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아 미셰의 남 녀인이
올애주001) 올애:오래. 오랫동안. 중세국어에 ‘오래’로 나타난다.
상팀의주002) 상팀의:상침(牀枕)에. ‘상침(牀枕)’은 ‘병상(病床)’을 뜻한다. ‘의’는 중세국어에서는 특수 처소 부사격 조사였다.
이셔주003) 이셔:있어. 이시-[有]+어(연결 어미). ‘상팀의 이셔’가 『월인석보』(21상:91ㄱ)에는 ‘病ᄒᆞ야 이셔’로 되어 있다. 원문이 ‘久患牀枕’(벽송암판 중7ㄴ)이니, 두 책은 ‘患’과 ‘牀枕’ 중 서로 다른 하나를 선택하여 번역한 셈이다. 아울러 이 대목은 이 책이 『월인석보』를 그대로 옮기지는 않았음을 보여 준다.
주004) 살고져 며 죽고져
지장경언해 중:9ㄴ
호되주005) 내주006) 내:끝내. ‘영원히’를 뜻하기도 하고 ‘마침내’를 뜻하기도 한다. ᄆᆞᆾ-[終]+ᄋᆞᆷ(명사 파생 접미사)+내(접미사). ‘-ᄋᆞᆷ’은 명사형 어미가 아니다. 중세국어 시기에 명사형 어미라면 ‘-오/우-’가 결합한 ‘-옴/움’으로 나타나는데, ‘ᄆᆞᄎᆞᆷ내’는 중세국어에서도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를 뜻하는 부사 ‘내’가 중세국어에도 있었다. 그렇다면 ‘ᄆᆞᄎᆞᆷ내’는 합성어인 셈이다. ¶부텨 샤 大德 世尊하 像法 轉 時節에 믈읫 衆生이 種種 분벼릐 보채요미 외야 長常 病야 시드러 음담 몯고 모기며 입시우리 내 라 주 相이 一定야 어버며 아미며 버디며 아로리며 두루 에야셔 울어든 제 모미 누 자히셔 보〈석보상절 9:29ㄴ-30ㄱ〉.
가히
득디주007) 득디:득(得)디. 얻지. ‘득ᄒᆞ디’에서 ‘ᄒᆞ’가 탈락한 것이다.
몯야
혹주008) 혹:혹(或)은. ‘이런 경우도 있음’을 뜻하는 부사이다. ‘시혹’과 교체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시혹’은 ‘혹은, 때때로’의 뜻을 지닌다. 한자어(時或)이지만 ‘녜(常例)’처럼 대개 훈민정음으로 적혔는데, 이것은 당시에 이 어휘가 한자어라는 인식이 엷었기 때문일 것이다.
밤의주009) 밤의:밤꿈에. ‘夜夢’(벽송암판 중7ㄴ)의 번역이다. ‘밤ᄭᅮᆷ’이 합성어인지 구(句)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밤’과 ‘ᄭᅮᆷ’이 결합한 구(句)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현대국어 ‘밤잠, 낮잠’이 합성어인 사실을 고려하여, ‘밤ᄭᅮᆷ’을 합성어로 간주한다.
모딘
귀주010) 와 제 집
어버이주011) 어버이:어버이. 양친(兩親). 어버ᅀᅵ〉어버이. ‘家親’(벽송암판 중7ㄴ)을 ‘제 집 어버이’로 번역하였다. 『월인석보』(21상:90ㄱ)에서는 ‘제 집 아ᅀᆞᄆᆞᆯ’로 번역하였다. ‘아ᅀᆞᆷ’은 ‘친척’이다. 이 책이 『월인석보』를 그대로 따르지 않은 예이다.
를 보거나 혹 험 길의 노닐거나 혹
염주012) 염:염매(魘魅). 사람을 가위눌리게 하는 귀신. ¶厭魅 오누르 鬼神이니 鳩槃茶ㅣ라〈월인석보 9:35 상ㄱ-ㄴ〉. ‘魅’는 ‘도깨비’를 뜻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산도깨비를 ‘이매(魑魅)’라 하고, 물도깨비를 ‘망량(魍魎)’이라 하는 일이 있다. 또 산도깨비를 ‘이(魑)’, 집도깨비를 ‘매(魅)’, 나무와 돌의 정령을 ‘망량(魍魎)’이라 하기도 한다.
만야주013) 만야:많아서. 만ᄒᆞ-[多]+어/아/야. 어간이 ‘많-’이라면 어미 ‘-아’와 결합하여 ‘만하’로 실현된다. 중세국어 시기에 ‘많다’와 ‘만ᄒᆞ다’가 공존하였다.
귀신과
ᄒᆞᆫ주014) :함께. 어원적으로는 ‘[一]+[장소]+Ø(부사격조사)’의 구조이다. 현대국어에서도 ‘한 곳’을 뜻하는 ‘한데’가 쓰이는데, 근대국어 문헌에서도 ‘한 곳에서’를 뜻하는 ‘ 셔’가 보인다. ¶每日에 漢ㅅ 學生들과 셔 화 닉여시매[每日同漢學生們 一處學習來]〈노걸대언해 중간본 상5ㄴ〉. ‘ᄒᆞᆫᄭᅴ’도 같은 뜻을 나타내는데, 이 책에 예가 많이 나타난다.
노니러주015) 노니러:노닐어. 노닐-[遊]+어. 중세국어 문헌에서는 어간 ‘노닐-’이 확인되지 않는다. ‘노니-’만이 확인된다.
날과주016) 날과:날[日]과. 여기의 ‘날’은 시간의 ‘날’이다. 중세국어에서는 ‘ㄹ’ 뒤에서 ‘ㄱ’이 약화한 ‘날와’로 표기되던 것이다. ‘ㅇ’은 유성 성문 마찰음 [ɦ]을 표기한 것이다.
과주017) 과:달[月]과. 여기의 ‘달’은 시간의 ‘달’이다. 중세국어에서는 ‘ㄹ’ 뒤에서 ‘ㄱ’이 약화한 ‘ᄃᆞᆯ와’로 표기되던 것이다.
주018) :해[歲]가. 여기의 ‘ᄒᆡ’는 시간의 ‘해[歲]’이다. ᄒᆡ[歲]+Ø(주격 조사). ‘날와 달와 ᄒᆡ’가 『월인석보』(21상:91ㄴ)에는 ‘날 ᄃᆞᆯ ᄒᆡ’로 적혀 있다. 이를 합성어로 보기는 어렵다. 중세국어의 ‘나ᄃᆞᆯ’은 ‘날’과 ‘ᄃᆞᆯ’이 결합한 합성어이다. ‘해와 달’ 또는 ‘세월’을 뜻하는 낱말이다.
깁퍼
더옥주019) 더옥:더욱. 중세국어 문헌에 ‘더욱’으로 나타난다. 근대국어 시기부터 ‘더욱’과 ‘더옥’이 긴 세월 동안 공존하였다.
시들어
주020) 온주021) 온:가운데. 구(句)를 이루는 ‘ᄌᆞᆷ’과 ‘가온ᄃᆡ’ 사이에 ‘ㅅ’이 개입한 것이다.
울러주022) 셜워주023) 셜워:서러워. 고통스러워. 셟-[苦]+어. ‘ㅂ’ 불규칙 활용. 중세국어와 근대국어의 ‘셟다’는 ‘서럽다’란 뜻 외에 ‘고통스럽다’란 뜻도 지닌다. 이 부분의 원문은 ‘慘悽’(벽송암판 중7ㄴ)이다.
일향의주024) 일향의:일향(一向)에. ‘의’는 부사격 조사이다. 한결같이. 오로지. ‘일향(一向)’은 20세기 중반까지 편지의 서두에서 아주 흔히 쓰였다. ‘일향’과 같은 뜻으로 ‘일직(一直)’도 쓰였다. ¶기체후(氣體候) 일향(一向) 만강(萬康)하옵시고.
낙주025) 업스니주026) 업스니ᄂᆞᆫ:없는 이는. 없-[無]+은(관형사형 어미)+이(의존 명사)+ᄂᆞᆫ(보조사). ‘이’는 ‘사람’을 가리킨다.
주027) 셜워 일향의 낙 업스니ᄂᆞᆫ:원문은 ‘慘悽不樂者(=비참하게 지내면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이다. 『월인석보』(21상:91ㄴ)에는 ‘셜ᄫᅥ 즐기디 몯ᄒᆞᇙ 사ᄅᆞᄆᆞᆫ’으로 언해되어 있다. 이 책에는 원문에도 없고 『월인석보』에도 없는 ‘일향의’가 들어 있다. 그리고 ‘不樂者’를 ‘즐기디 몯ᄒᆞᆯ’이 아니라 ‘낙 업스니ᄂᆞᆫ’으로 번역하였다. 후반부로 갈수록 『월인석보』와는 다른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이 다
업도을주028) 업도을:업도(業道)를. ‘업도’는 고락(苦樂)의 과보를 받게 하는 선악의 업이다. 신·구·의(身口意) 3업으로 나눈다.
의논호매주029) 의논호매:따져서 결정함에. ‘의논’의 원문은 ‘論對’이다. 죄의 경중을 따져서 처벌을 결정함을 뜻한다.
경즁을주030) 일뎡티주031) 일뎡티:일정(一定)치. ‘일뎡(一定)’은 ‘확정. 결정’을 뜻한다. 중세국어나 근대국어의 한자어 ‘一定ᄒᆞ다, 일뎡ᄒᆞ다’는 대개 ‘정하다, 결정하다’를 뜻하는 타동사로 쓰였고, 드물게 ‘고르다, 균일하다’를 뜻하는 형용사로 쓰이기도 했다. ‘一定야’에는 동사의 활용형도 있고, 부사로 굳어져서 ‘반드시, 꼭, 마치’의 뜻을 나타내는 것도 있다. 아래 예문은 후자의 경우이다. ¶一定야 녯 사 迷失홈과 리로다[定似昔人迷]〈두시언해 초간본 7:13ㄱ〉.
몯야
혹주032) 혹:혹은. 원문은 ‘或’이다. ‘이런 경우도 있음’을 뜻하는 부사이다. 『월인석보』(21상:91ㄴ)에서는 ‘시혹’으로 번역하였다. ‘시혹’은 ‘혹은, 때때로’의 뜻을 지닌다. 한자어(時或)이지만 ‘녜(常例)’처럼 대개 훈민정음으로 적혔는데, 이것은 당시에 이 어휘가 한자어라는 인식이 엷었기 때문일 것이다.
목숨 림주033) 목숨 림:목숨을 버리는 주체는 병자(病者)이다. ᄇᆞ리-[捨]+ㅁ(명사형 어미).
이
어려오며주034) 어려오며:어려우며. ‘어려ᄫᅳ며’가 일반적으로는 ‘어려우며’로 발달하였는데, 이 책에서는 ‘우’가 ‘오’로 적히는 예가 아주 많다.
혹
됴티주035) 됴티:(병이) 낫지. 치유되지. 둏-[癒]+디. ‘둏-’은 형용사로서 [好]를 뜻하기도 하고 자동사로서 [治癒]를 뜻하기도 한다.
몬야주036) 몬야:못하여. ‘몯’의 오각으로 보인다. 바로 다음 행에 ‘몯’이 나온다. 현대 경상도 방언에서는 ‘못(不能)’을 ‘몬’이라 하지만, 여기의 ‘몬’은 그와 무관해 보인다.
남녀
쇽안의주037) 쇽안의:속안(俗眼)의. 속된 안목으로는. 주격 조사 ‘이’를 쓰지 않은 것은 ‘俗眼’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어는 생략되어 있다. 『월인석보』(21상:91ㄴ)에도 ‘俗眼ᄋᆡ’로 적혀 있다.
이 일을
디주038) 디:분별하지. 판단하지. ‘ᄀᆞᆯᄒᆡ다’는 ‘분별하다, 판단하다’를 뜻하기도 하고 ‘구별하다’를 뜻하기도 한다.
몯니 오직 졔불보살 샹 압페 야
된 소뢰주039) 된소뢰:큰 소리. ‘소리’를 뜻하는 낱말은 훈민정음 초기 문헌에서 대개 ‘소리’가 쓰였는데, 대략 16세기 문헌에서부터 ‘소ᄅᆡ’가 널리 쓰였고, ‘소릐’도 많이 보인다. 여기의 ‘소뢰’는 ‘소ᄅᆡ’의 ‘ㆍ’가 ‘ㅗ’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로 이 경을 번
니르거나주040) 니르거나:읽거나. ‘읽다’를 뜻하는 중세국어 어휘는 ‘닑다’이다. 이 책에는 ‘니르거나(중9ㄴ), 닐으면(중10ㄴ), 니ᄅᆞ거나(중11ㄴ), 닐으며(중24ㄱ, 하7ㄱ), 닐으고져(하14ㄴ), 닐너(하15ㄱ)’ 등 예가 많다. ‘닑다’가 ‘니르다’로 발달하기는 어렵다. 근대국어 이전 시기에 방언 ‘니르다’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현대에도 일부 방언에서 ‘책 이른다(=책 읽는다)’가 쓰이고 있다.
혹 병인의
랑지장경언해 중:10ㄱ
주041) 랑ᄒᆞᄂᆞᆫ:아끼는. 원문은 ‘愛’(벽송암판 중8ㄴ)이다.
Ⓒ 언해 | 묘향산인 관송장로 / 1762년(영조 38)
또 보광아, 미래세에 남자와 여인이 오랫동안 상침
(牀枕, 병상)
에 〈누워〉 있어서 살고자 하며 죽고자 하되 끝내 가히 얻지 못하여, 혹은 밤꿈 속에서 악한 귀(鬼)와 제 집의 〈고인이 된〉 어버이를 보거나, 혹 험한 길에서 노닐거나 혹 염매(魘魅)가 많아서, 귀신과 함께 노닐어 날과 달과 해가 깊어, 더욱 시들어 잠 가운데에서 울어 서러워하여 한결같이 낙(樂)이 없는 이는 이들은 다 업도(業道)를 따짐에서 경중(輕重)을 결정하지 못하여, 혹은 목숨을 버리기도 어려우며 혹은 〈병이〉 낫지도 못하여, 〈보통〉 남녀의 속안(俗眼)으로는 이 일을 판단하지 못하나니, 오직 제불보살 상(像) 앞에 마주하여 큰 소리로 이 경전을 한 번 읽거나, 혹 병자의 사랑하는
Ⓒ 역자 | 이유기 / 2018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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