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화포식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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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진천뢰(飛震天雷)


飛비震진天텬雷뢰 鑄주水슈鐵텰

화포식언해 9ㄴ

體톄圓원니 重듕이 二이十십斤근이오 盖개鐵텰重듕이 四兩냥이오 砲포口구에 有유內外외絃현니 以이一일節졀竹듁으로 立닙於어砲포底뎌야 限內絃현折졀之지고 竹듁節졀傍방에 穿쳔線션穴혈고 且챠椴단木목을 用용鉅거刀도作작谷곡호 欲욕速속則즉十십曲곡이오 欲욕遲디則즉十십五오曲곡이니 遲디速속이 在於어此니라 以이中듕藥약線션三삼尺척으로

화포식언해 10ㄱ

回회縛박木목谷곡야 納납於어竹듁筒통고 以이其기藥약線션兩냥端단으로 一일穿쳔竹듁筒통線션穴혈고 一일出출竹듁筒통上샹口구야 納납於어砲포口구之지中듕호 竹듁筒통外외面면과 砲포口구之지內絃현에 幸有유隙극이어든 以이紙지塡뎐之지야 毋무有유罅하隙극然연後후에 以이盖개鐵텰로 堅견塞其기口구고 竹듁筒통上샹口구之지線션을 引

화포식언해 10ㄴ

인出츌盖개鐵텰穴혈外외호 毋무過과二이寸촌라 火화藥약 一일斤근을 作작末말야 腰요穴혈로 漏루入입야 面면面면充츙納납고 打타檄격木목 塞穴혈後후에 中듕碗완口구애 載放방則즉三삼百步보外외地디애 良냥久구自裂렬면 天텬地디聲셩動동니라 揷삽火화則즉先션然연震진天텬雷뢰線션고 後후燃연碗완口구之지線션라 恐공碗완口구火화

화포식언해 11ㄱ

 故고로 二이處쳐穿쳔穴혈이라 中듕豌완口구애 中듕藥약線션一일條됴와 火화藥약一일斤근也야ㅣ라
Ⓒ 구결 | 이서 / 1635년(인조 13)

飛비震진天텬雷뢰주001)
비진천뢰(飛震天雷):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 진천뢰(震天雷).
무쇠로 디워주002)
무쇠로 디워:
무쇠를 부어. 무쇠는 ‘물쇠〉무쇠’와 같이 음운탈락을 거치면서 리을이 줄어져서 굳어진 형이며, ‘디워’의 기본형은 ‘디우다’이다. 이 기본형에 부사형 어미 ‘-어’가 통합되어 쓰인 형이다. 본 뜻은 ‘기울이다’로 의미 전이로 쓰인 보기다. ¶내 다 이 細絲官銀이라 매  냥에 백렴은 디워 들려 면  돈을 내리라[我的都是細絲官銀每一兩傾白臉銀子出一錢裏](박통사언해 상 :30).
얼굴이 둥그러니주003)
얼굴이 둥그러니:
모양이 둥그러니. 여기 ‘얼굴’은 의미가 바뀐 경우인데 본디의 뜻은 ‘모양, 모습’이었다. 뒤로 오면서 축소되어 머리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일종의 의미축소 현상이라 할 것이다. ¶法法이 므슴 얼굴오[法法이 何狀고]〈능엄경언해 3:59〉.
므긔 스므 斤근이오 두에쇠주004)
두에쇠:
뚜껑쇠. 덮개쇠. 오늘날의 경상도 방언으로는 ‘두에- 두벙, 디빙이’라 한다. 이로 보면 ‘두벙〉두엉〉두에’로 과정을 상정할 수 있는바, 고어의 잔재형이라 할 것이다.
므긔 넉 兩냥이오 砲포ㅅ부리에 안팟 시욹()이주005)
안팟 시욹이:
안팎의 가장자리가. 여기 ‘시욹’에서 기역이 떨어져 ‘시욹〉시울’이 되었는데 이는 옛말에서 기역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언어적인 정보라 할 것이다. -ㄹ로 끝나는 모든 명사는 고대로 올라가면 거의 ㄱ종성으로 끝나는 형태상의 특징이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말하자면 기역이 차츰 약화되면서 아예 떨어져 나간 것이다. ‘안팟’의 경우는 ‘안ㅎ’이 ㅎ종성체언이기에 혼성 자음접변에 따라서 안밧-안팟으로 소리가 굳어진 것이다. 15세기에 쓰이던 중세국어 가운데 체언(명사, 수사, 대명사)과 조사가 결합될 때 아무런 이유 없이 ㅎ이 덧붙는 낱말들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하늘, 바다, 나라, 안’ 따위가 있다. 예를 들어 ‘바다’란 명사에 조사 '-이’가 붙는 경우, ‘바다이’가 되어야 마땅하다. ‘바다’는 ㅎ종성체언이므로 ‘바다ㅎ+이’가 되어 ‘바다히’라고 썼다. 이런 영향이 현재 쓰이는 말에도 나타나고 있는데 ‘안, 암/수, 머리, 살’이 바로 그런 낱말들이다. 예를 들어 안팎(안ㅎ+밖), 암탉(암ㅎ+닭), 수평아리(수ㅎ+병아리), 머리카락(머리ㅎ+가락), 살코기(살ㅎ+고기), 집우(ㅎ)〉집웅〉지붕 등이 있다. 그러나 ㅅ과 같이 거센소리가 없거나 된소리가 오는 경우는 더 이상 거센소리로 적을 수 없다. 따라서 꿩[雉]의 경우는 ‘암-수’가 결합되어도 ‘암꿩, 수꿩’으로 써야 하고, ‘소’의 경우도 ‘수소’가 된다. 기원적으로 /ㄱ-ㅎ-ㅇ/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본디는 기역이 약화되어 생긴 형태소다.
이시니   대로 砲포ㅅ밋틔 셰워 안시욹()에 견호와 버히고 댓 겻 심 글 둛고  피남글 톱칼로 골을 

화포식언해 11ㄴ

그되 과댜 거든 열 고븨를 고 더듸과댜 거든 열다 고븨를 니 더듸며 이 이에 잇니라 中듕藥약線션 석 자흐로 남오ㅅ골에 두로 감아 대筒통에 녀코 그 藥약線션 두 긋트로 나란 대筒통 심 긔 고 나란 대筒통 웃부리로 내어 砲포ㅅ부리 안헤 녀호 대筒통 밧面면과 砲포ㅅ부리 안시울에 혀 틈이 잇거든 죠로 몌워 틈이 잇디 말게

화포식언해 12ㄱ

 後후에 두에 쇠로 구디 그 부리를 막고 대筒통 웃부리심을 두에쇠 굼우 밧그로 내되 두 치예 넘게 말라 火화藥약  斤근을  그라 허리 그로 흘려들어 面면面면마다 와 녀코 檄격木목을 텨 굼글 마근 후에 中듕碗완口구에 시러노흐면 三삼百 步보 밧혜 이윽여 절로 디면 天텬地디예 소 진동니라 블 고즐 제어든 몬져 震진天텬雷뢰ㅅ심에 브틔고 後후

화포식언해 12ㄴ

에 碗완口구ㅅ심에 브티라 碗완口구에 블이 딜가주006)
블이 딜가:
불이 꺼질까. ‘딜가’의 기본형은 ‘디다’인데 여기에 의문형 어미 ‘-ㄹ가’가 통합된 형임. ‘디다〉디다〉꺼지다’로 된 것은 ㅂ-계 합용병서가 근대어로 오면서 ㅅ-계 병서로 통합이 되고 다시 경음화를 거치면서 오늘날의 형태가 되었다. 경음화는 ㄱ·ㄷ·ㅂ·ㅅ·ㅈ과 같은 평음이 ㄲ·ㄸ·ㅃ·ㅆ·ㅉ과 같은 된소리, 즉 경음으로 바뀌는 소리의 변동 현상을 이른다. 첫 음절 머리에서의 경음화는 특별한 이유 없이 소리가 되게 나므로 이를 무조건 변화라 한다. 하지만 제 2음절 이하에서는 그렇지 않다. 경음화는 일종의 강음화현상이다. 변하는 그 갈래는 다양하다. 받침소리 7개(ㄱ·ㄷ·ㅂ·ㄴ·ㄹ·ㅁ·ㅇ) 중 ㄱ·ㄷ·ㅂ뒤에서 경음화가 일어난다(책방[책빵]·짚신[집씬]). 이것은 ㄱ·ㄷ·ㅂ 뒤에서 평음을 이어서 발음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음운현상이다. 나머지 경음화는 그렇지 않다.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 끝소리가 ㄴ·ㅁ과 같은 비음일 때는 그 뒤에서 어미의 첫소리가 경음화된다(안고[안꼬]·담다가[담따가]). 그런데 피동형이나 사동형에서는 피동·사동 접미사 ‘기’가 ‘끼’로 경음화되지 않는다(안기다[피동형-사동형, 안끼다×]·남기다[사동형, 남끼다×]). 관형형어미 ‘-(으)ㄹ’ 뒤에서 경음화가 일어난다(올 사람[올싸람], 올듯말듯[올뜻말뜻], 먹을 것[먹을껏], 빨대[빨때]). ‘곧 갈게, 갈지도 모른다, 갈수록 태산’에 나타나는 어미 ‘-(으)ㄹ게, (으)ㄹ지, (으)ㄹ수록’이 ‘-(으)ㄹ께, (으)ㄹ찌, (으)ㄹ쑤록’ 으로 발음되는 것도 ‘-(으)ㄹ’이 경음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의문형 어미 ‘-(으)ㄹ까’도 ‘-(으)ㄴ가’에 나타나는 ‘가’가 ‘-(으)ㄹ’ 뒤에서 경음화되어 생긴 것이다. 두 말이 합하여 복합어가 될 때 경음화가 일어나는 일이 있다. 이 때 앞 말에 받침이 없으면 사이시옷을 받침으로 표기하게 된다. ‘사잇길·곗돈·이삿짐’과 같은 것은 사이시옷으로 경음화가 일어나더라도 원래의 형태대로 적는다. 또 사이시옷은 ‘뒤쪽·뒤칸’처럼 뒷말의 첫소리가 경음이나 격음일 때에도 적지 않는다. 복합어가 만들어질 때는 언제 경음화가 일어나고 언제 일어나지 않는지 잘 밝혀져 있지 않다. ‘불고기·나무집’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데 ‘물고기·판잣집’에서는 일어난다. 나무집(나무로 만든 집)과 나뭇집(나무를 파는 집), 물감(감의 일종)과 물감[물깜]에서처럼 경음화가 두 단어를 구별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다른 말이 앞에 올 때 항상 경음화되는 것들이 있다(값[땅값·나잇값], 기[氣:기름기·물기·장난기], 길[들길·산길·오솔길], 돈[세뱃돈·용돈·판돈], 병[甁:됫병·물병·술병]). ‘기’는 항상 다른 말 뒤에 붙어서 ‘끼’로 발음되기 때문에 ‘끼가 있다’에서와 같이 아예 ‘끼’로 독립하여 쓰이기도 한다. 한자어에서는 받침 ㄹ뒤의 ㄷ·ㅅ·ㅈ이 경음화된다(발달·출석·솔직·칠십(七十)·칠장(七章)). ‘ㄱ·ㅂ’은 경음화 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열기·달변·칠분(七分)). 그러나 같은 한자라도 경음화된 것과 되지 않은 것이 함께 있을 수 있다(사건(事件)/물건(物件)· 인격(人格)). 항상 경음화되는 한자도 있다(과(科:내과·영문과)·권(權:인권·정권)·법(法:불법, 편법, 헌법 등 단 방법은 경음화가 안 된다)).
저허 故고로 두 곳에 굼글 럿니라 中듕碗완口구애 中듕藥약線션이  오리오 火화藥약이  斤근이라
Ⓒ 언해 | 이서 / 1635년(인조 13)

비격진천뢰는 무쇠를 부어 만든 모양이 둥글며 그 무게는 스무 근이요, 덮개 쇠의 무게는 넉 냥이고, 화포의 앞부분에 안팎의 줄이 있다. 한 마디의 대로써 포 밑에 세워 안 줄에 견주어 벤다. 대 마디의 곁에 심지 구멍을 뚫고, 또 피나무에 톱칼로써 골을 만든다. 빨리 하고자 하면, 열 골을 넘기고 더디 하고자 하면 열다섯 골을 낸다. 더딤과 빠름이 여기에 있다. 중간치 심지 석 자로 나무의 골에 두루 감아서 대통에 넣는다. 그 심지 두 끝인데 하나는 대통의 심지 구멍에 꿰고, 하나는 대통의 위 주둥이에 넣는다. 포의 주둥이 안에 넣되, 대통 밖과 포신 주둥이의 안 가장자리에 하라. 만일 틈이 생기면 종이로써 메워 틈이 안 나게 하라. 그 뒤에 뚜껑쇠로 단단히 그 부리(아가리)를 막고 대통 윗부리 심지를 뚜껑 쇠의 밖으로 내되 두 치를 넘지 않게 하라. 화약 한 근을 가루로 만들고 허리 구멍으로 흘러들게 하라. 한 면마다 화약으로 채워 넣고 뇌관을 쳐서 구멍을 막은 뒤 가운데 중간치 탄알받이에 실어 놓으면 3백 보 밖에서 기다리면 조금 있다가 저절로 터진다. 이윽고 천지를 흔들 듯 한 폭발음이 난다. 불을 꽂을 때면 먼저 진천뢰의 심지에 붙이고 나서 완구의 심지에 붙여라. 완구에 불이 꺼질까 염려되는 까닭에 두 곳에 구멍을 뚫어 놓았다. 가운데 치 완구에는 가운데 치 심지는 한 오리를, 화약은 한 근을 쓰라.
Ⓒ 역자 | 정호완 / 2013년 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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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비진천뢰(飛震天雷):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 진천뢰(震天雷).
주002)
무쇠로 디워:무쇠를 부어. 무쇠는 ‘물쇠〉무쇠’와 같이 음운탈락을 거치면서 리을이 줄어져서 굳어진 형이며, ‘디워’의 기본형은 ‘디우다’이다. 이 기본형에 부사형 어미 ‘-어’가 통합되어 쓰인 형이다. 본 뜻은 ‘기울이다’로 의미 전이로 쓰인 보기다. ¶내 다 이 細絲官銀이라 매  냥에 백렴은 디워 들려 면  돈을 내리라[我的都是細絲官銀每一兩傾白臉銀子出一錢裏](박통사언해 상 :30).
주003)
얼굴이 둥그러니:모양이 둥그러니. 여기 ‘얼굴’은 의미가 바뀐 경우인데 본디의 뜻은 ‘모양, 모습’이었다. 뒤로 오면서 축소되어 머리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일종의 의미축소 현상이라 할 것이다. ¶法法이 므슴 얼굴오[法法이 何狀고]〈능엄경언해 3:59〉.
주004)
두에쇠:뚜껑쇠. 덮개쇠. 오늘날의 경상도 방언으로는 ‘두에- 두벙, 디빙이’라 한다. 이로 보면 ‘두벙〉두엉〉두에’로 과정을 상정할 수 있는바, 고어의 잔재형이라 할 것이다.
주005)
안팟 시욹이:안팎의 가장자리가. 여기 ‘시욹’에서 기역이 떨어져 ‘시욹〉시울’이 되었는데 이는 옛말에서 기역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언어적인 정보라 할 것이다. -ㄹ로 끝나는 모든 명사는 고대로 올라가면 거의 ㄱ종성으로 끝나는 형태상의 특징이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말하자면 기역이 차츰 약화되면서 아예 떨어져 나간 것이다. ‘안팟’의 경우는 ‘안ㅎ’이 ㅎ종성체언이기에 혼성 자음접변에 따라서 안밧-안팟으로 소리가 굳어진 것이다. 15세기에 쓰이던 중세국어 가운데 체언(명사, 수사, 대명사)과 조사가 결합될 때 아무런 이유 없이 ㅎ이 덧붙는 낱말들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하늘, 바다, 나라, 안’ 따위가 있다. 예를 들어 ‘바다’란 명사에 조사 '-이’가 붙는 경우, ‘바다이’가 되어야 마땅하다. ‘바다’는 ㅎ종성체언이므로 ‘바다ㅎ+이’가 되어 ‘바다히’라고 썼다. 이런 영향이 현재 쓰이는 말에도 나타나고 있는데 ‘안, 암/수, 머리, 살’이 바로 그런 낱말들이다. 예를 들어 안팎(안ㅎ+밖), 암탉(암ㅎ+닭), 수평아리(수ㅎ+병아리), 머리카락(머리ㅎ+가락), 살코기(살ㅎ+고기), 집우(ㅎ)〉집웅〉지붕 등이 있다. 그러나 ㅅ과 같이 거센소리가 없거나 된소리가 오는 경우는 더 이상 거센소리로 적을 수 없다. 따라서 꿩[雉]의 경우는 ‘암-수’가 결합되어도 ‘암꿩, 수꿩’으로 써야 하고, ‘소’의 경우도 ‘수소’가 된다. 기원적으로 /ㄱ-ㅎ-ㅇ/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본디는 기역이 약화되어 생긴 형태소다.
주006)
블이 딜가:불이 꺼질까. ‘딜가’의 기본형은 ‘디다’인데 여기에 의문형 어미 ‘-ㄹ가’가 통합된 형임. ‘디다〉디다〉꺼지다’로 된 것은 ㅂ-계 합용병서가 근대어로 오면서 ㅅ-계 병서로 통합이 되고 다시 경음화를 거치면서 오늘날의 형태가 되었다. 경음화는 ㄱ·ㄷ·ㅂ·ㅅ·ㅈ과 같은 평음이 ㄲ·ㄸ·ㅃ·ㅆ·ㅉ과 같은 된소리, 즉 경음으로 바뀌는 소리의 변동 현상을 이른다. 첫 음절 머리에서의 경음화는 특별한 이유 없이 소리가 되게 나므로 이를 무조건 변화라 한다. 하지만 제 2음절 이하에서는 그렇지 않다. 경음화는 일종의 강음화현상이다. 변하는 그 갈래는 다양하다. 받침소리 7개(ㄱ·ㄷ·ㅂ·ㄴ·ㄹ·ㅁ·ㅇ) 중 ㄱ·ㄷ·ㅂ뒤에서 경음화가 일어난다(책방[책빵]·짚신[집씬]). 이것은 ㄱ·ㄷ·ㅂ 뒤에서 평음을 이어서 발음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음운현상이다. 나머지 경음화는 그렇지 않다.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 끝소리가 ㄴ·ㅁ과 같은 비음일 때는 그 뒤에서 어미의 첫소리가 경음화된다(안고[안꼬]·담다가[담따가]). 그런데 피동형이나 사동형에서는 피동·사동 접미사 ‘기’가 ‘끼’로 경음화되지 않는다(안기다[피동형-사동형, 안끼다×]·남기다[사동형, 남끼다×]). 관형형어미 ‘-(으)ㄹ’ 뒤에서 경음화가 일어난다(올 사람[올싸람], 올듯말듯[올뜻말뜻], 먹을 것[먹을껏], 빨대[빨때]). ‘곧 갈게, 갈지도 모른다, 갈수록 태산’에 나타나는 어미 ‘-(으)ㄹ게, (으)ㄹ지, (으)ㄹ수록’이 ‘-(으)ㄹ께, (으)ㄹ찌, (으)ㄹ쑤록’ 으로 발음되는 것도 ‘-(으)ㄹ’이 경음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의문형 어미 ‘-(으)ㄹ까’도 ‘-(으)ㄴ가’에 나타나는 ‘가’가 ‘-(으)ㄹ’ 뒤에서 경음화되어 생긴 것이다. 두 말이 합하여 복합어가 될 때 경음화가 일어나는 일이 있다. 이 때 앞 말에 받침이 없으면 사이시옷을 받침으로 표기하게 된다. ‘사잇길·곗돈·이삿짐’과 같은 것은 사이시옷으로 경음화가 일어나더라도 원래의 형태대로 적는다. 또 사이시옷은 ‘뒤쪽·뒤칸’처럼 뒷말의 첫소리가 경음이나 격음일 때에도 적지 않는다. 복합어가 만들어질 때는 언제 경음화가 일어나고 언제 일어나지 않는지 잘 밝혀져 있지 않다. ‘불고기·나무집’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데 ‘물고기·판잣집’에서는 일어난다. 나무집(나무로 만든 집)과 나뭇집(나무를 파는 집), 물감(감의 일종)과 물감[물깜]에서처럼 경음화가 두 단어를 구별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다른 말이 앞에 올 때 항상 경음화되는 것들이 있다(값[땅값·나잇값], 기[氣:기름기·물기·장난기], 길[들길·산길·오솔길], 돈[세뱃돈·용돈·판돈], 병[甁:됫병·물병·술병]). ‘기’는 항상 다른 말 뒤에 붙어서 ‘끼’로 발음되기 때문에 ‘끼가 있다’에서와 같이 아예 ‘끼’로 독립하여 쓰이기도 한다. 한자어에서는 받침 ㄹ뒤의 ㄷ·ㅅ·ㅈ이 경음화된다(발달·출석·솔직·칠십(七十)·칠장(七章)). ‘ㄱ·ㅂ’은 경음화 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열기·달변·칠분(七分)). 그러나 같은 한자라도 경음화된 것과 되지 않은 것이 함께 있을 수 있다(사건(事件)/물건(物件)· 인격(人格)). 항상 경음화되는 한자도 있다(과(科:내과·영문과)·권(權:인권·정권)·법(法:불법, 편법, 헌법 등 단 방법은 경음화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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