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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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종명부(終明府), 즉 종현령(終縣令)의 수루(水樓)에 부치는 시 2수[七月一日題終明府水樓二首]


七月一日題終明府 주001)
종명부(終明府)
종(終) 씨 성을 가진 명부(明付)를 말함. 명부(明府)는 현령(縣令)을 대신 부르는 명칭이다.
水樓二首
주002)
칠월일일제종명부수루 이수(七月一日題終明府水樓二首)
7월 1일 종명부(終明府), 즉 종현령(終縣令)의 수루(水樓)에 제하는(부치는) 시 2수. 이 시는 당나라 대종(代宗) 대력(大曆) 원년(766) 또는 대력 2년(767) 입추에 기주(夔州)에서 지은 것이라 한다. 이 해 7월 1일 입추에 두보는 봉절(奉節, 지금의 사천성 봉절) 현령(縣令) 종(終) 모(某)의 수루연에 참석하였다. 종명부(終明府), 즉 종현령(終縣令)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칠월일일제종명부수루 이수
(7월 1일 종명부(終明府), 즉 종현령(終縣令)의 수루(水樓)에 부치는 시 2수)

〈첫째 수〉

高棟層軒已自凉 秋風此日灑衣裳

노 집 주003)
노 집
높[高]-+-(조음소)-+-+ㄴ(관형사형 어미). 높은 집.
와 주004)
와
[棟]+와(접속 조사). 마루와. 용마루와.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4:16ㄱ

層層인 주005)
층층(層層)인
층층(層層)#이(지정 형용사)-+-ㄴ(관형사형 어미). 층층인. 층층으로 된. 여러 층으로 겹겹이 쌓인.
軒檻이 주006)
헌함(軒檻)이
헌함(軒檻)+이(주격 조사). 헌함은 누각 따위의 둘레에 만들어진, 난간이 있는 좁은 마루를 말한다. ¶仲夏ㅣ  바미 뎌르니 軒檻을 여러 간 서호 드리노라(중하가 가장 밤이 짧으니 헌함(軒檻, 난간이 있는 좁은 마루)을 열어 잠깐 서늘함을 들게 하노라.)〈두시(초) 10:20ㄱ〉. 로 니윤 軒檻이 큰 믌겨레 머옛니 엇뎨 시러곰 기 드리디 아니리오(띠로 이은 헌함이 큰 물결에 메이어(막혀) 있나니 어찌 능히 나직하게 들이지 아니할 것인가?)〈두시(초) 6:43ㄴ〉.
마 주007)
마
이미.
절로 서늘니  미 주008)
 미
[秋]+ㅅ(관형격 조사)#[風]+이(주격 조사). 가을의 바람이. 가을 바람이.
이 나래 주009)
이 나래
이[此]#날[日]+애(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 이 날에.
옷외예 주010)
옷외예
옷[衣]#외[袴(고: 바지)]+예(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 옷고의에.
리다 주011)
리다
리[灑]-+-(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다(종결 어미). 뿌린다. 흩어진다. 끼얹는다. 흩뿌린다.

【한자음】 고동층헌이자량 추풍차일쇄의상
【언해역】 높은 집 용마루와 여러 층으로 된 헌함(軒檻)이 이미 저절로 서늘하니 가을 바람이 이 날에 옷고의에 흩뿌린다.

翛然欲下陰山雪 不去無漢署香【陰山 匈奴ㅅ 地名이니 四時예 常有氷雪니라 漢制예 尙書郞이 含雞舌香 주012)
계설향(雞舌香)
정향(丁香)이라고도 한다. 계설향/정향은 말린 정향나무의 꽃봉오리로, 통증, 구토, 설사 따위의 치료제로 쓴다고 하나, 중국 고대의 상서(尙書)가 광명전(明光殿)에서 상전에게 어떤 일을 아뢸 때, 이 향을 입에 물어 입에서 냄새가 나지 않개 하였다고 한다. 『한관의(漢官儀)』에 의하면, 성 중의 모든 건물은 호분(胡粉, 백악계에서 나는 백색이나 담황색의 부드러운 석회질 암석으로, 유공충(有孔蟲)이나 그 밖의 조개류의 유해가 쌓여서 이루어진 백악(白堊)을 가리킨다. 단순히 석회를 말하기도 한다)을 칠하였고, 그 변두리는 붉은 옻칠(이를 단지(丹墀)라고 하였다)을 하였다. 계설향을 함향(含香), 한서향(漢署香), 계향(雞香)이라고도 한다.〈구글, 백도백과 참조〉.
더니라 甫爲工部郞니 可以含香이언마오직 滯於夔峽야 不能去耳니라】

서늘히 주013)
서늘히
서늘[凉]+-(형용사 파생 접미사)-+-이(부사 파생 접미사). 이 부분에 해당하는 원문의 한자는 ‘소(翛)’로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사람인 변’ 다음에 ‘뜷을 곤(丨)’과 같은 짧게 내려 긋는 획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자는 한자 자전에서 찾아지지 않는다. 『찬주분류두시』(14:14ㄴ)에는 이 한자가 ‘翛(소)’로 되어 있는데, 언해에서 ‘뜷을 곤(丨)’과 같은 짧게 내려 긋는 획을 없앤 것이다. 한성무 외(1997: 939)에 제시된 원문의 글자도 위에 보인 바와 같은 ‘소(翛)’ 혹은 ‘숙(翛)’자이다. 같은 한자가 ‘소’로도 읽히고 ‘숙’으로도 읽힌다. ‘소’로 읽힐 때는 ‘날개 찢어지다, 날개 치는 소리, 빠른 모양’ 등과 같은 의미를 가지며, ‘숙’으로 읽힐 때는 ‘빨리 나는 모양’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어느 것이나 ‘서늘하다’의 뜻과는 다소 거리를 가진다. ‘소’로 읽힐 때의 ‘날개 찢어지다’의 의미를 제외하면, ‘소’와 ‘숙’에서 공통되는 것은 ‘빠른 모양’의 의미이다. 그렇다면 혹시 언해의 번역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언해자는 원문의 ‘소연욕하음산설(翛然欲下陰山雪)’을 ‘서늘히 陰山앳 누니 리고져 니’와 같이 번역하였다. 여기에 ‘빠른 모양’의 의미를 도입하면, ‘게 陰山앳 누니 리고져 니’와 같이 번역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늘히 누니 리다’와 같은 문맥보다는 이해하는 것이 쉽다. 다만 ‘게’와 같은 형태가 18세기 후반에야 나타나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다. ¶法이 能히 편으로 번득이고 게 나아가 훌터 殺고(칼쓰는 법이 능히 한편으로 번득이고, 빠르게 나아가 훑어 죽이고)〈무예도보통지(1790) 16ㄱ〉.
陰山앳 주014)
음산(陰山)앳
음산(陰山)+애(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ㅅ(관형격 조사). 음산의. 음산은 음산산맥(陰山山脈)을 말한다. 음산 산맥은 중국의 십대 산맥의 하나로, 중국 내몽고 자치구의 중부를 가로질러 동쪽으로는 하북성(河北省) 서북부에까지 이르는 큰 산맥이다. 그 길이로 보면 연 1200여 마일이나 되고 남북으로는 50에서 100마일에 걸쳐 있다. 산맥의 평균 해발 고도는 1500에서 2300미터에 이른다. 이 산맥을 경계로 하여 황하(黄河)유역과 북부지역이 나뉘고, 계절풍 지역과 비계절풍 지역이 나뉜다. 또한 중국 고대의 유목문화 지역과 농경문화 지역이 나뉜다. 중국의 조나라는 북으로 임호와 누번을 격파하고 장성을 쌓았다. 대(代) 땅에서 시작해 음산산맥 아래를 끼고 내몽골 서남쪽에 이르기까지 견고한 장벽을 세웠다. 진나라의 만리장성은 이전의 장성을 증축, 개축하여, 서쪽의 감숙성 남부 민현에서 황하강 서쪽을 북상하여 음산 산맥을 따라 동쪽으로 뻗어 요동의 요양에 이르는 장성을 구축함으로써 흉노의 침입에 대비한 것이다.
누니 리고져 주015)
누니 리고져
눈[雪]+이(주격 조사)#리[下]-+-고져(연결 어미). 눈이 내리고자.
니 주016)
니
[爲]-+-(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니(연결 어미). 하나니. 하니.
가디 주017)
가디
가[去]-+-디(연결 어미). 가지.
몯란만 주018)
몯란만
몯[不能]+-(동사 생 접미사)-+-란(연결 어미)+만(보조사). 못할망정. ‘-란’에서는 동명사 어미 ‘-ㄹ(ㅭ)’를 더 분석해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의존명사 ‘’와 부사격 조사(처격 조사) ‘’의 결합형인 ‘’를 더 분석해 낼 수 있을 것도 같다. ‘’ 앞의 ‘-ㄴ’은 관형사형 어미와도 흡사하다. 그러나 ‘란’의 ‘아’ 분석에서 큰 난관에 봉착한다. ‘아’를 선어말 어미 ‘-거-’에 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 ‘-아-’가 결합한 형식인 ‘-가-’의 ‘ㄱ’ 탈락형으로 본다면, 그것이 선어말 어미인 만큼 그 앞에 용언의 어간이 상정되어야 한다. 그것은 지정 형용사 ‘이-’이다. 지정 형용사(계사) ‘이’ 뒤에서 ‘ㄱ’이 탈락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니만큼 ‘이-’를 상정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ㄹ(ㅭ)#이(지정 형용사)-+-거(대상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아(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의존 명사)+(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와 같은 분석은 아직은 가설적인 것이지만, 그 가능성만을 제시해 두고자 한다.
漢ㅅ 마랫 주019)
마랫
마[官廳]+애(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ㅅ(관형격 조사). 관청의.
香이
주020)
한(漢)ㅅ 마랫 향(香)이
한(漢)나라의 관청의 향(香)이. 한(漢)나라 관청의 향(香)은 ‘한서향(漢署香)’을 번역한 것이다. 이는 향의 이름인데 언해는 그것을 풀어 번역하였다. 종현령(終縣令)의 수루(水樓)가 한나라 때의 관서와 흡사함을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으나(한성무 외 1997), 수루는 물가의 정자나 누각을 말하는 것으로 그것을 한나라 때의 관서와 흡사하다고 보는 것은 상당한 비약이다. 오역은 아닐까 의심되는 자리이다. ‘한서향’은 ‘계설향’의 다른 이름으로 보는 것이 온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없지 않다는 것은 관리(벼슬아치) 취급을 조금은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디 아니니라 주021)
업디 아니니라
없[無]-+-디(연결 어미)#아니[不]+-(형용사 파생 접미사)-+-ㄴ(동명사 어미)#이(지정 형용사)-+-라(어말 어미). 없지 아니한 것이다. 없지 않은 것이다.

【한자음】 수연욕하음산설 부거무한서향【음산(陰山)은 흉노의 지명이니 사철 항상 눈과 얼음이 있다. 한나라 제도에 상서랑(尙書郞)이 계설향(雞舌香, 정향)을 머금었다. 두보가 공부랑(工部郞)이 되었으니 가히 향을 머금을 수 있건마는 오직 기협(夔峽, 기주 협곡)에 막혀 꼼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언해역】 서늘히 음산(陰山)의 눈이 내리고자 하니 〈대궐에〉 가지 못할망정 한(漢) 관청의 향(한서향)이 없지 아니한 것이다.

絶壁過雲開錦繡 疎松隔水奏笙篁【夔峽路애 有錦繡巖니라】

노 石壁에 주022)
노 석벽(石壁)에
높[高]-+-(조음소)-+-ㄴ(관형사형 어미)#석벽(石壁)+에(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 높은 석벽에. 높은 돌벽에.
디나가 주023)
디나가
디나[過]-+-아(연결 어미)#가[去]-+-(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 지나가는.
구루믄 주024)
구루믄
구룸[雲]+은(보조사). 구름은.
錦繡 주025)
금수(錦繡)
금수(錦繡)+(대격 조사). 금수(錦繡巖)를. 금수암(錦繡巖)을. 기협로(夔峽路)에 금수암이 있다고 한다.
여러 주026)
여러
열[開]-+-어(연결 어미). 열어.
내옛고 주027)
내옛고
나[出]-+-이(사동 파생 접미사)-+-어(연결 어미)#잇[有]-+-고(연결 어미). 내어 있고.
섯긘 주028)
섯긘
섯긔[踈]-+-ㄴ(관형사형 어미). 성긴.
소 주029)
소
솔[松]+(보조사). 솔은. 소나무는.
므를 주030)
므를
믈[水]+을(대격 조사). 물을.
주처셔 주031)
주 처셔
주[間]#츠[置]-+-어(연결 어미)+셔(보조사). 사이를 두고서. ¶귀 미틧 터리 본 절로 셰오 눈믌點은 뎌 주 브터 드리옛다(귀 밑의 털은 본디 절로 세고, 눈물점은 그 즈음 때부터 드리워 있다.)〈두시(초) 10:10ㄱ~ㄴ〉.
뎌 피리 주032)
뎌피리
뎌[笛]#피리[笛]+(대격 조사). 생황(笙簧)을. ‘뎌’도 피리를 뜻하는 ‘적(笛)’에서 유래하는 이름이고, 피리와 다르지 않다. ‘뎌’와 ‘피리’는 두 사물이 아니라 ‘생황’이라는 한 대상을 가리킨다. 생황(笙簧)은 중국 묘족(苗族)이 만들었다는 악기로, 아악에 쓰이는 관악기이다. 이 악기에 김을 불어넣는 통은 옛날에는 박통[匏]을 썼으나 뒤에 나무통으로 바꾸어 쓰게 되었다. 이 통의 위쪽 둘레에 돌아가며 구멍을 뚫고, 거기에 죽관(竹管)을 돌려 꽂았다. 그리고 죽관 위쪽 안에는 길쭉한 구멍을 뚫어 그것을 막으면 소리가 나고, 열면 소리가 나지 않게 한 것이다.
부 주033)
부
불[吹]-+-(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 부는.
도다 주034)
도다
[如]+-(형용사 파생 접미사)-+-도(감탄 선어말 어미)-+-다(종결 어미). 듯하도다.

【한자음】 절벽과운개금수 소송격수주생황【기주(夔州) 협곡으로 가는 길에 금수암(錦繡巖)이 있다.】
【언해역】 높은 돌벽에 지나가는 구름은 금수암(錦繡巖)을 열어 내어 있고 성긴 솔은 물을 사이에 두고서 생황피리를 부는 듯하도다.

看君宜著王喬履 眞賜還疑出尙方【葉令王喬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4:16ㄴ

ㅣ 有神術더니 每來朝애 雙鳧飛來어 擧網得之니 乃尙方所賜履也ㅣ러라 言終明府ㅣ 如王喬也ㅣ라】

그듸 주035)
그듸
그듸[汝, 當身]+(대격 조사). 그대를. ‘그대’는 말하는 사람이 자신보다 윗사람에게는 절대로 쓸 수 없는 말이다. 그러나 ‘너’보다는 높이는 말이다. 동년배나 손아랫사람을 높이는 뜻을 가지고 쓰인다. 따라서 연배가 아주 낮거나 지위가 아주 낮은 사람에게는 쓰이지 않는다.
본 주036)
본
보[見]-+-ㄴ(관형사형 어미)#(의존 명사)+(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ㄴ(보조사). 보건대. 보건댄. 분석된 그대로를 현대어로 옮기면 ‘본대는’과 같은 것이 된다. 그러나 현대어에서는 이러한 구성이나 형식은 쓰이지 않는다. ‘보건대, 보건댄, 보니까, 볼 때’와 흡사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王喬 주037)
왕교(王喬)
왕교(王喬)+(관형격 조사). 왕교의. 왕교(王乔)는 한(漢)나라 하동군(河東郡) 사람으로, 현종(显宗) 때 남양군(南陽郡) 섭현(葉縣)의 현령을 맡았다고 한다. 왕교는 신선의 도술을 가졌었다고 하는데, 매월 삭망(초하루와 보름)에 서울(京城)에 올라와 아침에 황제를 알현하였다. 황제는 그가 매번 말도 가마도 타지 않고 서울에 오는 것을 기괴하게 생각하여, 태사관(太史官)에게 밀령을 내려 그를 정탐하게 하였다. 태사관이 보고한 것은 왕교가 매번 서울에 왔을 때 그를 따라 야생오리가 날아왔다는 것이다. 황제가 야생오리가 다시 날아오면 망을 펴서 잡게 하였다. 그리하여 망에 잡힌 것은 한 쌍의 신이었다. 그 신은 한나라 현종 4년에 상서(尙書)에게 상으로 준 것이었다고 한다. 또한, 하루는 하늘에서 옥관이 내려와 움직이지 않자 하늘이 자기를 부르는 것이라고 하고 목욕을 하고 약을 바르고 누워서 옥관에 들어갔다. 옥관의 덮개가 스스로 덮히고, 사람들이 묻자 스스로 봉분이 생겼다고 한다.
시 주038)
시
신[履]+(대격 조사). 신을. 왕교(王喬)의 전설을 끌어들인 것이다. 왕교가 매월 삭망에 서울에 와서 황제를 알현하였는데, 그가 말도 타지 않고 가마도 타지 않았는데, 그가 서울에 올 때는 항상 한 쌍의 오리가 날아 왔다는 것이다. 황제가 그것을 잡게 하였는데. 잡고 보니 그것이 한 쌍의 신이었다고 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것은 한나라 현종 4년에 상서(尙書)에게 상으로 준 것이었다고 한다. 종명부(終明府)가 상서의 자격이 있음을 암시적으로 말한 것이다.
시노미 주039)
시노미
신[履(이: 신다)]-+-오(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ㅁ(명사형 어미)+이(주격 조사). 신음이. 신는 것이.
맛니 주040)
맛니
맛당[應當]+-(형용사 파생 접미사)-+-니(연결 어미). 마땅하니.
眞實로 주샨 주041)
주샨
주[賜]-+-시(주체 높임의 선어말 어미)-+-아(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 주신.
거시 尙方로셔 주042)
상방(尙方)로셔
상방(尙方)+로셔(부사격 조사, 출격 조사). 상방(尙方)으로부터. 상방(尙方)을 도가에서 선계(仙界)를 뜻하는 ‘상방(上方)’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그렇게 보아서는 의미가 분명치 않게 된다. 종명부가 왕교와 같이 상서(尙書)에게 상으로 준 신발을 신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고서는 그것을 다시 의심하는 것과 같은 표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방(尙方)은 고대에 궁정의 음식과 기물 등을 관장하는 관서로 보는 것이 온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종명부에게 상서의 직이 어울린다는 것이 상방에서 만든 신발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난 거신가
주043)
상방(尙方)로셔 난 거신가
상방(尙方)으로부터 난 것인가. 상방(尙方)에서 난 것인가.
도로 疑心노라 주044)
도로 의심(疑心)노라
도로[還]#의심(疑心)+-(동사 파생 접미사)-+-(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오(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라(종결 어미). 도로 의심하노라. 도리어 의심하노라. ‘-노라’를 감탄 어미로 분석하는 것은 재구조화를 적용하는 것이다.

【한자음】 간군의저왕교리 진사환의출상방【섭현(葉縣)의 현령 왕교(王喬)가 신술(神術)을 가졌었는데 매일 오는 아침에 쌍오리가 날아오거늘 망을 펴서 잡아 보니 상방(尙方)에서 내려준 신이었다. 종명부(終明府)가 왕교(王喬)와 같음을 말한 것이다.】
【언해역】 그대를 보건대는 왕교의 신을 신는 것이 마땅하니, 진실로 주신 것이 상방에서 난 것인가 도리어 의심하노라. (여기까지가 첫째 수이다.)

〈둘째 수〉

宓子彈琴邑宰日 終軍棄繻英妙時【宓子賤이 彈琴 而治單父니라 終軍이 十八애 入關이어 關吏與軍繻대 軍이 棄之而去니라】

宓子ㅣ 주045)
복자(宓子)ㅣ
복자(宓子)+이(주격 조사). 복자가. 복자는 공자의 제자인 복자천(宓子賤)을 말함. 복자(宓子)의 ‘자’는 ‘공자(孔子), 맹자(孟子)’라고 할 때의 ‘자’와 같은 용법임. 선생의 뜻으로 쓰인 것으로 여겨진다. 복자는 단보(單父) 현령으로 가서 거문고를 타며 인심을 화평하게 하였다고 한다. 단보(單父)는 지금의 산동성 하택단현(菏澤單縣)이라 한다.
거믄고 놀오 주046)
거믄고 놀오
거문고[琴]#놀[遊]-+-고(연결 어미). 거문고 놀고. ‘놀고’가 ‘놀오’가 된 것은 ‘ㄹ’ 받침 뒤에서 ‘ㄱ’이 탈락한 것이다.
올 주047)
올
올ㅎ[里]+(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 고을에.
주048)
재(宰)
재상. 벼슬아치. 우두머리. 수령. 현령.
외얏 주049)
외얏
외[化]-+-야(연결 어미)#잇[有]-+-(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 되어 있는.
나리오 주050)
나리오
날[日]#이(지정 형용사)-+-고(연결 어미). 날이고. 연결 어미 ‘-고’의 ‘ㄱ’이 지정 형용사 어간 ‘이-’ 뒤에서 탈락한 것이다.
주051)
올 재(宰) 외얏 나리오
고을에 우두머리 즉 현령이 되어 있는 날이고. 고을에 우두머리 즉 현령이 되어 있는 날이요.
終軍 주052)
종군(終軍)
성이 종(終)이고 이름이 군(軍)인, 중국 서한(西漢) 때의 제남인(濟南人). 자는 자운(子雲). 기원전 약 133~112까지 살았다. 서한의 소년 외교가이고, 애국 영웅이고, 중국의 지사로 유명하다. 18세에 박사의 제자로 천거되어 서울로 오게 되어, 함곡관(函谷關)을 지나게 되었을 때, 관문을 지키는 관리가 그에게 비단으로 만든 ‘수(繡, 비단 천 조각)’를 건네었다. 종군은 처음에는 이것이 무엇인지 몰랐으나, 금방 그것이 돌아올 때 쓰는 관문 통과용 증빙 천이라는 것을 알고 분개하여 그것을 땅에다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자신 있게, ‘대장부가 서쪽으로 간다. 그냥은 끝내 돌아오지 않겠다.’라고 말하였다. 관문을 지키는 관리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종군은 장안에 도착한 후 상서(上書)가 되어 배알하는 자들에게 일을 나누어 주던 중, 명을 받고 동방의 군국(郡國)들을 순시하게 되었다. 그의 손에는 조정의 부절(符節, 일종의 마패)이 들리워 있었다. 머리가 높은 큰 말을 타고, 함곡관을 지나게 돠었는데, 관문을 지키던 관원들이 이 사람이 전번에 반쪽의 ‘수(繡)’를 버리고 간 청년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가 얼마나 원대한 뜻을 품었던가 알고 감탄하였다고 한다.
繻 주053)
수(繻)
수(繻)+(대격 조사). 반을 잘랐다가 나중에 다시 맞추어 보는 통행증의 구실을 하던 비단 천 조각.
리 주054)
리
리[棄]-+-(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 버리는.
져믄 주055)
져믄
졈[孺(유), 幼(유), 稚(치: 어리다)]-+-으(조음소)-+-ㄴ(관형사형 어미). 젊은.
로다 주056)
로다
[時]#이(지정 형용사)-+-로(감탄 선어말 어미)-+-다(종결 어미). 때로다.
주057)
종군(終軍)이 수(繻) 리 져믄 로다
종군(終軍)이 수(繡)를 버리는 젊은 때로다. 수는 나갈 때 반을 잘라 가지고 갔다가 관문에 들어올 때 다시 맞추어 아귀가 딱 들어맞으면 들여 보내 주는 통행증 같은 구실을 하는 비단 천 조각을 말함. 보통 사람은 ‘수’를 잃을까 보아 전전긍긍하는 것이지만, 종군은 그것을 호기 있게 버리고 갔다. 그는 나중에 더 큰 부절(符節)을 가지고 들어온다. 여기서 두보는 종군(終軍)의 기개를 종명부(終明府)에 비유한 것이다.

【한자음】 복자탄금읍재일 종군기수영묘시【복자천(宓子賤)이 거문고를 타며 단보(單父)를 다스렸다. 종군(終軍)이 나이 열여덟에 관문(관새)에 들어오거늘(왔는데) 관문의 관리가 종군에게 통행 천 조각을 주었는데 종군이 버리고 갔다.】
【언해역】 복자(宓子)가 거문고 타고 고을에 수령(현령) 되어 있는 날이고 종군(終軍)이 수(繻, 통행증 같은 구실을 하는 천 조각)를 버리는 젊은 때로다.

承家節操尙不泯 爲政風流今在玆【風流 風美之聲이 流布天下ㅣ니라 言明府ㅣ 繼終軍家業고 爲政之美 如子賤야ㅣ라】

家風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4:17ㄱ

주058)
가풍(家風)을
가풍(家風)+을(대격 조사). 가풍을. 가풍은 한 집안에 조상 때부터 전해 내려 오는 생활 풍습이나 생활 태도 및 예의 범절 또는 나라나 사회에 대하여 이룩한 업적을 말한다. 여기서는 종군(終軍)이 정사를 돌본 아름다움이 종명부(終明府)에게도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니 주059)
니
[繼]-+-어(연결 어미)#잇[有]-+-(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 이어 있는. 잇고 있는.
節操ㅣ 주060)
절조(節操)ㅣ
절조(節操)+이(주격 조사). 절조가. 절개와 지조가. 절개는 어떤 정서적 태도를 굽히지 아니하고 굳게 지키는 도덕적 품성을 말하고, 지조는 어떤 도덕적 원칙을 바꾸지 아니하고 끝까지 지켜 나가는 태도를 말한다. ‘남자에 대한 절개’, ‘임금에 대한 절개’와 같은 쓰임을 가진다. 이에 대하여 지조는 다른 사람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정해 놓은 어떤 원칙에 충실한 것을 가리킨다.
오히려 긋디 주061)
긋디
긋[泯(민: 망하다)]-+-디(연결 어미). 그치지.
아니니 政事논 주062)
정사(政事)논
정사(政事)+-(동사 파생 접미사)-+-(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오(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 정사하는. 정사를 돌보는. 정치와 행정에 관한 일을 하는. 백성들의 일을 돌보는.
됴 소리 주063)
됴 소리
둏[好]-+-(조음소)-+-ㄴ(관형사형 어미)#소리[聲]+(보조사). 좋은 소리는. 좋은 풍문은.
이제 주064)
여기.
잇도다

【한자음】 승가절조상불민 위정풍류금재자【풍류는 아름다움을 칭찬하는 소리가 천하에 흘러 퍼지는 것이다. 종명부(終明府)가 종군(終軍)의 가업을 잇고 정사를 돌보는 아름다움이 복자천(宓子賤)과 같음을 말한 것이다.】
【언해역】 가풍(家風)을 잇고 있는 절개와 지조가 오히려 그치지 않으니 정사를 하는 좋은 소리는 이제 여기 있도다.

可憐賓客盡傾盖 何處老翁來賦詩【上句 言明府之愛客也ㅣ라】

可히 주065)
가(可)히
가(可)+-(형용사 파생 접미사)-+-이(부사 파생 접미사). 가히. 정말. 정말로.
오다 주066)
오다
[憐, 愛]-+-오(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다(종결 어미). 사랑하는구나. 경애하는구나. 공경하는구나. 다정하게 대하는구나.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흔히 ‘-’형이 나타나나, 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 ‘-오-’ 앞에서는 ‘-’형이 나타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보미 닌 믜요미 일오 想이 닌 오미 이니 愛 흘려  외며 想 드려 胎 외야 섯거 모다 發生며(보는 것이 다른 사람은 미움이 일고 생각하는 것이 같은 사람은 사랑이 이는 것이니 사랑[愛]을 흘려 씨 되며 생각[想]을 들여 태(胎) 되어 섞어 모아 발생하며)〈능엄 4:25ㄴ〉.
주067)
가(可)히 오다
가히 사랑하는구나. 가히 공경하는구나. 정말로 다정하게 대하는구나.
소 주068)
소
손[客]+(대격 조사). 손을. 손님을.
蓋 주069)
개(蓋)
개(蓋)+(대격 조사). 가마를. 덮개가 있는 가마를 뜻한다.
기우려 주070)
기우려
기울[傾]-+-이(사동 파생 접미사)-+-어(연결 어미). 기울이어. 기울여.
對接니 주071)
대접(對接)니
대접(對接)+-(동사 파생 접미사)-+-(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니(연결 어미). 대접하나니. 대접하니.
주072)
소 다 개(蓋) 기우려 대접(對接)니
손을 모두 덮개가 있는 가마를 기울여 대접하니. 가마를 세우고 앞을 기울여 손에게 예를 표하는 것을 말한다.
어딋 주073)
어딋
어듸[何處]+ㅅ(관형격 조사). 어느 곳의.
늘근 한아비 주074)
늘근 한아비
늙[老]-+-으(조음소)-+-ㄴ(관형사형 어미)#하[大]-+-ㄴ(관형사형 어미)#아비[父]. 늙은 할아비.
와셔 그를 주075)
그를
글[文]+을(대격 조사). 글을. 시를.
짓가니오 주076)
짓가니오
짓[作]-+-거(대상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아(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ㄴ(동명사 어미)#이(지정 형용사)-+-고(의문 어미). 짓는 것인가?

【한자음】 가련빈객진경개 하처로옹래부시【위의 구는 명부(明府)가 손님을 귀중하게 여김을 말한 것이다.】
【언해역】 정말로 다정하게 대하는구나. 손을 모두 덮개가 있는 가마를 기울여 대접하니, 어느 곳의 늙은 할아비 와서 시를 짓는 것인가?

楚江巫峽半雲雨 淸簟疎簾看弈碁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楚ㅅ 과 주077)
초(楚)ㅅ 과
초(楚)+ㅅ(관형격 조사)#[江]+과(접속 조사). 초의 강과. 이는 『두시언해』 10권의 47ㄱ에서는 번역하지 않고, 그냥 ‘초강(楚江)’이라 하였던 것이다. 초강(楚江)은 초나라 장강(長江) 유역에서 발원하여, 위로는 호북(湖北), 호남(湖南)을 거쳐 동으로 직진하는 강을 말한다. 지금의 장강(長江)임.
巫峽 주078)
무협(巫峽)
무협(巫峽)은 중국의 사천성(四川省) 무산현(巫山縣)의 동쪽에 있는 협곡 이름. 호북성(湖北省) 파동현(巴東縣)의 경계에 있다. 양쪽 언덕이 절벽으로 매우 험준하며, 서릉협(西陵峽), 구당협(瞿塘峽)과 더불어 삼협으로 불린다.
주079)
초(楚)ㅅ 과 무협(巫峽)
초강과 무협. 기주(夔州)를 대신 가리킴.
에 半만 구룸과 비로소니 주080)
비로소니
비[雨]#이(지정 형용사)-+-로(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소(주어짐의 양태 선어말 어미 즉 확인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니(연결 어미). 비인 것이니. 비이니.
 주081)

[淸]-+-(조음소)-+-ㄴ(관형사형 어미). 맑은.
삳과 주082)
삳과
[簟(점: 대자리, 멍석)]+과(접속 조사). 삿자리와. ¶니블을 며 삳글 거듬은 節文의 末이오 바에 실 여붇티며 깁기 일을 帥 微 거시니 반시 朝夕애 恪勤야 命시 바애 怠逆홈이 업스며(이불을 달며 삿자리를 거두는 것은 예절이나 규범의 끝이요 바늘에 실 꿰어 붙이며 비단 깁는 일을 이끄는 〈것은〉 미미한 것이니 반드시 아침 저녁에 정성으로 부지런히 힘써 명하시는 바에 게으르거나 거역함이 없으며)〈여사 3:53ㄱ〉.
설 주083)
설
설[踈]-+-ㄴ(관형사형 어미). 설핀.
바래셔 주084)
바래셔
발[簾(렴)]+애셔(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 발에서.
바독 주085)
바독
바둑[奕].
긔 주086)
긔
장기[棋, 碁]+(대격 조사). 장기를.
보노라 주087)
보노라
보[見, 看]-+-(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오(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라(종결 어미). 보노라. 보는구나.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초강무협반운우 청점소렴간혁기
【언해역】 초강과 무협에 반 정도 구름과 비로소니 맑은 삿자리와 설핀 발에서 바둑 장기를 보노라. (여기까지가 둘째 수이다.)
Ⓒ 역자 | 임홍빈 / 2013년 11월 30일

주석
주001)
종명부(終明府) : 종(終) 씨 성을 가진 명부(明付)를 말함. 명부(明府)는 현령(縣令)을 대신 부르는 명칭이다.
주002)
칠월일일제종명부수루 이수(七月一日題終明府水樓二首) : 7월 1일 종명부(終明府), 즉 종현령(終縣令)의 수루(水樓)에 제하는(부치는) 시 2수. 이 시는 당나라 대종(代宗) 대력(大曆) 원년(766) 또는 대력 2년(767) 입추에 기주(夔州)에서 지은 것이라 한다. 이 해 7월 1일 입추에 두보는 봉절(奉節, 지금의 사천성 봉절) 현령(縣令) 종(終) 모(某)의 수루연에 참석하였다. 종명부(終明府), 즉 종현령(終縣令)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주003)
노 집 : 높[高]-+-(조음소)-+-+ㄴ(관형사형 어미). 높은 집.
주004)
와 : [棟]+와(접속 조사). 마루와. 용마루와.
주005)
층층(層層)인 : 층층(層層)#이(지정 형용사)-+-ㄴ(관형사형 어미). 층층인. 층층으로 된. 여러 층으로 겹겹이 쌓인.
주006)
헌함(軒檻)이 : 헌함(軒檻)+이(주격 조사). 헌함은 누각 따위의 둘레에 만들어진, 난간이 있는 좁은 마루를 말한다. ¶仲夏ㅣ  바미 뎌르니 軒檻을 여러 간 서호 드리노라(중하가 가장 밤이 짧으니 헌함(軒檻, 난간이 있는 좁은 마루)을 열어 잠깐 서늘함을 들게 하노라.)〈두시(초) 10:20ㄱ〉. 로 니윤 軒檻이 큰 믌겨레 머옛니 엇뎨 시러곰 기 드리디 아니리오(띠로 이은 헌함이 큰 물결에 메이어(막혀) 있나니 어찌 능히 나직하게 들이지 아니할 것인가?)〈두시(초) 6:43ㄴ〉.
주007)
마 : 이미.
주008)
 미 : [秋]+ㅅ(관형격 조사)#[風]+이(주격 조사). 가을의 바람이. 가을 바람이.
주009)
이 나래 : 이[此]#날[日]+애(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 이 날에.
주010)
옷외예 : 옷[衣]#외[袴(고: 바지)]+예(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 옷고의에.
주011)
리다 : 리[灑]-+-(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다(종결 어미). 뿌린다. 흩어진다. 끼얹는다. 흩뿌린다.
주012)
계설향(雞舌香) : 정향(丁香)이라고도 한다. 계설향/정향은 말린 정향나무의 꽃봉오리로, 통증, 구토, 설사 따위의 치료제로 쓴다고 하나, 중국 고대의 상서(尙書)가 광명전(明光殿)에서 상전에게 어떤 일을 아뢸 때, 이 향을 입에 물어 입에서 냄새가 나지 않개 하였다고 한다. 『한관의(漢官儀)』에 의하면, 성 중의 모든 건물은 호분(胡粉, 백악계에서 나는 백색이나 담황색의 부드러운 석회질 암석으로, 유공충(有孔蟲)이나 그 밖의 조개류의 유해가 쌓여서 이루어진 백악(白堊)을 가리킨다. 단순히 석회를 말하기도 한다)을 칠하였고, 그 변두리는 붉은 옻칠(이를 단지(丹墀)라고 하였다)을 하였다. 계설향을 함향(含香), 한서향(漢署香), 계향(雞香)이라고도 한다.〈구글, 백도백과 참조〉.
주013)
서늘히 : 서늘[凉]+-(형용사 파생 접미사)-+-이(부사 파생 접미사). 이 부분에 해당하는 원문의 한자는 ‘소(翛)’로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사람인 변’ 다음에 ‘뜷을 곤(丨)’과 같은 짧게 내려 긋는 획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자는 한자 자전에서 찾아지지 않는다. 『찬주분류두시』(14:14ㄴ)에는 이 한자가 ‘翛(소)’로 되어 있는데, 언해에서 ‘뜷을 곤(丨)’과 같은 짧게 내려 긋는 획을 없앤 것이다. 한성무 외(1997: 939)에 제시된 원문의 글자도 위에 보인 바와 같은 ‘소(翛)’ 혹은 ‘숙(翛)’자이다. 같은 한자가 ‘소’로도 읽히고 ‘숙’으로도 읽힌다. ‘소’로 읽힐 때는 ‘날개 찢어지다, 날개 치는 소리, 빠른 모양’ 등과 같은 의미를 가지며, ‘숙’으로 읽힐 때는 ‘빨리 나는 모양’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어느 것이나 ‘서늘하다’의 뜻과는 다소 거리를 가진다. ‘소’로 읽힐 때의 ‘날개 찢어지다’의 의미를 제외하면, ‘소’와 ‘숙’에서 공통되는 것은 ‘빠른 모양’의 의미이다. 그렇다면 혹시 언해의 번역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언해자는 원문의 ‘소연욕하음산설(翛然欲下陰山雪)’을 ‘서늘히 陰山앳 누니 리고져 니’와 같이 번역하였다. 여기에 ‘빠른 모양’의 의미를 도입하면, ‘게 陰山앳 누니 리고져 니’와 같이 번역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늘히 누니 리다’와 같은 문맥보다는 이해하는 것이 쉽다. 다만 ‘게’와 같은 형태가 18세기 후반에야 나타나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다. ¶法이 能히 편으로 번득이고 게 나아가 훌터 殺고(칼쓰는 법이 능히 한편으로 번득이고, 빠르게 나아가 훑어 죽이고)〈무예도보통지(1790) 16ㄱ〉.
주014)
음산(陰山)앳 : 음산(陰山)+애(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ㅅ(관형격 조사). 음산의. 음산은 음산산맥(陰山山脈)을 말한다. 음산 산맥은 중국의 십대 산맥의 하나로, 중국 내몽고 자치구의 중부를 가로질러 동쪽으로는 하북성(河北省) 서북부에까지 이르는 큰 산맥이다. 그 길이로 보면 연 1200여 마일이나 되고 남북으로는 50에서 100마일에 걸쳐 있다. 산맥의 평균 해발 고도는 1500에서 2300미터에 이른다. 이 산맥을 경계로 하여 황하(黄河)유역과 북부지역이 나뉘고, 계절풍 지역과 비계절풍 지역이 나뉜다. 또한 중국 고대의 유목문화 지역과 농경문화 지역이 나뉜다. 중국의 조나라는 북으로 임호와 누번을 격파하고 장성을 쌓았다. 대(代) 땅에서 시작해 음산산맥 아래를 끼고 내몽골 서남쪽에 이르기까지 견고한 장벽을 세웠다. 진나라의 만리장성은 이전의 장성을 증축, 개축하여, 서쪽의 감숙성 남부 민현에서 황하강 서쪽을 북상하여 음산 산맥을 따라 동쪽으로 뻗어 요동의 요양에 이르는 장성을 구축함으로써 흉노의 침입에 대비한 것이다.
주015)
누니 리고져 : 눈[雪]+이(주격 조사)#리[下]-+-고져(연결 어미). 눈이 내리고자.
주016)
니 : [爲]-+-(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니(연결 어미). 하나니. 하니.
주017)
가디 : 가[去]-+-디(연결 어미). 가지.
주018)
몯란만 : 몯[不能]+-(동사 생 접미사)-+-란(연결 어미)+만(보조사). 못할망정. ‘-란’에서는 동명사 어미 ‘-ㄹ(ㅭ)’를 더 분석해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의존명사 ‘’와 부사격 조사(처격 조사) ‘’의 결합형인 ‘’를 더 분석해 낼 수 있을 것도 같다. ‘’ 앞의 ‘-ㄴ’은 관형사형 어미와도 흡사하다. 그러나 ‘란’의 ‘아’ 분석에서 큰 난관에 봉착한다. ‘아’를 선어말 어미 ‘-거-’에 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 ‘-아-’가 결합한 형식인 ‘-가-’의 ‘ㄱ’ 탈락형으로 본다면, 그것이 선어말 어미인 만큼 그 앞에 용언의 어간이 상정되어야 한다. 그것은 지정 형용사 ‘이-’이다. 지정 형용사(계사) ‘이’ 뒤에서 ‘ㄱ’이 탈락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니만큼 ‘이-’를 상정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ㄹ(ㅭ)#이(지정 형용사)-+-거(대상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아(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의존 명사)+(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와 같은 분석은 아직은 가설적인 것이지만, 그 가능성만을 제시해 두고자 한다.
주019)
마랫 : 마[官廳]+애(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ㅅ(관형격 조사). 관청의.
주020)
한(漢)ㅅ 마랫 향(香)이 : 한(漢)나라의 관청의 향(香)이. 한(漢)나라 관청의 향(香)은 ‘한서향(漢署香)’을 번역한 것이다. 이는 향의 이름인데 언해는 그것을 풀어 번역하였다. 종현령(終縣令)의 수루(水樓)가 한나라 때의 관서와 흡사함을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으나(한성무 외 1997), 수루는 물가의 정자나 누각을 말하는 것으로 그것을 한나라 때의 관서와 흡사하다고 보는 것은 상당한 비약이다. 오역은 아닐까 의심되는 자리이다. ‘한서향’은 ‘계설향’의 다른 이름으로 보는 것이 온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없지 않다는 것은 관리(벼슬아치) 취급을 조금은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021)
업디 아니니라 : 없[無]-+-디(연결 어미)#아니[不]+-(형용사 파생 접미사)-+-ㄴ(동명사 어미)#이(지정 형용사)-+-라(어말 어미). 없지 아니한 것이다. 없지 않은 것이다.
주022)
노 석벽(石壁)에 : 높[高]-+-(조음소)-+-ㄴ(관형사형 어미)#석벽(石壁)+에(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 높은 석벽에. 높은 돌벽에.
주023)
디나가 : 디나[過]-+-아(연결 어미)#가[去]-+-(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 지나가는.
주024)
구루믄 : 구룸[雲]+은(보조사). 구름은.
주025)
금수(錦繡) : 금수(錦繡)+(대격 조사). 금수(錦繡巖)를. 금수암(錦繡巖)을. 기협로(夔峽路)에 금수암이 있다고 한다.
주026)
여러 : 열[開]-+-어(연결 어미). 열어.
주027)
내옛고 : 나[出]-+-이(사동 파생 접미사)-+-어(연결 어미)#잇[有]-+-고(연결 어미). 내어 있고.
주028)
섯긘 : 섯긔[踈]-+-ㄴ(관형사형 어미). 성긴.
주029)
소 : 솔[松]+(보조사). 솔은. 소나무는.
주030)
므를 : 믈[水]+을(대격 조사). 물을.
주031)
주 처셔 : 주[間]#츠[置]-+-어(연결 어미)+셔(보조사). 사이를 두고서. ¶귀 미틧 터리 본 절로 셰오 눈믌點은 뎌 주 브터 드리옛다(귀 밑의 털은 본디 절로 세고, 눈물점은 그 즈음 때부터 드리워 있다.)〈두시(초) 10:10ㄱ~ㄴ〉.
주032)
뎌피리 : 뎌[笛]#피리[笛]+(대격 조사). 생황(笙簧)을. ‘뎌’도 피리를 뜻하는 ‘적(笛)’에서 유래하는 이름이고, 피리와 다르지 않다. ‘뎌’와 ‘피리’는 두 사물이 아니라 ‘생황’이라는 한 대상을 가리킨다. 생황(笙簧)은 중국 묘족(苗族)이 만들었다는 악기로, 아악에 쓰이는 관악기이다. 이 악기에 김을 불어넣는 통은 옛날에는 박통[匏]을 썼으나 뒤에 나무통으로 바꾸어 쓰게 되었다. 이 통의 위쪽 둘레에 돌아가며 구멍을 뚫고, 거기에 죽관(竹管)을 돌려 꽂았다. 그리고 죽관 위쪽 안에는 길쭉한 구멍을 뚫어 그것을 막으면 소리가 나고, 열면 소리가 나지 않게 한 것이다.
주033)
부 : 불[吹]-+-(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 부는.
주034)
도다 : [如]+-(형용사 파생 접미사)-+-도(감탄 선어말 어미)-+-다(종결 어미). 듯하도다.
주035)
그듸 : 그듸[汝, 當身]+(대격 조사). 그대를. ‘그대’는 말하는 사람이 자신보다 윗사람에게는 절대로 쓸 수 없는 말이다. 그러나 ‘너’보다는 높이는 말이다. 동년배나 손아랫사람을 높이는 뜻을 가지고 쓰인다. 따라서 연배가 아주 낮거나 지위가 아주 낮은 사람에게는 쓰이지 않는다.
주036)
본 : 보[見]-+-ㄴ(관형사형 어미)#(의존 명사)+(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ㄴ(보조사). 보건대. 보건댄. 분석된 그대로를 현대어로 옮기면 ‘본대는’과 같은 것이 된다. 그러나 현대어에서는 이러한 구성이나 형식은 쓰이지 않는다. ‘보건대, 보건댄, 보니까, 볼 때’와 흡사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주037)
왕교(王喬) : 왕교(王喬)+(관형격 조사). 왕교의. 왕교(王乔)는 한(漢)나라 하동군(河東郡) 사람으로, 현종(显宗) 때 남양군(南陽郡) 섭현(葉縣)의 현령을 맡았다고 한다. 왕교는 신선의 도술을 가졌었다고 하는데, 매월 삭망(초하루와 보름)에 서울(京城)에 올라와 아침에 황제를 알현하였다. 황제는 그가 매번 말도 가마도 타지 않고 서울에 오는 것을 기괴하게 생각하여, 태사관(太史官)에게 밀령을 내려 그를 정탐하게 하였다. 태사관이 보고한 것은 왕교가 매번 서울에 왔을 때 그를 따라 야생오리가 날아왔다는 것이다. 황제가 야생오리가 다시 날아오면 망을 펴서 잡게 하였다. 그리하여 망에 잡힌 것은 한 쌍의 신이었다. 그 신은 한나라 현종 4년에 상서(尙書)에게 상으로 준 것이었다고 한다. 또한, 하루는 하늘에서 옥관이 내려와 움직이지 않자 하늘이 자기를 부르는 것이라고 하고 목욕을 하고 약을 바르고 누워서 옥관에 들어갔다. 옥관의 덮개가 스스로 덮히고, 사람들이 묻자 스스로 봉분이 생겼다고 한다.
주038)
시 : 신[履]+(대격 조사). 신을. 왕교(王喬)의 전설을 끌어들인 것이다. 왕교가 매월 삭망에 서울에 와서 황제를 알현하였는데, 그가 말도 타지 않고 가마도 타지 않았는데, 그가 서울에 올 때는 항상 한 쌍의 오리가 날아 왔다는 것이다. 황제가 그것을 잡게 하였는데. 잡고 보니 그것이 한 쌍의 신이었다고 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것은 한나라 현종 4년에 상서(尙書)에게 상으로 준 것이었다고 한다. 종명부(終明府)가 상서의 자격이 있음을 암시적으로 말한 것이다.
주039)
시노미 : 신[履(이: 신다)]-+-오(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ㅁ(명사형 어미)+이(주격 조사). 신음이. 신는 것이.
주040)
맛니 : 맛당[應當]+-(형용사 파생 접미사)-+-니(연결 어미). 마땅하니.
주041)
주샨 : 주[賜]-+-시(주체 높임의 선어말 어미)-+-아(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 주신.
주042)
상방(尙方)로셔 : 상방(尙方)+로셔(부사격 조사, 출격 조사). 상방(尙方)으로부터. 상방(尙方)을 도가에서 선계(仙界)를 뜻하는 ‘상방(上方)’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그렇게 보아서는 의미가 분명치 않게 된다. 종명부가 왕교와 같이 상서(尙書)에게 상으로 준 신발을 신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고서는 그것을 다시 의심하는 것과 같은 표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방(尙方)은 고대에 궁정의 음식과 기물 등을 관장하는 관서로 보는 것이 온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종명부에게 상서의 직이 어울린다는 것이 상방에서 만든 신발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주043)
상방(尙方)로셔 난 거신가 : 상방(尙方)으로부터 난 것인가. 상방(尙方)에서 난 것인가.
주044)
도로 의심(疑心)노라 : 도로[還]#의심(疑心)+-(동사 파생 접미사)-+-(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오(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라(종결 어미). 도로 의심하노라. 도리어 의심하노라. ‘-노라’를 감탄 어미로 분석하는 것은 재구조화를 적용하는 것이다.
주045)
복자(宓子)ㅣ : 복자(宓子)+이(주격 조사). 복자가. 복자는 공자의 제자인 복자천(宓子賤)을 말함. 복자(宓子)의 ‘자’는 ‘공자(孔子), 맹자(孟子)’라고 할 때의 ‘자’와 같은 용법임. 선생의 뜻으로 쓰인 것으로 여겨진다. 복자는 단보(單父) 현령으로 가서 거문고를 타며 인심을 화평하게 하였다고 한다. 단보(單父)는 지금의 산동성 하택단현(菏澤單縣)이라 한다.
주046)
거믄고 놀오 : 거문고[琴]#놀[遊]-+-고(연결 어미). 거문고 놀고. ‘놀고’가 ‘놀오’가 된 것은 ‘ㄹ’ 받침 뒤에서 ‘ㄱ’이 탈락한 것이다.
주047)
올 : 올ㅎ[里]+(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 고을에.
주048)
재(宰) : 재상. 벼슬아치. 우두머리. 수령. 현령.
주049)
외얏 : 외[化]-+-야(연결 어미)#잇[有]-+-(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 되어 있는.
주050)
나리오 : 날[日]#이(지정 형용사)-+-고(연결 어미). 날이고. 연결 어미 ‘-고’의 ‘ㄱ’이 지정 형용사 어간 ‘이-’ 뒤에서 탈락한 것이다.
주051)
올 재(宰) 외얏 나리오 : 고을에 우두머리 즉 현령이 되어 있는 날이고. 고을에 우두머리 즉 현령이 되어 있는 날이요.
주052)
종군(終軍) : 성이 종(終)이고 이름이 군(軍)인, 중국 서한(西漢) 때의 제남인(濟南人). 자는 자운(子雲). 기원전 약 133~112까지 살았다. 서한의 소년 외교가이고, 애국 영웅이고, 중국의 지사로 유명하다. 18세에 박사의 제자로 천거되어 서울로 오게 되어, 함곡관(函谷關)을 지나게 되었을 때, 관문을 지키는 관리가 그에게 비단으로 만든 ‘수(繡, 비단 천 조각)’를 건네었다. 종군은 처음에는 이것이 무엇인지 몰랐으나, 금방 그것이 돌아올 때 쓰는 관문 통과용 증빙 천이라는 것을 알고 분개하여 그것을 땅에다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자신 있게, ‘대장부가 서쪽으로 간다. 그냥은 끝내 돌아오지 않겠다.’라고 말하였다. 관문을 지키는 관리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종군은 장안에 도착한 후 상서(上書)가 되어 배알하는 자들에게 일을 나누어 주던 중, 명을 받고 동방의 군국(郡國)들을 순시하게 되었다. 그의 손에는 조정의 부절(符節, 일종의 마패)이 들리워 있었다. 머리가 높은 큰 말을 타고, 함곡관을 지나게 돠었는데, 관문을 지키던 관원들이 이 사람이 전번에 반쪽의 ‘수(繡)’를 버리고 간 청년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가 얼마나 원대한 뜻을 품었던가 알고 감탄하였다고 한다.
주053)
수(繻) : 수(繻)+(대격 조사). 반을 잘랐다가 나중에 다시 맞추어 보는 통행증의 구실을 하던 비단 천 조각.
주054)
리 : 리[棄]-+-(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 버리는.
주055)
져믄 : 졈[孺(유), 幼(유), 稚(치: 어리다)]-+-으(조음소)-+-ㄴ(관형사형 어미). 젊은.
주056)
로다 : [時]#이(지정 형용사)-+-로(감탄 선어말 어미)-+-다(종결 어미). 때로다.
주057)
종군(終軍)이 수(繻) 리 져믄 로다 : 종군(終軍)이 수(繡)를 버리는 젊은 때로다. 수는 나갈 때 반을 잘라 가지고 갔다가 관문에 들어올 때 다시 맞추어 아귀가 딱 들어맞으면 들여 보내 주는 통행증 같은 구실을 하는 비단 천 조각을 말함. 보통 사람은 ‘수’를 잃을까 보아 전전긍긍하는 것이지만, 종군은 그것을 호기 있게 버리고 갔다. 그는 나중에 더 큰 부절(符節)을 가지고 들어온다. 여기서 두보는 종군(終軍)의 기개를 종명부(終明府)에 비유한 것이다.
주058)
가풍(家風)을 : 가풍(家風)+을(대격 조사). 가풍을. 가풍은 한 집안에 조상 때부터 전해 내려 오는 생활 풍습이나 생활 태도 및 예의 범절 또는 나라나 사회에 대하여 이룩한 업적을 말한다. 여기서는 종군(終軍)이 정사를 돌본 아름다움이 종명부(終明府)에게도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주059)
니 : [繼]-+-어(연결 어미)#잇[有]-+-(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 이어 있는. 잇고 있는.
주060)
절조(節操)ㅣ : 절조(節操)+이(주격 조사). 절조가. 절개와 지조가. 절개는 어떤 정서적 태도를 굽히지 아니하고 굳게 지키는 도덕적 품성을 말하고, 지조는 어떤 도덕적 원칙을 바꾸지 아니하고 끝까지 지켜 나가는 태도를 말한다. ‘남자에 대한 절개’, ‘임금에 대한 절개’와 같은 쓰임을 가진다. 이에 대하여 지조는 다른 사람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정해 놓은 어떤 원칙에 충실한 것을 가리킨다.
주061)
긋디 : 긋[泯(민: 망하다)]-+-디(연결 어미). 그치지.
주062)
정사(政事)논 : 정사(政事)+-(동사 파생 접미사)-+-(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오(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ㄴ(관형사형 어미). 정사하는. 정사를 돌보는. 정치와 행정에 관한 일을 하는. 백성들의 일을 돌보는.
주063)
됴 소리 : 둏[好]-+-(조음소)-+-ㄴ(관형사형 어미)#소리[聲]+(보조사). 좋은 소리는. 좋은 풍문은.
주064)
예 : 여기.
주065)
가(可)히 : 가(可)+-(형용사 파생 접미사)-+-이(부사 파생 접미사). 가히. 정말. 정말로.
주066)
오다 : [憐, 愛]-+-오(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다(종결 어미). 사랑하는구나. 경애하는구나. 공경하는구나. 다정하게 대하는구나.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흔히 ‘-’형이 나타나나, 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 ‘-오-’ 앞에서는 ‘-’형이 나타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보미 닌 믜요미 일오 想이 닌 오미 이니 愛 흘려  외며 想 드려 胎 외야 섯거 모다 發生며(보는 것이 다른 사람은 미움이 일고 생각하는 것이 같은 사람은 사랑이 이는 것이니 사랑[愛]을 흘려 씨 되며 생각[想]을 들여 태(胎) 되어 섞어 모아 발생하며)〈능엄 4:25ㄴ〉.
주067)
가(可)히 오다 : 가히 사랑하는구나. 가히 공경하는구나. 정말로 다정하게 대하는구나.
주068)
소 : 손[客]+(대격 조사). 손을. 손님을.
주069)
개(蓋) : 개(蓋)+(대격 조사). 가마를. 덮개가 있는 가마를 뜻한다.
주070)
기우려 : 기울[傾]-+-이(사동 파생 접미사)-+-어(연결 어미). 기울이어. 기울여.
주071)
대접(對接)니 : 대접(對接)+-(동사 파생 접미사)-+-(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니(연결 어미). 대접하나니. 대접하니.
주072)
소 다 개(蓋) 기우려 대접(對接)니 : 손을 모두 덮개가 있는 가마를 기울여 대접하니. 가마를 세우고 앞을 기울여 손에게 예를 표하는 것을 말한다.
주073)
어딋 : 어듸[何處]+ㅅ(관형격 조사). 어느 곳의.
주074)
늘근 한아비 : 늙[老]-+-으(조음소)-+-ㄴ(관형사형 어미)#하[大]-+-ㄴ(관형사형 어미)#아비[父]. 늙은 할아비.
주075)
그를 : 글[文]+을(대격 조사). 글을. 시를.
주076)
짓가니오 : 짓[作]-+-거(대상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아(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ㄴ(동명사 어미)#이(지정 형용사)-+-고(의문 어미). 짓는 것인가?
주077)
초(楚)ㅅ 과 : 초(楚)+ㅅ(관형격 조사)#[江]+과(접속 조사). 초의 강과. 이는 『두시언해』 10권의 47ㄱ에서는 번역하지 않고, 그냥 ‘초강(楚江)’이라 하였던 것이다. 초강(楚江)은 초나라 장강(長江) 유역에서 발원하여, 위로는 호북(湖北), 호남(湖南)을 거쳐 동으로 직진하는 강을 말한다. 지금의 장강(長江)임.
주078)
무협(巫峽) : 무협(巫峽)은 중국의 사천성(四川省) 무산현(巫山縣)의 동쪽에 있는 협곡 이름. 호북성(湖北省) 파동현(巴東縣)의 경계에 있다. 양쪽 언덕이 절벽으로 매우 험준하며, 서릉협(西陵峽), 구당협(瞿塘峽)과 더불어 삼협으로 불린다.
주079)
초(楚)ㅅ 과 무협(巫峽) : 초강과 무협. 기주(夔州)를 대신 가리킴.
주080)
비로소니 : 비[雨]#이(지정 형용사)-+-로(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소(주어짐의 양태 선어말 어미 즉 확인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니(연결 어미). 비인 것이니. 비이니.
주081)
 : [淸]-+-(조음소)-+-ㄴ(관형사형 어미). 맑은.
주082)
삳과 : [簟(점: 대자리, 멍석)]+과(접속 조사). 삿자리와. ¶니블을 며 삳글 거듬은 節文의 末이오 바에 실 여붇티며 깁기 일을 帥 微 거시니 반시 朝夕애 恪勤야 命시 바애 怠逆홈이 업스며(이불을 달며 삿자리를 거두는 것은 예절이나 규범의 끝이요 바늘에 실 꿰어 붙이며 비단 깁는 일을 이끄는 〈것은〉 미미한 것이니 반드시 아침 저녁에 정성으로 부지런히 힘써 명하시는 바에 게으르거나 거역함이 없으며)〈여사 3:53ㄱ〉.
주083)
설 : 설[踈]-+-ㄴ(관형사형 어미). 설핀.
주084)
바래셔 : 발[簾(렴)]+애셔(부사격 조사, 처격 조사). 발에서.
주085)
바독 : 바둑[奕].
주086)
긔 : 장기[棋, 碁]+(대격 조사). 장기를.
주087)
보노라 : 보[見, 看]-+-(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오(확실성의 양태 선어말 어미)-+-라(종결 어미). 보노라. 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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