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묘락주001) 승묘락:승묘락(勝妙樂). 다른 어떤 것보다 나은 묘한 즐거움.
을 슈며 현 권쇽기
그디주002) 그디:한(限)이. ‘그디’의 중세국어 어형은 ‘그지’였고, 이 책에도 ‘그지’가 많이 쓰이고 있다. 여기의 ‘그디’는 과잉교정의 일종인 역구개음화 표기이다. 그디[限]+Ø(주격 조사)+없-+고. 조사 없이 바로 결합한 합성어일 수도 있다. ‘그지’는 대부분 형용사 ‘없-’과 함께 쓰이는데, 이때에는 합성어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래 예문에서처럼 ‘이시-’와도 결합하며 서술형 ‘그지라(그지+이라)’도 나타난다. 한편 대부분의 ‘그지’가 ‘없-’의 주어로 나타나는데, 이런 경우에는 이 낱말의 어형이 ‘긎’인지 ‘그지’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아래 예문의 ‘그지 마고’과 ‘그지’을 보아 어형이 ‘그지’임을 알 수 있다. ¶그지 이셔 마고미 외야〈월인석보 11:35ㄴ〉. 목수믜 그지라〈월인석보 7:70ㄱ〉. 八方애 다시 變샤 識心에 그지 마고 리샤미오〈월인석보 15:79ㄱ〉. 하며 져근 그지 오직 人情의 거츠리 셜 미라〈법화경언해 5:85ㄴ〉.
업시
니익게주003) 니익게:이익(利益)게. 이롭게. ‘니익+ᄒᆞ-+게’의 구조이다. ‘ᄒᆞ’ 탈락. 주어 ‘현ᄌᆡ 권쇽’의 서술어는 ‘니익ᄒᆞ게 ᄒᆞ-’가 아니라 ‘니익ᄒᆞ-’이다. 그리고 여기의 ‘니익ᄒᆞ-’는 형용사이다.
리니 이럴
내주004) 내:내가(제가). 나는(저는). 나[我]+ㅣ(주격 조사). 여기의 화자 ‘나’는 지장보살이고 청자는 석가모니이다. 1인칭 겸칭의 ‘저’는 19세기 후반기에 출현한다.
오
불셰존주005) 불셰존:불세존(佛世尊). 여래십호(如來十號) 중의 하나이다. 복덕(福德)을 갖춘 자, 즉 높은 스승을 말한다. 본래 불(佛)과 세존(世尊)은 각기 독립된 말이지만 여래십호의 경우 붙여 부른다.
과
텬용팔부주006) 텬용팔부:천룡팔부(天龍八部). 팔부중(八部衆). 팔부신중(八部神衆), 용신팔부(龍神八部). 줄여서 ‘팔부(八部)’라고도 한다. 불법을 지키고 보호하는 모든 신을 총칭하여 부르는 말이다. 천(天), 용(龍), 야차(夜叉), 건달바(乾闥婆), 아수라(阿修羅), 가루라(迦樓羅), 긴나라(緊那羅), 마후라가(摩睺羅迦) 등 여덟 가지 부류.
인비인주007) 인비인:인비인(人非人). 팔부중의 하나인 긴나라(緊那羅). 사람이라 할 수도 없고, 축생이라 할 수도 없고, 신이라 할 수도 없다 해서, 인비인(人非人)이라 한다. 겉모습은 사람과 닮았지만, 자세히 보면 사람이 아니다. 불법을 들을 때는 항상 사람의 모습을 나타낸다고 한다.
등을
야셔주008) 야셔:대(對)하고서. 마주 보고서. ‘(∼을) 대하고서 (그들이 보는 자리에서)’를 뜻한다.
염부뎨주009) 염부뎨:염부제(閻浮提). 인간세계 또는 현세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즁을주010) 즁을:중생(衆生)을. ‘권ᄒᆞ야’가 ‘즁ᄉᆡᆼ’을 목적어로 삼고 있다.
권야 명죵 날의 살해며 악연
디으며주011) 디으며:지으며. 딧-[造]+으며. 『월인석보』(21상:105ㄱ)에 ‘지ᅀᅳ며’로 적혀 있다. ‘디으며’는 구개음화의 추세에 이끌린 과잉교정(역구개음화)이다.
귀신주012) 귀신:‘귀신의게’가 기대되는 위치에 부사격 조사 ‘의게’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지 않다. 『월인석보』(21상:105ㄱ)에도 ‘鬼神 절ᄒᆞ야 祭ᄒᆞ야’로 적혀 있는데, 다른 문헌에서는 ‘鬼神 절ᄒᆞ-’가 발견되지 않는다.
절며
졔야주013) 망량의게주014) 망량의게:망량(魍魎)에게. 도깨비에게. 『월인석보』(21상:105ㄱ)의 협주에는 ‘魍魎은 돗가비니 미 本來 一眞커늘 罔야 둘히 욀 魍魎이라 니라 罔 어득야 모 라’라고 설명되어 있다. ‘망량’이 약사전판(16ㄱ)에는 ‘망녕’으로 적혀 있다. 중국에서는 산도깨비를 ‘이매(魑魅)’라 하고, 물도깨비를 ‘망량(魍魎)’이라 하는 일이 있다. 또 산도깨비를 ‘이(魑)’, 집도깨비를 ‘매(魅)’, 나무와 돌의 정령을 ‘망량(魍魎)’이라 하기도 한다. 이 대목은 도깨비를 청하여 복을 빌고, 연명(延命)을 비는 풍속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설화에서 도깨비는 대개 부(富)를 가져다 주는 존재로 나타난다. 신라 시대에, 죽은 진지왕(眞智王)의 혼령과 도화녀(桃花女) 사이에서 난 비형랑(鼻荊郞)이 ‘귀(鬼)’의 무리를 부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삼국유사』 「紀異篇」 ‘桃花女 鼻荊郞’條), 일반적으로 그 ‘鬼’를 도깨비로 보고 있다.
구을주015) 잠간주016) 잠간:잠깐. 한자어 ‘暫間’이다. 중세국어에서는 ‘자ᇝ간’으로 나타난다.
도 말라
니주017) 니:하나니. 『월인석보』(21상:105ㄱ)에는 ‘ᄒᆞ노니’로 적혀 있다. 화자 주어문의 서술어에 쓰이던 ‘-오/우-’가 여기서는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엇디주018) 엇디:어찌. 중세국어에서는 ‘엇디’와 ‘엇뎨’가 공존하는데, 의미 차이가 없다. ‘엇디’에 부사격 조사 ‘-에’가 통합하여 ‘엇뎨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슨주019) 슨:‘엇디 슨 젼ᄎᆡ오’의 원문은 ‘何以故’(벽송암판 중13ㄴ)이다. 『월인석보』(21상:10ㄱ)에는 ‘엇뎨어뇨 ᄒᆞ란ᄃᆡ’로 언해되어 있다. 이 책에 같은 예가 보인다. ¶엇디 쓴 젼오〈지장경언해 중 25ㄱ〉. 얻디 쓴 젼ᄎᆡ오〈지장경언해 중25ㄴ〉. 짐작하건대 ‘슨(쓴)’은 ‘되다’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 ‘스다(쓰다)’의 관형사일 가능성이 있다. 현대 전라 방언의 ‘쓰다’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젼오주020) 젼오:까닭인가. ‘까닭’을 뜻하는 말에는 ‘젼(詮次)’와 ‘앛’이 있다. ‘젼’는 17·8세기까지 쓰였다. 『한중록』에 ‘닥’이 등장한다. 젼ᄎᆞ[故]+ㅣ(서술격 조사 어간)+고(의문 종결 어미). 서술격 조사 어간 뒤에서 ‘ㄱ’이 약화되어 ‘ㅇ’으로 표기되는 것이 중세국어의 질서이고, 근대국어에서는 대개 이 ‘ㅇ’이 ‘ㄱ’으로 복원되는데, 여기서는 ‘ㄱ’이 약화된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런데 ‘젼ᄎᆡ오’는 매우 특이한 존재이다. 중세국어에는 의문 종결 어미 ‘-고, -가’가 있었고, 의문 보조사 ‘고, 가’가 있었는데, 모두 서술격 조사 어간 ‘이-’ 뒤에 바로 쓰이는 일이 없었다. ‘젼ᄎᆡ오’는 ‘젼ᄎᆞ오’가 변화한 것으로 보이는데, 서술격 조사가 개입하면서 ‘고/오’의 문법적 성격이 보조사에서 종결 어미로 변화하였다. ‘젼ᄎᆞ오’의 예는 아주 많다. ¶엇던 젼오〈금강경삼가해 3:52ㄱ〉. 엇던 젼오〈금강경삼가해 3:53ㄴ〉. 엇디 쓴 젼오〈지장경언해 중 25ㄱ〉. 한편 여기서 ‘고/오’의 청자 대우 기능이 문제가 된다. 의문 보조사 ‘고/오’는 ᄒᆞ라체에 속한다. 그런데 이 대목은 지장보살이 석가 세존께 말하는 대목으로서 ᄒᆞ쇼셔체를 써야 하는 장면이다. ‘젼ᄎᆡ오’가 내적 화법, 즉 독백으로 쓰인 것이거나, 아니면 ‘(엇디 슨) 젼ᄎᆡ오’가 청자 대우와 무관하게 쓰일 수 있는 관용성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다른 곳(중25ㄱ, 중25ㄴ)에서도 ᄒᆞ쇼셔체 대화 속에 개입한 ‘젼ᄎᆞ오, 젼ᄎᆡ오’를 볼 수 있다.
이 살해며 졔호미 터럭
긋만주021) 긋만:끝만한. 『월인석보』(21상:105ㄱ)에는 ‘터럭 귿만’으로 적혀 있다.
힘도 망인의게 니익호미 업고
오딕주022) 오딕:오직. 『월인석보』(21상:105ㄱ-ㄴ)에 ‘오직’으로 적혀 있다. ‘오딕’은 구개음화의 추세에 이끌린 과잉교정(역구개음화)이다.
죄연주023) 을 자
더옥주024) 더옥:더욱. 중세국어 문헌에 ‘더욱’으로 나타난다. 근대국어 시기부터 ‘더욱’과 ‘더옥’이 긴 세월 동안 공존하였다.
심듕케주025) 심듕케:심중(深重)하게. 더 깊고 무거워지게.
니주026) 비록
셰어나주027) 셰어나:내세이거나. ᄂᆡ셰(來世)+Ø(서술격 조사 어간)+거나. 서술격 조사 어간 뒤에서 ‘ㄱ’이 약화된 것을 ‘ㅇ’으로 표기한 것이다.
혹
현의주028) 현의:현재생(現在生)에. 『월인석보』(21상:106ㄴ)에는 ‘現在生애’로 적혀 있다.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였던 ‘의’가 이 책에서는 그 기능을 상실하고 광범위한 명사 뒤에 결합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의 ‘의/ᄋᆡ’는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가 아니다.
셩분주029) 을 어더
인텬주030) 듕의
나고지장경언해 중:16ㄴ
도주031) 이주032) 이:이[是]. ‘이 마 명죵 제 권쇽히 악연 디은 타로’의 원문은 ‘緣是臨終 被諸眷屬 造是惡因’(벽송암판 중13ㄴ)이다. ‘是’는 4·4조에 맞추기 위한 허자(虛字)로 보이는데, 이것을 축자역한 것이다.
마주033) 마:장차. ‘ᄒᆞ마’는 ‘이미[旣]’를 뜻하기도 하고 ‘장차[將]’를 뜻하기도 한다.
명죵
제주034) 제:때에. ‘시간’을 뜻하는 의존 명사이다. 이 ‘제’는 한자어(際)일 가능성이 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불교에서는 ‘삼제(三際)’라 한다. 국어사전에서는 ‘적에’가 줄어서, ‘제’가 되었다고 설명하였으나, 그러한 변화는 국어에서 찾기 어렵다.
Ⓒ 언해 | 묘향산인 관송장로 / 1762년(영조 38)
승묘락(勝妙樂)을 수(受)하며, 현재의 권속이 그지없이 이롭게 하리니, 이러하므로 제가 오늘 불세존과 천룡팔부(天龍八部) 인비인(人非人) 등을 대하여서 〈그들이 보는 자리에서〉 염부제 중생을 권하여, 명종(命終)할 날에 살해하며 악연을 지으며 귀신에게 절하며 제사하여 도깨비에게 구하는 일을 잠깐도 하지 말라고 〈당부〉하노니, 어찌된 까닭인가 하면, 이 살해하며 제사를 지냄이 털끝만한 힘도 망인(亡人)에게 이로움이 없고 오직 죄연(罪緣)을 맺어 더욱 심중(深重)케 하나니, 비록 내세(來世)나 혹은 현재생(現在生)에 성분(聖分)을 얻어 인천(人天) 중에 나고, 태어나고도 이 장차 명종할 때에,
Ⓒ 역자 | 이유기 / 2018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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