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르 응(應)야:서로가 상응하여. ‘서르〉서로’는 모음조화 현상을 깨트리면서 소리가 변하였다. 이는 청각인상을 보다 또렷하게 하여 강화효과를 가져 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모음조화 현상은 우리 국어의 음운론적인 두드러진 특징이다. 앞 음절의 모음과 뒤음절의 모음이 같은 성향의 모음끼리 만나서 쓰인다. 말하자면 ‘양성*양성-음성*음성-양(음)*중성’과 같이 어울리는 음운현상의 한 경향성을 말한다. ‘서르’의 어원은 사이를 뜻하는 ‘설’에서 비롯한다. 그 대표적인 형태가 ‘서리’(狄人ㅅ서리예 가샤[狄人與處]〈용비어천가 4〉)이다. 나이를 뜻하는 ‘살’의 모음교체 형인데 이는 ‘’에서 갈라져 나온 형태로 보인다. ‘’의 기원형은 ‘’이고 ‘’는 ㅎ종성체언이기에 ‘(ㅎ)’으로 쓰이다가 유착되어 ‘(ㅎ)-(ㅅ)-(ㄷ)〉(ㄹ)〉’로 형태변동이 일어난다. ‘’과 ‘피(〈비-미)’가 합성되면서 사이를 ‘피’로 굳어져 한 단어로 굳혀져 쓰이게 된 것이다. 특히 우륵의 인연지인 성열(省熱)의 ‘-살’과 ‘사이’와 관련한 논의의 줄거리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정호완, 2011).
‘성열(省熱)’은 이두식 표기이며 지역 간의 사이[間]를 이른다는 것이다. 형태 분석을 하자면, 성열(省熱)은 ‘省(훈독, 살(필)-살)+-熱(음차, -ㄹ(말음첨기))’과 같다.
* 살피 : 물건(지역) 사이의 구분을 지은 표. 살피다(이정표가 있는 곳) - 성현(省峴-南省峴驛)〈청도〉, 삼성리(三省里)〈경산〉, 살피재〈거창 省草〉〈서울상도동 장승배기〉살+품〉살품.
* 살품 : 옷소매와 가슴 사이/옷과 몸의 사이/가슴 둘레/청풍(淸風) -살미(薩味), 청주(淸州〈薩買), 청천강(淸川江-薩水), 살+피(〈표), ‘매(買忽)-미(味鄒忽)-무(務安)’.
* 살 : 가장 중심이 되는 핵의미소(核意味素). 살()의 단어족을 통한 담론의 갈래는 다음과 같다.
1) ‘살’의 기본 의미 : 사이에 들어 있는 물체, 조직[間].
살소매 : 옷소매와 팔 사이의 빈 곳
살품 : 옷매와 가슴 사이
살미 : 궁궐이나 성문 등의 기둥 위와 도리 사이에 장식하는 촛가지.
살피재 : 지역의 경계가 되는 고개(지경리(地境里), 관간목(官間목)〈남해〉).
살평상 : 바닥에 나무오리로 사이를 띄어 죽 박아 만든 평상.
살바람 :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살 : 피부와 뼈 사이의 근육 조직. 과일 따위의 껍질과 씨방 사이의 부드러운 과육(果肉)(‘살’의 옛 표기 : 白米曰漢菩薩〈鷄林類 事〉의 ‘薩’).
2) ‘살()’의 단어족 : 단어족은 같은 기본 의미를 공유하는 낱말의 집단. 모음교체(陽-陰-中)형/음절첨가형.
3) 모음교체형 : 같은 음절에 받침 자음의 교체(양성모음계) : 살()-삳(샅)-삿(ㄱ) (삳자리-삿자리, 삳갓-삿갓, 샅바) *삿(ㄱ)〉〉삯-싹, 삿(ㄱ)+-이〉삿()〉시〉〉이〉사이(새)(삿기〉사〉새끼), 살∞설(한 설∞한 살) -섣달(설달 : (지난해와 새 해 사이)설이 있는 달) 살(ㄱ)(살그머니, 살쾡이(고양이와 호랑이 사이의 짐승))/사리(사립문(사리ㅅ문〉사리ㄷ문〉사림문〉사립문 : 집 밖과 안의 사이 문)). 싸리재〈평창〉). (음성모음계) : 설-섣-섯(ㄱ)(다〉섞다)/서리(서리[間] : 狄人 서리예 가샤(용비어천가). (중성모으계) : 싯(ㄱ)(싯그다〈방언〉)-싣(싣다)-실(두 줄을 꼬아 만든 줄, 실내〉. 시내, 밤실, 한실, 得烏-絲浦〈삼국유사〉).
기원적으로 ‘’는 ‘사이’를 뜻하며 물질로는 ‘해-새()-시’를 이른다. 사이라는 개념은 쇠의 방언형 ‘쉬-사이-소이-시’와도 깊은 상관성을 갖고 있다. 돌도, 나무도, 흙도 아닌 새로운 소재로서 철기문화가 가져온 문명의 지평을 열었다. 땅을 파는 도구로서 ‘삽(鍤)’도 ‘삷’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순수한 우리의 말인데 이에 상응하는 한자를 들여다 쓴 것이다. 사이라는 개념은 사물 인식의 바탕을 이룬다. 공간과 시간, 관계는 인식 논리의 기본 틀이다. 철기문화가 문명 발달의 축을 이루면서 새로운 여러 가지의 병기가 생겨났다. 전쟁에서 누가 좀 더 나은 철기를 이용한 병기를 활용하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열쇠였으니, 청지스칸의 철기군이 바로 그런 좋은 보기다. 잘 달리는 군마를 탄 활과 칼을 잘 쓰는 군사, 거기에 지략이 뛰어난 제갈량 같은 지략과 용병술을 가진 장수가 있다면 전쟁의 결과는 밤에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문명의 이기임에 틀림이 없으나 전쟁이 있는 곳이면 이로운 쇠가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병기가 되며 이기가 된다. 참으로 이율배반적이다. 김수로가 그렇고 주몽이, 박혁거세나 석탈해와 김알지가, 강수가 모두 쇠를 생산하고 다룰 줄 아는 야장이요, 과학기술자이면서 정략가이며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선구자들이었다. 사이 곧 관계를 잘하는 개인이나 겨레가 살아남아 온 누리를 다스리는 것이다. 여기 ‘사이’의 개념은 고조선 시대의 교황과 같은 말이었던 ‘스승’과도 깊은 상관성을 갖고 있다. 스승은 ‘슷(슷 間(훈몽자회))’에 접미사 ‘-응’이 통합되어 이루어진 말이다. 옛날 무당은 거룩한 제사장이자 행정의 머리였다. 신라시대까지만 해도, 『삼국사기』에서 보듯 왕을 자충(慈充)이라 하고 있다. 이 무렵에는 ㅈ-ㅊ같은 파찰음 소리가 없었음을 고려하면 자충은 사승-스승으로 발음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스승이 『삼국지』 위서에 나오는 소도(蘇塗)에서 비롯한 것으로 상정할 수 있다. 신에게 제사를 드리기 위하여 단을 모으거나 높은 산에 성황목, 곧 신나무를 세운 거룩한 곳을 소도라고 하였다. 그곳은 살인자가 들어와도 체포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제사를 모시는 사제가 곧 스승이었다. 그것은 소도가 ‘숟-솟-슷-스승’의 변이형으로 쓰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환웅(桓雄)도 따지고 보면 거룩하고 위대한 스승이란 말로 뒤칠 수 있다. 수컷 웅(雄)이라고 하는바, ‘숫-솟-숟-스승’과 같이 소도와의 걸림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바뀜을 따라 스승이 담당한 영역의 변천을 간추리면, 제사장〉정치〉교육-종교〉교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점을 치는 무당도 마찬가지인데, 제사장은 길흉화복을 알아서 미리 알려 주는 예언의 기능과 응어리진 마음을 풀고 닦아 주는 해원(解怨)의 구실을 해 냈다. 국어사로 보면, ‘’는 본디의 의미를 잃고 의존명사가 되고 주체존대 어미인 ‘-시-’로 더 나아가서는 -계 활용어미로 발달하여 -계 의존명사의 활용어미와 함께 우리말의 형태론적인 발달에 깊이 관여해 왔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