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쇽히주001) 권쇽히:권속들이. 복수 접미사 ‘ᄃᆞᆶ’이 ㅎ말음체언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복수 접미사 ‘-ᄃᆞᆶ’은 ㅎ말음체언과 같이 어말에 ‘ㅎ’을 지니고 있다. ‘-ᄃᆞᆶ’이 애초에는 명사였을 가능성이 있다.
악연
디은주002) 디은:지은[造]. 『월인석보』(21상:105ㄴ)에는 ‘지손’으로 적혀 있다. 이 ‘지손’은 ‘지ᅀᅳᆫ’의 오각일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디은’의 중세국어 어형이 ‘지ᅀᅳᆫ’이므로, 여기의 ‘디은’은 구개음화의 추세에 이끌린 과잉교정(역구개음화)이다.
타로주003) 타로:탓으로. 『월인석보』(21상:105ㄴ)에는 ‘다ᄉᆞ로’로 적혀 있다. 닷〉탓. 중세국어와 근대국어의 ‘닷, 탓’은 결과가 긍정적인 경우(=덕택)와 부정적인 경우에 다 쓰였다. 현대국어 초기의 시에서 ‘탓’이 색다른 의미로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다음 시의 ‘탓’은 ‘의도’와 유사한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한 포기 작은 꽃에/ 물 주는 뜻은/ 여름 오거든 잎 자라라는 탓입니다.// 남들이 말하기를-/ 가을 오거든 열매 맺으라는 탓입니다.〈오일도, 꽃에 물 주는 뜻은〉.
이 명죵 사미
앙화의(앙얼의)주004) 앙얼의:앙얼(殃孼)에. 앙화(殃禍)에. ¶쥬역에 닐우 됴 일 하 집븐 모로미 나 경 잇고 사오나온 일 하 집븐 모로미 나 앙얼리 잇니라 두다〈정속언해 30ㄱ〉. 므리 부로 니버 여러 믓겨리 닐면 곧 가며 며 홀 어리 잇고〈법집별행록 74ㄱ〉. 『월인석보』(21상:105ㄴ)에는 ‘殃ᅙᅣᇰ孽·ᅌᅥᆯ’로 적혀 있다. 약사전판(중16ㄴ)에는 ‘앙화의’로 적혀 있다. 당시에 ‘앙얼’이 생산성이 낮은 낱말이었음을 시사한다.
버믈어주005) 야주006) 야:대하여. 죄를 심판하는 자와 대면한다는 의미이다.
마초주007) 마초:맞추어 보아서. 맞-[合]+호(사동접미사)++어(연결어미). ‘-/-’는 문법적 성격 및 의미가 분명치 않다. ‘자히다, 거슬다, 견조다, 다, 너기다’ 등에 그 예가 보인다.
됴혼주008) 됴혼:좋은. ‘됴ᄒᆞᆫ’이 ‘됴혼’으로 바뀐 것이다.
주009) :땅에. ᄯᅡᇂ[地]+ᄋᆡ. 『월인석보』(21상:105ㄴ)에 ‘ᄯᅡ해’로 적혀 있다.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 ‘ᄋᆡ’가 고유의 기능을 상실하고 광범위한 명사에 쓰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의 ‘의/ᄋᆡ’는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가 아니다.
늣주010) 늣:늦게. 늦-[晩, 遲]+긔(연결 어미). 『월인석보』(21상:106ㄱ)에는 ‘느지’로 적혀 있다.
나게주011) 나게:태어 나게. ‘나게 ᄒᆞ-’의 주어는 염마왕(閻魔王)일 듯한데, 문맥에 나타나지 않는다.
리니 믈며 명죵 사미
의 이셔주012) 의 이셔:생(生)에 있으면서. 원문은 ‘在生’이다. 『월인석보』(21상:106ㄱ)에는 ‘生애 이셔’로 적혀 있다. ‘애이셔(에이셔)’가 복합 조사로 굳어져 쓰이기도 하였는데, 이것이 현대국어 ‘에서’로 발달하였다. 그러나 여기서는 통합 이전의 상태를 보여 준다.
죠고만주013) 죠고만:조그마한. 『월인석보』(21상:106ㄱ)에는 ‘죠고맛’으로 적혀 있다. ‘죠고맛’이 ‘ㄴ, ㅁ’ 등의 비자음으로 시작되는 명사(예: 몸) 앞에서 ‘죠고만’으로 실현되는데, 이것이 ‘죠고맛〉죠고만’의 변화를 초래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션근주014) 션근:선근(善根). 좋은 보답을 받을 만한 착한 업인(業因). 공덕의 씨앗.
도 업서 각각
본업주015) 을부터주016) 을부터:에 따라. 을(목적격 조사)+부터(보조사).
악을주017) 악을:악취(惡趣)를. ‘악취(惡趣)’는 ‘악도(惡道)’와 같은 말이다. 악한 업인(業因)에 대한 과보로서 태어나는 곳. 6도(道) 중에서 흔히 3악도로 꼽히는 지옥계(地獄界), 아귀계(餓鬼界), 축생계(畜生界)가 해당하며, 아수라계(阿修羅界)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
슈호미닛가주018) 슈호미닛가:수(受)함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슈(受)+ᄒᆞ-+옴(명사형 어미)+이ᄯᆞᆫ+이(서술격 조사 어간)+잇(청자 존대 선어말 어미)+가. ‘이ᄯᆞ닛가’는 ‘이ᄯᆞ니ᅌᅵᆺ가’의 발달형이다. ‘이ᄯᆞ니ᅌᅵᆺ가’는 언제나 문장의 비서술어 위치에 쓰여서 의문문을 구성하며, 그 뒤에는 ‘…는 당연하다’ 정도의 생략된 내용이 있다.
엇디 마 권쇽이 다시 업을
더거뇨주019) 더거뇨:더하겠는가. 더+ᄒᆞ-+거+니+고/오(ᄒᆞ라체 의문 종결 어미). ‘-거-’는 가상적 사실을 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거뇨’는 ᄒᆞ라체 의문 종결 형식이다. 화자는 지장보살이고 청자는 세존이므로 ᄒᆞ쇼셔체를 써야 할 상황인데, ᄒᆞ라체가 쓰인 것이 특이하다. 중16ㄱ의 ‘젼ᄎᆡ오’와 같이 실수일 가능성이 있다. 『월인석보』(21상:106ㄱ)에는 ‘더으거뇨’로 적혀 있다. ‘더ᄒᆞ다’는 부사 ‘더’와 ‘ᄒᆞ다’가 결합한 것인데, 부사 ‘더’는 ‘더으-[加]+어(연결 어미)’로 이루어진 활용형 ‘더’가 부사화한 것이다.
가비건대주020) 사미주021) 사미:사람이. 이 책에서는 ‘사ᄅᆞᆷ’이 아주 드물다. 대개 ‘살음’으로 나타난다.
먼
오로셔주022) 오로셔:땅(地)으로부터. 『월인석보』(21상:106ㄱ)에는 ‘ᄯᅡᄒᆞ로셔’로 적혀 있다. ㅎ말음체언인 ‘ᄯᅡᇂ’의 ‘ㅎ’이 소멸하고 ‘ㆍ’가 ‘ㅗ’로 바뀐 것이다. ‘ᄋᆞ로셔’는 [동작의 출발점]을 뜻하는 부사격 조사였다. 현대국어에서도 ‘로서’가 이러한 뜻을 나타내는 일이 있다. 기독교계에서는 성경을 읽을 때에 ‘◌◌◌ 2장 7절로 8절까지 봉독하겠습니다.’와 같이 말한다. “사랑은 겁 없는 가슴으로서 부드러운 님의 가슴에 건너매여진 일렁일렁 흔들리는 실이니”(변영로, 「사랑은」)에서는 ‘로서’가 ‘출발점’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국어의 ‘로서’는 주격 조사 위치에도 쓰이고, 신분이나 자격을 나타냄으로써 이어지는 사태에 대한 판단의 전제를 지시하기도 한다. ‘저로서는 그 문제에 대한 이견이 없습니다,’나, ‘어떻게 대학생으로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니?’가 그것이다. 이 두 경우의 ‘로서’ 모두 ‘출발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행위의 주체는 사태의 발단이며, ‘로서’가 나타내는 신분이나 자격은 그 뒤에 이어지는 사태에 대한 판단의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와 냥식
언주023) 언:끊어진. ᄭᅳᆭ-[絶]+어(확정법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 『월인석보』(21상:106ㄱ)에는 ‘긋건’으로 적혀 있다. ‘긋건’의 어간은 ‘긏-’이므로 이 책에서는 새로운 어휘 ‘ᄭᅳᆭ-’으로 교체한 것이다.
디주024) 사이오주025) 사이오:사흘이고. 사ᄒᆞᆯ+이+고(연결 어미). 서술격 조사 어간 ‘이-’ 뒤에서 ‘ㄱ’이 약화된 것이다. 이 ‘이오’는 현대국어에서 ‘이요’로 발달하였다.
딘주026) 딘:짊어진. 디-[負]+ㄴ. 중세국어 어형이 ‘지다’였으므로, ‘디-’는 구개음화의 추세에 이끌린 과잉교정(역구개음화)이다. 『월인석보』(21상:106ㄱ)에는 ‘지윤’으로 적혀 있다. ‘지윤’은 ‘지이-’에 ‘-오/우+ㄴ(관형사형 어미)’가 결합한 것인데, ‘지이다’는 ‘(짐이) 지어지다’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거시
뵈(ᄇᆡᆨ)주027) ᄇᆡᆨ:백(百). 약사전판(중16ㄴ)에는 ‘뵈’로 잘못 적혀 있다.
근의셔주028) 근의셔:근(斤)에서. ‘의셔’는 비교를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이다. 『월인석보』(21상:106ㄴ)에는 ‘의셔’ 자리에 조사 ‘두고’가 쓰였다.
더거든주029) 더거든:더 되는데. 여기의 ‘-거든’은 현대국어의 ‘-ㄴ데’에 해당한다.
문득주030) 문득:갑자기. 『월인석보』(21상:106ㄴ)에는 ‘믄득’으로 적혀 있다. 원순모음화한 것이다.
이옷주031) 이옷:이웃. 『월인석보』(21상:106ㄴ)에는 ‘이웃’으로 적혀 있다.
사미주032) 사미:사람이. 이 책에는 대개 ‘살음’이 쓰이는데, 여기서는 ‘사ᄅᆞᆷ’이 쓰였다.
죠고만주033) 죠고만:조그마한. 작은. 『월인석보』(21상:106ㄴ)에는 ‘죠고맛’으로 적혀 있다. ‘죠고맛’이 ‘ㄴ, ㅁ’ 등의 비자음으로 시작되는 명사(예: 몸) 앞에서 ‘죠고만’으로 실현되는데, 이것이 ‘죠고맛〉죠고만’의 변화를 초래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거슬 더
부티면주034) 이
타스로주035) 타스로:탓으로. 『월인석보』(21상:106ㄴ)에는 ‘다ᄉᆞ로’로 적혀 있다. 닷〉탓.
더옥주036) 더옥:더욱. 『월인석보』(21상:106ㄴ)에는 ‘더욱’으로 적혀 있다.
무지장경언해 중:17ㄱ
거워주037) 무거워:무거워. 『월인석보』(21상:106ㄴ)에는 ‘므겨’로 적혀 있다. ‘므기다’는 ‘무겁게 하다’를 뜻하는 동사이다. 형용사 어간 ‘므겁-’은 이 ‘므기-’에 형용사 파생 접미사 ‘-업-’이 결합한 결과일 것이다. 므겁다〉무겁다. 원순모음화.
곤주038) 리니주039) 리니:같으리니. ᄀᆞᇀ-[如]+ᄋᆞ리+니. ‘ᄀᆞᇀ다’의 기원적 구조는 ‘(부사)+다’이다. 그러나 근대국어 문헌인 이 책의 ‘ᄀᆞᆮᄒᆞ리니’는 보수적인 표기로 보인다.
Ⓒ 언해 | 묘향산인 관송장로 / 1762년(영조 38)
권속들이 악연(惡緣)을 지은 탓으로 또 이 명종한 사람이 앙얼(殃孼)에 얽매여 〈염마왕을〉 대하고서 〈전생의 업을〉 맞추어 보다가, 〈나중에야〉 좋은 땅에 늦게 태어나게 하리니, 하물며 명종한 사람이 생(生)에 있으면서 조그마한 선근(善根)도 없어, 각각 본업(本業)에 따라 악취(惡趣)를 받음이야 오죽하겠습니까?(당연히 좋은 땅에 태어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사정이 이러한데〉 어찌 차마 권속이 다시 업(業)을 더하는가? 비유하건대 사람이 먼 땅에서 와 양식이 끊어진 지 사흘이요, 짊어진 것이 백 근에서 더 되는데, 갑자기 이웃 사람이 또 조그마한 것을 더 붙이면(얹으면) 이 탓으로 더욱 무거워 피곤함과 같으리니,
Ⓒ 역자 | 이유기 / 2018년 12월 30일
원본이미지
이 기사는 전체 2개의 원본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