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지장경언해 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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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 존망이익품 010


녀나문주001)
녀나문:
여느. 또 다른. 『월인석보』(21상:110ㄴ-111ㄱ)에는 ‘녀나ᄆᆞᆫ’으로 적혀 있다. ‘녀나ᄆᆞᆫ’은 ‘녀느[他](관형사)’와 ‘나[餘]’의 합성으로 보인다. 녀나ᄆᆞᆫ〉녀나믄〉녀나문.
음식의주002)
음식의:
음식에. 『월인석보』(21상:111ㄱ)에는 ‘飮食에’로 적혀 있다.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 ‘의’가 기능을 상실하고 광범위한 환경에 쓰인 것이다.
니르히주003)
니르히:
이르기까지. 일반적으로는 ‘니르리’가 쓰이지만, ‘니르히’의 예도 적지 않다. ‘니르리’의 구조는 ‘니를-[至]+이(부사형 어미)’인데, ‘니르히’의 구조는 분명치 않다. ‘니릏다’라는 동사가 존재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니를-’에 붙은 ‘-이’는 부사 파생 접미사가 아니라 부사형 어미로 간주한다. ‘니를-’이 서술 기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승주004)
불승:
불승(佛僧)께. 부처님과 스님께. ‘ᄭᅴ’는 높임의 부사격 조사이다. ‘ᄭᅴ’의 기원적 구조는 ‘ㅅ(관형격 조사)+그ᇰ(장소 관련 의존 명사)+의(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로 보인다.
받디주005)
받디:
바치옵지. 받-[獻]+ᄌᆞᆸ(겸양 선어말 어미)+디(보조적 연결 어미). 현대 국어의 보조적 연결어미 ‘-지’와 종결 어미 ‘-지’는 기원이 전혀 다르다. 보조적 연결 어미 ‘-지’는 ‘-디’가 발달한 것이고, 종결어미 ‘-지’는 ‘-디’가 발달한 것이다. ‘-디’는 선행 종속절을 강하게 긍정하고, 후행절을 부정하는 의미로 쓰였다.
몯야셔 몬져 먹디 말오리니주006)
말오리니:
말리니. 말지니. 『월인석보』(21상:111ㄱ)에는 ‘마로리니’로 적혀 있다. ‘말오리니’는 분철화의 경향을 보여 준다.
다가 그릇주007)
그릇:
잘못. 『월인석보』(21상:111ㄱ)에는 ‘그르’로 적혀 있다. 부사 ‘그르’는 형용사 ‘그르다’에서 접사의 결합이 없이 영파생된 부사이다. ‘그르’와 ‘그릇’의 관계가 분명치 않다. 다음 예문의 ‘그릇디’는 중세국어에 ‘그릇다(?)’가 존재하였음을 보여 준다. ¶믈읫 니르논 法이 意趣를 조차 다 實相애 그릇디 아니며〈석보상절 19:24ㄴ〉. 그런데 이 ‘그릇디’의 기본형은 ‘그릇다’가 아니고, 다음 예문에서 보이는 ‘그르츠다[違]’와 관련이 있는 ‘그릋다’일 가능성이 있다. ¶아랫 져믄 사름미 례졀리 그르츠거나커든〈이륜행실도(옥산서원) 27ㄱ〉. 이 밖에도 관련될 수 있는 어휘에는 [錯, 違] 등을 뜻하는 ‘어그릋다, 어그리츠다, 어긔릋다, 어긔릇츠다’ 등이 있다. 요컨대 부사 ‘그릇’은 부사 ‘그르’와 동사 ‘그릋다’의 합류에 의해 형성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
먹거나 뎡근티주008)
뎡근티:
정근(精勤)하지. 뎡근+ᄒᆞ-+디. ‘精勤’은 정미(精微)롭고 성실함.
몯면 이 명죵 사름미주009)
사름미:
사람이. ‘사르미’의 중철이다. 사ᄅᆞᆷ〉사름. 음소 ‘ㆍ’가 소멸하면서 제2음절의 ‘ㆍ’가 ‘ㅡ’로 바뀐 것이다.
잠간도주010)
잠간도:
잠깐도. 조금도. 약간도. 『월인석보』(21상:11ㄱ)에는 ‘자ᇝ간’으로 적혀 있다. 한자어 ‘暫間’인데, 중세국어에서 대개 한글 표기 ‘간’으로 나타난다. ‘조금도, 약간’의 뜻으로도 쓰인다. 그러나 ‘자ᇝ간, 잠간’과 대응되는 원문은 비교적 다양한 듯하다. ‘잠간도 힘을 득디 몯ᄒᆞ리라’의 원문은 ‘了不得力’(벽송암판 중15ㄴ)이다. 이때의 ‘了’는 ‘전혀’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집별행록〉(36ㄴ)에서는 ‘잠간’이 원문의 ‘曾(=일찍이)’과 대응된 예도 보인다.
힘을 득디주011)
득디:
득(得)하지. 득+ᄒᆞ-+디. ‘ᄒᆞ-’ 탈락.
몯리라 다가 능히 뎡근야 조케주012)
조케:
깨끗하게. 좋-[淨]+게.
야 불승 받오면주013)
받오면:
바치오면. 받-[奉獻]+ᄌᆞᆸ(겸양 선어말 어미)+ᄋᆞ면. 『월인석보』(21상:111ㄱ)에는 ‘받ᄌᆞᄫᆞ면’으로 적혀 있다. ‘ㅸ’이 ‘오’로 바뀐 것이다. 겸양의 선어말어미 ‘-//-’은 중세국어에서는 객체(목적어나 부사어로 나타나는 대상)에 대한 주체의 겸양을 표시하다가, 근대국어 시기에 청자에 대한 화자의 겸양을 나타내게 되면서, 청자 존대 형태소로도 쓰이게 된다.
이 명죵 사름미 칠분의주014)
칠분의:
칠분(七分)에서. 『월인석보』(21상:111ㄱ-ㄴ)에 ‘七分에’로 적혀 있다. 그러므로 여기의 ‘의’는 관형격 조사가 아니라, ‘에서’를 뜻하는 부사격 조사로 쓰인 것이다.
하나주015)
하나:
하나를. 『월인석보』(21상:111ㄴ)에 ‘ᄒᆞ나ᄒᆞᆯ’로 적혀 있다. ‘ᄒᆞ’를 ‘하’로 적은 것은 ‘ㆍ〉ㅏ’의 변화 추세에 이끌린 과잉교정이다.
어들이라주016)
어들이라:
얻으리라.
이럴주017)
이럴ᄉᆡ:
이러하므로. 『월인석보』(21상:111ㄴ)에는 ‘이럴ᄊᆡ’로 적혀 있다.
댱쟈아주018)
댱쟈아:
장자(長者)야. ‘아’는 안 높임의 호격 조사이다. 이 책에는 ‘댱쟈아’ 뒤에 누락된 부분이 있다. 누락된 부분의 원문은 ‘閻浮衆生 若能爲其父母 乃至眷屬’(벽송암판 중15ㄴ-16ㄱ)이다. 이 부분이 『월인석보』(21상:111ㄴ)에는 ‘閻浮衆生이 能히 父母와 眷屬 니르리 爲야’로 언해되어 있다. ‘염부제 중생이 능히 부모와 권속에 이르기까지를 위하여’란 뜻이다.
명죵 후의주019)
후의:
후(後)에. 『월인석보』(21상:111ㄴ)에는 ‘後에’로 적혀 있다. 중세국어의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 ‘의’가 기능을 상실하고 광범위한 환경에 쓰인 것이다.
야주020)
야:
재(齋)를 올려.
공양호을주021)
공양호을:
공양(供養)함을. 『월인석보』(21상:111ㄴ)에는 ‘供養호ᄆᆞᆯ’로 적혀 있다. ‘을’을 ‘믈’의 오각이다. ‘호ᄆᆞᆯ’이 ‘호믈’로 바뀐 것은 음소 ‘ㆍ’의 소멸에 따른 현상인데, 이로 말미암아 목적격 조사 ‘ᄋᆞᆯ, ᄅᆞᆯ’이 소멸하고 ‘을, 를’만이 남게 된다.
디극주022)
디극:
지극(至極). ‘至’의 전통음은 ‘지’였다. 그러므로 ‘디극’의 ‘디’는 구개음화의 추세에 이끌린 과잉교정(역구개음화)이다.
으로주023)
으로:
마음으로. ᄆᆞᅀᆞᆷ〉ᄆᆞᄋᆞᆷ.
부즈러니주024)
부즈러니:
간절히. 간곡하게. ‘부즈러니’는 벽송암판(중16ㄱ)에 ‘勤懇’으로 나타난다. 종래의 사전에서 ‘브즈런-, 부즈런-’의 의미를 간과한 경향이 있다. 『월인석보』(21상:111ㄴ)에는 ‘브즈러니’로 적혀 있다. 원순모음화가 일어난 것을 보여 준다. ‘브즈러니’의 구조를 기술하는 세 가지 방안이 있다. ①‘브즈런(명사)+다(형용사파생접미사)’에 ‘-이(부사파생접미사)’가 붙은 ‘브즈런히’에서 ‘ㅎ’이 약화되어 형성된 것으로 보는 것. ②명사 ‘브즈런’에 접사 ‘-이’가 붙은 것으로 보는 것. ③기원적으로 부사적 성격을 갖는 불규칙적 어근 ‘브즈런’에 접미사 ‘-이’가 붙은 것. 여기서는 ③을 취하기로 한다. ①은 ‘ㅎ’ 탈락이 중세국어 시기에 활발하지 않았으므로 취하지 않는다. ②도 격조사와 결합한 ‘브즈런’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취하지 않는다.
면 존망의주025)
존망의:
존망(存亡)에. 살아있는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월인석보』(21상:111ㄴ)에 ‘存亡에’로 적혀 있다.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 ‘의’가 기능을 상실하고 광범위한 환경에 쓰인 것이다.
니을주026)
니을:
이(利)를. 이로움을.
어들이라주027)
어들이라:
얻으리라.
주028)
말:
말. 중세국어와 근대국어의 ‘말’과 ‘말ᄊᆞᆷ(말ᄉᆞᆷ)’ 모두 높임의 의미가 없었다. 『원각경언해』(1465) 이전의 문헌에서는 각자병서가 쓰인 ‘말’으로 나타난다.
니르실주029)
니르실:
이르실. 설하실. 설법하실. 『월인석보』(21상:111ㄴ)에 ‘니르시ᇙ’로 적혀 있다.
주030)
제:
때. ‘시간’을 뜻하는 의존 명사이다. 이 ‘제’는 한자어(際)일 가능성이 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불교에서는 ‘삼제(三際)’라 한다. 국어사전에서는 ‘적에’가 줄어서 ‘제’가 되었다고 설명하였으나, 그러한 변화는 국어에서 찾기 어렵다.
도리텬궁의주031)
도리텬궁의:
도리천궁(忉利天宮)에서. 도리천에. ‘의’는 부사격 조사이다.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 ‘의’가 기능을 상실하고 광범위한 환경에 쓰인 것이다. 여기의 부사어 ‘도리텬궁의’는 ‘발ᄒᆞ며, 믈러나니라’와 호응하고 있다. ‘天’의 독음 ‘텬’은 중세국어 시기와 같다. ‘도리텬’은 ‘도리천(忉利天)’이다. ‘삼십삼천(三十三天)’이라고도 한다. 욕계 6천의 제2천. 달리야달리사천(怛唎耶怛唎奢天), 다라야등릉사천(多羅夜登陵舍天)이라고 하고 33천이라 번역한다. 남섬부주(南贍部洲) 위에 8만 유순 되는 수미산 꼭대기에 있다. 중앙에 선견성(善見城)이라는, 4면이 8만 유순씩 되는 큰 성이 있고, 이 성 안에 제석천(帝釋天)이 있고, 사방에는 각기 8성이 있는데, 그 권속인 하늘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사방 8성인 32성에 선견성을 더하여, 33이 된다.
쳔만억주032)
쳔만억:
천만억(千萬億). ‘千’의 독음 ‘쳔’은 중세국어 시기와 같다.
내유타주033)
내유타:
나유타(那由他). ‘나유타’는 『월인석보』(21상:112ㄱ)에 ‘那나由윰他타’로 적혀 있다. 『월인석보』(21)의 다른 곳에서는 ‘那낭由유ᇢ他탕’로 표기되기도 하였다. ‘나유타’가 이 책(지장경언해)에서는 ‘내유타’로 표기되기도 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ㅐ’가 이중모음 [aj]이었기 때문이다. 즉 ‘나유타’와 ‘내유타’는 거의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같이 실현된다. 인도의 수량 단위. 천억(千億)에 해당한다. ‘조(兆)’ 또는 ‘구(溝)’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지장경언해 중:19ㄴ

주034)
염부:
염부(閻浮). 산스크리트어 ‘jambu(잠부)’의 음역이다.
귀신이 다 무량주035)
무량:
무량(無量). 한없는.
보뎨심주036)
보뎨심:
보리심(菩提心). ‘보리’는 산스크리트어 ‘bodhi’의 음역이다. 깨달음을 얻는 지혜를 가리킨다. 의역하여 각(覺), 지(智, 知), 도(道)라고 한다. 세간의 번뇌를 끊고, 윤회로부터 벗어나 열반을 성취하는 지혜이다. 보리 중에서도 붓다의 보리는 최상의 깨달음이라는 뜻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한다. 번역하여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 무상정변지(無上正遍智), 무상정진도(無上正真道), 무상보리(無上菩提)라고 한다.
을 발며 대변 댱쟤주037)
댱쟤:
장자(長者)가. 댱쟈(長者)+ㅣ(주격 조사).
절고 믈러나니라주038)
믈러나니라:
물러나니라. 므르-[退]+어+나-[出]+니+라. 평서문의 ‘-니-’는 사태에 대한 청자의 인지를 요구하는 선어말 어미이다. 동사 어간에 다른 선어말 어미가 개입하지 않고, 바로 ‘-니라’가 결합하면 과거 시제가 된다.
Ⓒ 언해 | 묘향산인 관송장로 / 1762년(영조 38)

다른 음식에 이르기까지 불승(佛僧)께 바치지 못하여서(바치기 전에) 먼저 먹지 말리니, 만약 잘못하여 〈먼저〉 먹거나 정근(精勤)하지 못하면, 이 명종(命終)한 사람이 잠깐도 힘을 얻지 못하리라. 만약 능히 정근하여 깨끗하게 하여 불승께 바치오면, 이 명종한 사람이 칠분(七分)에서 하나를 얻으리라. 이러하므로 장자(長者)야, (언해 누락 부분: 염부제 중생이 능히 부모와 권속에 이르기까지를 위하여) 명종한 후에 재(齋)를 베풀어서 공양함을 지극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하면, 존망의 이로움을 얻으리라. 이 말씀을 이르실 제에 도리천궁에서 천만억 나유타(那由他) 염부 귀신이 다 한없는 보리심(菩提心)을 발하였으며, 대변 장자가 절하고 물러나니라.
Ⓒ 역자 | 이유기 / 2018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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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녀나문:여느. 또 다른. 『월인석보』(21상:110ㄴ-111ㄱ)에는 ‘녀나ᄆᆞᆫ’으로 적혀 있다. ‘녀나ᄆᆞᆫ’은 ‘녀느[他](관형사)’와 ‘나[餘]’의 합성으로 보인다. 녀나ᄆᆞᆫ〉녀나믄〉녀나문.
주002)
음식의:음식에. 『월인석보』(21상:111ㄱ)에는 ‘飮食에’로 적혀 있다.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 ‘의’가 기능을 상실하고 광범위한 환경에 쓰인 것이다.
주003)
니르히:이르기까지. 일반적으로는 ‘니르리’가 쓰이지만, ‘니르히’의 예도 적지 않다. ‘니르리’의 구조는 ‘니를-[至]+이(부사형 어미)’인데, ‘니르히’의 구조는 분명치 않다. ‘니릏다’라는 동사가 존재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니를-’에 붙은 ‘-이’는 부사 파생 접미사가 아니라 부사형 어미로 간주한다. ‘니를-’이 서술 기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004)
불승:불승(佛僧)께. 부처님과 스님께. ‘ᄭᅴ’는 높임의 부사격 조사이다. ‘ᄭᅴ’의 기원적 구조는 ‘ㅅ(관형격 조사)+그ᇰ(장소 관련 의존 명사)+의(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로 보인다.
주005)
받디:바치옵지. 받-[獻]+ᄌᆞᆸ(겸양 선어말 어미)+디(보조적 연결 어미). 현대 국어의 보조적 연결어미 ‘-지’와 종결 어미 ‘-지’는 기원이 전혀 다르다. 보조적 연결 어미 ‘-지’는 ‘-디’가 발달한 것이고, 종결어미 ‘-지’는 ‘-디’가 발달한 것이다. ‘-디’는 선행 종속절을 강하게 긍정하고, 후행절을 부정하는 의미로 쓰였다.
주006)
말오리니:말리니. 말지니. 『월인석보』(21상:111ㄱ)에는 ‘마로리니’로 적혀 있다. ‘말오리니’는 분철화의 경향을 보여 준다.
주007)
그릇:잘못. 『월인석보』(21상:111ㄱ)에는 ‘그르’로 적혀 있다. 부사 ‘그르’는 형용사 ‘그르다’에서 접사의 결합이 없이 영파생된 부사이다. ‘그르’와 ‘그릇’의 관계가 분명치 않다. 다음 예문의 ‘그릇디’는 중세국어에 ‘그릇다(?)’가 존재하였음을 보여 준다. ¶믈읫 니르논 法이 意趣를 조차 다 實相애 그릇디 아니며〈석보상절 19:24ㄴ〉. 그런데 이 ‘그릇디’의 기본형은 ‘그릇다’가 아니고, 다음 예문에서 보이는 ‘그르츠다[違]’와 관련이 있는 ‘그릋다’일 가능성이 있다. ¶아랫 져믄 사름미 례졀리 그르츠거나커든〈이륜행실도(옥산서원) 27ㄱ〉. 이 밖에도 관련될 수 있는 어휘에는 [錯, 違] 등을 뜻하는 ‘어그릋다, 어그리츠다, 어긔릋다, 어긔릇츠다’ 등이 있다. 요컨대 부사 ‘그릇’은 부사 ‘그르’와 동사 ‘그릋다’의 합류에 의해 형성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주008)
뎡근티:정근(精勤)하지. 뎡근+ᄒᆞ-+디. ‘精勤’은 정미(精微)롭고 성실함.
주009)
사름미:사람이. ‘사르미’의 중철이다. 사ᄅᆞᆷ〉사름. 음소 ‘ㆍ’가 소멸하면서 제2음절의 ‘ㆍ’가 ‘ㅡ’로 바뀐 것이다.
주010)
잠간도:잠깐도. 조금도. 약간도. 『월인석보』(21상:11ㄱ)에는 ‘자ᇝ간’으로 적혀 있다. 한자어 ‘暫間’인데, 중세국어에서 대개 한글 표기 ‘간’으로 나타난다. ‘조금도, 약간’의 뜻으로도 쓰인다. 그러나 ‘자ᇝ간, 잠간’과 대응되는 원문은 비교적 다양한 듯하다. ‘잠간도 힘을 득디 몯ᄒᆞ리라’의 원문은 ‘了不得力’(벽송암판 중15ㄴ)이다. 이때의 ‘了’는 ‘전혀’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집별행록〉(36ㄴ)에서는 ‘잠간’이 원문의 ‘曾(=일찍이)’과 대응된 예도 보인다.
주011)
득디:득(得)하지. 득+ᄒᆞ-+디. ‘ᄒᆞ-’ 탈락.
주012)
조케:깨끗하게. 좋-[淨]+게.
주013)
받오면:바치오면. 받-[奉獻]+ᄌᆞᆸ(겸양 선어말 어미)+ᄋᆞ면. 『월인석보』(21상:111ㄱ)에는 ‘받ᄌᆞᄫᆞ면’으로 적혀 있다. ‘ㅸ’이 ‘오’로 바뀐 것이다. 겸양의 선어말어미 ‘-//-’은 중세국어에서는 객체(목적어나 부사어로 나타나는 대상)에 대한 주체의 겸양을 표시하다가, 근대국어 시기에 청자에 대한 화자의 겸양을 나타내게 되면서, 청자 존대 형태소로도 쓰이게 된다.
주014)
칠분의:칠분(七分)에서. 『월인석보』(21상:111ㄱ-ㄴ)에 ‘七分에’로 적혀 있다. 그러므로 여기의 ‘의’는 관형격 조사가 아니라, ‘에서’를 뜻하는 부사격 조사로 쓰인 것이다.
주015)
하나:하나를. 『월인석보』(21상:111ㄴ)에 ‘ᄒᆞ나ᄒᆞᆯ’로 적혀 있다. ‘ᄒᆞ’를 ‘하’로 적은 것은 ‘ㆍ〉ㅏ’의 변화 추세에 이끌린 과잉교정이다.
주016)
어들이라:얻으리라.
주017)
이럴ᄉᆡ:이러하므로. 『월인석보』(21상:111ㄴ)에는 ‘이럴ᄊᆡ’로 적혀 있다.
주018)
댱쟈아:장자(長者)야. ‘아’는 안 높임의 호격 조사이다. 이 책에는 ‘댱쟈아’ 뒤에 누락된 부분이 있다. 누락된 부분의 원문은 ‘閻浮衆生 若能爲其父母 乃至眷屬’(벽송암판 중15ㄴ-16ㄱ)이다. 이 부분이 『월인석보』(21상:111ㄴ)에는 ‘閻浮衆生이 能히 父母와 眷屬 니르리 爲야’로 언해되어 있다. ‘염부제 중생이 능히 부모와 권속에 이르기까지를 위하여’란 뜻이다.
주019)
후의:후(後)에. 『월인석보』(21상:111ㄴ)에는 ‘後에’로 적혀 있다. 중세국어의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 ‘의’가 기능을 상실하고 광범위한 환경에 쓰인 것이다.
주020)
야:재(齋)를 올려.
주021)
공양호을:공양(供養)함을. 『월인석보』(21상:111ㄴ)에는 ‘供養호ᄆᆞᆯ’로 적혀 있다. ‘을’을 ‘믈’의 오각이다. ‘호ᄆᆞᆯ’이 ‘호믈’로 바뀐 것은 음소 ‘ㆍ’의 소멸에 따른 현상인데, 이로 말미암아 목적격 조사 ‘ᄋᆞᆯ, ᄅᆞᆯ’이 소멸하고 ‘을, 를’만이 남게 된다.
주022)
디극:지극(至極). ‘至’의 전통음은 ‘지’였다. 그러므로 ‘디극’의 ‘디’는 구개음화의 추세에 이끌린 과잉교정(역구개음화)이다.
주023)
으로:마음으로. ᄆᆞᅀᆞᆷ〉ᄆᆞᄋᆞᆷ.
주024)
부즈러니:간절히. 간곡하게. ‘부즈러니’는 벽송암판(중16ㄱ)에 ‘勤懇’으로 나타난다. 종래의 사전에서 ‘브즈런-, 부즈런-’의 의미를 간과한 경향이 있다. 『월인석보』(21상:111ㄴ)에는 ‘브즈러니’로 적혀 있다. 원순모음화가 일어난 것을 보여 준다. ‘브즈러니’의 구조를 기술하는 세 가지 방안이 있다. ①‘브즈런(명사)+다(형용사파생접미사)’에 ‘-이(부사파생접미사)’가 붙은 ‘브즈런히’에서 ‘ㅎ’이 약화되어 형성된 것으로 보는 것. ②명사 ‘브즈런’에 접사 ‘-이’가 붙은 것으로 보는 것. ③기원적으로 부사적 성격을 갖는 불규칙적 어근 ‘브즈런’에 접미사 ‘-이’가 붙은 것. 여기서는 ③을 취하기로 한다. ①은 ‘ㅎ’ 탈락이 중세국어 시기에 활발하지 않았으므로 취하지 않는다. ②도 격조사와 결합한 ‘브즈런’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취하지 않는다.
주025)
존망의:존망(存亡)에. 살아있는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월인석보』(21상:111ㄴ)에 ‘存亡에’로 적혀 있다.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 ‘의’가 기능을 상실하고 광범위한 환경에 쓰인 것이다.
주026)
니을:이(利)를. 이로움을.
주027)
어들이라:얻으리라.
주028)
말:말. 중세국어와 근대국어의 ‘말’과 ‘말ᄊᆞᆷ(말ᄉᆞᆷ)’ 모두 높임의 의미가 없었다. 『원각경언해』(1465) 이전의 문헌에서는 각자병서가 쓰인 ‘말’으로 나타난다.
주029)
니르실:이르실. 설하실. 설법하실. 『월인석보』(21상:111ㄴ)에 ‘니르시ᇙ’로 적혀 있다.
주030)
제:때. ‘시간’을 뜻하는 의존 명사이다. 이 ‘제’는 한자어(際)일 가능성이 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불교에서는 ‘삼제(三際)’라 한다. 국어사전에서는 ‘적에’가 줄어서 ‘제’가 되었다고 설명하였으나, 그러한 변화는 국어에서 찾기 어렵다.
주031)
도리텬궁의:도리천궁(忉利天宮)에서. 도리천에. ‘의’는 부사격 조사이다.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 ‘의’가 기능을 상실하고 광범위한 환경에 쓰인 것이다. 여기의 부사어 ‘도리텬궁의’는 ‘발ᄒᆞ며, 믈러나니라’와 호응하고 있다. ‘天’의 독음 ‘텬’은 중세국어 시기와 같다. ‘도리텬’은 ‘도리천(忉利天)’이다. ‘삼십삼천(三十三天)’이라고도 한다. 욕계 6천의 제2천. 달리야달리사천(怛唎耶怛唎奢天), 다라야등릉사천(多羅夜登陵舍天)이라고 하고 33천이라 번역한다. 남섬부주(南贍部洲) 위에 8만 유순 되는 수미산 꼭대기에 있다. 중앙에 선견성(善見城)이라는, 4면이 8만 유순씩 되는 큰 성이 있고, 이 성 안에 제석천(帝釋天)이 있고, 사방에는 각기 8성이 있는데, 그 권속인 하늘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사방 8성인 32성에 선견성을 더하여, 33이 된다.
주032)
쳔만억:천만억(千萬億). ‘千’의 독음 ‘쳔’은 중세국어 시기와 같다.
주033)
내유타:나유타(那由他). ‘나유타’는 『월인석보』(21상:112ㄱ)에 ‘那나由윰他타’로 적혀 있다. 『월인석보』(21)의 다른 곳에서는 ‘那낭由유ᇢ他탕’로 표기되기도 하였다. ‘나유타’가 이 책(지장경언해)에서는 ‘내유타’로 표기되기도 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ㅐ’가 이중모음 [aj]이었기 때문이다. 즉 ‘나유타’와 ‘내유타’는 거의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같이 실현된다. 인도의 수량 단위. 천억(千億)에 해당한다. ‘조(兆)’ 또는 ‘구(溝)’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주034)
염부:염부(閻浮). 산스크리트어 ‘jambu(잠부)’의 음역이다.
주035)
무량:무량(無量). 한없는.
주036)
보뎨심:보리심(菩提心). ‘보리’는 산스크리트어 ‘bodhi’의 음역이다. 깨달음을 얻는 지혜를 가리킨다. 의역하여 각(覺), 지(智, 知), 도(道)라고 한다. 세간의 번뇌를 끊고, 윤회로부터 벗어나 열반을 성취하는 지혜이다. 보리 중에서도 붓다의 보리는 최상의 깨달음이라는 뜻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한다. 번역하여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 무상정변지(無上正遍智), 무상정진도(無上正真道), 무상보리(無上菩提)라고 한다.
주037)
댱쟤:장자(長者)가. 댱쟈(長者)+ㅣ(주격 조사).
주038)
믈러나니라:물러나니라. 므르-[退]+어+나-[出]+니+라. 평서문의 ‘-니-’는 사태에 대한 청자의 인지를 요구하는 선어말 어미이다. 동사 어간에 다른 선어말 어미가 개입하지 않고, 바로 ‘-니라’가 결합하면 과거 시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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