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각(西閣)에서 세 번 대창현(大昌縣)의 엄명부(嚴明府)가 같이 잘 것을 기약하였으나 오지 않는다[西閣三度期大昌嚴明府同宿不到]
早鳧江檻底 雙影漫飄颻
【早鳧 用王喬 주033) 왕교(王乔) 한(漢)나라 하동군(河東郡) 사람. 현종(显宗) 때 남양군(南陽郡) 섭현(葉縣)의 현령을 맡았다고 한다. 왕교는 신선의 도술을 가졌었다고 하는데, 매월 삭망(초하루와 보름)에 서울(京城)에 올라와 아침에 황제를 알현하였다. 황제는 그가 매번 말도 가마도 타지 않고 서울에 오는 것을 기괴하여 생각하여, 태사관(太史官)에게 밀령을 내려 비밀리에 그를 정탐하게 하였다. 태사관이 보고한 것은 왕교가 매번 서울에 왔을 때 그를 따라 야생오리가 날아왔다는 것이다. 황제가 사람들을 보내서 야생오리가 다시 날아오면 망을 펴서 잡게 하였다. 그런데, 망에 잡힌 것은 두 짝의 신이었다. 그 신은 한나라 현종 4년에 상서(尙書)에게 상으로 준 것이었다고 한다. 또한, 하루는 하늘에서 옥관이 내려와 움직이지 않자 하늘이 자기를 부르는 것이라고 하고 목욕을 하고 약을 바르고 누워서 옥관에 들어갔다. 옥관의 덮개가 스스로 덮히고, 사람들이 성동(城東)에 묻자 스스로 봉분이 생겼다고 한다.〈백도백과 참조〉.
舄事니 此 明府ㅣ 不來故로 云漫飄颻ㅣ라 다】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이 올히 주034) 이 올히 이[早]-+-ㄴ(관형사형 어미)#올히[鳧]. 이른 오리. 아침 오리.
軒檻ㅅ 주035) 헌함(軒檻)ㅅ [江]+ㅅ(관형격 조사)#헌함(軒檻)+ㅅ(관형격 조사). 강의 헌함의. 강 헌함의. 헌함(軒檻)은 방이나 마루 주위에 좁은 난간으로 마루를 깐 공간을 말한다.
미틔 주036) 미틔 밑[底]+의(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 밑에.
두 그르메 주037) 두 그르메 두[二, 雙]#그르메[影]. 두 그림자. ¶ 댓 비츤 햇 비체 도렫고 집 그르메 흐르 이어놋다(댓빛은 산빛에 둥글고 집 그림자는 강 흐르는 곳에 흔들리는구나!)〈두시(초) 3:30ㄱ〉.
쇽졀업시 주038) 쇽졀업시 쇽졀없[不可抗力的]-+-이(부사 파생 접미사). 어찌할 수 없이. 달리 되는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속절없이. 쓸데없이. ¶쇽졀업슨 화 아로 디녀셔 祖師心 무더 리디 마 디어다(속절없는 것을 배워 아는 것을 지녀서 조사(祖師, 불교에서 1종(宗)이나 1파(派)를 세우거나 혹은 뛰어난 행적을 남긴 승려를 비롯하여 사찰의 창건주 등에게 붙여지는 호칭)의 마음을 묻어 버리지 말지어다)〈몽산(송광사) 46ㄱ〉.
나기놋다 주039) 나기놋다 나기[飄颻]-+-(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오(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ㅅ(사이시옷)-+-다(종결 어미). 나부끼는구나. ‘-놋다, -옷다, -ㅅ다’ 등을 감탄 어미로 분석하는 것은 재구조화를 적용하는 것이다. ¶새배 蕭蕭니 맷 구루미 누네 어즈러이 나기놋다(새벽 소소하니 강의 구름이 눈에 나부끼는구나)〈두시(중) 2:30ㄴ〉.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조부강함저 쌍영만표요【이른 오리는 왕교의 신발 일(舄[석: 신발]事)을 말한 것이니 이는 명부(현령)가 오지 않는 고로 속절없이 나부낀다고 말한 것이다.】
【언해역】 이른 오리 강 헌함 밑에 두 그림자 속절없이 나부끼는구나.
Ⓒ 역자 | 임홍빈 / 2013년 1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