이 공존한다. 중세국어 어형이 ‘쥬ᇰᄉᆡᇰ’이었으므로 ‘듕ᄉᆡᆼ’은 구개음화에 따른 과잉교정이다.
이  습이주027)
습이:
습(習)이. 습관이.
잇거든주028)
잇거든:
있으니. 있으므로. ‘-거든’은 ‘-거든, -면, -으니, -으므로, -은데’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명죵 제 부모주029)
부모:
원문은 ‘男女’(벽송암판 중12ㄴ)이고 『월인석보』(21상:103ㄱ)에도 ‘男女’로 적혀 있다. 왜 ‘부모’로 바뀌었는지 알기 어렵다. ‘男女’는 ‘(망자의) 아들과 딸’을 가리키는 듯하다. 중11ㄱ에도 예가 있다.
권쇽기주030)
권쇽기:
권속(眷屬)이. ‘권속’은 가족, 넓게는 노복(奴僕), 또는 불보살을 따르는 협시존(脇侍尊) 등까지 가리킬 때가 있다.
위야 복을 베프러 압길을주031)
압길을:
앞길을. 『월인석보』(21상:103ㄱ)에는 ‘앏길흘’로 적혀 있다. 앒〉앞. ‘앏, 압’은 8종성표기 규칙에 따른 것이다. ‘긿[路]’은 중세국어 시기에 ㅎ말음체언이었다.
도오주032)
도오:
돕되. 돕-[助]+오ᄃᆡ. 『월인석보』(21상:103ㄱ)에는 ‘도ᄫᅩᄃᆡ’로 적혀 있다.
주033)
혹:
혹(或)은. ‘이런 경우도 있음’을 뜻하는 부사이다. ‘시혹’과 교체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시혹’은 ‘혹은, 때때로’의 뜻을 지닌다. 한자어(時或)이지만 ‘녜(常例)’처럼 대개 훈민정음으로 적혔는데, 이것은 당시에 이 어휘가 한자어라는 인식이 엷었기 때문일 것이다.
번개주034)
번개:
번개(幡盖, 幡蓋) : 당번(幢幡)과 천개(天蓋, 天盖). 당번은 부처나 보살의 위덕을 표시하는 장엄 도구. 천개는 불상을 덮는 비단으로 된 일산(日傘).
며 유등주035)
유등:
유등(油燈). 기름불.
혀며주036)
혀며:
(불을) 켜며. 중세국어 문헌에서 ‘ᅘᅧ-’와 ‘혀-’가 공존하다가 ‘혀-’로 변화하였다. ‘ᅘᅧ다’에는 ‘불을 켜다, 끌어당기다, 톱질하다[鋸]’ 등의 뜻이 있었다.
존경주037)
존경:
존경(尊經). ‘경전(經典)’을 높여서 표현한 말.
니르거나주038)
니르거나:
읽거나. ‘읽다’를 뜻하는 중세국어 어휘는 ‘닑다’이다. 이 책에는 ‘니르거나(중9ㄴ), 닐으면(중10ㄴ), 니ᄅᆞ거나(중11ㄴ), 닐으며(중24ㄱ, 하7ㄱ)’ 등 예가 많다. ‘닑다’가 ‘니르다’로 발달하기는 어렵다. 근대국어 이전 시기에 방언 ‘니르다’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현대에도 일부 방언에서 ‘책 이른다(=책 읽는다)’가 쓰이고 있다.
블샹주039)
블샹:
불상(佛像). ‘佛’의 전통음이 ‘불’이었으므로, ‘블’은 원순모음화의 추세에 이끌린 과잉교정이다.
Ⓒ 언해 | 묘향산인 관송장로 / 1762년(영조 38)

만약 선지식(善知識)을 만나서 〈그 선지식이 짐을〉 대신 받아서 덜어서 지거나 혹은 온전히 지거나 하면, 이 선지식이 큰 힘이 있어서 또 서로 붙들어 도와서 발을 굳게 쓰게(=힘차게 걷게) 하여 평지로 나가게 되면, 반드시 나쁜 길을 살펴보아 다시는 〈험한 길을〉 지나지 말지니, 세존이시여, 악한 일을 익히는 중생은 조그마한 사이(=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그지없음(아주 큰 악)에 이르나니, 이 중생들이 이 같은 습관이 있으므로 명종(命終)할 때에 부모 권속이 〈그를〉 위하여 복을 베풀어 앞길을 돕되, 혹은 번개(幡蓋)를 들며 유등(油燈)을 켜며, 혹 존경(尊經)을 읽거나 혹 불상과
Ⓒ 역자 | 이유기 / 2018년 12월 30일

원본이미지
이 기사는 전체 2개의 원본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석
주001)
다가:만약. 여기서는 ‘若’의 번역으로 쓰인 부사이다. 그런데 ‘有’의 번역으로 쓰여 관형사가 될 때도 있다. 이때에는 ‘혹. 어떤’의 뜻을 지닌다. 전자는 조건절을 구성하지만, 후자는 조건절을 구성하지 않는다.
주002)
션디식:선지식(善知識). 올바른 도리와 이치를 가르쳐 주는 이. 출가한 승려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널리 쓰인다. 원어인 칼리야나미트라라는 말은 최초에는 불보살만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었으나, 선종의 전개와 함께 화두(話頭)를 타파한 도인을 가리키게 되었고, 점차 바른 도리를 가르치는 이는 누구나 선지식이라는 칭호를 받게 되었다.
주003)
ᄀᆞ라(중15ㄱ):‘ᄀᆞ라’는 [替]를 뜻하는 동사 ‘ᄀᆞᆯ다’의 활용형이거나, 활용형이 부사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ᄀᆞ라 바다 더러 디거나 혹 오올오 디거나’의 원문은 ‘替與減負 或全與負’(벽송암판 중12ㄱ-ㄴ)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월인석보』(21상:102ㄴ)에는 ‘ᄀᆞᄅᆞᆺ 바다 더러 지거나 시혹 오로 지거나’로 언해되어 있다. 『월인석보』(23)에도 용례가 있는데, 여기서도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 ¶그 무렛 弟子ㅣ 서르  바다 니 다 그리면 이도  正法이오〈월인석보 23:49ㄴ〉. 종래의 사전 중에는 ‘ᄀᆞᄅᆞᆺ’을 풀이하지 않은 사전이 있다. 『이조어사전』에서는 ‘ᄀᆞᄅᆞᆺ 바다’를 표제어구로 제시하고, 『월인석보』(21상:월102ㄴ)의 예문을 들었을 뿐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고, 『교학 고어사전』에는 아예 이 낱말이 수록되지 않았다. 『우리말큰사전』(한글학회)에는 ‘대신해서’를 뜻하는 어찌씨 ‘ᄀᆞᄅᆞᆺ’이 실려 있다. 그렇다면 『월인석보』(21)의 부사 ‘ᄀᆞᄅᆞᆺ’을 『지장경』에서는 ‘ᄀᆞ라’로 대체한 것인데, 당시에 ‘ᄀᆞᄅᆞᆺ’이 생산적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ᄀᆞᄅᆞᆺ’의 문법적 구조는 박재연(2001:132)에서 암시를 받을 수 있다. 박재연(2001:132)에서는 [갈다, 갈음하다, 대신하다]를 뜻하는 동사 ‘ᄀᆞᄅᆞᆾ다’의 풍부한 예를 들고 있다. ¶날을 ᄀᆞᄅᆞ차 ᄒᆞ나흘 ᄎᆞᄌᆞ라[替我訪一箇]〈오륜전비언해 1:15ㄱ〉. 내 벗을 ᄀᆞᄅᆞ차 죽으려 ᄒᆞ노라[替我朋友死]〈오륜전비언해 7:20ㄱ〉. 그렇다면 ‘ᄀᆞᄅᆞᆺ’은 동사 어간 ‘ᄀᆞᄅᆞᆾ-’이 영파생에 의해 부사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替]를 뜻하는 동사 ‘ᄀᆞᆯ-’의 존재이다. ‘ᄀᆞᆯ-’이 존재한다면 ‘ᄋᆞᆾ’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ᄋᆞᆾ-’ 또는 ‘ᄀᆞᆾ-’(‘ㄹ’ 뒤의 ‘ㄱ’ 약화 현상 고려)이라는 동사 어간이 ‘ᄀᆞᆯ-’에 결합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남은 문제는 이 책의 ‘ᄀᆞ라’의 의미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원문의 ‘替與減負’와 ‘全與負’에 대한 면밀한 천착이 필요하다. ‘替’는 ‘대신함, 번갈아함’을 뜻하고 ‘與’는 ‘줌, 베풂’을 뜻한다. 그렇다면 ‘替與減負’는 ‘짐을 {①대신 들어줌/②교대로 들어줌}으로써 상대방에게 減負(짐이 덜어짐)를 베풂’을 뜻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①, ② 중 어느 것이 옳은가 하는 것이다. 답은 다음 내용에 있다. 이어지는 ‘全與負’가 ‘짐을 완전히 짊어져 주는 시혜’이므로, ‘替與減負’는 ‘짐을 교대로 들어줌으로써, 상대방에게 減負(짐이 덜어짐)를 베풂’이 될 것이다. 이러한 추정이 옳다면, ‘ᄀᆞᄅᆞᆺ’의 의미를 ‘대신해서’로 본 『우리말큰사전』(한글학회)의 기술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주004)
바다:받아서.
주005)
더러:덜어. 덜-[損]+어.
주006)
디거나:(짊어)지거나. 디-[負]+거나. 이 ‘디다’의 중세국어 어형은 ‘지다’이다. 그러므로 ‘디다’는 과잉교정의 일종인 역구개음화 현상이다.
주007)
오올오:전부. 『월인석보』(21상:102ㄴ)에는 ‘오로’로 적혀 있다. ‘오로’는 [온전하다]를 뜻하는 형용사 ‘오ᄋᆞᆯ-’에 부사 파생 접미사 ‘-오’가 결합한 ‘오ᄋᆞ로’가 축약된 것이고, ‘오올오’는 ‘오ᄋᆞᆯ-’의 ‘ㆍ’가 ‘ㅗ’로 교체된 ‘오올-’에 부사 파생 접미사 ‘-오’가 결합한 것이다.
주008)
야:하거든. 하면. ᄒᆞ-+거든. ‘ᄒᆞ-’ 뒤에서는 ‘-거든’이 ‘-야ᄃᆞᆫ’으로 교체된다.
주009)
붇드러:붙들어. 붙-[着]+들-[擧]+어. 『월인석보』(21상:102ㄴ)에는 ‘븓드러’로 적혀 있다.
주010)
도아:도와. 『월인석보』(21상:102ㄴ)에는 ‘도ᄫᅡ’로 적혀 있다. 중세국어에서는 ‘도ᄫᅡ, 도와’는 ‘돕다’의 활용형이고, ‘도아’는 ‘도ᄋᆞ다’의 활용형이었다. 의미는 같아 보인다. 그런데 『월인석보』(21상:34ㄴ)에 ‘도ᄫᅡ’로 적혀 있으므로, 여기의 ‘도아’는 ‘도ᄫᅡ’의 발달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상17ㄱ에도 ‘도아’가 보인다.
주011)
구디:굳게. 굳건하게. 굳-[牢]+이(부사 파생 접미사).
주012)
쓰게:쓰게[用]. 중세국어의 ‘ᄡᅳ다’가 ‘쓰다’로 바뀐 것이다.
주013)
평디예:평지(平地)로.
주014)
나거든:나가거든. 나-[出]+거든. ‘평디예 나거든’의 원문은 ‘若達平地’(벽송암판 중12ㄱ)이다. ‘나거든’이 의역임을 알 수 있다. 『월인석보』(21상:10ㄴ)과 같다.
주015)
모로매:모름지기. 반드시. ‘모름에’를 뜻하는 것은 ‘몰로매’이다.
주016)
모딘:모진. 악한. 모딜-[惡]+ㄴ(관형사형 어미).
주017)
펴:살펴서. ᄉᆞᆯ피-[省]+어. 이 책과 약사전판(중15ㄱ)에는 ‘ᄊᆞᆯ펴’로 적혀 있으나, 근대국어 시기 다른 문헌에서는 ‘ᄊᆞᆯ피-’가 보이지 않고 모두 ‘ᄉᆞᆯ피-’로 적혀 있는 듯하다.
주018)
디나디:지나지. 겪지. 원문은 ‘經歷’(벽송암판 중12ㄴ)이다.
주019)
말올딘니:말지니. 『월인석보』(21상:102ㄴ)에는 ‘말옳디니’로 적혀 있다. ‘ㆆ’가 사라지고 중철되었다.
주020)
셰존하:세존(世尊)이시여. 높임의 호격 조사 ‘하’가 쓰여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하’가 ‘아’로 교체된 예도 보인다. ¶급 보현보살 마하살이 디장보살 로샤 인쟈아 원노니〈지장경언해 중1ㄱ〉. 세존(世尊)은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이라는 뜻이다. 석가모니를 부르는 열 가지 호칭 중 하나이다. 산스크리트어로는 ‘bhagavat’인데, 이를 음역하여 ‘바가바(婆伽婆), 박가범(薄伽梵)’이라고도 한다. ‘하’는 높임의 호격 조사이다.
주021)
니기:익히는[習]. 닉-[熟]+이(사동 접미사)+ᄂᆞ+ㄴ.
주022)
죠고만:조그마한. 『월인석보』(21상:103ㄱ)에는 ‘죠고맛’으로 적혀 있다. ‘죠고맛’이 ‘ㄴ, ㅁ’ 등의 비자음으로 시작되는 명사(예: 몸) 앞에서 ‘죠고만’으로 실현되는데, 이것이 ‘죠고맛〉죠고만’의 변화를 초래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주023)
이을부터:사이[間]로부터. ᄉᆞ이+을(목적격 조사)+부터(보조사). ᄉᆞᅀᅵ〉ᄉᆞ이. ‘죠고만 이을부터 그디 업스매 니니’는 ‘중생들이 악을 익히는 방식’을 설명한 것이다. 원문은 ‘從纖毫間 便至無量’(벽송암판 중12ㄴ)이다.
주024)
그디:한(限)이. ‘그디’의 중세국어 어형은 ‘그지’였고, 이 책에도 ‘그지’가 많이 쓰이고 있다.
주025)
니니:이르나니. 도달하나니. 니ᄅᆞ-[至]+ᄂᆞ+니. 『월인석보』(21상:103ㄱ)에는 ‘니르ᄂᆞ니’로 적혀 있지만, 중세국어 시기에는 ‘니ᄅᆞ-’도 많이 쓰였다.
주026)
즁히:중생(衆生)들이. 즁ᄉᆡᆼ+ᄃᆞᆶ(복수접미사)+이. 여기서는 ‘-ᄃᆞᆶ’의 ‘ㅎ’이 유지되어 있다. 복수 접미사 ‘-ᄃᆞᆶ’은 ㅎ말음체언과 같이 어말에 ‘ㅎ’을 지니고 있었다. ‘-ᄃᆞᆶ’이 애초에는 명사였을 가능성이 있다. 중세국어 문헌에서는 한글로 표기된 ‘쥬ᇰᄉᆡᇰ’은 [獸]를, 한자로 표기된 ‘衆生’은 오늘날의 ‘중생(衆生)’을 뜻하였다. ‘짐승’을 뜻하는 ‘쥬ᇰᄉᆡᇰ’은 ‘즘, 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책에는 ‘즁ᄉᆡᆼ’과 ‘듕ᄉᆡᆼ’이 공존한다. 중세국어 어형이 ‘쥬ᇰᄉᆡᇰ’이었으므로 ‘듕ᄉᆡᆼ’은 구개음화에 따른 과잉교정이다.
주027)
습이:습(習)이. 습관이.
주028)
잇거든:있으니. 있으므로. ‘-거든’은 ‘-거든, -면, -으니, -으므로, -은데’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주029)
부모:원문은 ‘男女’(벽송암판 중12ㄴ)이고 『월인석보』(21상:103ㄱ)에도 ‘男女’로 적혀 있다. 왜 ‘부모’로 바뀌었는지 알기 어렵다. ‘男女’는 ‘(망자의) 아들과 딸’을 가리키는 듯하다. 중11ㄱ에도 예가 있다.
주030)
권쇽기:권속(眷屬)이. ‘권속’은 가족, 넓게는 노복(奴僕), 또는 불보살을 따르는 협시존(脇侍尊) 등까지 가리킬 때가 있다.
주031)
압길을:앞길을. 『월인석보』(21상:103ㄱ)에는 ‘앏길흘’로 적혀 있다. 앒〉앞. ‘앏, 압’은 8종성표기 규칙에 따른 것이다. ‘긿[路]’은 중세국어 시기에 ㅎ말음체언이었다.
주032)
도오:돕되. 돕-[助]+오ᄃᆡ. 『월인석보』(21상:103ㄱ)에는 ‘도ᄫᅩᄃᆡ’로 적혀 있다.
주033)
혹:혹(或)은. ‘이런 경우도 있음’을 뜻하는 부사이다. ‘시혹’과 교체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시혹’은 ‘혹은, 때때로’의 뜻을 지닌다. 한자어(時或)이지만 ‘녜(常例)’처럼 대개 훈민정음으로 적혔는데, 이것은 당시에 이 어휘가 한자어라는 인식이 엷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034)
번개:번개(幡盖, 幡蓋) : 당번(幢幡)과 천개(天蓋, 天盖). 당번은 부처나 보살의 위덕을 표시하는 장엄 도구. 천개는 불상을 덮는 비단으로 된 일산(日傘).
주035)
유등:유등(油燈). 기름불.
주036)
혀며:(불을) 켜며. 중세국어 문헌에서 ‘ᅘᅧ-’와 ‘혀-’가 공존하다가 ‘혀-’로 변화하였다. ‘ᅘᅧ다’에는 ‘불을 켜다, 끌어당기다, 톱질하다[鋸]’ 등의 뜻이 있었다.
주037)
존경:존경(尊經). ‘경전(經典)’을 높여서 표현한 말.
주038)
니르거나:읽거나. ‘읽다’를 뜻하는 중세국어 어휘는 ‘닑다’이다. 이 책에는 ‘니르거나(중9ㄴ), 닐으면(중10ㄴ), 니ᄅᆞ거나(중11ㄴ), 닐으며(중24ㄱ, 하7ㄱ)’ 등 예가 많다. ‘닑다’가 ‘니르다’로 발달하기는 어렵다. 근대국어 이전 시기에 방언 ‘니르다’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현대에도 일부 방언에서 ‘책 이른다(=책 읽는다)’가 쓰이고 있다.
주039)
블샹:불상(佛像). ‘佛’의 전통음이 ‘불’이었으므로, ‘블’은 원순모음화의 추세에 이끌린 과잉교정이다.
책목차이전페이지다음페이지페이지상단이동글자확대글자축소다운로드의견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